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858기 사건 의혹과 관련 고전으로 꼽히는『나는 검증한다, 김현희의 파괴공작』(창해, 2004)을 저술한 일본인 저널리스트 노다 미네오(野田峯雄) 씨가 국정원발전위의 KAL858기 사건 조사결과 중간발표를 접하고 4일 서신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외국 전문가로서 지난 1일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위원장 오충일, 이하 국정원발전위)의 중간발표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은 노다 씨가 처음이다.

▶2003년 11월 29일 KAL858기 사건 16주기 행사에서 연대사를하고 있는 노다 미네오씨.
그는 이 행사를 마지막으로 입국금지 조치로 방한하지 못하고 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노다 씨는 서신에서 "저는 이번의 '국정원발전위'에 의한 대한항공기858편 사건에 관한 중간보고를 접하고, 그 비과학성 및 비실증성, 이와 표리관계를 이룰 무시무시한 단락성(본질을 무시하고 사물을 간단히 관련지음)에 대단히 놀랍고, 아울러 낙담하고 있다"는 심경을 밝혔다.

그는 "중간보고에서 드러나는 세세한 문제에 대해서는 나중에 명확히 하겠다"면서 "그러나 한가지 예로 '꽃다발 소녀(화동)' 사진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겠다"고 국정원발전위의 발표 내용을 공박했다.

그는 "국정원발전위는 그 사진을 일본에 사는 하기와라 씨로부터 입수하여 분석한 끝에 '김현희의 소녀시절 사진'이라고 단정하였다"며 "그들의 두 눈에 무엇이라도 씌웠는지요? 그게 아니라면 그들은 어이없는 태만이라는 질병에 걸린 것이나 다름없다"고 단언했다.

"하기와라 씨는 1972년 11월의 남북조절위원회 제2회 공동위원장 회의를 취재한 요미우리 신문 기자(고인)와 만나 '이 사진(하기와라 씨가 촬영한 사진)의 소녀는 김현희가 아니다'라는 결론에 도달해 '잘못되었다'라고 지인에게 불평을 털어놓았다고 지적된 바 있"지만 "실제로 하기와라 씨는 자신의 저서에서는 앞의 말(하기와라가 촬영한 사진의 소녀=김현희)을 살짝 뒤집었다. 참고로 하기와라 씨는 대단히 격렬하게 '북한'을 증오하고, 그것을 기회 닿을 때마다 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그는 이번 국정원발전위의 김현희 화동사진에 대한 새로운 판단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그는 "4월 5일 도쿄에서 한국에서 일본으로 온 과거사(칼기 858편 사건)의 국정원발전위의 3명을 만났다"며 "그들이 '만나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국정원발전위의 조사결과 중간발표문에도 대표적인 면담자 중의 하나로 그의 이름이 명기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중간발표문 5쪽)

그는 "그들이 나에게 면담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잘못 알고 있는지 나에게 '자 무엇이든 질문하세요'라는 말을 했다. 내가 그들에게 면담을 요청해서 '내키지 않지만 억지로 만나주는 것 같은' 그런 분위기였다"며 "그들을 만난 나의 인상은 그들은 처음부터 '사건은 북에서 일으킨 것이다'는 결론을 갖고 그것을 증명하고자 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밝혔다.

노다 씨는 지난 4월 국정원발전위와의 면담 후 보낸 이메일 서신을 통해서도 "처음 '두 시간 정도 걸린다'라고 해서 나는 그렇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만나고 한 시간쯤 지나자, 아직 이야기 도중임에도 불구하고 '자 면담은 끝났다'고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면담을 요청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라고 당시의 분위기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아무튼 그들 세 명은 무엇 때문에 나에게 면담을 요청한 것일까, 지금은 완전히 알 수 없다. 조금도 이해할 수 없다"고 당시의 심정을 전했다.

그는 서신에서 "그렇지만 중간보고가 아무런 성과도 올리지 못했다는 말은 아니다"며 "김현희 및 정형근 전 안기부 사건수사단장이 '도망다니고 있는 사실'을 선명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라고 비꼬았다.

"김은 자신이 처한 현재의 처지를 매우 비관스럽게 보고 있다고 하는데, 왜 진실을 철저히 이야기함으로써 '이 비참한 처지'에서 완전히 탈출하려고 하지 않는 걸까? 정 씨는 왜 도망을 다니고 있고, 게다가 외야석에서 품격이 떨어지는 야유를 던지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그 사람이야말로 '더욱 큰 문제의 인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조차 든다"는 것이다.

그는 서신에서 "그 도쿄 면담뿐만 아니라 이번 중간보고를 접하면서 저는 다시금 '그들은 무엇을 위해 그 동안 방대한 시간과 돈을 들여가며 활동했나'라는 의문이 솟구치는 것을 어찌할 수 없다"며 "어쨌든 발전위원회가 '누군가'에게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은 추악하다"고 적었다.

또한 "그들은 지난날의 방대한 허위에 새로운 허위를 올려 놓으려는 듯이 보인다"며 "그들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다시금 격렬하게 모욕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저는 발전위원회가 하루빨리 제 자리를 잡아, 이번 가을로 예정된 최종보고에서 누구나 납득 가능한 증거를 제시하고, 명백하게 진실을 이야기하기를 강력히 기대하고, 또한 강력히 요망한다"는 바람으로 서신을 마무리했다.

노다 씨는 그의 일본어 저서인 '파괴공작'이 2004년 3월 국내에서 번역 출간된 뒤 그해 6월 3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한국 정부에 의해 입국이 불허돼 강제 귀국한 이후 아직까지 입국금지 대상자로 분류돼 있다. 국정원은 이 책을 출간한 창해출판사(대표 전형배)를 상대로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법원은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노다 미네오 씨로부터 이메일을 통해 서신을 받은 소설 『배후』(창해, 2003)의 작가 서현우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 시민대책위' 조사팀장은 "노다 선생은 KAL858 사건을 계기로 알게 된 존경하는 저널리스트 중의 한 분이다"며 "창해출판사로부터 번역 도움을 받아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밝혔다.

서현우 작가는 "이미 지난해 국정원발전위의 발표 내용을 어느 정도 느끼고 있었고 올해 4월 노다 선생의 메일을 받고 그 느낌이 기정사실화 될 것 같아 우려하고 있었다"며 "이번 노다 선생의 서신은 이 같은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데 대한 노다 선생의 입장이 담겨있고 나로서도 충분히 공감이 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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