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철 한국경제신문 기자 (ikee@hankyung.com)

최근의 한반도 정세는 겉으로는 평안한 것 같지만 사실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급박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약 1년 전의 상황 즉 남북의 최고지도자가 서로 화해하던 때와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금강산 관광사업 지속여부, 현실론과 명분론으로 팽팽히 맞서

북한은 미국의 부시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강경책으로 나오므로 미국에 대한 비난을 연일 퍼붓고 있다. 그래도 얼마 전까지 만해도 다행스러웠던 것은 남한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포문을 열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미국과의 대립이 지속될 수록 남한도 언제까지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왜냐하면 남한과 미국은 전통적으로 정치, 군사분야 등 서로 뗄래야 뗄 수 없는 동맹국가 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북한이 힘겨루기를 하는 동안 남한도 외교적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즉 전통적인 우방국가인 미국의 눈치도 보아야 하고(외세공조) 북한과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민족공조).

여기에다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외교문제를 감안하면 더 복잡해진다. 아마도 김대중 정부의 요즘 고민은 `솔로몬의 지혜 찾기`에 비유할 만큼 장고(長考)를 거듭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일수록 국가이익을 최대한으로 얻는다는 생각으로 신중한 외교적 접근이 필요할 때다.

한반도 외부문제가 복잡한데도 불구하고 남북간에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 금강산 관광사업의 지속성 여부이다. 사실 그동안 금강산 사업이 많은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남한내에서는 경제적 손실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으니 이제는 `퍼주기식 포용정책`을 중단하라는 현실론과 비록 경제적 손실이 났지만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정치, 군사, 사회적 이득을 얻었으니 금강산 사업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명분론이 반반으로 갈리고 있다.

현대의 금강산 관광사업을 살펴보면 유람선을 통해 관광객을 운송하고 모집하는 현대상선은 금강산 관광사업의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강산 관광사업을 목적으로 세운 현대아산은 결코 중단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뾰족한 수는 없는 것 같다. 정부로서도 `정경분리원칙`만 내세울 뿐 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는 형국이다. 금강산사업을 임대해준 북한도 고민중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와 북한의 아태위는 오는 23일부터 금강산 관광사업에 대한 재협상에 돌입한다고 한다.
 
우선 금강산사업이 이루어졌던 과정을 살펴보면 북한은 1998년 금강산을 외부에 개방하기로 했다. 북한이 금강산을 개방하게 된 이유는 외화난 때문이었을 것이다. 일종의 경제특구와 같이 금강산만 개방한다면 자본주의 사상의 침투를 막을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외화만 획득하고 자유주의 사상을 막을 수 있다는 이른바 `모기장식 개방`을 택한 것이다.

그리고 북한이 관광지를 우선 개방하기로 한 것은 쿠바의 관광·요양(치료)개방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쿠바경제의 큰 활력소가 되고 있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를 고수하고 있는 쿠바는 카리브해의 섬나라로서 특유의 기후와 자연경관의 아름다움으로 인해서 세계 각국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그리고 미국과 핵·미사일 협상이 지지부진해지자 북한은 남한기업들에 금강산사업을 타진했다. 당시 현대, 통일그룹 등 몇몇 대기업들이 제의를 받았고 정부로서도 김대중 정부 출범 후 햇볕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온 터라 이를 지원했다.

금강산사업은 북한에게 경제적 지원을 해주고 대신에 평화를 보장받은 것

현대가 금강산사업을 획득한 것은 무엇보다 북한이 고향인 故 정주영 회장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그는 종종 사석에서 "북한지역에 재산의 일부를 투자하겠다"고 말하곤 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금강산 관광사업은 1998년 11월부터 2005년 2월까지 9억 4천 200만 달러를 지불키로 했다. 이 계약은 사업의 성쇠와 관계없이 계약금을 무조건 지불해야 한다. 계약이후 지난 11월말까지 현대는 사업대가로 3억 3천만 달러를 지불해왔다.

사실 현대와 북한과의 계약은 아쉬움이 많은 계약이었다. 당시에 대북사업 전문가가 참여했다면 그렇게 많은 돈을 줄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기업 경영적 입장에서 사업 성사를 비록 늦추더라도 최대한 협상을 유리하게 전개했어야 했다. 북한당국과 일개 기업인 현대와의 협상은 현대가 주도권을 가지고 임할 확률은 극히 적었고 당시만 해도 잘나가던 현대가 총수의 한마디 지시에 의해 급하게 시작한 것이다.

그 후 2년 이상 순조롭게 금강산 관광사업은 진행되었으나 현대아산은 올 2월부터 매달 지불해온 관광대가를 1천 2백만 달러에서 6백만 달러로 깎았으나 2월 분은 2백만 달러만 송금했으며 3월 분부터는 전액 보내지 못한 상태에 있다. 현대아산(지분 20% 소유)의 경우 자본금 4천 5백억원 모두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는 상태이다. 최대주주인 현대상선(지분 40% 소유)은 채권단으로부터 금강산사업 포기를 종용 받고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금강산사업이 경제적인 면에서 실패한 이유는 (1)북한과의 협상력 부재, (2)관광객 과대 계산(매년 50만 이상으로 추산), (3)일본인 등 믿었던 외국인 관광객의 무관심, (4)카지노 설립 지연, (5)너무 비싼 비용(3박4일 기준 1급의 경우 70만원이상 소요되는데 동남아보다 비싸다) 등이다. 더불어 현대가 그룹해체의 길을 걷고 있어 자금지원을 해줄 수 없어 수면위로 떠오른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총체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현대와 정부는 금강산사업을 살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겠다. 왜냐하면 분단 50여년 만에 뚫은 바다길 마저 다시 끊겨 버린다면 지금까지 쌓아온 남북간의 화해시도가 다시 원점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경제적인 사업이긴 하나 정부도 사업초기부터 직간접적으로 지원했으므로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되겠다.

국민들도 한가지 이해야 할 것은 비록 경제적으로 적자를 기록했지만 정치, 사회, 문화적으로 국민들은 `평화`를 무임승차했던 것이 사실이다. 금강산 관광 후 남북정상회담이 이어졌으며 우리는 전쟁, 간첩, 도발 등 이런 용어들이 생소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적어도 세계에서 가장 전쟁발발 확률이 높았던 한반도에서 북한에게 경제적 지원을 해주고 대신에 평화를 보장받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북한으로서도 그동안 현대가 준 돈으로 식량구입 등 극도로 침체되었던 경제침체기에 체제를 유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금강산관광사업이 여기서 중단되면 결코 득이 될게 없다. 그러므로 관광대가를 현재의 월 6백만 달러에서 좀 더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 또 비무장지대를 가로지르는 육로금강산관광은 어렵다 하더라도 육로를 통해 쉽게 갈 수 있는 개성관광을 남한에 개방해야 하겠다.

현대의 선상 카지노와 면세점 허용 요구를 허락해야

남한의 입장에서도 금강산사업은 계속되어야 한다. 사업주체가 바뀌더라도 남북이 하나되게하는 사업은 계속 시행되어야 한다.

세 가지 해법을 제시해보면 첫째, 현대가 요구하는 선상 카지노와 면세점 허용 요구를 허락하는 것이다. 태백시민의 반발과 카지노에 대한 좋지 않은 정서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관광객을 유인할 수 있는 묘책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된다. 태백을 폐광지역에서 경제를 부활시키기 위해 카지노를 허용했듯이 금강산관광을 부활시키기 위해 카지노를 허용해야겠다.

둘째, 공익적인 차원에서 관광공사 등 정부가 아예 인수해서 사업을 하는 것이다. 이는 국민의 세금을 가지고 일부 관광객을 위해 사용한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다. 그러므로 학교 수학여행, 실향민, 영세민 등은 정부가 보조해주는 등 모든 국민이 금강산 여행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차등적으로 요금를 부과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이 비용은 우선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원을 받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대와 다른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을 이어가는 방법이다. 물론 이 경우 현실적인 수익성이 문제가 되는데 참여기업들에겐 이후 개성공단 등 북한진출에 있어서 우선권을 주면 미래의 투자차원에서 관심있는 기업들도 있을 것이다.


<필자 소개>

필자는 1996년 1월에 입사, 지금까지 한국경제신문 편집부에서 근무해 오고 있습니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1996년 2월에 졸업했으며 특히 재학 중에 통일부 주최 전국대학생 통일논문현상공모에서 “평화통일을 위한 대내적 여건 조성방안”이란 제목으로 최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리고 서강대 대학원 북한학과에서 “남한은행의 북한진출 방안”을 주제로 2000년 2월 석사학위를 이수하였고, 이후 동년 9월부터 현재까지 국내에서 유일하게 북한학 박사과정이 개설되어 있는 동국대 북한학과 박사과정에 재학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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