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희 객원기자 (tongil@tongilnews.com)

본사 김양희 객원기자가, <겨레하나>가 주최한 북측 지원사업장 방문단 일원으로 11일부터 14일까지 3박4일간 평양을 방문한다. <겨레하나>는 북측과 협력해 평양에 빵공장과 국수공장 등을 만들어 지원을 해 왔는데 이번에 이를 둘러보는 것이다. 평양방문 신청부터 소감을 정리한 김양희 객원기자의 평양방문기를 일기식으로 순차적으로 싣는다. / 편집자 주


‘각자의 꿍꿍이 평양에서 모두 이루어지길...’
2006. 11. 10.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공항 리무진을 타고 인천공항으로 출발하는데 차가 꽉 막혀 일찍 서둘러 나섰지만 불안하다. 골프여행 가는 아줌마 아저씨들, 신혼여행 가는 부부, 승무원 아가씨 모두들 짜증스러워 한다. 이런 상황에서 차가 끼어들자 운전기사 아저씨 “아저씨, 우리 늦음 비행기 못타~” 소리친다.

조금은 여유로운 평양의 거리가 생각난다.

'평양은 대중교통 위주의 도시라 지하철, 전차, 버스 등이 체계적으로 달리고 있었다. 차량통행이 많지 않아 차가 밀리거나 짜증스러울 일이 없다. 그나마도 도로 곳곳에 여성 교통안내원이 있어 차량 소통에 도움을 준다. 우리 남측에서는 운전대만 잡으면 성인군자도 욕을 입에 달 수 밖에 없다는데 평양에서는 그럴 일이 없을 것이다.'

지난해 아리랑 참관 당시 도로 한가운데 있던 개선문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남측 관람객들을 위해 잠시지만 차량통제를 해줬던 기억이 떠오른다.

드디어 공항도착, 권오헌, 김영옥 선생님 등 반가운 얼굴들이 있어 그나마 안심이다. 평양에서 일체의 돌발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사유서를 쓰고 북경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번에 겨레하나 2차팀으로 평양에 함께 가는 인원은 50여명 정도로 대표단 단장은 양심수후원회 권오헌 대표님이다.

대전충남, 광주, 부산지역의 겨레하나, 전교조(북녘어린이 콩우유사업본부) 등이 참여한 이번 행사의 주목적은 각자의 단체가 후원하고 있는 빵공장과 콩우유 시설을 둘러보고 오는 것이다.

그러나 나 역시 평양에 가면 식당들을 눈여겨보고 다양한 음식을 먹어보는 것을 목적으로 삼은만큼 다른 사람들도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겠다 싶어 물어봤다. 이들은 서로 다른 생김새만큼 다양한 생각을 갖고 평양을 찾고 있었다.

각 인사들의 평양방문 바람

권오헌 양심수 후원회 대표 : 이번엔 북녘 어린이들을 위한 콩우유 사업차 가지만 갈 때마다 우리민족은 하나로 자주권과 생존권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엄혹한 시기에 나라도 와야지 않을까 싶어 어려운 여건 가운데도 5번째 방북을 하게 됐다.

김영옥 범민련 남측본부 중앙위원 : 동구 사회주의가 무너지고 제국주의의 군사제재, 천재지변 등으로 경제적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내일의 우리 민족 역사를 책임질 어린이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서 오게 됐다.
지난해 아리랑 참관 당시 혹자는 사람을 얼마나 혹사시켜 저런 공연을 만들어냈을까? 하기도 했지만 예술 공연은 혹사를 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예술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는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도 하지 못하는 것을 민족적 기량으로 할 수 있는 아리랑 공연은 민족의 자랑이지 헐뜯을 문제가 아니다.
통일운동을 하는 사람으로 북의 다양한 모습을 보고 싶어서 왔다. 언제든지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오면 또 방북하고 싶다.

노세극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안산본부 상임공동대표 : 북미관계가 급랭하고 남북관계가 경색되는 등 최근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럴수록 남북교류가 활성화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금강산, 개성, 평양을 많이 다니다보면 통일의 길도 활짝 열릴 것이다.
개성에 오늘 아침 다녀왔다. 개성과 평양은 차로 가면 2시간 밖에 되지 않는 거리인데 다시 남의 나라까지 와 하루 자며 가야하는 현실이 착잡하다.
하루 빨리 남북간에 육로로 만나는 날이 기다려진다.

김태철 전교조 사무처장 : 분위기가 엄혹하다지만 정말로는 평화롭고 가도 사람 안 죽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방북한다. 이번이 3번째 방북길이다.
전교조는 창광유치원과 자매결연을 맺었고 콩우유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번 방북을 통해 이북의 교육 현실을 느끼며 통일교육 과정을 고민할 터이다.
이북의 어린이들은 이남의 어린이들과 어떻게 다른가, 아동가요는 어떠한가, 짝짜궁이나 고향의 집은 부르고 있는가, 고드름이라는 노래가 북쪽에도 있다는데 서울과 같은데 노래가 다르다는데 어떤지 등 통일교과서에 실릴 내용 등을 생각해보겠다. 북녘은 예술의 나라로 일컬어지는데 창작교육 내용을 많이 살펴봤으면 좋겠다.

권우현 한국도로공사 신사업단 차장 : 나는 길 만드는 사람으로 평양과 묘향산을 지나는 길의 도로 지면 상태를 보고 싶어서 개인적으로 휴가를 받아 왔다. 또 맥주 애호가로 룡성맥주도 맛보고 싶다.

서상철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안산본부 집행위원장 : 3가지의 목적을 가지고 왔다. 한 선생님의 ‘북에도 그리는 사람이 있고 남에도 그리는 사람이 있어야 통일이 이루어집니다’는 말씀에 나는 막내여동생 같은 향산호텔 기념품판매대의 강선금 판매원을 그리고 있는데 그를 만나고 싶다. 두 번째로는 잊지 못할 입맛인 룡성맥주를 마시고 싶었고, 마지막으로는 막힌 길도 뚫고 가야하는데 뚫린 길도 막히는 지금의 분위기에 나라도 가 남북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 싶어서 오게 됐다.

통일여성회 최민정 : 언론에서 북핵 문제를 연일 떠들어대고 있는데 내가 직접 가서 어떤지 보고 싶어서 오게 됐다. 많은 것을 보고 느꼈으면 좋겠다.

주대원 녹천주방 대표 : 콩우유 기계 지원차 간다. 원래는 통일문제에 관심이 없었으나 북쪽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고 부딪치면서 신뢰감이 생겼다. 맑은 공기에 사람들도 좋아 살고 싶을 정도다. 우리민족끼리 만나는데 어찌 반갑지 않을 수가 있을까? 김근태 의장의 춤사위도 이해가 된다. 지금은 수요가 없어 어렵겠지만 나중에는 평양에 공장을 하나 차리고 싶다.

황디모데 모여행사 대표 : 관광업을 하는 만큼 한번도 가지 못한 평양을 답사한다는 마음으로 왔다. 내년 아리랑 축전 때 평양 관광 사업을 맡고 싶다.

남북물류포럼 김재선 감사 : 그림을 좀 볼 줄 안다. 이번에 북녘 화가들의 좋은 그림을 많이 구할 것이다.

모두들 평양을 방문하며 갖는 각자의 바람이 모두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일행 중에 한 명이 입국심사 직전에 여권을 잃어버려 결국 하룻밤 북경에서 묵고 이후 서울로 되돌아가야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에서 여권을 분실하면 신문에 분실신고 광고를 내야하는데 광고를 낸 뒤 7일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으면 그 때 공안국에 신고를 해 이후 영사관에 여권을 신청을 하고 2~3일 지나면 공안국에 비자를 신청해야한다. 이렇게 되면 총 10일, 그렇기에 그저 되돌아가는 것이 낫다지만 아버지가 보통문 근처의 신양리가 고향이라 해 평양 사진을 많이 찍고 싶었다고 한다. 얼마나 가슴 졸여 왔는지, 또 얼마나 어렵게 시간을 내 왔는지를 알기에 정말 얼마나 안타까운지를 말해 무엇할까?

북경에서의 하루. 밤에 도착한터라 결국 천안문광장을 가진 못했다. 그러나 대신, 인천공항에서 즉석 결성된 우리 일행은 중국 대학로의 한 식당에서 요리를 먹으며 평양을 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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