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식량.비료지원 요청 전망..南 수용여부 관건
대선 겨냥 민간교류 초첨 맞출 듯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남한의 비료.식량 지원 중단의 원인을 제공하면서 2006년 남북관계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간 북한은 내년에는 민간 교류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북한은 당장 내년도 식량.비료 지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당국간 대화 단절의 현 상황을 그대로 유지하려고만 하지는 않을 것이고 연초가 되면 적십자 채널 등을 통해 남한의 지원 의지를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당국간 관계 복원의 열쇠는 남한 정부가 쥔 셈으로 북한의 지원 요청을 수용한다면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해 그동안 중단된 사업들이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이 채택됐고, 북핵문제 해법을 찾기 위한 6자회담이 재개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제재가 유효한 국면에서 남한 정부가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 결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적으로 대선을 앞두고 남북정상회담이나 대북특사 방북 가능성에 대한 관측이 제기되고 있지만 당국 차원의 지원 재개가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

설사 지원 재개로 당국관계가 복원된다고 해도 북한 지도부의 사고가 워낙 경직돼 있는데다 1년 남은 참여정부와의 정상회담이 득될 것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북한이 정상회담에 나설 가능성은 별로 높아 보이지 않는다.

김연철 고려대 아시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내년 초 북한은 인도적 지원의 재개를 요구해 남측 당국의 의지를 시험하려들 것이므로 남북관계는 정부의 대응에 달려있는 것"이라며 "북핵문제가 얽혀 있고 현정부가 임기말인 점을 감안하면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북한은 민간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남북관계의 끈을 이어가려고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핵실험 이후에도 각급 대북지원 단체의 방북이 이어져 왔고 지원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은 이 채널을 적극 이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더욱이 유엔 대북제재결의안 채택에도 불구하고 민간 사업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개성공단사업과 금강산 관광사업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북한이 민간과의 사업확대에 매력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실익을 보장해주는 이 사업들이 민간 사업자의 참여라는 이유로 지속성을 보장받고 있는 만큼 민간과 경제협력을 통해 안정적 수익원을 찾으려 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북한이 내년 민간과의 교류확대에 주력한다면 초점은 당연히 12월 남한에서 치러지는 대통령선거에 맞춰질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 입장에서는 포용정책을 내세우는 정권이 출범하느냐, 아니면 포용정책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세력이 정권창출에 성공하느냐는 것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초미의 관심거리일 수 밖에 없다.

더욱이 보수정권이 들어설 경우 자칫 남북화해협력의 상징인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사업은 물론 경제협력 전반에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에게는 가히 사활이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우리민족끼리'를 내세워 민족공조와 반미.반보수투쟁을 촉구하면서 보수세력의 집권저지에 안간힘을 쓸 것이며 이 과정에서 민간교류를 확대함으로써 '내편 만들기'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6.15공동선언 7주년과 광복절 행사 등 관례적으로 치러진 남북공동행사에 적극성을 나타내는 것과 함께 내년 개막되는 '아리랑' 공연 초청공세도 예상된다.

또 북한은 자신들이 남한 정세와 대선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오판하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 매체와 대남기구 등을 통해 보수세력 비난전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북한은 한나라당이 집권할 경우 남북관계는 과거의 갈등과 대립으로 회귀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파괴될 뿐 아니라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키려고 할 것이다.

한나라당 대선 주자들에 대한 음해 선전에 주력하면서 막후에서 반미.반한나라당 시위투쟁을 부추길 가능성도 높다.

이와 동시에 핵문제로 악화된 남한사회의 대북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선군정치와 핵이 있어 한반도의 평화가 보장된다는 모순된 내용의 홍보도 지속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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