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희 객원기자 (tongil@tongilnews.com)


본사 김양희 객원기자가, <겨레하나>가 주최한 북측 지원사업장 방문단 일원으로 11일부터 14일까지 3박4일간 평양을 방문한다. <겨레하나>는 북측과 협력해 평양에 빵공장과 국수공장 등을 만들어 지원을 해 왔는데 이번에 이를 둘러보는 것이다. 평양방문 신청부터 소감을 정리한 김양희 객원기자의 평양방문기를 일기식으로 순차적으로 싣는다. / 편집자 주


송환 비전향장기수 이재룡 선생의 아이 ‘축복’이

▶평양시 모란봉구역에 위치한 북녘 최초의 탁아소인 김정숙탁아소.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김일성 주석이 남긴 김정숙 탁아소의 교시.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창광유치원에 이은 일정은 김정숙탁아소.

평양시 모란봉구역에 위치한 북녘 최초의 탁아소인 3.8탁아소를 증축해 1988년 4월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모인 김정숙이란 이름으로 개명해 개소한 김정숙탁아소는 연건평 7600평방미터의 5층 건물로 460여명을 수용, 1-2층은 탁아소이고 3-5층은 유치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김정숙탁아소 역시 월요일에 아이를 맡겼다가 토요일에 데려가는 주탁아소로 운영되고 있으며 탁아소 운영비용은 국가와 사회단체에서 부담토록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 3~4살 어린이들의 지능개발을 위한 활동에 역점을 두고 있는 이곳은 아이들의 놀이시설, 음악실, 강의실, 무용실 등 다양한 시설이 있다.

한 방에 이르니 어린아이들의 재롱잔치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한복을 입은 남녀 아이들의 율동이 꼭 우리 남녘의 꼭두각시놀음과 닮아 있는데 그 깜찍한 모습에 남측 손님들은 연신 카메라 세례다.

▶양심수 후원회장 권오헌 단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름을 지어준 '축복이'를
안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양심수 후원회장 권오헌 단장이 무리의 아이들 중 한 아이를 안아들고 “이 아이가 지난 2000년 9월2일 북측으로 송환된 비전향장기수 63명 중 한 사람인 이재룡 선생의 아이인 축복이입니다”고 소개한다. ‘축복’이라는 이름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어준 이름이라 한다.

양심수후원회의 송창학 회원은 “이재룡 선생께 고향에 가시면 결혼도 하시고 아이도 낳으셔야죠 하니 그때 참 부끄러워 하셨는데... 정말 이렇게 아이를 낳으셨다. 대단하다”고 말한다.

4살 먹은 축복이에게 연신 플래쉬가 터지니 탁아소의 다른 아이들이 좀 부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나 보다. 일행 중 한 명이 “다른 아이도 안아주자”고 해 몇몇이 아이들을 안아준다.

몇 해 전 8.15 평양행사에 참석한 연합뉴스 기자가 쓴 북송장기수들의 마지막 소원이라는 기사가 떠오른다.

북송 비전향장기수 선생들은 북녘으로 돌아간 뒤 결혼도 하는 등 바랄 것 없는 생활을 하지만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남녘에 있는 동안 고마웠던 사람들을 한번 만나보는 것이란다. 고마운 인사를 꼭 하고 싶은데 나이를 먹을수록 자꾸 기억을 잊어 버려 안타깝다고...

김정숙탁아소 참관 뒤 각 후원 사업회별로 어린이 빵공장, 국수공장, 만경대학생소년궁전으로 이동한다. 내가 속한 곳은 콩우유 사업회인데 일정이 빠듯해 창광유치원 콩우유 기계 참관으로 대체를 하고 만경대학생소년궁전으로 이동한다.

‘어린이들은 우리나라의 보배들입니다’

만경대학생소년궁전은 영재들을 위한 과외활동 시설로서 1989년 5월2일 만경대구역 광복거리에 건립됐다. 이 학생궁전에는 모임관을 비롯해 자연박물관과 수족관으로 이루어진 자연관, 관측실과 과학.기술전시실로 된 과학관, 30개의 연습실을 갖춘 중앙홀, 자동 회전 무대가 갖춰져 있는 2000석 규모의 극장, 실내경기장, 국제경기가 가능한 수영장, 200여 개 이상의 교실과 활동실 등이 갖춰져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김일성 주석의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만경대학생소년궁전에는 고 김일성 주석이 남긴 교시가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어린이들은 우리나라의 보배들입니다. 앞날의 조선은 우리 어린이들의 것입니다’

아까 김정숙탁아소에서도 어린이를 위한 김일성 주석의 교시가 있었다.

‘어린이들을 어렸을 때부터 건강하게 키우며 그들에게 좋은 버릇을 길러주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어린이들이 어렸을 때 건강이 좋지 못하면 그 영향이 일생동안 미치게 되며 어릴 때 나쁜 버릇이 붙으면 그것을 고치기가 매우 힘듭니다’

북녘에서 가장 어른은 어린이라 들었는데 직접 와보니 얼마나 어린이를 위하고 교육에 신경을 쓰는지 알 수 있다.

한 외국인이 ‘식량부족으로 인한 기아 현상이 북녘과 아프리카에서 똑같이 나타나지만 아프리카는 면역력이 떨어지고 약한 아이들이 먼저 죽는 데 반해 북녘은 엄마가 먼저 죽는다’고 얘기한 것을 책에서 본 기억이 있다.

자신을 희생하면서도 자식을 위해 온갖 헌신을 다하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또 우리는 한민족임을 느낀다.

▶만경대학생소년궁전에는 컴퓨터, 과학, 가야금, 손풍금(아코디언), 수예 등 120여개
소조가 운영돼 학습을 희망하는 학생 누구나 들을 수 있다. 가야금 소조의 모습.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서예소조원들의 모습.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만경대학생소년궁전에는 컴퓨터, 과학, 가야금, 손풍금(아코디언), 수예 등 120여개 소조가 운영돼 학습을 희망하는 학생 누구나 들을 수 있는데 현재 5000여명의 학생들이 수강을 하고 있다. 이곳은 우리로 따지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수강이 가능하다.

평양에는 이런 특기 활동을 할 수 있는 궁전이 만경대학생소년궁전 외에 평양학생궁전이 하나 더 있고 각 지역별로 한 군데씩 있어 평양 외에 지방에서 거주하는 학생들도 소조 활동을 할 수 있다.

▶수예소조의 모습.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수예소조에 있는 한 여학생은 “수예소조에 들어온 지 7개월째”라고 말한다. 7개월 밖에 안됐다지만 2개월 동안 수를 놓고 있다는 산수화 수예 솜씨가 대단하다. 새삼 우리 민족의 뛰어난 손재주와 장인정신은 선천적인 것이라 느껴진다.

다음은 악기소조, 창광유치원 어린이들의 공연솜씨에 놀랄 정도니 이곳 학생들의 솜씨는 얼마나 뛰어난 지 말을 해 무엇하랴.

남녘의 아이들은 예나 지금이나 부잣집 아이들만 음악이나 미술을 할 수 있는데 이곳을 보니 부자가 아니라면 천재적인 재능을 갖고 있더라도 그 재능을 확인조차 못하고 설혹 확인을 하더라도 재능을 살려주기 위한 교육을 시키지 못하는 사실이 더욱 안타깝다.

지금은 음치, 박자치 등 음악과 관련해 최악의 수준을 보이지만 나 역시 어린 시절, 드레스를 입고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는 황홀한 상상을 하며 피아노학원을 다니겠다고 부모님을 조른 적이 있었다. 그때 엄만 ‘너와 어울리지 않는다. 분명 얼마 하지 않고 그만 둘꺼다’며 딱 잘라 안 된다고 했다. 어울리지 않더라도 혹시 공짜였다면 엄마가 그리 잘랐을까?

내게 피아노가 은근 잘 어울리고 숨은 재능이 있어 지금쯤 매일 어깨가 확 드러나는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세계를 누비는 엄청 잘나가는 피아니스트가 됐을지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말이다. 쩝...

나야 그렇다 쳐도 지금이라도 우리 남녘도 돈이 많고 적음을 떠나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은 재빨리 발견하고 또 그 재능을 이어 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남녘의 손님들을 위한 공연

▶만경대소년궁단 예술소조원들이 방문단을 위해 갑작스레 공연을 준비했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방문단을 환영하는 만경대소년궁전의 예술소조원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예술소조원들의 공연이 이어졌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우리 남녘의 손님들을 위해 만경대소년학생궁전의 예술소조원들이 공연을 준비했다.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공연장에 입장하자 관람석의 학생 800여명이 우리를 환영하는 박수를 보낸다. 어딜 가나 이런 과한 환대에 몸 둘 바를 모를 정도이다.

막이 오르자 한 어린 여학생이 나와 “이 공연을 보시면 10년은 더 젊어진다고 합니다. 여러분들은 열심히 보시고 꼭 20~30년 더 젊어지십시오” 한다.

헐~ 창광유치원 아이들과 함께 뒤놀며 벌써 10년이 젊어졌는데 평양 와서 정말 어려지네ㅋㅋ... 공연이 시작되자 자동회전 무대가 움직이고 테마마다 다른 배경의 무대가 꾸며진다.

공연장은 무대 아래에 악기를 연주하는 학생들이 있고 양옆에는 합창을 하는 학생들이 공연의 성격에 따라 무대가 움직이며 나왔다 들어갔다를 반복한다.

명절맞이 흔들부춤, 독무 축구선수 될래요, 줄넘기, 민속무용 물동이춤, 씨름놀이, 중창 통일무지개, 풀무타령 등 다채로운 예술 공연이 펼쳐지는 가운데 공연단의 막내가 혼자서 춤추는 축구선수 될래요는 깜찍한 요정같은 아이의 모습에, 물동이춤은 물동이가 떨어질까봐 불안한 마음에 남측의 손님들은 공연에서 눈을 뗄 수 없다.

특히 민속무용 씨름놀이 공연은 몸집이 큰 아이가 작은 아이를 얕잡아 보지만 작은 고추가 매섭다는 옛말처럼 큰 아이를 기술로 제압해 친구들 사이에서 영웅이 된다.

공연을 보면 꼭 현재 북녘과 미국과의 대결을 표현하며 제 아무리 덩치 큰 미국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말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공연이 끝난 뒤 기립박수가 쏟아진다. 관람을 함께한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몇 번 본 공연”이라는 데도 열심히 박수를 친다. 감동도 했겠지만 힘없는 박수 소리라면 얼마 되지 않는 남녘 손님들이나 공연을 한 친구들이 힘이 빠질거라 생각해 열심히 치는 것이리라.

매주 목요일에 공연을 하는 만경대소년학생궁전 예술소조원들은 이날 공연계획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위해 공연을 해 주었다고 한다.

늦은 시간까지 공연을 해준 친구들과 또 함께 공연을 지켜봐준 학생들에게 지면을 통해 고마운 인사를 전한다.

북측 안내원과의 솔직한 대화

사상이나 체제를 떠나 엄청난 양육부담으로 아이 낳기를 기피하는 남녘의 엄마들에게 창광유치원이나 김정숙탁아소, 만경대학생소년궁전 등은 정말 부러움의 대상일 것이다. 아직 결혼 안한 나조차 우린 왜 이런 것들 못 만드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엄마들은 오죽할까?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아이가 둘인 김종수 안내원에게 물었다.

“안내원 동무도 이곳에 다녔나요?”
“난 공부에 흥미도 없고 또 잘하는 것도 없어 안 다녔더랬습니다.”
“그럼 당신의 아이도 이곳에 다니나요?”
“아닙니다.”
“왜 안 다니는거죠? 따로 과외활동을 하고 있나요?”
“실은 손풍금(아코디언)을 시키고 싶은데 너무 어려서 하면 키가 안자란다고 해 안 시키고 있습니다.”
“그럼 어렸을 땐 창광유치원에 보냈었나요?”
“거기 보내면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는데 아이 보고 싶어서 보낼 수 있나요. 이곳에선 오히려 매일 왔다 갔다 하는 일반 유치원의 인기가 높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평양의 창광유치원을 비롯해 김정숙탁아소, 만경대학생소년궁전의 뛰어난 시설을 보고 소위 고위층 자녀들만 들어가는 곳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안내원과 이야기를 나눠보면서 그런 추측이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녘 손님들을 맞고 또 우리 남녘을 몇 번이고 오고가는 북녘의 민화협 관계자를 아무나 시키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소위 출신성분이 좋은 북녘의 고위층이 맞겠지.

그런데도 그는 물론 그의 아이도 창광유치원을 나오진 않았다. 또 만경대학생소년궁전에서 소조활동조차 하지 않았다. 다만 학교에서 익혀 악기 한두 가지쯤은 다룰 수 있다고.

선택받은 아이들만 갈 수 있는 곳이라면 그와 그의 아이가 입학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다. 어둠속에서 시민들은 퇴근을 위해 전차와 버스 등을 나눠 타고 집으로 향한다. 그날 있었던 일을 쫑알쫑알 이야기하는 아이와 엄마,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 직장 동료로 보이는 사람들, 평양 시민들은 바쁜 가운데에서도 활기차 보인다.

평양에서의 마지막 밤 ‘우리는 하나’

▶방문단은 북측이 마련한 환송만찬으로 평양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숙소에는 환송만찬이 준비돼 있다.

환송 만찬에서 권오헌 단장은 “그동안 짧은 시간이었으나 남과 북이 함께 참관을 다니고 대화를 나누며 혈육의 정과, 민족의 단합, 통일의 의지 등을 느꼈다. 상처는 해가 가면 낫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분열의 아픔은 더욱 커지는 것으로 둘로 갈라진 민족의 아픔은 가슴에 더욱 파고든다. 하루 빨리 통일이 돼 남과 북이 오갈 수 있어야겠다”고 밝혔다.

이에 정덕기 북측 민화협 부위원장은 “(미국의) 남에 대한 간섭과 침탈은 북의 아픔이며 북에 대한 간섭과 침탈은 남의 아픔이다. 6.15시대를 맞아 통일의 기운이 넘쳐 느긋한 마음을 갖다보니 반통일 세력이 활개를 쳐 어느새 균열이 생기고 있다. 이것을 올해의 교훈으로 삼고 다시 긴장하며 전쟁책동을 분쇄해 나가야겠다. 6.15 공동선언 실현을 위해 정파 종교 등을 다 떠나 민족 대화합을 실현토록 해야 할 것이다”고 화답했다.

참가자들은 테이블별로 만찬을 즐기며 평양에서의 마지막 밤을 가슴에 새기고 있었다.

아~ 벌써 마지막 밤이라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참가자들은 갑자기 둥근 원을 만들기 시작, 안내원은 물론 양각도 호텔 봉사원들까지 모두 하나가 돼 ‘우리는 하나’를 목청껏 불렀다. 첫사랑을 다시 만나면 이리 떨릴까? 울렁증이 생길만큼 가슴이 벅차다. 국적이 남이건 북이건, 또 어떤 생각으로, 어떤 신분으로 이 자리에 서 있건 누가 뭐래도 우리는 하나다. 우린 하나라구!!

그리고는 구호로 이날의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우리 민족끼리 자주적으로 통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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