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1일 국가미사일방위(NMD)체제의 기존 기술에 대한 "절대적 확신"이 부족하다면서 NMD체제 배치 여부에 관한 결정을 차기 대통령에게 넘길 것이라고 밝혔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시내 조지타운대학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NMD체제 개발이 진전을 이룩했으나 "우리는 이 (NMD)체제가 제대로 작동할 것이라는 절대적인 확신을 갖게 될 때까지는 (배치를) 추진해서는 안될 것"이라면서 "따라서 나는 지금은 NMD의 배치를 재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당장 NMD계획을 추진할 만큼 기술에 대한 충분한 확신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 자신할 수 없다고 밝히고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에게 NMD체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 때까지 활발한 시험계획을 계속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알래스카의 알루샨열도에 구축할 예정이던 고성능 레이더망 발주계획은 취소됐으나 완벽한 NMD체제의 개발을 위한 연구는 계속된다.

클린턴 대통령은 또 NMD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러시아 및 중국, 유럽의 동맹국들과 미국간에 빚어지고 있는 마찰을 해결하는 외교적 방안을 찾는 데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자신의 결정이 미국으로 하여금 이들 국가의 반대를 극복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특히 막강한 핵전력을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에 NMD가 국제적인 안정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미국이 러시아를 비롯한 여타 국가들과 더불어 치명적인 무기의 확산 저지와 군축을 계속 추진하면서 전략방위의 지평을 탐색하는 것이 미국과 세계를 위한 것임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내년 1월 백악관을 떠나는 클린턴 대통령은 "NMD는 배치될 경우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평화와 힘 그리고 안보를 유지.향상시킬 수 있는 보다 큰 전략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자신은 "차기 대통령이 이 전략을 추구할 수 있는 능력을 극대화하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어 자신의 결정 연기에도 불구하고 오는 2006년 또는 2007년까지는 NMD체제가 배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미국은 그때 까지의 시간을 "NMD가 배치될 경우 실제로 우리의 국가안보 전반을 향상시킬 것인지를 확인하는 데 이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초 2005년을 목표로 삼았던 NMD배치 여부에 관한 결정은 오는 11월7일 실시될 선거에서 당선될 차기 대통령에게 넘겨지게 되면서 이번 선거의 주요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NMD배치를 강력히 지지하고 있는 공화당의 대통령후보인 조지 W. 부시 텍사스주지사는 이날 성명을 통해 "클린턴 대통령이 이 미완성의 업무를 차기 대통령에게 넘기겠다는 오늘의 발표는 클린턴-고어 행정부가 지난 7년동안 미국의 국방을 강화하는 데 실패했음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자신이 대통령이 될 경우 "가장 빠른 시일내에" NMD를 배치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반면 당내 일각에서 NMD에 대한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는 민주당의 대통령후보인 앨 고어 부통령은 "실제로 이 (NMD)기술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보다 확실히 하기 위한 기회를 환영한다"면서 추가실험을 허용하는 클린턴 대통령의 결정에 동의했다.

NMD체제는 전지구적 규모의 미사일 방어망 체제인 이른바 `스타워즈`의 축소판으로 중동,북한 등의 이른바 `불량국가`들이 발사하는 제한적인 수준의 장거리 탄도 미사일 공격을 무산시키기겠다는 목적을 띤 전략방위채제로 당초 2005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추진되어 왔다.

그러나 이 체제는 지난해 10월의 1차 실험 성공 이후 지난 1월과 7월에 실시한 두 차례의 실험이 잇따라 실패, 이번 클린턴 대통령의 배치결정 연기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코언 장관이 NMD배치문제와 관련, 클린턴 대통령에게 어떤 내용의 권고를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국방부관리들은 그의 견해가 면담, 전화통화 및 문서를 통해 클린턴 대통령에게 전달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크레이그 퀴글리 국방부대변인은 코언 장관이 예상됐던 것과는 달리 클린턴 대통령에게 NMD체제 배치에 관한 단일 건의서를 제출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시간을 두고 자신의 견해를 클린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연합2000/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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