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우 (사진작가, www.siwoo.pe.kr)


작통권의 ‘이양’과 ‘위임’

작전통제권은 유엔사에서 한미연합사로 이양된 적이 없다.
객관적인 사실을 확인하지 않다보면 오류에 빠지기 쉽다. 대부분의 언론은 작전통제권환수와 함께 ‘이양’이란 말을 쓰고 있다. 78년 유엔사의 작전통제권이 한미연합사로 ‘이양’된 뒤 한미연합사가 행사해 온 작전통제권을 환수 받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소위 78년 한미연합사창설공문에는 유엔사의 작통권이 한미연합사로 ‘이양’된 적이 없다. ‘이양’이 아니고 ‘위임’되었을 뿐이다. ‘위임(Reference)’은 ‘이양(handover)’과 다르다. 권한의 ‘위임’은 권한 귀속주체의 변경을 초래하나 이를 취소할 수 있는 지휘.감독권을 주체는 여전히 가지고 있다. 반면에 권한의 ‘이양’은 권한 자체가 확정적으로 이전되는 것으로 이양주체의 지휘.감독관계까지도 소멸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엔사에서 연합사로의 작통권의 이동에 대해 ‘위임’과 ‘이양’을 혼동해서 쓰는 경우가 많은데 가장 보수적인 법학자인 김명기 교수의 여러 논문에서도 작전통제권이 유엔사에 있음을 중복 확인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1950년 이승만대통령은 맥아더사령관에게 ‘작전지휘권’을 ‘이양’했고, 1978년 유엔사는 한미연합사에 ‘작전통제권’을 ‘위임’했다.

1950년 이승만대통령으로부터 작전통제권도 아닌 작전지휘권을, 위임도 아닌 이양을 받은 유엔사는 1954년 한미합의의사록에서 이를 작전통제권(operational control)으로 변경 합의했고, 78년 한미연합사창설공문에서는 작전통제권 ‘위임’으로 변경 합의했다.

1980년 광주항쟁 당시 특전사가 연합사의 작통권을 일방적으로 해제하고 이동한 것으로 미국이 설명하는 논거가 바로 ‘위임’이다. 연합사의 작전통제 아래서도 한국군의 쿠데타가 가능했던 것은 한국군이 연합사 작전통제부대목록에서 자기 부대 목록을 제외시키면 되기 때문이다.

만일 작통권이 연합사에 ‘이양’된 것이라면 한미연합사는 정전협정의 서명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정전협정의 일방이 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제기 된다.

정전협정 5조 61항은 ‘본 정전협정에 대한 수정 및 증보는 반드시 적대쌍방 사령관들의 상호협의를 거쳐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한미연합사에 유엔사의 작전통제권을 위임한 것은 정전협정의 상대방인 인민군이나 중공군과 전혀 합의 없이 이루어진 일이다.

연합사는 남측지역의 작전통제권을 위임 받았으므로 법적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실질적으로는 남측지역을 통제한다고 볼 수 있다. 대한민국도 주권국가이기에 작통권을 환수 받으면 독자적으로 작통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한미 두나라는 국제사회의 일원이므로 국제법의 제약 또한 받는다.
따라서 정전협정과 국내 군법에 의한 작전권의 행사가 충돌할 때 어느 것이 우선하는가의 문제가 발생한다.

먼저법이 나중법에 우선한다는 국제법이론에 따라 당연히 법적으로는 정전협정이 우선한다. 과거 제주해협을 통과하는 북의 상선에 한국군이 교전수칙으로 대응한 것도 정전협정 우선적용논리였다. 다시한번 확인하면 한미연합사창설 공문은 유엔사의 작통권을 한미연합사에 ‘위임’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서 언제든지 유엔사가 연합사의 작통권 행사를 취소시킬 수 있는 지휘, 감독권을 가지고 있다.
결국 유엔사의 작통권은 언제든지 큰 장애 없이 복원될 수 있는 것이다.

새로운 군사지휘기구냐? 유엔사냐?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이후의 지휘구조에 대해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 한미일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군사기구가 제안될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하다. 한편 유엔사를 강화한다는 발언이 미군당국자의 입을 통해 여러번 흘러 나왔다.

어느 것을 선택할지는 미군의 선택이니 미리예단을 할 순 없다. 그러나 확률을 계산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첫째, 새로운 동북아 군사통합기구는 구상도 끝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유엔사는 구상속에서가 아니라 실제로서 존재한다. 무엇보다 새로운 군사기구의 창설은 가상적인 중국이나 소련의 반발을 감수하고 돌파해야 할 것이다.

둘째, 새로운 군사기구로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선 유엔안보리의 결의를 필요로 한다. 유엔결의 없이 전쟁을 개시할 순 있지만 전쟁발발 후의 외교적 부담을 감당할 각오를 해야 한다. 더구나 일국이 아닌 여러나라로 구성된 연합기구나 협의기구에서 이를 감당한다는 것은 난감한 일이다. 그러나 유엔사에 있어서는 1950년의 유엔안보리 결의가 정전상태인 현재에도 유효하다.

셋째, 유엔헌장 2조 내정불간섭 조항에 의해 어떤 나라, 어떤 군사기구도 전쟁이 아닌 붕괴나 내전상황에 개입할 수 없다. 그러나 유엔사는 1950년 유엔안보리 결의에 의해 이 또한 가능하다. 유엔사/연합사 작전계획인 5029는 북의 내란과 붕괴 상황에 북으로 들어가기(go in)위한 계획으로 실재 존재 하고 있다. 새로운 군사기구를 만든다면 5029가 가정한 것과 같은 조건에서의 작전계획을 작성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유엔헌장을 위반하지 않는 한 국제법의 일치를 충족시켜야 할 작전계획이 작성될 가능성은 없다.

넷째, 새로운 군사기구가 유사시 일본의 기지를 사용하고 자위대를 동원하기 위해선 유사법제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일본국내의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유엔사는 1951년 한국에서의 유엔군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요시다-애치슨 교환공문에 의해 어떤 절차도 필요없이 언제든지, 기지를 사용할 수 있고, 자위대를 동원, 작전통제 할 수 있다.

미군이 전략적 유연성을 관철하기 위해 일부러 어려운 길을 선택하려 한다면 새로운 군사지휘기구를 만들 것이고, 쉬운 길을 선택하려 한다면 유엔사를 택할 것이다.

유엔사의 작전통제권 위임 취소

유엔사 강화라는 말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연합사를 해체하면서 연합사에 위임되었던 작전통제권을 한국군에게 돌려주고, 유엔사도 마찬가지로 다시 환수 받으면 된다. 연합사 해체와 함께 한국군과 유엔사가 동시에 작전통제권을 환수 받는 것이다. 유엔사 환수의 경우엔 법적 형식이 다만 ‘위임취소’가 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궁극적으로 유엔사의 작전통제권은 소멸되지 않았다. 그리고 1950년 6월 유엔안보리 결의에 의한 '전쟁권'과 10월 유엔총회 결의에 의한 '북측지역의 점령통치권'은 남측정부나 미국정부와는 무관한 권한이므로 여전히 유엔사의 작통권 안에 존속하고 있으며, 주일미군 후방기지사용권과 자위대동원권도 한국군의 작통권 밖의 권한이다. 현재의 상태에서도 유엔사령관은 주한미군, 주일미군, 한국군, 자위대 모두를 작전통제하에 둘 수 있는 자격을 가지고 있다.

또한 유엔사 명의의 작전계획이 이미 2개나 존재하고 있다. 5027-98과 5029가 그것이다. 매년 작전차원의 군사연습도 실시되고 있다. 2002년부터 전 라포트 유엔사령관은 한국전 당시 16개 유엔참전국에 대한 외교적 설득과 합의도 거의 받아놨다. 유엔사가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모든 기본요소는 이미 충분히 충족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유엔사 강화라는 말은 일종의 수사에 불과하며 지금 당장도 유엔사는 충분히 강화된 상태이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유엔사

유엔사와 연합사의 전시작통권중 어느 것이 먼저 환수되는가는 중요한 문제였다. 어쨌든 연합사의 전시작통권이 먼저 환수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혀졌다. 전시작통권 환수의 범위와 내용을 둘러싸고 많은 논쟁지점이 있으나 이에 대한 논의는 다음으로 미루어야겠다.

중요한 것은 전시작통권 환수가 유엔사문제와 연관되어 있는 이상 국민이 기대하는 범위와 내용이라고 정부가 제시한 ‘주권’ 문제 해결에서는 벗어나 있다는 사실이다. 유엔사 문제가 해결될 때에만 군사주권 문제는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를 환영하면서도 우리가 한발 더 앞서 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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