2007년 남북관계의 관전 포인트는 단절된 대화를 어떤 과정을 거쳐 복원하고 그 동력이 한반도 정세와 맞물리면서 제2차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질지에 모아져 있다.

2005년 5월 남북 대화의 재개로 불었던 훈풍에 대한 기억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본다면 당국 관계의 복원이 핵실험으로 꽁꽁 얼어붙은 한반도를 녹이고 평화의 제도화를 향한 새싹이 움틀 것이라는 관측도 무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에는 6월 17일 정동영(鄭東泳) 당시 통일부 장관이 특사 자격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6자회담 재개에 대한 신호를 받아낸 뒤 남북 대화의 완전한 복원과 6자회담 재개로 이어지면서 9.19 공동성명으로 최정점을 이뤘다.

올해 상반기까지도 이런 흐름은 약하게나마 이어졌지만 대북 금융제재 문제로 6자회담이 모멘텀을 상실하고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 북한의 잇단 초강수로 남북 관계마저 7월 제19차 장관급회담을 마지막으로 사실상 끊어졌다.

이런 점에 비춰 2007년에도 남북관계를 좌우할 핵심 변수는 6자회담이다.

한반도 정세는 10월 9일 북한의 핵실험으로 바닥을 찍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인 만큼 지난 18일 재개된 6자회담이 진전 쪽으로 나아간다면 남북 관계 역시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복원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다만 6자회담 전망이 방코델타아시아(BDA)에서 촉발된 대북 금융제재에 이어 북한의 핵실험으로 뒤엉키면서 워낙 유동적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대북 대화 재개 움직임도 조심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대북 정책 사령탑을 새로 맡은 이재정(李在禎) 통일부 장관이 21일 "남북 간 대화와 인도적 지원이 중단된 상태에 있지만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대화 재개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 장관은 특히 6자회담과 남북대화의 병행 전략을 강조했다. 이 두 개의 대화 틀을 두 바퀴로 삼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논리다.

이에 비춰 6자회담이 초기 이행조치에 합의한다면 그동안 한반도를 지배한 핵실험 정국을 돌파해 남북 관계 정상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상화의 방법으로는 장관급회담 실무대표 접촉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5월 차관급회담으로 대화의 물꼬를 튼 사례와 비교해 보면 그 내용도 비슷할 것으로 보는 관측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예컨대 2005년에는 북한에 대한 비료 지원이 매개가 됐다면 이번에는 그동안 전면 보류했던 쌀 차관과 비료 지원이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인 것이다.

6자회담에서 진일보한 합의가 나온다면 묶어 놓았던 쌀과 비료를 북송할 수 있는 조건도 충족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일단 장관급회담이 재개되면 그 동안 쌓여 있던 현안을 총정리하고 이어 경제협력추진위원회를 비롯한 하위 회담들이 속속 개최될 가능성이 높다.

이 가운데 관심사는 지난 5월 북측 군부의 반대로 무산된 남북 열차 시험운행과 경공업, 농업, 수산업, 광업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이른바 '신(新)경협' 사업이다.

경의선과 동해선 시험운행이 이뤄지면 남북 합의에 따라 자동적으로 8천만 달러어치의 경공업 원자재를 유상 제공하게 되고 북한의 지하자원 개발을 위한 작업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열차 시험운행이 이뤄지는 것과 맞물려 군사회담 가능성도 높다.

열차 운행을 위한 군사적 보장조치를 논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군사회담은 열차 시험운행 뿐 아니라 임진강 수해방지, 남북 공동어로, 한강하구 모래채취 등의 사업에 필수적이다.

하지만 군사회담이 열린다면 경협을 보조하는 일에 그치지 않고 군 당국 접촉의 원초적 목적인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구축 문제도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00년 이후 열리지 못한 남북국방장관 회담의 성사 여부도 관심사다.

국방장관 회담이 열리면 북측이 제기했던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포함한 전반적인 군사 현안과 평화체제 문제까지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참여정부는 2006년에도 정상회담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핵 실험에 막혀 결실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이종석(李鍾奭) 당시 통일부 장관은 제18차 장관급회담 기간에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인 조명록(趙明祿) 차수의 서울 방문을 초청하기도 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지난 1∼3일 실시한 '2006년도 국민통일의식 정기여론조사'에서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정부가 내년에 펴야 할 정책으로 남북정상회담을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은 30%에 달했다는 점은 시사점이 적지 않다.

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한반도의 화두로 떠오른 종전선언 및 평화체제 문제, 납북자 및 국군포로 문제, 남북회담의 제도화 및 정례화 문제 등이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2007년에는 연초부터 대선으로 달아오를 만큼 정상회담을 추진하더라도 사회적으로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도 없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함께 올해 연초부터 추진했다가 미사일 발사 움직임에 막혀 무산된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방북이 재추진될지 여부도 주목할 만한 사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6자회담이 지지부진할 경우 상황은 달라질 것 같다.

이 경우 남북 관계는 냉각기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과, 남북 대화를 통해 6자회담을 견인해 나가자는 논리가 다시 한 번 대두되면서 오히려 적극적으로 남북관계 정상화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이 맞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래저래 2007년 남북관계는 6자회담과 맞물려 돌아가는 형국이 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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