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호 (한국민권연구소 상임연구위원)

북한의 10.9 핵실험 이후 변화된 정세와 6자회담 재개를 앞두고 북한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점에 천착해 통일뉴스는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와 공동기획해 <북한의 핵무장과 새로운 세계>를 연재합니다. 연재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 편집자 주

① 북한의 핵무장과 국가발전전망(한국민권연구소 전영호 상임연구위원)
② 핵보유국의 국제권력 독점 : 핵독점과 권력정치(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최한욱 정책위원장)
③ 신흥핵강국의 등장과 세계 질서의 지각변동(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최한욱 정책위원장)
④ 교전중인 핵보유국, 북한과 미국 : 6자 회담의 새로운 전망(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문경환 정책위원)
⑤ 핵독점의 붕괴와 미국의 세계 패권의 몰락(한국민권연구소 전영호 상임연구위원)


부시 행정부와 북한의 대립이 갈수록 격화되는 지금, 핵을 보유한 북한이 다가오는 6자회담에서 어떠한 행보를 보일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과 전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핵시험 이후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갖는 북한의 변화된 위상을 감지하지 못하고 북한의 향후 행보에 커다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앞으로 진행될 6자회담에 대한 전망마저도 과거 6자회담 구도의 연장선으로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이 글은 핵과 미사일을 보유한 북한의 대내외 지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앞으로 북미관계의 진행에 대한 새로운 전망을 내리고자 한다. 먼저 핵과 미사일 보유가 가져온 북한의 내적 상황 변화를 살펴보도록 하자.

1.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과 북미관계

무엇보다 분명한 사실은 북한이 이미 소형핵탄두와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안전성이 확고히 보장된 지하핵시험을 실시하겠다는 10월 3일의 성명 이후 실제 방사능이 전혀 누출되지 않은 안전한 지하핵시험을 마쳤다.

인구가 밀집된 북한에서 진행한 지하핵시험이 안전성이 확고히 보장될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 소형핵시험이기 때문이다. 리히터 규모로 환산된 폭발의 세기로도 그렇고 누출된 방사능 물질이 없는 점도 그렇다. 북한은 소형핵시험을 성공리에 진행하였다고 보는 것이 논리에 맞다. 10월 31일부터 북한을 방문한 지그프리드 헤커 전 미국립핵연구소 소장 역시 북한이 폭발을 통제하기 위하여 폭발을 작게 하였다고 추정하였다.

또한 북한은 1998년 인공위성 광명성 1호 발사를 통해 장거리 미사일 발사의 능력을 과시하였으며 그로부터 8년이 지난 현재 미국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장거리미사일을 개발 완료한 것으로 보여진다. 2005년 2월 고스 미 CIA 국장은 북한의 대포동 2호 미사일은 미국본토에 도달할 능력이 있다고 평가하였다.

북한의 군사적 능력은 미국 본토를 핵으로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이다. 지금까지의 북-미 대결구도는 대양 건너편의 미국만이 핵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 그러다보니 미국이 칼을 쥐고 그에 대해 북한이 자위적 무장력을 강화하는 정황이었다. 그러나 10월 9일 이후의 정국은 미국이 북한을 핵으로 선제공격하면 미국 역시 핵보복을 받을 상황으로 급변하게 된 것이다.

소형화된 북한의 핵탄두가 미사일에 실려 괌 미군기지와 하와이 상공에서 거대한 폭발을 일으킬 것이고 몇몇 탄두들은 로키 산맥 깊숙이 자리 잡은 미군지휘소와 전략사령부를 공격할 것이다. 만일 일본이 참전한다면 도쿄시 한복판에서 핵폭발이 일어날 것이다. 일본은 공황에 빠지고 세계경제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핵탄두가 하와이에서 폭발하기만 하여도 이는 미국에게 일본군의 진주만 공습과는 비교자체가 안 되는 커다란 충격일 수밖에 없다. 미국은 순식간에 공황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정황에서 미국이 홀로 북한을 상대하면서 북한제 핵미사일을 스스로 얻어맞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핵을 개발하면 할수록 더욱 더 국제사회의 광범위한 제재에 매달리고 자신이 직접 앞에 나서지 않게 되었다. 대신 한국과 일본 등의 호전세력을 부추겨 어떻게든 대북 적대정책을 이어가며 침략의 불을 달고자 하는 양상으로 변화하였다.

다시 말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의 개발과 배치는 미국의 대북 전쟁전략을 재검토하게 하는 주요한 요인으로 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이제 북한을 공격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날의 대북 전쟁은 한국전쟁, 베트남전쟁과 같은 대규모 국지전의 양상으로 예상되어 미국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전쟁도발 유무를 결정하였다면 지금 시기의 대북 전쟁은 대륙간 핵전쟁, 북미대륙과 아시아대륙, 태평양이 전쟁에 휩싸이는 세계대전으로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도 대북 전쟁을 도발하기 위해서는 과거에 비해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의 주변국의 동태를 주시하고 있으며 그 비중은 이제 갈수록 커지고 있다.

2. 북한의 핵, 미사일과 경제발전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개발배치하면서 북-미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전환시켰으며 한반도 전쟁의 성격을 국지전의 성격에서 세계핵전쟁의 개념으로 확대시킴으로써 한반도에서 대북 선제공격이 일어날 위험성을 억제해가게 되었다. 미국은 이제 대북 선제타격을 한다면 태평양과 미국본토에서 핵폭발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올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한반도 전쟁의 위험이 완전히 가시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 같은 상황변화는 북한에게 든든한 안보의 축으로 기능할 것이다.

든든한 안보망의 구축.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배치가 갖는 의미는 바로 이것이다. 북한은 대미 전쟁의 든든한 안보망을 자력으로 구축함으로써 미국의 현실적 공격위협에서 일정하게 벗어나게 되었다. 미국의 체제보장이니 한국과 중국의 중재는 소용없었다. 중요한 것은 북한이 내세우는 국가철학에 맞게 그들의 안보를 그들 스스로의 힘으로 지킬 능력을 가졌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동안 미국의 일방적인 선제폭격, 외과수술식 타격 위협에 대비한 결과 북한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대공 방어력이 뛰어나며 국민들의 비상시 대피 능력이 우수하다고 한다. 북미 간에 전면 핵전쟁이 발발한다면 미국은 혼란과 공포에 빠져들겠지만 미국이 핵공격에 50년간 대비해온 북한은 그 충격파가 상대적으로 작을 수밖에 없다. 재래식 무기의 존재가 의미를 갖지 못하는 핵전쟁의 경우 미국보다 오히려 북한이 전면전쟁의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황에서 핵과 미사일로 든든한 안보망을 구축한 북한은 이제껏 전력을 다하지 못한 경제발전에 과감한 힘을 투입할 것이 분명하다. 사실 그동안 북한은 경제발전에 국가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할 수 없었다. 미국이 호시탐탐 대북 선제타격의 기회를 노리는 정황에서 북한으로써는 자위적 무장력을 튼튼히 구축하는 것이 경제건설보다 선차적으로 나서는 중핵적 과제였던 것이다. 국방공업을 중시하고 여기에 경공업과 농업을 동시발전시킨다는 선군정치방식의 북한경제발전 전략 역시 미국의 적대정책이 북한의 안위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정황에서 비롯된 것이다. 왜 국방공업이 중심인가. 그것은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 위협 때문이었다.

한국의 많은 학자들은 남북한의 경제규모를 비교하면서 군사력의 부문을 고려하지 않고 남북의 경제를 단순 비교한 결과 남북 경제력에는 커다란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타당한 고려 없이 북한을 낙후한 세계의 빈국으로 꼽는데 주저함이 없다. 이들은 북한이 100만 여 명이 넘는 조선인민군을 운용하는 사실과 핵과 미사일을 개발한 사실을 간단하게 치부하면서 북한의 일반경제와 북한의 국방경제를 분리하여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북한의 공장에서 북한 기술진에 의해 설계되었고 제조되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물론 북한의 산업설비가 첨단기술을 보장할 높은 수준이라는 증명으로 되지만 말을 바꾸면 최첨단의 장비가 자위적 차원의 무장력을 생산하다보니 그동안 국가경제에 투입되지 못하였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 위협만 없었다면 북한은 이들 수많은 국방공업 설비들을 실제 경제전선에 투입하였을 것이다. 만일 그랬다면 북한의 경제사정을 언급할 때 흔히 거론하는 ‘고난의 행군’은 아예 나타나지 않았거나 훨씬 축소된 형태로 빨리 봉합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의 체제위협이 실제로 존재하는 상황에서 국가생산력의 커다란 비중을 국방공업으로 돌리지 않을 수 없었고 이는 전체 경제의 부담으로 작용해왔던 것이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지금껏 남북의 경제비교는 막대한 해외자본이 이식된 한국과 강력한 대북 제재에 의해 정상적인 발전이 가로막힌 북한이 처지와 상황의 고려 없이 단순 비교한 불평등 경쟁이었다는 점이다. 만일 입장을 바꾸어 한국이 세계시장으로의 진출이 가로막히고 외국자본의 투자가 전면 금지된 채 상시적인 강대국의 전쟁위협에 가로놓인다면 그럼에도 한국의 해외수출이 늘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한 지금의 정황은 이전과 다르다. 북한은 전략적 무기인 핵과 장거리 미사일을 동시에 보유함으로 인해 국가경제발전을 크게 고무할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먼저 북한국민들의 자신감이 충천하고 있다. 핵과 미사일을 보유함으로써 미국을 협상탁에 끌어내는데 성공한 북한은 북-미대결에서 종국적으로 북한이 승리할 수 있다는 커다란 자신감을 얻게 되었으며 이 자신감이 북한 전국에 퍼지고 있는 것이다.

언론들은 북한이 거리마다 대형 선전판을 세워 핵보유국의 새로운 지위를 선전하고 있다고 보도하였는데 이 같은 움직임은 북한국민들이 갖는 미래에 대한 낙관과 의지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쉽게 이야기해서 북한사회 내에서는 지금 고난의 행군 시절과 정반대의 전망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난관을 이겨내자는 것이 중심이던 시절에서 비약적인 발전 중심으로 변화하였다. 이는 향후 급격한 북한경제성장의 바탕으로 될 수 있다.

실질 재화의 활용과 경제순환에서도 핵보유를 계기로 차이를 보일 수 있다. 핵과 미사일을 마련한 조건에서 과거와 같은 재래식 무기의 비중보다는 핵미사일 같은 전략적 무기의 비중이 더욱 늘어날 것은 뻔한 이치이다. 북한의 국방전략에 있어서 과거에는 탱크와 야포, 함정들이 가장 중요하였다면 이제는 그 비중은 조금씩 줄어들면서 핵과 미사일이 갖는 비중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정황은 광범위한 국방공업의 예비를 실질경제로 전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전체 국가경제의 숨통을 트이고 획기적 경제발전을 이룰 토대가 될 것이다.

또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북한경제가 세계시장과의 공정한 무역에도 당당히 진출할 수 있게 한다. 이것은 핵과 미사일을 마련한 북한이 종국적으로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체제를 보장받으며 정당한 국제사회의 일원임을 인정받을 것이란 전망에서 그러하지만 현재 대북 제재를 멀리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행보를 볼 때 굳이 북-미 평화협정을 체결하지 않더라도 북한이 조만간 세계 무역시장에 진출할 길이 일정하게 열릴 것은 분명하다.

지금까지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각종 제재를 받은 관계로 다른 나라에 비해 정상적으로 경제를 발전시킬 기회를 박탈당해왔다. 그러나 북한의 핵, 미사일 보유는 일본으로부터의 막대한 식민지 배상금을 받아낼 전망을 밝히고 있으며 함께 동북아의 정당한 일원으로 활발한 경제교역을 펼칠 수 있게 된다. 이 역시 현 상황과는 분명히 다른 북한경제의 발전 요소이다.

게다가 핵과 미사일 개발과정을 통해 짐작되는 북한의 발전된 과학기술이 북한경제를 비약적으로 성장시킬 것이다. 현재 핵을 개발한 국가는 세계에서 9개국에 불과하며 대륙간탄도미사일, 장거리미사일을 배치하는 국가는 미국, 러시아, 중국에 불과하다. 이는 핵과 미사일, 그 중에서도 대륙간 탄도 미사일은 첨단과학기술의 결정체로써 보통의 국가들은 이를 제조할 기술적 여건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북한은 이러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생산하고 있으며 훈련기동한 관계로 이미 실전배치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핵과 미사일을 개발한 북한의 과학기술이 실질경제와 접목될 경우 그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한국도 기술이 곧 국가경쟁력이라는 표어 속에 과학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데 이는 21세기의 세계에서 국가경제를 좌우할 중심 요인은 바로 과학기술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고 생산 배치하는 북한의 과학기술 수준은 외부에 알려진 것 이상이며 이러한 고도의 과학기술이 실제경제와 맞물릴 경우 현재 북한경제를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시킬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핵과 미사일이 이같이 북한사회 전반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것은 그동안 북한사회를 가로막던 중심장애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전쟁의 발발과 정전부터 시작하여 50년이 넘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북한의 발목을 잡았던 것이 바로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었으며 북한은 그로인해 커다란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지낼 수밖에 없었다. 단적인 예로 군수산업설비를 자강도와 양강도의 깊은 산속 지하에 건설하는 것부터가 그러하며 핵공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지하 100미터 아래에 운행되는 평양의 지하철이 그러하다.

미국의 적대정책만 아니면 산업설비들을 그렇게 험준한 산 지하에 건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렇듯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에 의해 막대한 비용을 추가로 지불해가며 전 지역을 말 그대로 요새화하였는데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보유한 지금에 와서는 미국으로부터 그에 대한 보상을 받아내야 하는 상황으로 입장이 변화된 것이다.

3. 북한의 향후 전망

이제 미국이 펼치는 전면제재는 북한에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 미국이 추진해 온 유엔결의안 역시 무기력함이 증명되었으며 미국이 추진하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은 아직까지 제대로 구성되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미국의 제재방안이 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국제사회의 튼튼한 협조 속에 추진되지 못하는 것은 북한의 정치군사적 지위가 핵과 미사일 보유를 기점으로 상승일로에 있기 때문이다. 이제 북한은 세계의 어느 국가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국가가 되었다. 국제정황을 살펴보더라도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지구상의 내놓으라는 강대국들이 모두 다 총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 폐기는커녕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하여 확대 생산되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모두 다 모여앉아 유엔결의안을 통과시켜도 북한의 핵보유를 제지하지 못하였다는 이 사실은 북한의 대외적 파급력이 이미 이들 국가와 대등한 위치에 올라서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정황에서 북한이 아직도 구태의연하게 6자회담에서 미국의 책임 있는 자세를 기대하며 이제 제발 북한의 체제를 보장해주기를 바란다는 것은 앞뒤 정황이 맞지 않는다. 물론 북한이 동북아시아의 주변국들을 더욱 북한 편으로 끌어들이면서 미국에 대한 역포위전술의 일환으로 평화애호적인 분위기에서 체제보장을 위한 상호군축을 언급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이미 북한의 국제적 지위가 핵보유국으로 변화한 조건에서 북한이 미국의 체제보장문서에 매달릴 것이라는 전망은 물 건너간 지 오래라고 보는 것이 이치에 맞다. 물론 미국이 아무런 전제 없이 스스로 체제보장을 해준다면 이를 마다할 이유야 없겠지만 이미 북한의 체제는 스스로의 핵과 미사일이 보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체제보장 문서, 게다가 핵폐기를 전제로 한 체제보장은 더 이상 북한의 관심을 끌 수 없다. 미국이 나서서 미국의 핵을 폐기해야 북한도 상응한 조치로써 핵을 폐기할 것이다. 심지어 갈등이 불거져서 6자회담이 결렬되더라도 북한이 조급해 할 것은 없다. 오히려 조급한 것은 북한의 핵보유 능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미국이다.

북한의 국가발전전략 역시 그러하다. 이제 미국의 대외적 위협에 대한 대응에서는 확고한 안보방안을 마련한 만큼 북한은 전체 국가의 명운을 걸고 경제회생과 발전을 위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할 가능성이 높다. 가까운 시일 안에 비약적 성장을 이루려는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북-미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북-미 수교가 단행되어 정당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경제발전에 참여하는 것도 마다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핵과 미사일이 국가의 안보망을 듬직하게 보장하는 지금의 상황은 북한의 경제전략에서 북-미 평화협정이 꼭 필수적인 조건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북한의 안보는 핵과 미사일이 보장하는 덕에 북한국민들은 이제 비로소 마음놓고 경제발전에 총매진할 수 있게 되었으며 대외적으로도 미국을 견제하고자 하는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과 등을 돌릴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핵과 미사일로 확고한 안보망을 구축한 결과 북한의 경제전망 역시 북-미 타결여부에 관계없이 발전적인 전망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황에서 세계는 머지않아 한국과 일본의 경제발전을 뛰어넘는 북한식 비약적 성장을 보게 될 것이다. 북한은 이미 경제발전을 군사발전과 병행하면서도 1960년대 천리마운동을 통한 ‘대동강의 기적’을 이룬 바 있으며 지난 1998년에는 ‘고난의 행군’을 종국적으로 종식하고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의 전망을 밝힌 바 있다.

그들이 주장하는 사회주의 강성대국이란 나라의 모든 것이 흥하며 부러운 것이 없는 강국을 의미한다. 미국에 의한 전쟁위협과 핵선제타격설에 시달렸던 북한은 자력으로 개발한 핵과 미사일로 미국의 공격의지를 막아내며 북한의 높은 경제성장을 추동함으로써 현재 밀려있는 경제문제를 일거에 해결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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