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호 (한국민권연구소 상임연구위원)

북한의 10.9 핵실험 이후 변화된 정세와 6자회담 재개를 앞두고 북한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점에 천착해 통일뉴스는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와 공동기획해 <북한의 핵무장과 새로운 세계>를 연재합니다. 연재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 편집자 주

① 북한의 핵무장과 국가전망(한국민권연구소 전영호 상임연구위원)
② 핵보유국의 국제권력 독점 : 핵독점과 권력정치(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최한욱 정책위원장)
③ 신흥핵강국의 등장과 세계 질서의 지각변동(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최한욱 정책위원장)
④ 교전중인 핵보유국, 북한과 미국 : 6자 회담의 새로운 전망(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문경환 정책위원)
⑤ 핵독점의 붕괴와 미국의 세계 패권의 몰락(한국민권연구소 전영호 상임연구위원)


미국에게는 세 가지 길이 있다.

첫 째는 북한과 전쟁을 하는 것이며, 둘째는 북한이 계속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도록 방치하고 북한과 대결하는 것, 세 번째는 북한과 교섭하는 것이다.

세 가지 경우의 수 모두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어떤 경우에도 미국이 지금과 같은 제왕적 지위를 더 이상 누리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북한의 핵보유와 함께 미국의 세계 패권은 서서히 몰락하고 있다.

미국, 북한과의 핵전쟁 가능할까?

부시 행정부는 여전히 북한과의 전쟁을 꿈꾸고 있다.

최근 한미 양국은 개념계획 5029를 확정하는 등 북미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미국은 대북전쟁책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쟁은 부시 행정부가 가장 선호하는 문제해결의 방법이다. 때문에 미국은 대화의 막 뒤에서 전쟁책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보유로 한반도 전쟁은 더 어렵게 되었다.

이제 북한과의 전쟁은 곧 미국의 종말이다. 부시가 전쟁을 선택하는 그 순간 미합중국은 영원히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전쟁은 부시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 부시가 조금이라도 이성이 있다면 북한과의 전쟁을 꿈꾸지는 않을 것이다. 부시에게 이성 없다면 그 결과는 미국인들에게 악몽이 될 것이다.

미국이 이라크처럼 북한을 침공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도 다수의 사람들은 미국의 승리를 단언할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견해는 다르다. 제2차 북미전쟁은 북한의 승리로 끝난다. 개전 초기에 북한은 미국의 대응능력을 완전히 무력화시키고 수 일 내에 전쟁을 승리로 이끌 것이다. 제1차 북미전쟁의 전장은 한반도였고 결과는 무승부였지만 제2차 북미전쟁의 전장은 북아메리카대륙이 될 것이며 미국의 패배로 끝나게 될 것이다. 그 결과 미국의 정부는 붕괴하고 북미대륙의 역사는 새롭게 쓰여 지게 될 것이다.

북한은 이미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2006년 7월 5일 북한이 발사한 7기의 미사일에는 미전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대포동2호가 포함되어 있었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대포동2호는 1998년 북한이 시험발사에 성공한 광명성1호 - 소위 대포동1호 - 보다 성능이 향상된 것으로 사정거리가 1만에서 1만6천Km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과 서방언론들은 북한의 대포동2호 발사가 실패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번 미사일 발사가 '정상적인 군사훈련'이었으며 ‘성공적’이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7.5 미사일 발사가 ‘정상적인 군사훈련’이라는 북한 외무성의 발표는 이미 대포동2호가 실전 배치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상식적으로 시험단계에 있는 미사일을 실전 배치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북한은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능력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고 보야 한다.

또한 북한은 장거리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할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10월 9일 북한의 핵시험 직후 관측된 지진파는 TNT 800톤 규모의 폭발력이었다고 한다. TNT 800톤 규모는 플루토늄 40g 정도의 핵폭발이다. 10월 31일 북한은 방문한 로스알라모스 국립핵연구소의 지그프리트 핵커 전 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의‘핵실험은 소규모였지만 1차 실험치고는 매우 성공적이었’으며 ‘북한은 애초부터 폭발력을 정밀하게 계산해 소규모로 실험했으며 나아가 폭발력을 제어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즉 북한의 핵시험이 소형핵시험이었다는 뜻이다.

미 정보당국은 북한인 40-50kg 정도의 플루토늄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북한이 히로시마급 정도의 원시적인 핵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이는 10-15기의 핵탄두를 제조할 수 있는 양이다. 이렇게 무거운 탄두를 장거리미사일에 탑재할 수 없다. 따라서 북한은 미국을 핵공격할 수 없다.

하지만 북한이 플루토늄 40g 정도의 소형핵탄두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 - 이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국가는 북한을 제외하면 현재 지구상에 없다고 한다 - 을 가지고 있다면 최대 1000여기 이상의 핵탄두를 제조할 수 있으며, 이를 장거리미사일에 충분히 장착할 수 있다. 또한 북한이 초소형핵무기 개발에 성공하였다면 탄두를 경량화하여 장거리미사일의 속도와 사정거리를 더욱 향상시킬 수 있다. 탄두 경량화의 정도에 따라 대포동2호의 사정거리가 1만 6천Km 이상이 될 수 있으며, 빠른 속도 때문에 미국은 이를 요격할 엄두도 낼 수 없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미국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빠른 시간에 미 본토에 도달하여 미국의 대응능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이 같은 사실들을 종합해 볼 때 북한은 미국을 핵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미국의 선제공격이 확실하다고 판단되는 순간에 자신의 보유한 단, 중, 장거리 미사일을 일제히 쏟아 부을 것이다.

만약 미국이 핵공격한다면 북한은 어떻게 미국을 불바다로 만들 수 있을까?

앞서 분석한 것처럼 북한이 핵탄두를 소형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적어도 40-100기 정도의 탄두를 미사일에 장착하였을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가 플루토늄 40g 정도의 초소형 핵탄두라면 1000기가 될 수도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에는 핵탄두를 장착하는 것이 상식이다. 엄청난 비용의 장거리미사일에 재래식 탄두를 장착하는 것은 상식이하의 비효율적인 발상이다. 따라서 북한이 대포동2호를 실전 배치하였다면 당연히 핵탄두가 장착되어 있을 것이다. 북한은 10월 9일 성능을 과시한 적어도 40-100여기 이상의 소형핵탄두들을 수 십 기 이상의 대포동2호에 장착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이 북한을 공격한다면 이 핵탄두들은 제일 먼저 워싱턴을 향하게 될 것이다.

과연 미국이 북한의 대대적인 핵공격을 감당할 수 있을까?

미국은 100기 이상의 원자력발전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핵폭탄을 안고 사는 형국이다.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 1기는 수폭 150~180개 분의 죽음의 재를 뿌린다. 수폭은 원폭 80~100개에 해당한다.

북한이 미 본토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여 원자력발전소 중 1곳만 폭발해도 102기의 원자로들이 연쇄 폭발하고 100여 기의 원자력발전소가 모두 연쇄 반응한다면 적어도 히로시마 원폭 120만개 가량이 미국에 투하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 경우 미국은 물론 북중미 전체가 어떤 생명체도 살 수 없는 지옥의 땅으로 변하고 말 것이다. 반면 북한은 어떤 핵공격에도 생존할 수 있는 광범위한 지하요새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의 핵탄두가 평양에 떨어져도 평양시민들은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다. 이 경우 물론 북한도 엄청난 물적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이같은 핵전략은 미소 냉전 시기 ‘확증파괴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확증파괴전략’은 핵전쟁억제전략이지 핵전쟁전략은 아니다. 적의 대도시들을 모두 불바다로 만든다는 공포로 적국의 공격을 억제하기 위한 전략이지 적국을 핵공격하여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전쟁 전략은 아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러한 무모하고 파멸적인 핵전략을 수립하였을까? 필자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결코 무모한 전략을 선호하지 않는다. 만약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미국과의 핵전쟁을 각오하고 있다면 반드시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실질적인 핵전쟁전략을 수립하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미국의 핵공격을 받지 않고 인류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참혹한 피해를 동반하지 않으면서 미국과의 전쟁을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첫 번째 가능한 북한의 핵전쟁시나리오는 1+1 전략이다. 북한은 단 두 기의 핵탄두로도 미국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 물론 원전을 공격하여 북미대륙 전체를 불바다로 만드는 방법은 아니다.

미국의 선제공격이 임박해지면 북한은 핵탄두가 장착된 대륙간탄도미사일 1기를 자신의 머리 위로 쏘아 올린다. 펜타곤은 수직 상승하는 이 비행체가 우주발사체인지 대륙간탄도미사일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3-5분 후 이 발사체는 100-150Km 상공에서 갑자기 사라진다. 펜타곤은 다행히 북한 지역에서 발사된 초고속의 비행체가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 순간 갑자기 미국의 모든 인공위성들의 통신이 두절된다. 북한의 핵탄두가 자폭하면서 발생하는 엄청난 양의 전자파가 지구 궤도의 거의 모든 위성들을 파괴했기 때문이다.

백악관과 펜타곤은 통신두절의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그 중 현명한 몇 몇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탄두가 인공위성을 공격한 것 같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비친다. 그러나 북한의 핵공격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펜타곤의 최고 책임자들은 질식할 듯한 두려움 속에서도 이러한 의견을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어 한다.

그로부터 20-30분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고막을 찢을 듯한 음속 폭음과 함께 섬광이 번쩍이고 잠시 후 워싱턴에는 거대한 버섯구름이 솟아오른다. 인공위성 파괴 직후 발사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워싱턴을 공격한 것이다. 그 시간 백악관과 미 의회, 펜타곤 등에 있던 대부분의 미국 지도자들은 거의 대피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 버린다. 물론 여기에는 부시 미 대통령이 포함되어 있다. 미국은 1만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지만 단 1기도 사용하지 못한다. 핵보복 공격을 결정할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몇 시간 후 북한은 워싱턴에 대한 핵공격 사실을 발표하고 살아남은 소수의 미국 지도자들에게 무조건 항복을 권고한다. 물론 항복하지 않을 경우 대대적인 제2차 핵공격을 경고한다. 핵공격에 대한 대응체제가 무력화된 미국은 결국 항복을 선언한다. 북한은 단 2기의 대륙간탄도미사일로 하루 만에 전쟁을 끝낸다. 첨단기술로 일어선 미국은 첨단기술로 망한다. 기술적 우위를 맹신하던 미국은 그 기술의 한계 때문에 손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북한에 무릎 꿇는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런 선임연구원은 2006년 6월 미 하원 군사위원회 전략군 소위 청문회에서 ‘어떤 국가가 핵무기를 지구 밖으로 쏘아올릴 수 있게 되면 그 나라는 이미 우주공간에 있는 인공위성을 공격할 수 있는 잠재적인 능력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론적으로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에 핵무기를 장착하게 된다면 우주공간에서 핵무기를 터뜨려 위성을 파괴하고, 다른 위성들의 작전을 상당기간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북한은 단 1기의 대륙간탄도미사일로도 미국의 핵보복공격체계를 무력화시키고 워싱턴을 마음껏 공격할 수 있다. 첨단기술에 모든 것을 의존한 미국은 북한의 초기 핵공격에 모든 것을 잃고 자멸하고 만다.

두 번째 가능한 시나리오는 ‘제한적 동시 핵공격’이다.

2006년 10월말 지그프리드 핵커가 평양에서 보고 들은 바와 같이 북한은 핵폭발력을 제어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춘 핵선진국이다. 북한은 10월 9일 초소형 핵탄두를 시험한 것이 거의 확실하다. 만약 북한이 자유자재로 핵폭발력을 통제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북한의 핵미사일은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적들을 공격할 수 있다.

적국에 대한 무차별적인 핵공격은 매우 비인도적인 행위이다. 핵공격의 대다수 피해자들은 아무런 상관도 없는 민간인들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한국 전쟁 당시 미군의 야수적인 민간인학살범죄를 치를 떨면서 목격하였다. 이러한 미국의 전쟁범죄행위를 강력히 규탄해온 북한이 저주스러운 미국의 야만적 행동을 답습하지는 않을 것이다.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패자 전멸의 참혹한 핵전쟁도 피할 수 없겠지만 수 억 명의 민간인을 살상하고 쟁취한 승리는 국제 사회의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전략핵무기에 의한 대량파괴, 대량살상의 핵공격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북한이 엄청난 비용과 노력이 소요되는 초소형 핵무기를 개발했다고 생각한다. 핵탄두의 폭발력을 자유자재로 제어할 수 있다면 핵무기의 살상력 또한 자유자재로 통제할 수 있다. 즉 불필요한 살상을 최소화하고 필요한 폭발력, 살상력을 취사선택하여 군사적 목표에만 한정된 핵공격을 할 수 있다.

북한은 타격목표의 범위와 특성에 따라 폭발력을 다양하게 조절한 핵탄두들을 모든 종류의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에 장착한다. 그리고 미국과의 전쟁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수 백 기에 달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들이 거의 동시에 하늘로 날아오른다.

한반도 인근에 배치된 미 항공모함들이 가장 먼저 불타고, 의정부 미2사단, 용산 주한 미군사령부, 주일 미 사령부, 괌의 미 태평양사령부가 차례로 불바다가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백악관과 펜타곤이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해 버린다. 미 의회는 종전협상을 위해 공격하지 않는다. 북한의 핵탄두는 폭발력을 매우 정밀하게 통제했기 때문에 민간인들의 피해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북한은 미군만을 ‘제한적 핵공격’하였기 때문에 국제 사회의 도덕적 비난 없이 미국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

북한에 관한 군사정보는 극히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북한의 핵전쟁전략을 분석하는 것은 다분히 추론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북한이 어떤 핵전략을 가지고 있건 제2차 북미전이 미국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은 명백히 틀렸다.

북한은 이미 미국에 준하는 혹은 미국을 압도하는 핵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명확한 것은 두 나라의 격돌은 전면적인 핵전쟁이 될 것이며 그날 이후 미국은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아시아는 떠오르는 태양, 아메리카제국은 지는 해

그렇다면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도록 방치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군수산업은 미국 경제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경제는 군사경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미국 경제에서 전쟁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미국은 한마디로 전쟁으로 먹고 사는 나라이다.

2001년 발표된 미 의회조사국의 ‘1994-2001 개발도상국에 대한 재래식 무기 판매’ 보고서에 의하면 2000년 미국이 제3세계에 판매한 군수품은 총 70억 달러로 세계무기시장의 43.6%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1998년부터 2001년까지 미국은 개발도상국을 상대로 전체의 40.8%인 357억 달러어치의 무기를 팔았다.

제3세계에 핵과 미사일이 확산되면 재래식 무기의 수요는 급격히 감소하게 될 것이다. 팽창적인 의도를 갖지 않은 나라들은 일정량의 핵과 미사일을 보유하게 되면 막대한 비용이 소모되는 재래식 전력을 대폭 감축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핵, 미사일의 확산은 재래식 무기의 세계 수요를 급격히 위축시킬 것이며 세계 무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군산복합체들은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또한 핵과 미사일의 전쟁억제효과 때문에 국제적 분쟁도 크게 감소되어 미국의 군수산업은 이중, 삼중의 경제적 타격을 입게 된다. 군수산업의 침체는 민수산업의 동반침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민수산업은 군수산업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군수산업의 불황은 미국 경제 전체를 어렵게 만들 것이다.

또한 산업이 침체되면 고용이 감소하고 이에 따라 수요가 축소되어 내수도 불안정해진다. 내수의 감소는 불황을 더욱 가속화하여 미국은 깊은 침체의 늪에 빠지게 된다. 세계 총생산의 3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미국 경제의 침체는 세계자본주의경제 전체에 적지 않은 타격을 주게 될 것이다. 다소 납득하기 어렵지만 평화는 미국 경제의 몰락을 가속화한다.

더 큰 문제는 제3세계 국가들의 경제성장이다.

핵, 미사일의 확산은 제3세계 국가들의 경제발전을 추동하는 원동력이 된다. 안보부담, 군비부담으로부터 벗어난 아시아,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이 앞 다투어 산업화를 추진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중국과 인도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과 인도는 각 각 1960년, 1970년대에 핵개발에 성공하였고 상당 수준의 장거리미사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는 핵과 미사일개발로 안보문제를 해결하고 경제발전에 집중하여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다.

2006년 11월 4일 베이징에서 열린 ‘2007 중국 산업발전포럼’에서 중국 상무부(商務部) 푸즈잉(傅自應) 부장조리는 “인도와의 국경무역이 재개됨에 따라 FTA 협상을 추진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중국과 인도를 통합하는 소위 ‘친디아(Chindia)’ 단일 시장을 추구하는 자유무역지대(FTA) 창설이 검토되고 있다. 만약 인구 24억의 ‘친디아’ 시장이 출범한다면 이것은 세계 경제의 지각변동을 가져오게 될 사건이다.

2006년 11월 21일 만모한 싱(Manmohan Singh) 인도 총리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뉴델리(New Delhi)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국경회담을 가속시키고 양자교역 규모를 늘리기 위한 공동 연구그룹을 설치하는 등 13개의 합의안에 서명했다.

인도와 중국은 2006년 현재 20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교역액을 2010년까지 400억 달러로 늘리고, 정상급 회담 확대를 비롯한 고위인사 교류를 확대하며, 콜카타(Kolkata)와 광저우(廣州)에 영사관을 추가 개설키로 했다. 투자 촉진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국경에서 교통로를 늘리며, 관광산업을 함께 육성하고,5년 시한의 청년 교환 프로그램도 가동키로 했다. 또 민간 핵에너지 등 공동 프로젝트 수행 등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중국-인도정상회담에서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언급은 빠졌지만 급속한 산업화를 추진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가 상호이익을 위해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되리라는 점은 분명한다. 최근 부시 미 대통령은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인도에 다양한 유인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비동맹운동의 대표적인 국가 중 하나인 인도가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만 집중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렇듯 중국과 인도는 미국 중심의 세계 시장질서를 변화시키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핵과 미사일은 중국과 인도의 경제발전의 원동력이었다. 두 나라는 핵, 미사일개발로 1970년대에 안보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에 1980년대 성장의 토대를 닦고 1990년대 고도성장을 이룰 수 있었으며, 21세기 주도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안보문제의 해결은 제3세계 발전의 원동력이며, 핵과 미사일 개발은 제3세계 국가들이 안보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미국과 유럽은 이미 장년에서 노년기로 접어들고 있다면 아시아는 청년기에 접어들었고, 아프리카는 청소년기의 막바지에 있다. 미국과 유럽은 지는 해라면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뜨는 해이다. 핵과 미사일의 확산은 아시아, 아프리카의 일출(日出)을 더욱 촉진시킬 것이며, 머지않아 미국과 유럽 중심의 세계 경제 판도를 뒤흔들게 될 것이다.

그동안 서방의 자본주의 국가들은 기술우위를 통해 자신들이 생산한 공산품은 고율의 이윤이 보장된 독점가격에 제3세계 국가들에게 판매해 왔다. 반면 제3세계 국가들이 생산한 자원들은 국제적 담합을 통해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을 책정하고 불공정거래를 통해 막대한 부당이득을 취해 왔다.

세계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상위 5%와 최하위 5%의 수입 및 재산 격차는 1988년 78대1이던 것이. 1993년에는 114대 1로 벌어졌다. 이 통계에 따르면 전세계 인구의 상위 1%의 수입은 하위 57%인 27억 명의 수입과 같다. 아시아, 아프리카 민중의 피와 땀으로 미국과 유럽의 부유층들이 호의호식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제3세계 국가들이 산업화에 성공하고 그들의 자원을 자국의 산업화를 위해 사용하기 시작하면 생산이 확대된 공산품의 가격은 하락하고 수요가 증가된 원자재의 가격은 상승하여 부의 균형적인 분배가 이루어지게 된다. 따라서 미국과 유럽으로 쏟아져 들어가던 ‘부의 물결’은 아시아와 아프리카로 돌아서게 될 것이다. 미국의 자본가들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부귀와 영화를 누릴 수 없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북한은 미국과의 교섭이 실패하게 되면 제3세계 국가, 특히 반미국가들에 대한 핵, 미사일 기술 지원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북한이 제3세계 국가들의 안보문제 해결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면 미국의 몰락은 시간문제이다. 아마도 10년 안에 인류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세계에 살게 될 것이다.

미국이 북한과의 교섭을 하더라도 제국의 몰락은 막을 수 없다.

최근 미국은 핵폐기에 대한 보상으로 ‘한국전의 공식 종료’를 검토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은 더 이상 미국과의 평화협정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북한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비핵화를 요구할 것이며, 이 지역에서 미국의 핵감축 또는 핵폐기를 요구할 것이다.

미국은 세계적인 핵확산을 조금이라도 지연시키기 위해서는 울며 겨자 먹기라도 북한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 중국의 경우처럼 앞으로 수년 안에 한국전의 공식종료, 평화협정 체결, 북미수교는 불가피하다. 아마도 이 과정에서 남과 북은 연방제 방식으로 통일하게 될 것이다. 한반도의 통일은 동북아에서 미국의 패권적 영향력을 급격히 약화시키는 것과 더불어 동북아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역사적 사건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6년 서울 대학교 강연에서 ‘북한에 진출하면 북한도 좋고 우리도 경제 발전할 수 있’으며 ‘유라시아 대륙으로 가’야 ‘북한과 손잡고 대륙으로 나가서 현재 12대 경제대국에서 5대 경제대국’이 될 수 있다고 역설한 바 있다.

한반도의 통일은 인도에서 중국, 러시아와 일본 열도를 아우르는 동아시아체제의 출범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적처럼 한반도는 유라시아 대륙의 물류 거점이다. 한반도의 끊어진 철마가 이어질 때 동아시아체제는 원형을 회복하게 된다. 때문에 한반도의 통일은 곧 동아시아시대의 서막이라고 할 수 있다.

동아시아체제가 본격적으로 출범하면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패권적 영향력은 크게 감소하고 세계 정치, 경제의 주도권은 미국과 유럽을 아우르는 대서양체제에서 유라시아대륙 전체를 포괄하는 동아시아체제로 확고하게 넘어오게 될 것이다. 물론 미국도 태평양 국가이기는 하지만 유라시아대륙의 주변국일 뿐이다. 유라시아대륙의 중심은 누가 뭐래도 동아시아이며 그 중심에는 한반도가 있다. 미국은 한반도를 잃게 되면 지정학적으로 동아시아시대의 주변국가로 전략하게 된다.

20세기는 미국이 주도하였지만 21세기에 미국은 세계 변방의 지역강국 정도로 그 영향력이 위축될 것이다. 19세기 해가 지지 않았던 대영제국이 20세기에는 미국의 하수인 정도로 전락했던 것처럼 20세기를 호령했던 아메리카제국은 21세기에는 그저 그런 나라 중의 하나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북한과의 교섭도 아메리카제국의 몰락을 막을 수는 없다.

2006년 한반도에서 울린 핵과 미사일이라는 두 발의 포성과 함께 아메리카제국의 시대는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21세기는 동북아의 세기, 한민족의 세기가 될 것이다. 이제 인류는 새로운 시대의 첫머리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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