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호 (한국민권연구소 상임연구위원)


통일뉴스는 한국민권연구소와 공동으로 특별기획『북한의 핵시험 어떻게 볼 것인가?』를 7회에 걸쳐 싣는다. 연재 순서는 다음과 같다. / 편집자 주

①북한 핵시험은 미국의 대북전쟁정책에 대한 자위적 조치이다
②북한 핵실험은 미국과의 최후대결전이
③북한의 핵능력, 어디까지 왔는가
④북한의 핵시험, 과연 위협인가
⑤북한의 핵시험 이후 민심은 무엇인가
⑥한반도 전쟁위기, 진보진영은 무엇을 할 것인가
⑦새로운 세계는 가능하다


1. 북한의 핵시험 조치


10월 3일, 북한은 외무성 성명을 통해 단계적으로 높아지는 미국의 대북고립압살책동에 대한 자위적 조치로 안전성이 철저히 보장된 핵시험을 실시한다는 핵시험 계획을 발표하였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압살정책 때문에 핵시험을 실시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비핵화는 변함없는 북한의 종국적 목표이며 북한은 보유가 확인되는 핵무장력을 결코 외부로 이전하지 않을 것이며 핵을 이용한 선제타격을 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였다. 이는 북한의 핵시험이 철저히 미국의 대북압살정책에 대한 자위적 차원의 조치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핵시험 발표를 유엔으로 끌고 가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북한에 대한 강경일변도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실행되지도 않은 예고에 불과한 ‘계획’을 가지고 유엔 차원에서 제재를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논리적 모순인 것이다. 결국 북한은 미국이 진지한 대북협상에 임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10월9일, 예정대로 핵시험을 실시하여 국제사회에 커다란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수많은 언론매체, 정치인들과 대북전문가들은 지구촌의 커다란 충격파인 북한의 핵시험에 대해 저마다 각양각색의 의견들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한국사회에 유포되고 있는 북한 핵시험에 대한 의견들은 대부분 북미 관계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아닌, 미국 측 발언을 전폭적으로 수용하는 바탕에서 이루어진 분석이 대부분이다. 이에 필자는 현 시기 엄중하게 추진되고 있는 미국의 대북전쟁도발에 입각하여 현 사태의 원인을 새롭게 분석해보고자 한다.

객관적 입장에서 북한 핵시험을 살펴본다면 이번 사태의 원인은 미국의 대북압살책동과 전쟁도발위협에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일각에서는 2005년부터 제기된 미국의 금융제재가 북한 핵시험의 원인인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북한 핵시험의 본질적인 원인은 비단 금융제재만이 아니라 부시행정부 전반에 깔려 있는 대북적대의식과 대북전쟁의지, 대북점령정책에 있다.

2. 미국의 대북적대의식

애초에 미국은 강대국들이 결집된 동북아시아에서 주도권을 행사하기 위한 지렛대로써 한반도를 지목하고 한반도에 대한 정치-군사적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집요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미국은 1945년에 한반도 남쪽에 진주한 이래 60년이 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스스로 북한에 대한 평화공존을 언급한 적이 없다. 물론 클린턴 정부 시절의 북미공동코뮤니케와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의 방북과정도 전체적으로 본다면 북미 평화관계 수립으로 나아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지만 이는 미국이 주도적으로 추진 것이라기보다는 1998년 인공위성 발사 이후 북한에 의해 마지못해 이끌려온 측면이 더욱 강하다. 1994년 북미전쟁의 초시계를 움직였던 세력이 바로 클린턴 행정부가 아니었던가. 즉 지난 60년간 미국의 대 한반도 지배전략은 북한을 철저히 고립 압살하면서 한국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동북아시아에 개입하는 전략이었다. 미국은 개입을 하려는데 반해 북한은 개입에 반대하는 것. 이것이 북-미 갈등의 근본 원인이다. 다시 말해 갈등의 원인 제공자는 다름 아닌 미국인 것이다. 최근 부시행정부의 대북정책인 ‘악의적 무시전략’도 역시 역대 미 행정부들의 대북정책의 연장일 뿐이다.

역대 미국의 정권들이 그토록 북한을 증오하고 적대시하는 이유는 북한이 미국의 적대적 횡포에 대해서 맞서왔으며 그 와중에서 단 한 번도 미국에 머리를 숙이거나 양보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세계에서 미국에게 머리를 숙이지 않은 유일한 국가이다.

그리고 북한은 60년이란 긴 시간동안 미국과 대치하면서도 국가를 유지, 강화해 온 사실상 유일한 국가이다. 혹자는 쿠바도 미국의 봉쇄를 견딘 국가라 하지만 쿠바는 미국과 전면전을 치른 경험이 없으며 제재의 기간과 강도에서도 북한과 비교가 안 된다. 북한은 한국전쟁이라는 전면전에서 미국의 군사적 공격을 막아냈으며 이후 지속된 대북봉쇄와 제재도 이겨낸 지구상의 유일한 국가이다.

북한의 대미자주노선은 이제 중남미와 광범한 제3세계 국가들로 퍼져나가고 있다. 쿠바, 베네수엘라, 브라질, 볼리비아 등에 연이어 들어서는 좌파정권들은 부시 행정부의 정책에 동조하지 않고 있으며 중동의 이란은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핵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형국이다. 소련 붕괴 이후 세계 유일의 초대국을 자처하던 미국은 일방주의 정책으로 세계를 마음대로 주무르려고 하였지만 북한을 필두로 하고 북한의 투쟁에 고무되는 반미국가들의 확산은 미국의 행보를 걸음마다 막아서고 있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미국적 철학이라 할 수 있는 실용주의, 물질만능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미국은 북한 점령의 욕심을 버릴 수 없다. 미국의 인구는 북한의 10배에 달하며 영토는 북한의 80배에 육박한다. 국민의 준비정도를 보기에 앞서 객관적인 물질조건을 절대적 기준으로 삼는 미국적 가치에 입각한다면 북한은 결코 미국의 상대가 될 수 없다. 세계 유일의 초대국을 자부하는 미국으로는 자그마한 북한을 붕괴시키는 것이 매우 쉽게 느껴질 것이다. 미국적 가치에 입각한다면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빼면 이라크보다 허약할 수 있다는 것. 북한은 언젠가는 결국 붕괴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관계로 미국은 대북점령욕구를 버리지 못하여 상호공존이 아닌 점령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이러한 이유들로 하여 북한을 가만두지 못하는 것이다. 세계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북한에게 종말을 강요하는 미국과 당당히 이에 맞서는 북한. 이와 같은 상황에서 북한의 핵무장은 어떻게 보더라도 북한의 자위적 차원의 무장이 아닐 수 없다.

결국 북한은 2005년 2월 10일, 핵보유 선언을 하여 세계 9번째 핵보유국이 되었으며 핵무기와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동시에 보유한 세계 4번째의 군사적 강대국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언급한 네 가지 이유로 인해 미국은 여전히 북한을 가만둘 수 없다. 핵보유 선언 이전 시기의 북-미 대결이 패권을 추구하는 자와 패권에 굴복하지 않는 자의 대결이라면 북한의 핵보유 이후 구도는 대등한 양자 간의 판갈이 싸움으로 성격이 변화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핵보유 선언 이후의 북-미 대결은 지난 60년간 지속되어온 대결과는 확연히 다르다. 지금 시기 미국은 대북전쟁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들고 모든 방향에서 북한을 압박하려 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을 대상으로 최후의 전면전쟁을 계획하고 있다는 징후는 다음의 일곱 가지 정황을 본다면 확연해진다.

3. 미국의 대북 전면전쟁의 징후들

1) MD 개발

미국은 미사일 방어체제(MD)를 개발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미국은 2002년 알래스카의 포트 그릴리에 첫 MD 기지를 건설한 이후 수차례에 걸친 미사일 요격실험으로 결과를 축적해왔다. 지난 8월 31일에는 알래스카의 코디엑 아일랜드에서 미사일을 발사하여 이를 캘리포니아에서 격추하는 요격실험을 하여 또 다시 많은 실험결과를 축적하였다. 이번 미사일 방어 실험은 기존 남태평양에서 벌이던 실험과는 차이가 있다. 실제 배치될 지역에서 실험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는 미국의 대북전쟁 계획이 매우 구체적 단계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혹자는 미국이 추진하는 미사일 방어체제(MD)가 북한보다는 미국의 잠재적 대결 상대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체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형적인 문제만 보더라도 이러한 견해는 주변국을 중시하는 주관에서 출발한 나머지 구체적 사실에 입각하지 못한 비과학적 견해이다.

현재 미국은 일본의 동해상에서 시작하여 알래스카, 캘리포니아를 잇는 특정한 궤도에 집중적으로 MD를 배치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모두들 알다시피 미국보다도 더 넓은 영토를 가진 국가이다. 만일 영토가 넓은 중국이 미국을 대륙간 탄도미사일로 공격한다면 북한과 달리 공격경로는 매우 많다. 중국은 만주에서 알래스카를 통해 미국 서부지역을 공격할 수도 있지만 만주에서 북극지역을 거쳐 미국의 동부를 공격할 수도 있으며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중국의 서부사막지역에서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반대로 돌아 미국의 동부지역을 타격할 수 있다. 특히 중국의 서부사막지역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경우 러시아의 시베리아, 북극지역, 캐나다를 거쳐 바로 미국의 보스턴과 뉴욕을 공격할 수 있고 그 궤적은 알래스카-캘리포니아 궤도와 거리상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이 경우 현재 미국이 공들여 배치 중인 동해-알래스카-캘리포니아 선은 그야말로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게다가 정치적으로 보더라도 미국과 일촉즉발의 갈등을 빚고 있는 북한이 군사적으로 미국과 충돌할 가능성이 중국보다 훨씬 크다. 이와 같은 사실을 놓고 보면 현재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미사일 방어계획 (MD)는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미국본토를 공격할 경우 이를 중도에서 요격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아직까지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는 완성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은 조속한 시일 내에 미사일 방어체계를 실전배치하기 위해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이들은 2008년에서 2009년에 이르는 무렵 실용적인 MD 체계를 구축할 목표를 두고 있는 듯하다.

2) 한-미 군사훈련 강화

미국이 구체적인 대북전쟁을 추진하고 있다는 또 하나의 증거는 최근 한-미 간의 군사훈련이 주목할 만하게 증가하고 있는 점이다. 2006년 여름에 진행된 ‘용감한 방패’ 훈련에서는 미국의 항공모함 3척이 동시에 훈련에 참여하는 유례없는 일이 벌어졌다. 통상적으로 미국의 항공모함은 미국 해군 편제의 중심함선이기 때문에 항공모한 3척이 동시작전을 수행하였다는 것은 미국이 꽤 높은 비중을 들여 훈련을 추진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어지는 림팩, 을지포커스 훈련을 보면 2006년은 가히 한-미 군사훈련이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미국은 표면적으로는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 측에 넘기는 만큼 한-미간 군사적 대응태세를 다시 한 번 점검한다고 하지만 전략적 유연성을 통해 동북아 신속기동군으로 역할을 변경한다는 주한미군이 이렇게 강도 높은 한-미 군사훈련을 벌이는 징후는 미국의 군사적 행동이 위험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을 보여준다.

3) 자주국방 명목의 한국군 군비 강화

게다가 미국은 한국정부로 하여금 자주국방이라는 명목으로 천문학적 국방비의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맞물려 추진되는 한국군의 무장을 강화하는 움직임은 2004년 협력적 자주국방이란 미명아래 국방력 강화사업과 맞물려 있다. 당시 2008년까지 진행될 사업으로 예정된 협력적 자주국방 사업에 내년부터 5년간 추진되는 `국방 중기계획`을 통해 국방부는 공중조기경보기(E-X)와 이지스 구축함 확보 등 국방예산으로 모두 151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여기다가 최근 언론은 육군만 따져보더라도 전투준비 태세를 유지하기 위한 편제장비 보유율이 86%에 그칠 정도로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하며 수명을 넘긴 노후 장비가 절반 수준(46%)에 달한다는 분석을 요즈음 집중적으로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유도탄 사령부가 설치되는 등 한국군의 국방능력 강화는 급속히 추진되고 있다. 문제는 자주국방을 표방하면서도 수입하는 무기편제가 미국산 무기로 채워지고 있어 대미종속을 벗어날 수 없으며 무기를 구매하는 이유 역시 북한의 도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란 냉전적 논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겉으로는 자주국방이라 포장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주한미군의 대북공격무기를 한국군이 물려받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4) 전략적 유연성에 기반 한 한-미 군사체계 재편

나아가 미국은 군사편제도 역시 대북침략전쟁에 맞게 재편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전략적 유연성에 기반 한 한-미 군사체계 개편이다.

현재의 한-미 연합사 체계에 의한다면 남북 간의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미국은 자동으로 개입하게 되어 있으며 이는 북한이 군사충돌의 책임을 물어 미국 본토를 보복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그리하여 일차적으로 미국은 휴전선 인접지역에 배치된 주한미군을 평택으로 이전하는 사업을 서두르고 있다. 주한미군 주력이 평택으로 재배치되는 시점은 2008년 말로 계획되어 있다.

한편 주한미군을 후방 배치하여 미군사상자를 줄인다 하더라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통해 미국본토를 공격할 경우 치명적 손실을 입게 된다. 그리하여 미국은 종국적으로는 한-미 연합사를 해체하는 방향으로 전략적 유연성을 추진되고 있으며 전시작전통제권도 한국에 반환하려 한다. 통상 2012년께 반환될 예정이던 전시작전통제권은 미국 측의 요구로 인해 그 시한이 2009년으로 당겨지고 있으며 미국은 이를 통해 남북 간 분쟁이 발생할 시 대북공격은 한국정부의 주도적인 군사행동이라 하면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여 북한의 미국 본토보복공격을 피해보려는 심산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5) 한국과 중국에 대북제재 종용

미국은 또한 북한의 군사적 대응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북한에 대한 국제적 제재를 가하여 북한을 국제적으로 고립, 압살하여 그 대응력을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미국의 봉쇄전략은 지난 시기 이라크에 적용되어 이라크의 군사적 대응력을 무력화시키는데 크게 작용한 바 있다. 이라크는 1991년 걸프전 이래 12년간 미국의 제재에 놓인 결과 굴지의 산유국임에도 불구하고 빈곤을 면치 못하여 상시적인 식량과 의약품의 부족에 시달렸으며 이로 인해 유아 사망률이 증가하고 경제가 침체하는 등 국가사정이 약화되어 왔다. 미국은 이라크에 대한 학습효과로 인해 북한에 대해서도 전방위적 봉쇄, 제재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90년대 고난의 행군을 승리적으로 결속한 역사적 사실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진행되는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 결의안은 90년대의 북한 경제난을 뛰어넘는 극단적인 초강경의 제재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북금융제재만 하더라도 미국은 전 세계 각국이 제재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고 있으며 핵실험에 대한 유엔 결의안을 보더라도 미국은 매우 광범위한 제재결의안을 채택하고 있다. 미국은 2006년부터 이와 같은 전면적인 제재를 실시한다면 3년 후인 2009년께 북한의 대응능력은 지금보다 현저히 약화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듯하다.

그러한 이유로 미국은 현재 중국과 한국을 대북제재에 동참시키기 위해 갖은 애를 쓰고 있다. 부시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태도변화를 극찬하면서 중국과 미국은 새로운 밀월관계라 할 만큼 접촉이 빈번하다.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은 개성공단의 한국인들이 북한에 인질로 역류될 가능성이 있다는 소문을 퍼뜨리고 있으며 버시바우 대사는 인터뷰를 자청하여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중단할 것을 한국정부에 압박하고 있다.

이는 곧 북한의 대외무역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한국과 중국을 제재에 동참시키겠다는 미국의 의지로 풀이된다. 국제적인 봉쇄와 고립은 북한이 전쟁수행능력을 감퇴시키므로 미국이 대북전쟁을 단행하기 위한 핵심요소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국제적인 대북봉쇄망을 형성하기 위해 주변국과의 외교적 해법을 무엇보다 중시하고 있으며 공동의 보조를 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부시행정부에서 들려오는 외교적 제스처는 이처럼 북한과 진지한 대화를 추진하려는 전향적 태도에서 나오는 외교가 아니라 북한을 봉쇄하여 고립 압살하는데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를 동참시키기 위한 적대적 외교이다.

6) 우경화되는 일본과의 공조 강화

미국의 대북전쟁계획은 자기 영향 아래의 동맹국을 총동원하고 있다. 그 하나의 예로써 일본에서 들어선 아베 정권을 들 수 있다. 미국은 일본과의 찰떡궁합을 더욱 과시하면서 일본의 국제적 위상을 높여주는 대신 대북압박의 첨병으로 나서게끔 추동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에 비해 훨씬 더 우익인사로 분류되는 아베 신조가 총리직에 오르면서 일본의 군국주의 우경화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가 있었다. 예상대로 아베정권은 북한의 핵시험을 두고 미국을 능가하는 초강경 조치를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누구보다도 미국에게 막대한 외교적 편의를 제공한다. 일본이 강경책으로 나갈수록 미국은 자신의 외교적 책임을 덜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최근 한-중-일 연쇄정상회담을 보더라도 아베는 집권하자마자 동북아시아 주변국과의 외교관계 정상화라는 외피를 쓰고 중국과 한국에 대북 제재를 종용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자신의 대북국제고립을 실현하기 위해 일본을 매우 중요한 요소로 삼고 그 우경화를 용인해주며 적절히 대북전쟁에 이용하고 있다.

7) 한국의 대선

그러나 미국은 한반도 전쟁반대를 중요한 원칙으로 삼고 있는 노무현 정부가 있는 한 대북전쟁을 벌이기란 쉽지 않다는 타산을 하고 있다. 그리하여 미국은 2007년 말 한국 대선에서 한나라당을 비롯한 대표적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친미보수세력들이 집권하기를 바라고 있다. 지금의 한나라당은 한-미 정상회담 중인 노무현 대통령을 제치고 한나라당 방북단이라는 이름의 독자적인 대미외교를 펼치는 수준에 도달하였으며 주한미대사 알렉산더 버시바우는 청와대와 외교부를 방문할 대신 국회에 들어와 야당인사들인 한나라당 의원들과 연일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다. 미국은 노무현 정권이 임기후반으로 들어서면서 집권공백이 생기기를 바라고 있으며 한나라당이든 여타의 다른 보수적인 대권주자이든 미국의 대북강경책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인사를 대선에 당선시키기 위해 주도면밀한 정치적 지원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현 시기 한국의 친미보수세력이 공공연한 남북대결의식을 추동하는 것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4. 미국의 대북 전쟁계획

이상의 정황을 종합하여 미국의 대북전쟁계획을 추론한다면 그 시기는 대략 2008년에서 2009년 사이가 될 것이다. 미국은 그 기간까지 주한미군의 재배치를 완료하여 주한미군 규모를 축소하고 후방으로 이동 배치하여 북한군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미군피해를 최소화하려 할 것이다. 또한 한-미 연합사를 해체하여 대북전쟁의 중심으로 한국군을 내세우고 자신들은 지원임무, 또는 우방으로써의 인도적 지원이란 감투를 쓰고 거리를 유지할 것이다. 이렇게 한다면 정치적으로 북한이 미국본토를 보복할 명분이 줄어들게 된다.

그렇지만 미국은 북한이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미 본토를 타격할 가능성도 고려할 것이다. 이에 대비해 미사일 방어체제 배치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다가오는 2008년에서 2009년까지 미국은 미사일 방어체제를 실전배치하여 북한이 미국본토를 공격할 경우에는 미사일 방어체제를 작동시키려 할 것이다.

미국의 판단으로 본다면 2009년까지 제재가 지속되면 북한은 극단적인 경제적 곤란에 빠지게 되므로 대륙간탄도미사일 등의 추가 제조는 물론이고 이미 개발, 배치한 미사일도 정상적으로 유지관리하기 힘들어질 것으로 추측할 것이다. 이 경우 북한 미사일의 발사 성공률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미국이 이러한 분석에 입각한다면 실제 배치되는 미사일 방어체계의 명중률이 100%가 되지 않더라도 미국은 전쟁을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뿐만 아니라 재래식 무기까지 그 대응력이 현저히 감소할 것이라고 타산할 것이다. 게다가 2007년의 한국대선에서는 대북강경책을 이어받을 한나라당을 비롯한 친미보수세력이 당선될 것이다. 2009년이면 한국군의 군사력 강화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남북 군사대결의 구도에서도 한국정권의 승산은 커진다고 보는 것이다. 미국은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의 군사력이 심대한 타격을 받는 적절한 시점에 참전을 선언하여 한반도 전체를 장악하려고 할 것이다.

미국의 대북전쟁도발이 이처럼 한국의 친미세력을 앞세우고 배후조종의 형태로 예견되는 이유는 북한이 핵을 보유하였기 때문이다. 미국은 ‘조국통일’과 ‘우리민족끼리’를 강조하는 북한이 한국에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다. 그러하기에 미국은 한국정부를 추동하여 재래식 무기의 전쟁을 수행하고 미 본토가 핵보복공격을 받을 가능성을 최소화하려 한다.

이러한 내용의 미국의 대북전쟁계획은 지금까지 정식화되었던 작전계획 5027 등과는 차원이 다른 점을 볼 수 있다.

첫째, 구체적인 전쟁개시의 시간을 상정함으로써 그 위험성이 비교할 수 없이 높다는 점.

둘째, 작전의 범위가 전 세계를 망라할 정도로 매우 포괄적이라는 점.

셋째, 작전계획 5027의 경우 미국이 군사작전을 주도적으로 여론에 알린 부분이 있지만 이번의 경우는 외교적 해법, 평화적 해결이라는 외피 아래 은밀히 진행되는 작전이라는 점.

넷째, 바로 지금이 미국이 상대하던 북한이 핵을 보유함으로써 지금까지 유효하였던 미국의 대북한 정책 - 고립정책 - 의 근본적 변화가 올 시점이라는 점.

이와 같은 이유로 인해 현 시기 벌어지는 미국의 대북전쟁계획은 상당히 주도면밀하고, 상당히 구체적이며,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정확히 맞아떨어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한반도에 전쟁의 먹구름이 몰려오는 지금의 긴박한 정세는 1950년 여름과 지난 1994년 6월의 정세 못지않게, 아니면 그보다 오히려 더욱 엄중하다고 하겠다.

5. 북한 핵실험은 자위적 조치

미국의 대북적대노선은 구체적 전쟁을 도발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예측은 매우 현실적이다. 이처럼 자신에 대한 전쟁계획이 이처럼 단계적으로, 주도면밀하게 추진되는데 가만히 앉아 있다면 이는 더 이상 주권국가가 아니다. 주권을 가진 모든 국가는 자기에 대한 명백한 군사적 위협에 대해 자위적 차원의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 자위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 자에게 기다리는 것은 바로 이라크의 운명밖에 없다.

북한이 전 세계를 놀라게 하는 핵시험을 하면서 연이은 주동적 조치들을 천명하는 것은 현 시기 엄중하게 조성되는 미국의 주도면밀한 대북전쟁도발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다. 북한은 절제되면서 확고한 주동적 조치로 부시 행정부를 연이어 몰아붙이며 미국의 전쟁정책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 핵시험과 같은 자위적 조치를 통해 제재에만 매달리는 부시행정부를 대결장으로 끌어내고 있으며 더욱 강도 높은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부시행정부는 자신을 따르는 주변국의 행렬을 보고 허세를 부릴 때가 아니다. 북한이 이라크처럼 2009년까지 그저 당하고만 있을 것이라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선제타격은 미국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 북한의 경고이다. 북한은 수차례에 걸쳐 대화에도, 전쟁에도 모두 다 준비되어 있다고 천명하여 왔다. 시간은 언제나 미국의 편이 아니라는 것 역시 북한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2006년 가을의 동북아 정세는 대북제재는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고 주한미군은 한국에 발이 묶여 있으며 노무현 정부는 전쟁을 반대하고 있고 MD의 실전배치는 아직도 요원하다.

부시행정부는 현 시기 자신의 전쟁도발행위가 조만간 부메랑이 되어 날아온다는 사실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미국은 지금이라도 대북전쟁도발을 중지하고 진실한 자세로 북한과 대화에 임해야 할 것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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