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우 전문기자 (tongil@tongilnews.com)


북핵실험이후 정국이 잔뜩 긴장되어 있는 가운데 12일부터 김포와 강화 사이를 흐르는 일명 염하에서는 해병대7733부대의 강화상륙훈련이 시작되었다.

갑곶돈대에서 오두돈대 사이 염하강에서 진행되는 이 훈련은 11일 밤 늦게서야 마을리장단 회의에 통보되어 리장들이 바로 다음날인 12일, 주민들의 잠이 덜 깬 새벽 6시부터 홍보방송을 내보내는 등 급박하게 진행되는 인상을 감출 수 없었다.

훈련 사전 통고 제대로 안돼

선원면 신정리, 연리, 오두리를 비롯 훈련구간에 인접한 마을에서는 훈련통보와 함께 대포소리 등이 나더라도 놀라지 말라는 것과 가급적 훈련기간에는 해안도로 출입을 자제해 달라는 안내방송이 나갔다.

그러나 해안도로는 인접마을 주민들만 이용하는 곳이 아니고 강화읍내 주민들의 산책로이자 강화의 주요 간선도로이기 때문에 강화주민 전체가 사용하는 도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화군청 홈페이지 등 어디에도 훈련에 대한 통고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같은 통고는 인근마을에만 된 것으로 파악되었다.

 

▶올해 3월 태안 만리포에서 실시된 RSOI/독수리연습 당시 수중에서 몰려오는 수륙
양용상륙장갑차 모습. [자료사진 - 통일뉴스]

훈련 첫날인 12일에 이어 13일에도 포성, 총성과 함께 훈련은 계속되었다.

아침 7시30분경 강화대교 건너편 김포 성동리포구에서 순시선 두 척이 나타났다. 강화대교 아래로는 어로한계선이어서 장어잡이 배들이 나란히 줄지어 서 있다. 그러니까 어로한계선과 한강하구선 사이에 해병대의 성동리포구가 있는 셈이다.

순시선의 앞쪽에는 방탄판과 함께 기관총이 설치 되어있고, 찬 강바람에 움추러든 해병이 총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이 지나간다. 순시선이 훈련구역인 용진진 근처에 다다랐을 때 이곳에서 작업을 하던 어선들이 순시선의 지시에 의해 강가로 밀려나며 화가 난 듯 뱃고동의 매연을 심하게 뿜고 움직인다.

한편 염하강 건너편 김포 골프장(씨사이드컨트리클럽) 아래쪽에 위치한 해병부대에서는 고무보트에 모터를 단 상륙보트들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훈련구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가상훈련 아닌 이례적인 실제 사격훈련

김포 고양리 해안에 거의 모든 고무모터보트들이 도열을 끝냈을 무렵 산촌근처 해안에서 3대의 보트가 강화 오두리 해안도로 쪽을 향해 전속력으로 질주하여 오두돈대 앞 갯벌에 상륙했다.

 

▶2004년 3월 포항 독석리 해안에서 실시된 독수리연습 당시 치솟는 물기둥. 
[자료사진 - 통일뉴스]

잠시 뒤 해안 갯벌에서 폭음과 함께 수십미터가 넘는 물길이 솟구쳤다. 3척의 보트가 UDT나 해군의 실(SEAL)특수부대와 같은 역할인 해안 폭파임무를 수행한 것이다. 이것은 상륙전에 미리 침투해서 가상적의 후방이나 적진에서 상대를 혼란에 빠뜨리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수중폭파를 신호로 해병대의 상륙장갑차(AAV:Amphibious Assault Vehicle) 5대가 김포 고양리 해안에서 강으로 물보라를 뿜으며 등장하고, 이미 1열로 늘어서 있던 고무보트 15척(파란깃발)과 1파(Wave:상륙전용어)를 이루고 강화 오두돈대 해안가로 맹돌격하기 시작했다. 강화해안에서는 상륙에 대항하는 가상적의 총격과 포격이 이루어졌다. 고막을 찢는 포성과 콩 볶듯 쏘아대는 총탄소리가 강가를 뒤 흔들었다.

 

▶일반적으로 가상훈련이 이루어지는데 반해 강화상륙훈련은
이례적으로 실제 사격이 실시됐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자세히 보니 보트사이의 수면에 총탄이 박히며 물보라를 튀기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훈련에서는 마일즈(MILES다중레이저통합교전체계)장비로 가상훈련만을 하는데 여기선 실제 총을 쏘고 있었다. 실탄은 아니겠지만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한미연합상륙훈련시에도 마일즈를 이용할 뿐 직접 총격을 가하진 않는다.

통상적 해안상륙훈련과 차이점 많아

여기까지의 진행에서 일반적인 해안상륙훈련과 다른 점이 두 가지 있었다. 첫째는 해안상륙교리에 의하면 1파 상륙전에 전투기에 의한 강화해안 맹폭격이 있었어야 한다. 공군의 육군에 대한 근접지원 임무이다. 가상적의 전투력이 폭격에 의해 마비되어야 안전한 상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상륙전에서는 이같은 사전폭격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둘째는 상륙과정에서도 통상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 많이 눈에 띄었다.

먼저 상륙정들의 기동이 직선이 아닌 지그재그식이여야 한다. 상대방으로부터의 총격을 최대한 회피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강폭이 1km도 안되는 단폭이어서 그런지 직선기동을 했다. 회피보다는 속도를 택한 것이다. 700m의 강폭을 도강하는데 걸린 시간은 6분 50초, 약 7분이다. 그러나 해안가의 가상적이 완전히 궤멸되지 않은 이상 직선기동은 속도를 취할 순 있지만 안전을 포기해야 하는 모험이기도 하다.

 

▶올해 3월 태안 만리포에서 실시된 RSOI/독수리연습 당시 수륙양용장갑차들이 해안에
접근하면서 연막탄을 내뿜는 모습. [자료사진 - 통일뉴스]

1파가 출발한지 3분쯤 후에 그러니까 1파가 염하의 중간지점을 건너고 있을 때 노란색깃발을 단 2파가 출발하였고, 2파의 상륙장갑차에서 흰색 연막이 터지고, 뒤이어 앞서가던 1파에서 검황색 연막이 터졌다. 상륙전의 상식대로라면 이것도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적 해안에 가까워지면서 상륙정들의 안전과 회피기동을 위해 연막을 피우는 것인데 2파가 먼저 연막을 터트림으로 해서, 2파가 해안에 접근했을 때는 자신을 보호해 줄 연막이 바람에 다 날라가 버린 상태일 것이기 때문이다. 훈련미숙이 부른 실수로 보인다.

1파가 해안상륙에 성공한 후 녹색깃발을 단 3파가 또 김포해안을 출발했다. 그 사이 양안에서는 총성과 포성이 계속 울리고 있었다. 남아있던 두 척의 상륙장갑차가 출발을 하고 뒤이어 김포해안에 머물러 있던 바지선에 가까운 탱크 수송선 4대가 1대 내지 2대의 탱크를 싣고 서서히 움직였다. 총 6-7대의 탱크가 강화해안에 부려질 모양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상륙까진 하지 않고 염하중간지점도 못 미쳐서 지도선의 깃발신호를 받고 뱅뱅 도는가 싶더니 다시 김포해안으로 돌아갔다. 약식훈련을 한 것인지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이 경우에도 상륙정의 병사만으로 상륙전이 끝난 것이 아니라 뒤이어 보병이나 해병부대가 상륙해야 하는데 그런 절차는 실행되지 않았다. 또한 수송헬기에 의한 중화기들이 강화해안으로 수송, 상륙하지도 않았다. 실전이라면 어설프기 짝이 없는 상륙전인 셈이다.

위기정국에서 바람직한 훈련인지 의문

눈에 띄는 것은 고기잡이 배 한 척이 훈련을 하건 말건 태연하게 그 아수라장의 한복판에서 고기를 잡고 있는 것이었다. 군용보트가 다가가는데도 아랑곳없이 자기들끼리 수다를 떨며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귀신 잡는 해병도 잡을 어부였다.

강화도는 전쟁이 발생하면 작전상 포기하고 김포에서 방어선을 구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상륙훈련이 이루어지는 것은 의외이다. 한미연합상륙전연습은 올초 만리포에서 이미 이루어졌다. 그런데도 북핵실험 직후 육지의 민통선 지역보다 북을 더 가까이 두고 강화염하수로에서 실전을 방불케 하는 상륙훈련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범상히 보아 넘길 일은 아닌 듯하다.

상륙전 훈련은 오랜 준비 뒤에 가능한 것이긴 하나 서둘러 북핵위기에 맞추어진 측면은 없는지 의문이다. 전군에 비상경계태세가 내려지긴 했지만 상대를 예리하게 자극할 수 있는 이 같은 훈련은 경계태세가 아닌 도전으로 비추어질 수 있다. 의도야 어떻든 강화상륙훈련은 현재와 같은 조마조마한 위기정국에서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군과 정부당국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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