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주 (유뉴스 편집장)

지난 10월9일 북한이 실시한 핵실험은 한반도만이 국제사회에도 큰 파장을 몰고 오고 있습니다. 통일뉴스는 창간 6주년을 맞아 북핵실험이 갖는 역사적 의미와 한반도 정세에 미친 영향과 관련해 네 차례에 걸쳐 연재합니다. 연재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 편집자 주

① 북핵실험이 갖는 세계적인 측면
② 북핵실험과 동북아 정세
③ 북핵실험과 남북관계
④ 북핵실험과 FTA



지난 10월9일 북핵실험을 두고 다양한 평가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북핵실험이 세계정세에 미치는 영향 등은 앞에서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또 하나의 주요한 쟁점이자 논란의 주제인 10.9 북핵실험이 향후 동북아 정세에 미치는 영향, 특히 북중관계와 북러관계에 대한 다양한 전망 등을 검토해보고자 한다.

1. 북중관계

10.9 북핵실험 이후 언론이 가장 주목했던 것은 북중관계가 과거와는 다르게 급속하게 냉각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문화대혁명 이후 최악의 관계니 전통적 혈맹관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아주 극단적인 전망으로는 북 내부에서 친중쿠데타의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로, 새롭게 정립되고 있는 듯한 북중관계에 대한 양극단을 오가는 평가들이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이러한 전망들은 좀 성급한 전망이며 현상만을 보고 평가하기에는 북중관계에 약간의 ‘착시현상’과 같은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소위 ‘착시현상’은 북중관계가 지금까지 매우 밀접한 혈맹관계였다고 가정하는데서 생긴다. 최근에 들어와 북중관계가 혈맹에서 일반적인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전환하는 것 처럼 보이나 실제 북중관계는 문화대혁명 시기를 거쳐 이후 중미수교를 거치고 중국이 소위 ‘시장사회주의(?)’ 노선을 걸으면서 이미 전통적 혈맹관계는 상징적인 의미만 남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본다.

이념적, 또는 노선상의 공통성이 이미 문화대혁명과 등소평 체제를 거치면서 상호간에 희박해져가고 양국에서 항일공동투쟁의 경험이 남아있는 혁명1세대가 정치무대 전면에서 교체되는 과정에서 윤리적, 도덕적 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전통적 혈맹관계는 상당부분 희석화되어 있는 상태가 지속되어 왔다는 것이 더 정확한 분석일 것이다.

오히려 최근에 북중간에 미사일, 그리고 핵실험을 둘러싸고 나타나는 갈등의 양상은 전통적 혈맹관계에서 공동의 사업을 놓고 냉철한 이해관계 하에 파트너쉽을 맺고 있는 사업파트너의 관계로 전환하면서 나타나는 문제로 보인다. 양국 공동의 가장 큰 사업은 무엇보다도 “동북아 경제공동체”와 “동북아 평화안보체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경우 1980년대 이래 진행되어온 “시장사회주의”노선을 통해 이미 세계경제의 엔진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세계경제무대에서 그리고 국제정치무대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자체 전망은 당연하게도 미국과의 충돌을 최대한 피하면서도 미국주도의 동북아에서 대중국 포위전략에 대응하는 평화안보체제의 존재여부, 그리고 미국에서 중국경제에 대한 견제와 압력(위안화 절상요구, 중국제품에 대한 관세, 지적 재산권 문제 등)이 강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동북아 경제공동체라는 안정적인 경제시장의 존재여부가 기초로 될 것이다. 따라서 중국의 경우 미국과는 최대한 갈등을 회피한다는 점, 그리고 북과는 동북아 경제공동체와 특히 동북아 평화안보체제에 있어 공동의 이해관계가 있다.

실제 중국의 대북 투자와 국경간 무역은 10.9 핵실험에도 거의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이며 중국 민간투자가들의 대북 러시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프레시안은 “아시아 타임즈”의 17일 기사를 인용해 “유엔의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인 사업가들의 대북 사업 및 투자 열기는 과거와는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기사는 “중국 사업가들은 중국 정부가 대북 제재를 강하게 밀어 붙이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는 듯 했다. 2002년 7월 북한 정부가 경제개혁을 단행한 이래 중국에서 북한은 ‘지구상 마지막 남은 자본주의 개척지’로 여겨졌으며 이미 북한에는 중국 사업자들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상무성에 따르면 중국의 대북 직접투자는 2005년 1437만 달러, 2004년에는 1410만 달러에 달했고 상호 교역량은 2004년 14억 달러, 2005년 16억 달러에 이르렀다”고 전한다. (프레시안 2006.10.17)

이것은 현재 북중간의 관계가 경제적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생각보다 강하게 묶여있음을 의미한다. 즉, 북중관계는 윤리적ㆍ도덕적 관계로 이야기할 수 있는 전통의 혈맹관계에서 경제적 이해관계를 기초로 상호간 이해득실관계가 공존하는 관계로 전환되고 있다고 본다. 이것은 현상적으로 북중관계가 혈맹이라는 관계에서 격하된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이미 1970년대 이후 상징적 관계로만 남은 “혈맹”보다 구체적인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한 마치 공동의 “사업파트너”로의 전환이 오히려 현 시기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양국이 더욱 긴밀한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또 하나의 주요하게 보아야 할 점은 동북아, 그리고 세계정치무대에서 중국의 역할이 크게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지난 9.19 북핵 공동성명, 그리고 그간 북미간의 대결에서 중국이 계속해서 중재자 역할을 함으로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세계경제의 엔진으로서의 경제강대국으로의 발돋움과 더불어 그에 걸맞는 세계정치무대에서의 확고한 지위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한편 천안문사태, 인권문제 등 서방세계에서 중국에 갖는 두려움과 의구심을 일소하고 책임 있는 강대국(?)의 역할을 보여주어야 하는 과제도 함께 안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의 세계정치무대에서의 역할과 책임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역시 북핵문제의 해결과정이라고 본다. 따라서 중국은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서 책임 있는 강대국의 역할을 과시하고 더불어 동북아에서 미국의 군사적 헤게모니를 약화시키고 “동북아 평화안보체제”라는 새로운 틀로 안정적 도약의 틀을 마련하고자 하는 의도가 강하다.

이러한 국제정치역학 관계속에서 북은 대미 공세를 더 강화하며 기존의 북미 핫라인으로 작용하던 “뉴욕채널”을 폐쇄하고(자료첨부) 새롭게 소위 “중국채널”을 통해 미국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북의 입장에서 기존의 뉴욕채널보다 중국의 적극적인 이해관계가 개입되어있는 “중국채널”이 더 국제사회에 울림이 크며 미국과의 협상에도 수월한 점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중국의 ‘탕자쉬안’이 북미사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라이스를 만나면서 실질적인 협상창구의 역할을 하는 것은 이러한 이해관계에 기초해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북의 강경 대미 공세와 중국의 중재자 역할 강화로 양국간의 윈윈전략 하에 9.19 공동성명에서 초벌적인 구상이 만들어진 “동북아 평화안보체제”라는 큰 사업을 공동 추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구도는 향후 동북아 정세의 또 다른 ‘핵’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2. 북러관계

최근 주목받고 있는 북러관계는 언론의 보도대로 급속도로 밀접해지고 있다. 북러관계는 후르시초프 집권 이후 점차적으로 멀어지다가 1990년대 초 구소련의 붕괴이후 급격히 악화되었다. 그러나 러시아에서 푸틴의 집권 그리고 연이어 강경노선(?)이 러시아에서 진행되면서 양국간의 관계가 다시 회복되었다. 대표적인 사건인 200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러이며 푸틴의 방북이다.

양국의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밀접도는 구소련 붕괴이후 급격히 약화되었으나 군사외교적인 측면에서의 밀접도는 199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1년 북러공동선언도 요격미사일체제(ABM)에 대한 공동의 대응, 정치군사과학 분야에서 양국의 협력증진, 주한미군문제 해결 등이 내용으로 되었듯이 양국의 최대 관심사는 군사외교적인 부분에서의 협력에 있다고 보인다.

러시아의 입장에는 외교안보적인 측면에서 북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서쪽으로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소위 ‘색깔혁명’이라 불리는 미국주도의 압박이 강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극동지역에서 미국의 헤게모니가 더 강화되는 것은 러시아로서는 결코 달갑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중국과는 다르게 러시아가 북핵실험에 소극적 지지를 보내고 있는 점, 그리고 미국의 대북 제재에 적극적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점 등은 러시아의 외교 안보적 이해관계가 동북아, 그리고 북의 대미 공세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한반도 종단철도의 연결이 향후 러시아의 경제발전에 득이 됨과 동시에 에너지와 군사무기 판매를 중심으로 세계정치무대에서 다시 영향력을 회복하려는 러시아에게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설립은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된다.

이렇게 보면 최근 양국간에 의미 있는 사건들을 다시 검토해볼 필요성이 있다.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1. 2005년 6월 러시아가 북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2차대전 승리 60주년 기념메달’ 수여.
2. 2006년 8월 평양에 러시아 정교회 교회당 준공.(2002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두 번째 러시아 방문때 건설 직접지시)
3. 2004년 7월 러시아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남북을 모두 방문. 남을 방문하고 북을 방문하여 푸틴의 친서 전달. 러시아가 PSI에 참여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북은 이것을 이해한다고 입장표명.
4. 2005년 9월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직후 러시아에 북의 금융계좌 10여개 개설.
5. 2006년 10월 러시아 국가듀마(하원) 코사체프 위원장 “미국측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것이 북한 당국으로 하여금 핵실험을 강행하도록 몰고 갔다”며 비판.
6. 북핵실험 후 10월10일-13일 러시아 극동지역 대통령 전권대표 폴리코프스키(2002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방러 당시 17일간 동행)가 방한해 남.북.러 협력방안 논의.

이상과 같이 정리해보면 북과 러시아는 전통적인 혈맹에 의미, 즉 윤리적, 도덕적 친선관계를 먼저 강화하는 추세에 있으며 경제분야보다는 군사외교적인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러시아 역시 중국과 마찬가지로 동북아에서 중재자의 역할을 수행하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러시아와 북의 관계는 한반도 종단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연결하는 사업을 필두로 경제협력관계가 강화되는 흐름과 맞물린다면 더욱더 밀접해지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3. 동북아 정세 전망

정리해 보면 북중관계는 양국간의 경제적 협력관계가 강해지는 것은 바뀌지 않는 흐름이며 중국의 정치적 역할이 크게 강화되고 북과 미국사이에서 최대의 정치적 효과를 양국이 가져오는 윈윈전략에 기초하고 있다. 북러관계는 오히려 전통적 혈맹관계에 가까운 윤리도덕적 관계를 강화하는 것을 기초로 군사외교적인 협력이 강화되고 있으며 향후 경제협력이 강화됨에 따라 가까워지는 속도가 가속화될 것이다.

이러한 전망 속에서 주목할만한 두 가지 사실이 있다.

하나는 ‘9.19 공동성명’ 이행이 동북아 각 국가들이 한목소리로 언급하는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9.19 공동성명이 그 이행계획과 구체적인 프로그램에서 상당히 추상적이라는 비판이 병행되었다는 것을 짚어볼 때 10.9 북 핵실험 이후 북미간의 핵공방을 해결하는 과정은 동북아에서 9.19 공동성명의 추상적인 동북아 평화안보 체제를 구체화시키는 과정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을 도출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10.9 북 핵실험 이후 조성된 복잡한 각 국가간의 이해관계에도 불구하고 북중, 북러, 그리고 북중러 경제협력은 정상적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동아일보는 28일자 기사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핵실험으로 대북 제재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두만강 하류 일대의 도로와 철도의 건설 및 개량 사업을 북한과 공동으로 속속 추진하고 있다”며 “중국의 훈춘, 러시아의 하산, 북의 나진항을 잇는 3국 자유무역지대” 창설을 위한 도로공사, 철도보수공사가 3국 사이에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동북아 각 국가들의 이해관계의 단면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동북아 경제협력이라는 흐름은 북의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거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오히려 이러한 경제협력이 가속화 될수록 각 나라들의 군사외교적인 밀착도도 더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남의 입장에서 보면 10.9 북 핵실험 직후 미국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집중적으로 언급하고 나온 것은 이러한 동북아의 새로운 흐름속에서 남을 최대한 멀리 두려고 하는 의도로 보인다.

이상과 같은 복잡한 흐름 속에서 향후 동북아의 행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전망을 가정할 수 있다.

첫째 동북아 경제협력관계는 북핵 등의 이해관계 충돌과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그리고 안정적으로 추진되며, 둘째 10.9 북 핵실험으로 인해 9.19 공동성명이 제기한 추상적인 동북아 평화안보체제의 가능성이 구체적인 동북아 평화안보 프로그램으로 구체화될 것이며, 셋째 이러한 두 가지 흐름은 필연적으로 동북아에서 탈미적 조류를 더욱 확산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미국의 중간선거와 대선이 이어지는 2006년에서 2008년 시기가 세계 정세에서 주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동북아 정세도 마찬가지다. 경제강대국을 넘어 정치강대국으로 도약을 꿈꾸는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대외 이미지 개선, 투자유치 등의 천재일우의 기회로 상정하고 조심스럽지만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연이은 강경노선으로 인해 재선까지 성공한 푸틴의 러시아는 2008년 마지막 대선을 앞두고 있다. 남측은 잘 알다시피 2007년 대선, 그리고 2008년 총선으로 이어지는 연이는 정치대격변을 앞두고 있는 실정이다. 10.9 북 핵실험의 여파는 둥북아 각 나라들의 정치정세, 그리고 미국의 정치정세와 맞물리면서, 상상 이상의 새로운 구도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