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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군사우위(軍事優位) 문화의 작폐(作弊) - 이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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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1.05.21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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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활웅(재미 통일문제 자유기고가)

미국의 권위있는 외교문제연구기관 Council on Foreign Relations의 서부지역기구인 Pacific Council on International Policy에서는 작년 11월 이래 한국문제연구반(Korea Task Force)을 구성하여, 한국의 당면한 과제와 문제점을 검토하고 장래의 발전을 전망해 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그 중간보고에서 한국은 지금 정치발전, 경제개혁 및 남북관계개선이란 세 가지 과제를 동시적으로 추구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역작용을 하는 요소로서 법의 지배가 아닌 통치자의 지배, 권위주의와 관료주의, 인맥중심으로 이합집산하는 정당, 정책의 불투명성, 친일파 숙청에 실패한 "원죄"와 책임자를 처벌하지 않는 관행, 뿌리 깊은 지역감정, 허수아비 국회, 정실인사, 상호불신, 허위보고, 만성적 부패와 부정 등을 지적하고 있다.

한국사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이러한 폐단들은 한마디로 우리의 굴절된 역사의 소산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그런 역사의 굴절속에서 군인들이 오랫동안 우리의 정치를 전단(專斷)하면서 군사우위 문화가 사회전반에 만연된 결과이다.  

일찍이 고려 의종 24년(1170년) 무신 정중부가 유혈 쿠데타로 정권을 탈취한 후 약 90년 동안 군부가 정치를 농단한 적이 있었으나 그후 약 700여년 동안 한국의 정치는 주로 문신들의 몫이었다. 그러나 1910년의 망국으로 우리는 다시 군인들이 다스리는 세상에 살게 되었다. 우선 일본은 군인(대장)을 역대 조선총독으로 임명하여 헌병을 통해서 35년간 우리를 지배케 하였다.

1945년 해방이 되었다지만 미국은 남한에 군정을 실시하여 미군 사령관이 우리를 통치하였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지만 반공.반북의 화신 이승만 대통령은 헌병대와 특무대 등 군부의 힘으로 정치를 요리했다.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한국은 완전히 군인만능의 세상이 되어 버렸다. 게다가 국군의 통수권마저 미군사령관에게 이양되니, 한국의 정치는 미국 군사정책의 종속물로 전락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1960년 4.19혁명의 덕으로 민주당정부가 들어섰으나, 이미 비대할 대로 비대해진 군부를 감당할 힘이 없어 1년도 채 못가 박정희 장군 일당의 군사반란 앞에 무너지고 말았다.

이렇게 시작된 군사독재체제는 1993년까지 32년간 계속되었다. 그동안 대통령은 물론 정부의 요직은 거의 배타적으로 전.현직 군인 또는 그들의 추종자들로 충당됐으며 정책수립과 시행의 방식도 군대식으로 바뀌어 버렸다. 또 재계, 금융계는 물론 일반 실업계와 심지어 학계.문화계마저도 군사문화의 영향을 안 받을 수 없게 되었다. 1993년에 문민정부가 섰다고 하지만 김영삼 정권은 노태우 정권에 접목하여 탄생됐으며, 1998년에 들어선 김대중 정부도 정치군인의 전형 김종필의 세력과 제휴하여 겨우 집권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즉 군부는 아직도 한국의 가장 강력한 정치적 압력집단으로 남아 있다. 지금도 군부는 전군지휘관회의나 퇴역장성들의 회합을 열어 정치문제, 특히 남북문제에 대한 의견이나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면 정부는 국민의 소리는 외면할 수 있어도 군부의 뜻은 무시하지 못한다. 그리고 정치.경제뿐 아니라 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지도층으로 행세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개 군 출신이나 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다.

한국식 군사문화의 특징은 철저한 계급질서, 상명하복, 상급자의 횡포, 뇌물수수, 사실음폐, 기록조작,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졸속주의, 인맥에 따른 인사와 상벌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렵다. 6.25 전 40년은 차치하더라도 그후 50년 동안 한국사회의 각 분야에서 활동한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그런 군사문화 속에서 잔뼈가 굵었다. 그 결과 군사우위 문화는 우리 사회 전역에 걸쳐 뿌리내리고 그 온상 속에서 국가발전을 좀먹는 온갖 악폐들이 자라고 꽃피우게 되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의로운 사회가 이루어지고 민주주의가 자리잡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연목구어(緣木求魚)격이다.

그런데 보다 큰 문제는 군인의 정치지배가 이렇듯 90여년에 이르다 보니 국민들이 그 작폐에 대한 불감증에 걸렸다는데 있다. 군의 지배를 받는다고 이상할 것이 없으며 군의 잘못은 따져야 소용없다는 것이 일반의 심리이다. 우리는 국민을 학살하고 정권을 찬탈한 후 대통령자리에 올라 각기 수천억씩의 부정축재를 하고 법의 심판으로 옥에 갇혔던 두 정치군인들을 풀어주고 전직대통령으로 예우해 주고 있다.

그런가 하면 지난 30여년간 군인들이 대통령과 국방장관직을 독점하면서 국방비를 마음껏 썼는데도 불구하고, 남한보다 절반의 인구와 몇 10분의 1의 경제력으로 남한의 3분의 1의 군사비밖에 쓰지 못한 북한을 아직도 자력으로 감당할 수가 없어서, 지금도 미군이 나가면 안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동안 대통령과 국방장관들은 도대체 무엇을 했느냐고 책임을 추궁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또 한국에서는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군사독재의 시조 박정희를 꼽는 사람이 많다 한다. 그리고 정부가 그의 기념관 건립을 돕는다 한다. 더욱 한심한 것은 반세기 이상 외국군대가 우리 땅에 주둔하고 있는데 그것이 민족의 수치이며 나라의 장래를 위해서 몹시 해로운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들을 속히 내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도 소수에 속한다.

군사우위 문화의 폐단을 바로 잡자면 우선 군대의 규모부터 줄여야 한다. 냉전시절 공산권 국가들이나 독재국가들은 대부분 인구 1천명 당 약 15 내지 30명 정도의 군대를 유지하였으나 냉전종식후 독재체제가 와해되면서 그 숫자는 6 내지 18로 감소되고 있다. 민주국가들의 경우는 그 수가 약 3내지 9 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경우 그 숫자는 남한 약 15 북한 약 48로 냉전전이나 후나 아무 변동이 없다. 이렇게 많은 군대를 그대로 둔 채 남한이나 북한이나 정치적, 경제적 발전은 물론 남북간 관계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물론 한반도에는 이 모든 악폐에 면제부를 제공하는 분단과 대결상태가 아직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남한이나 북한이나 군대를 줄일 수 없다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미 100년이 다 되가는 군사우위 문화의 폐단을 그대로 방치해서야 되겠는가? 통일이 되면 해결되는 일이겠지만 통일의 날은 아직은 언젠지 짐작할 수 없다.

그러나 통일전이라도 남북의 지도자들이 결심만 한다면 남북간의 군축(미군철수 포함)에 시동을 걸 수는 있지 않겠는가. 군대의 수만 확 줄이더라도 아마 사정은 퍽 달라질 것이다. 그것이 또한 통일을 결정적으로 앞당기는 길이기도 할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한다면 남북정상회담에서 무엇보다도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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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보기(1)
굽은소나무 () 2011-10-23 20:37:00
조선은 가슴에 어떤 칼을 품고 살아가는가?...........목각인형의 넋두리.........늘 건강하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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