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각도호텔의 식당에서는 이름도 독특한 소발통묵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소발통묵은 남녘에서는 우족편으로 불리는데 조선출판물수출입사가 지난 2005년 출간한 <민속명절료리>에서는 소발통묵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 소발통묵.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소족편을 일명 소발통묵이라고도 하는데 구수하면서도 쫄깃한 맛이 나고 단백질이 풍부하고 소화도 잘 되어서 예로부터 손꼽히는 술안주로, 보양음식으로 일러온다. 남해안 지방에서는 소발통을 삶을 때 닭고기와 내포 등을 같이 두기도 하지만 평안도 지방에서는 그런 것을 두지 않고 소발통의 고유한 맛이 나게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소족편은 리조시기에 독특하게 발전한 료리의 하나였다. 옛 문헌인 <시의방>에는 족편에 대하여 <소발족을 슬쩍 삶아 우려낸 물을 퍼버린 다음 사태(소의 오금에 붙은 살덩이)와 꿩고기, 닭고기를 넣어 다시 곤다. 뼈를 고르고 고기는 다시 다진다. 끓인 국물을 큰 그릇에 담아 후추가루를 골고루 뿌리고 다진 고기, 고추, 돌버섯, 지진 닭알을 섞고 그 위에 잣가루를 뿌려 굳힌다. 굳어지면 네모반듯하게 썰어 담고 초장을 곁들인다>라고 씌여있다.


족편은 겨울에 밖에 내놓았다가 살짝 얼면 베어 먹는데 아작아작한 감촉이 별미인 겨울철 음식으로 설날 무렵에 즐겨먹던 음식이었습니다. 영양이 부족하기 쉬운 겨울철, 단백질과 지방이 많은 자양음식으로 부드러워서 노인이나 아이들도 즐겨먹었으나 최근에는 10시간이상 뭉근히 고아가며 만들기 때문에 만들기도 번거롭고 파는 음식점도 없어 남녘에서는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북녘은 우리 전통음식을 발굴하고 발전시키는데 주력해 민족음식들을 적극 장려하고 민족적 전통을 오늘의 현실에 맞게 바꿔 식생활에 받아들이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합니다.

아까 소개한 책, <민속명절료리>에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우리 인민은 반만년의 류구한 력사를 내려오면서 우수한 민족적 전통을 이룩하였습니다”며 “민족음식을 적극 장려하고 발전시키며 지방별 특산 음식과 인민들이 좋아하는 대중음식들을 찾아내어 식생활에 받아들이기 위한 사업을 잘하여야 합니다”고 교시했다고 소개합니다.

그렇다보니 이름은 다소 낯설어도 북에서 만난 족편이 반갑지 않을 수 없습니다.

족편은 콜라겐이라는 단백질이 엉겨 묵처럼 만든 것인데 하나 집어 입안에 넣기라도 하면 고깃점이 입안에서 착 붙는다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그야말로 혀에 착착 붙어 쫀득하고 고소한 맛이 입안을 확 감는 듯합니다.

족편은 옛 문헌에도 많이 소개되고 있는데요, 족편은 ‘족병(足餠)’에서 나온 이름으로 민가에서는 족편이라고 하였는데 궁중잔치 기록에서는 ‘족병’이라고 했습니다. ‘편(餠)’은 떡을 가리키는 한자어이므로 이 음식이 네모반듯하게 떡 모양으로 썰린 걸 보고 이런 이름이 붙게 되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족병이란 이름은 1719년의 진연의궤(進宴儀軌)에 처음 나타나는데 과거에는 궁중연회용으로도 이용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궁중에서는 족병을 만들 때 주재료는 소족을 쓰고, 부재료로는 묵은 닭[陳鷄]· 숭어· 말린 대구· 말린 전복 등을 넣어 달걀· 표고· 석이· 진이· 실고추· 잣 등을 고명으로 써서 간장· 참기름· 후춧가루· 계핏가루· 식초· 녹말가루 등으로 양념했다고 합니다.

1670년경의 <음식디미방>에는 족편이란 음식 이름은 등장하지 않지만 닭과 대구를 삶아 간장으로 간을 해서 굳힌 일종의 장족편(족편에 간장으로 맛을 내 짭조름하며 검은 빛을 나타냄)이 등장하는데 이를 ‘별미’라 칭합니다. 1800년대 초에 서유구가 지은 <옹희잡지>에는 소족을 고아서 파· 생강· 잣· 후추· 깨 등을 섞어 다시 곤 다음 굳힌 ‘우행교방’이란 음식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규합총서>에 나오는 ‘저피수정회(猪皮水晶膾)’란 음식은 돼지껍질만 벗겨 기름을 떼어낸 다음 파· 후추· 천초 등을 넣고 오래 고아서 묵처럼 굳힌 족편의 일종으로 수정처럼 빛깔이 맑고 아름다워서 붙은 이름이며 차게 해서 얇게 썰어 장에 찍어 먹기 때문에 ‘회’라고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궁중에서는 물론 민가에서도 사랑 받던 족편, 그리고 평양에서 더욱 계승 발전되고 있는 소발통묵. 언제쯤이면 이들 음식을 자유롭게 먹을 수 있을까요?

요즘 세상 살기 참 팍팍하다고 하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최근 낮은 도수의 소주 말고 댓병에서 따라낸 쓴 소주 한 잔이랑 소발통묵 한 점이라면 기분 좋게 흥건히 취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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