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희 (Unews 편집장)


《통일뉴스》는 최근 등장한 뉴라이트에 대해 자세히 조망하는 '<뉴라이트 기획Ⅰ> 뉴라이트 들여다보기'에 이어 '<뉴라이트 기획Ⅱ> 내가 본 뉴라이트'를 연재한다.

아직 뉴라이트 스스로 자기 정립이 덜 되었고, 이 분야에 대한 선행 연구나 취재가 많지 않아 미흡한 점도 없지 않겠지만 현 시점에서 각계에서 보는 뉴라이트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뉴라이트 기획Ⅱ> 내가 본 뉴라이트'의 연재를 시작한다.



1. 2007년 정권 탈환의 전략축 '대학’

구 보수와의 단절을 주장하며 새로운 보수의 정체성 재정립을 주장하고 나선 뉴라이트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이념' 확산과 2007년 '정권 탈환'을 위해 사회 각 분야에서 빠르게 세를 확장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흐름이 2007년 대선 승리만을 목표로 한 보수세력의 단기적 처방이 아니라면(이미 아니라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뉴라이트에게도 '재생산 구조'는 필요하다.

진보적 학생운동의 침체가 사회운동역량의 재생산 구조 약화로 이어져 운동 전반에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향한 운동권'들이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뉴라이트 세력이 모를 리 없다.

뉴라이트 운동도 장기적 생명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청년학생계층을 장악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있다. 이것이 뉴라이트가 대학을 운동 확산의 전략적 거점으로 지목하고 체계적인 방법을 동원해 대학가 잠식에 나선 배경이다.

뉴라이트는 "우리 사회가 전방위적으로 힘이 좌파 쪽으로 이동한 근본 진원지는 70년대와 80년대 대학 캠퍼스"라며 대학을 '이념적 뒤집기'의 핵심 거점으로 보고 있다.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는 정권교체를 위해 활동의 중점을 둘 전략 축으로 대학가, 인터넷, 문화영역, 교육현장 등을 지목했다. 대학가, 인터넷, 문화영역, 교육현장은 진보진영에 맞서 자유주의 담론을 선도하는 사상전의 공간이기도 하다.

일례로 인터넷 상에서 보수성향의 카페가 진보성향의 카페보다 늘어났다는 통계는 뉴라이트의 인터넷 공세에 따른 양적 확산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게 한다.

뉴라이트는 대학생들의 보수화, 탈정치화 바람을 타고 앉아 '진리의 상아탑', '진보의 저수지'로서 대학의 정체성을 "과감히 하수구에 내다 버리라"고 주문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이념을 앞세워 진보적 학생운동을 궤멸하고 대학사회의 새로운 재편에 나선 뉴라이트의 시도는 과연 성공할 것인가. 대답은 '아니오'다.

현재 뉴라이트의 대학가 유입은 진보적 학생운동 약화에 따른 반사 이익과 보수언론의 띄워주기가 맞물린 일시적 효과로 보인다. 자유주의 학생운동이 진보적 학생운동을 대체하는 세력으로 성장하기엔 그 자체에 내포된 사상적, 내용적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다만, 뉴라이트에 대한 비판이 '비판을 위한 비판'을 넘어서 진보적 학생운동의 성찰적 고민이 깊어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분명하게도 뉴라이트의 자유주의 학생운동은 진보적 학생운동 약화로 인해 발생한 대학사회 틈새시장 공략으로부터 세력 학장을 꾀하고 있다. 90년대부터 노정되어 온 진보적 학생운동의 위기가 대학을 보수 세력 확장의 비옥한 텃밭으로 변모시키는 중대한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찰과 혁신이 요구된다.

2. 어떤 방식으로 세력 확장을 꾀하는가

뉴라이트의 대학가 '유입'이라는 표현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자유주의 학생운동'은 대학사회의 필연적 요구에 의해 자생적으로 형성된 이념이 아니다. 뉴라이트 사회단체들과 전향한 운동권들에 의해 철저히 외부로부터 이식된 것이다.

때문에 학생운동의 주체이자 대중적 기반인 학생들의 자원성에 근거하지 않은 자유주의 학생운동은 그 자체로 불안정성을 내재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뉴라이트의 대학가 장악 흐름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 볼 수 있다.

첫째,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이른바 '뉴 리더'를 양성하는 것이다.

뉴라이트는 '청년논객 스쿨', '뉴라이트 리더스 아카데미', '희망 아카데미', '21C 열린 강좌', '뉴 리더스 캠프' 등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이념으로 무장하고 21세기를 책임질 '뉴 리더'를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처음 열린 뉴리더스 대학생 캠프에는 전국 38개 대학 336명이 참여했다. 이렇게 키워진 뉴 리더는 대학가에서 자유주의 학생운동을 전파하고 뿌리내리는 전사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둘째, 대학가 저변에 자유주의 운동의 근거지를 구축하는 것이다.

근거지 확충은 학회.동아리.학생회 등 기층 조직을 새로 형성하거나 기존 조직을 장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뉴라이트는 자유주의 학생운동 확산을 위한 조직적 거점 마련을 공공연히 설파해왔다.

뉴라이트의 세력 확장 흐름이 진보적 학생운동과 구체적으로 충돌하는 공간은 다름 아닌 총학생회 선거다. 지난 2006년 총학생회 선거 시기 서울대, 고려대, 경희대, 이화여대, 상명대, 전북대 등 전국의 많은 대학에서 뉴라이트 성향의 후보들이 대거 출마했다. 보수언론의 과도한 조명에 대한 해당 후보들의 적극적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반 한총련, 북한인권운동 등을 내세운 그들의 주장은 뉴라이트의 혐의를 받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한총련 탈퇴와 정치활동 금지'를 전면에 내세워 10여년 만에 비운동권의 깃발을 꽂은 임교범 경희대(서울) 총학생회장은 자유주의대학생네트워크의 '학생운동 대 토론회'를 주최하고 새로운 학생회의 임무로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근간을 둔 건전한 가치관 확산을 제시했다.

개별 회원제로 운영되는 '자유주의대학생네트워크' 또한 조직의 정체성을 '뉴라이트'로 정의하는 것에 반대하면서도 뉴라이트의 사상이념적 경향을 따르고 있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는다.

이처럼 정치적 주장과 활동 내용이 뉴라이트와 다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을 '뉴라이트'라고 명명하는 것에 반대하는 이유는 외부의 뉴라이트 세력과 '의도적 거리두기'를 시도함으로써 대학 내 '신 운동권'의 자생적 출현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셋째, 대학 내 뉴라이트 운동 확산의 지렛대로 '북한인권운동'을 확장하는 것이다.

지난해 8월, '한민족인권수호대학생위원회' 소속 2백여명의 학생들은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국가인권위가 북한인권 문제에 소극적"이라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이들은 11월 부산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인권문제의 의제 채택을 촉구하기도 했다.

12월에는 전국 대학의 15개 북한 인권 관련 단체들이 모여 '제 1회 북한인권대학생국제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모인 3백여명의 학생들은 "김정일 체제에 압력을 가해 하루라도 빨리 북한 체제를 바꿔놓아야 한다"며 "북 인권 문제 개선을 위해 대학생들의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구성하자"고 결의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총학생회 간부를 지낸 홍진표 자유주의연대 집행위원장은 "참으로 대견한 모습을 보여주었다"며 "북한인권운동이야말로 세계사에 그 자취를 기록한 한국 학생운동의 진정한 계승자가 되는 것은 시대의 순리"라고 한껏 고무했다.

3. 이른바 '자유주의 학생운동'의 내용과 비판

1) '자유주의'와 '학생운동'의 어색한 동거

뉴라이트는 대학사회의 자유주의적 재편을 시도하고 있다. 뉴라이트 입장에서 본다면 그들 자신은 자유주의 이념을 중심으로 대학가에서 기존의 '수구좌파운동권'을 대체할 신흥 운동세력인 셈이다.

이들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운동세력'으로 규정함으로써 정치성의 완전한 배제를 주장하는 비운동권과 차별화를 꾀한다. 즉, 학생회의 정치과잉화를 반대하며 한총련과의 단절을 주장하는 비운동권의 입장에 찬성하면서도 학생회의 성격 자체를 '비정치성'으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거리를 둔다.

뉴라이트는 학생운동 자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으면서 현 학생운동이 수행해야 할 주된 임무로 자유주의 이념의 확산과 북한인권운동 등을 꼽는다.

뉴라이트는 올드라이트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데 있어 '민주화 운동의 계승자'임을 내세운다. 뿌리는 민주화 운동에 두면서도 민주화 운동의 사상적 오류에 대한 반성을 토대로 자유주의적 개혁을 통한 선진화가 21세기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이라고 주장한다.

대한민국 선진화는 '민족주의'라는 협소한 관점에서 벗어나 '글로벌리즘' 하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확산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뉴라이트의 입장은 곧 '자유주의 학생운동'의 근저에 깔린 시대정신이기도 하다.

자유주의대학생네트워크는 "사회주의 실험은 실패로 끝났으며 전 세계인들은 원하건 원하지 않건 평평한 세계에서 생존을 위해, 선진화를 위해 달려나가고 있지만 한국 학생운동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거나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며 "자유주의적 개혁이 학생운동의 새로운 담론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라이트의 구체적인 주장을 검토하기에 앞서 짚어야 할 핵심적 문제는 자유주의 학생운동이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자유주의 이념에 대한 평가다. '자유주의는 진보적 담론인가. 자유주의 담론으로 구성될 사회는 민중에게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다.

'자유민주주의'는 태동에서부터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간에 적대적 긴장관계를 내포하고 있다. 근대 시민혁명 과정을 거치면서 봉건사회를 반대하는 자유주의가 민주주의 등장에 기여한 측면은 있지만, 자본주의 확산의 흐름 속에서 개인의 재산권을 절대시하는 경제적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적 가치의 충돌은 불가피한 것이었다. 

때문에 자유민주주의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적대적 긴장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적당한 타협의 산물이라고 본다. 개인의 이기심에 기초한 소유권의 절대화를 부르짖는 자유주의는 불평등과 빈곤의 확산으로 인해 발생하는 미증유의 문제점들에 대해 속수무책이었다.

현대 복지국가의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 케인즈는 "현대 경제사회에서 가장 현저한 결함은 완전 고용이 실현될 수 없다는 것, 부와 소득의 분배가 자의적이고 불평등하다는 것"이라고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경제적 자유주의의 폐해를 은폐하고 사회주의와의 체제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적극적으로 동원한 것이다.

그러나 사회주의권이 몰락하고 냉전시대가 종식되자 보수 세력은 자유주의적 질서의 획일적 구축을 위해 민주주의적 가치마저도 내팽개치기에 이르렀다.

특히 한국에서 자유주의는 반공이데올로기와의 강력한 결합을 통해 지배적 담론으로 기능해왔다. 미국으로부터 직수입된 자유민주주의는 자유주의 이념에 대한 사회적 합의과정을 거세한 채 위로부터 일방적으로 제도화됐고 분단 상황에서 보수세력의 이익을 옹호하는 도구로 활용됐다.

한국 민주화 운동의 계승자를 표방하고 있는 뉴라이트는 그 핵심 인자들이 과거 민주화 운동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 말고는 이념적으로나 내용적으로 구 보수세력과 큰 차별성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다만, 고전적 자유주의가 효과적인 지배이념으로 뿌리내리기 위해 민주주의적 가치를 동원했듯이, 신자유주의의 본질을 가리기 위한 이념적 동반자로 공동체주의라는 것을 선택했을 뿐이다. 현상은 달라졌지만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

본질적으로 보수적 담론인 '자유주의'와 진보를 생명으로 하는 '학생운동'은 한 배를 탈 수 없다. 자유주의를 확산하기 위해 학생운동을 한다는 것은 형용모순이다. 역사는 이상을 현실화하는 과정이라고 하지만, 자유주의가 인류의 이상이 될 수 없음은 이미 오래전에 증명됐고 현재도 전쟁과 빈곤이라는 가혹한 비용을 치르며 증명하고 있는 중이다.

2) '안티 한총련' 논리의 지루한 동어 반복

최근 황라열 서울대 총학생회장의 한총련 탈퇴 선언으로 또다시 한총련이 언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사실 98년도에 서총련을 탈퇴한 전력이 있는 서울대가 뜬금없이 한총련 탈퇴를 선언하고 나선 것 자체가 넌센스다. 

그러나 대다수 언론은 이러한 사실을 애써 외면한 채 서울대의 용기있는(?) 결단에 박수를 보내는 추태를 부렸다. 혹시 서울대가 아니라 지방의 작은 대학에서 탈퇴선언을 했어도 이렇게 벌떼처럼 달려들었을까 의문이지만, 서울대의 한총련 탈퇴가 한총련에 뭇매를 퍼붓기 위한 호재인 것만은 분명하다. 뉴라이트도 기다렸다는 듯이 '한총련 때리기'에 동참하고 나섰다.

***우리는 서울대 총학생회의 한총련 단절선언을 환영한다. 이미 오래전에 맹목적인 친북반미의 선봉대가 되어버린 한총련의 시대착오적인 행태에 비해서 약간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서울대 총학생회라는 상징성을 감안할 때 오랜 학생운동사에서 매우 의미 있고 용기 있는 행동으로 기억되리라 확신한다. - '서울대 총학생회의 한총련 단절 선언을 환영한다', 김익환 북한인권청년학생연대 대표

***서울대 총학의 탈퇴선언은 학생운동사에 매우 큰 의미를 던져준다. 극단적인 반미이념으로 무장한 한총련의 퇴장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중략) 한총련으로 대표되는 친북 반미적 성향의 학생운동은 퇴조하기 시작했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추구하는 학생운동이 움트기 시작했다. - '정치투쟁운동 몰락… 새 캠퍼스 문화 만들자', 황병덕 경북대 총학생회장

***유수한 대학들의 총학생회가 한총련과 단절하겠다고 선언했다.(중략) 대한민국과 한반도 전체가 잘 풀리려면 20대는 마땅히 달라져야 한다.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한마디로 '세계적인 시야(視野)'를 갖고 '자유정신'을 추구하며 '교양과 지성'의 이름으로 얼치기 수구좌파의 '닫힌 시야'를 뛰어넘어 '막가파 홍위병'의 시대착오적 '죽봉(竹棒)난동'을 봉쇄해야 한다. - '자유주의 청년학생운동의 태동을 기대하며', 류근일 자유주의연대 상임고문

그러나 뉴라이트는 서울대의 한총련 탈퇴 선언 이후 연달아 터져 나온 총학생회장의 이력 조작과 성인 게임업체와의 연관성, 심지어 마약판매설까지 수없이 제기된 의혹에는 입을 다물었다. 결국 뉴라이트의 한총련 때리기는 한총련 탈퇴 소동을 일으킴으로써 사회적 주목을 받고자 했던 서울대 총학생회장의 얄팍함만큼이나 얕은 정치적 계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입증한 꼴이 됐다.

사실 뉴라이트는 대학 내 세력 확장을 위해 '안티 한총련' 논리를 주요 수단으로 삼아왔다. 총학생회 선거 시기에는 뉴라이트적 성향을 가진 후보들이 어김없이 '한총련 탈퇴'와 '정치투쟁 금지' 등을 공약으로 들고 나와 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삼았다.

이 같은 성향은 실제 학생회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학-학 갈등으로 표출되기도 했다. 학생들과의 합의 과정없이 총학생회 단독으로 학교측과 등록금 인상에 합의해 큰 반발을 불러일으킨 경희대(서울), 학생들의 수업권을 침해한다며 직원노조의 파업에 반대한 한국외대(서울), 이건희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 반대 투쟁을 주도한 학생들의 징계를 주장하며 서명운동을 벌인 고려대(서울), 아크로폴리스 광장의 집회를 금지해 학내 논란을 빚은 서울대 등.

정치투쟁 일변도의 학생회를 혁신하겠다며 '안티 한총련'을 주장한 이들이 학내에서 벌인 사업들은 이렇듯 다분히 정치적이었다. 이는 정치성-비정치성을 이분법적으로 구분 짓는 태도가 현실에서 통용될 수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따라서 안티 한총련, 정치투쟁 배제의 담론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반 한총련 정서의 반사 이익에 기대 대학의 사회비판성을 거세하고 대학사회 보수화와 우파적 사고의 확산을 부채질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3) 무엇이 새롭다는 것인가

학생운동은 학생대중의 이해와 요구로부터 출발한다. 80년대 반독재 민주화의 요구는 학생대중의 계층적 요구, 생활적 요구를 압도할 만큼 절대적인 것이었다. 민주화 이후 시대 변화와 더불어 파생된 대학사회의 변화로 인해 진보적 학생운동은 내외의 도전에 직면했다. 전대협에서 한총련의 변화는 대중노선을 확고히 하고 변화의 흐름에 적극 대처하기 위한 능동적 조치였고, 90년대 중반 이후 학생운동의 분열과 쇠퇴에도 불구하고 대중화를 위한 혁신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전면화 된 오늘날 고액 등록금과 청년실업 문제는 대학생들의 가장 절실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이로부터 대학생들의 생존권을 확보하기 위한 투쟁에서 정파와 사상, 정견의 차이, 운동권-비운동권의 차이를 초월한 연대연합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진보적 학생운동의 제 2의 도약을 예견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으로 평가받는다.

대학생들의 생존권적 요구를 중심으로 한 연대연합운동의 활성화는 학생회 혁신, 학생회와 부문조직과의 관계 정립, 학생회와 정치조직과의 관계 정립 등 조직노선 상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과 맞물려 새로운 학생운동의 전망으로 구체화되어 갈 것이다.

이에 반해 '신 학생운동'을 표방한 뉴라이트가 내세우는 학생운동의 주된 화두는 무엇인가. 이들이 내세우는 화두가 과연 학생운동의 핵심 의제로 대중적 지지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인가. 지난달 자유주의대학생네트워크에서 주최한 '학생운동 대 토론회'는 이들의 문제의식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들은 ▲대학 내 북한인권운동의 확산 ▲반미주의 극복 ▲반시장, 반기업 정서의 극복 ▲세계 민주화와 한국 대학생의 과제 ▲학생회를 통한 자유민주주의와 공동체 의식 함양 등을 새로운 학생운동의 자유주의적 개혁 담론으로 제시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시대정신 30호 '21세기 세계화 시대 학생운동의 진로'라는 글에서도 새로운 학생운동의 방향에 대해 ▲세계적 차원의 민주주의의 확산 ▲북한의 인권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활동 ▲학생회의 정치운동 방식 탈피 등을 주장했다.

자유주의 학생운동의 정치적 주장을 들여다보면 정작 '새로운 의제'라고 평가할 만한 것은 '북한인권운동' 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미주의 극복,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위한 반 시장.반 기업 정서 극복 등의 주장은 진보적 학생운동의 내용과 정반대에 서 있는 보수 우파적 가치다. 이는 굳이 자유주의 학생운동의 내용으로 내세우지 않아도 한국 사회 진보-보수간 사상적 각축의 중심에 서 있는 의제이기 때문에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학생회의 정치투쟁 금지 주장은 운동권과 기존 학생회를 비판하는 단골 메뉴가 되어 왔으나 학생회 혁신을 위한 새로운 조직노선 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정치투쟁은 안 돼!"라는 단편적 구호를 외치는 것에만 머무르고 있다.

마지막으로 '세계 민주주의 확산 가운데 대학생의 역할'은 한마디로 말해 북한인권운동을 전면화하자는 것을 납득시키기 위한 장황한 설명일 뿐이다. 자유주의 학생운동은 "세계화시대 정치적 과제들을 모두 집약시켜 놓은 곳이 북한"이라며 "북한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접근하는가가 세계화 시대 부각되는 정치적 과제에 대한 우리의 시각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렇게 본다면 북한인권운동 이외에 자유주의 학생운동의 정치적 주장들은 학생운동의 새로운 의제라고 평가하기에 무리가 있다.

4) 대학가 북한인권운동의 대중화 가능할까?

자유주의 학생운동이 북한인권운동에 부여하는 중요성과 가치는 매우 절대적이다. 그들에게 북한인권운동은 인권이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일이며 작게는 위기에 처한 동포와 민족을 구하는 일이자 남한의 운명과 뗄 수 없이 결부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 학생운동이 풀어야 할 중대한 과제가 된다. 또한 세계화와 대한민국 선진화의 필수적 과제이므로 민족주의적 관점이 아닌 인권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자유주의 학생운동이 북한인권운동을 중심 고리로 삼는 것은 그들 스스로 주장하듯이 "북한인권운동이야말로 운동권, 친 김정일 세력의 아킬레스건"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인권운동이 과연 대학가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인가는 미지수다.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측면에서 북한인권운동의 대학 내 확산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첫째, '인권의 절대적 보편성'만을 내세운 북한인권운동의 논리는 대학생들을 설득하기에 충분한 합리적 근거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우리당 장영달 의원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시행한 <대북인식 및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들은 한반도 주변 국가 중 한반도 분단에 대한 책임이 가장 큰 국가로 미국(53%)을 꼽았으며 일본(15.8%), 구소련(13.7%), 중국(8.8)이 그 뒤를 이었다.

또한 2004년 흥사단이 대학생 116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도 60.2%가 '통일에 가장 저해가 되는 나라'로 미국을 꼽았다. 심지어 북한을 위협적인 대상으로 보는 학생 중에서도 미국(50.7%)을 북한(27.8%)보다 통일에 저해되는 나라로 지목했다.

대미관, 대북관에 대한 대중의 의식은 북 인권 문제를 대하는데 있어서도 필연적인 영향을 미친다. 북 인권 문제는 북핵 문제를 둘러싼 북미 정치 군사적 공방 및 한반도 평화 통일과  밀접히 연관된 국제적 정치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인권을 빌미로 대북공세를 강화하면서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고 있는 현실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다시 말해 북한인권운동이 주장하는 인권의 절대적 보편성은 주권국가의 권리, 평화권 등의 가치들을 인권문제와 대립시키며 북한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는 위험한 정치적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

둘째, 북한인권운동이 대학생들의 절박한 자기 요구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IMF 이후 한국 사회를 강타한 신자유주의 바람은 '백년지대계'인 교육을 '자본의 논리'에 내맡겨 치열한 생존경쟁의 장으로 내몰았다. 대학통폐합까지 불사하는 강도 높은 대학 구조조정 정책과 80만에 육박하는 청년 실업자의 범람은 오늘날 '대학의 위기'를 초래한 주된 요인들이다.

특히 교육부가 줄어드는 학생 수와 늘어나는 대학으로 인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해결한다는 명분으로 더욱 과감한 구조조정 단행을 주문하고 있어 대학 내 갈등과 반발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해마다 대학가를 강타하고 있는 등록금 투쟁은 개별 대학의 등록금 인하 싸움을 넘어서 공공성 확대를 중심으로 대학 교육정책을 바로 잡으려는 전체 대학생들의 저항으로 발전하고 있다.

대학생들의 생존권적 요구에 응당 귀 기울이지 않는 학생운동은 대학생들로부터 대표성을 획득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대안세력으로 자리매김하기 어렵다. 북한인권운동은 뉴라이트의 이념을 대학가에 이식하려는 시도일 뿐, 학생운동의 주체가 되어야 할 대학생들의 본질적 이해와 요구와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자유주의 학생운동이 대학 등록금 문제 및 청년실업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반시장, 반기업 정서의 극복을 외치는 자유주의 학생운동은 애초부터 대학생 생존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것이 학생대중의 절박한 요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자유주의 학생운동이 대학사회에서 확장일로의 길을 걸을 것인가에 회의를 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4. 대결과 논쟁은 불가피하다

대학가 뉴라이트 세력의 등장과 확산은 진보적 학생운동 진영과의 격렬한 이념 논쟁을 예고하고 있다.

1백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진보적 학생운동이 치열한 사상이론적 탐구와 완강한 실천력으로 자기 내용을 체계화왔던 것에 비해 뉴라이트의 '자유주의 학생운동'은 '론'이라는 말을 붙이기에는 많이 엉성해 보인다. 현 시점에서 자유주의 학생운동이 표방하는 주장들은 안티 한총련, 반 운동, 탈 정치를 선동하는 변주곡에 불과하다.

'자유주의 학생운동'이 그 자체로 완결된 구조의 사상이론적 체계를 가지고 있지 않은 '주의 주장' 수준에 머물러 있다 보니 '학생운동'을 매개 고리로 한 '담론 대 담론, 이론 대 이론의 투쟁'으로 전환시켜내기 쉽지 않다.

현재 대학사회에서의 논쟁은 "자유주의 담론이 과연 진보인가, 현 시대의 문제를 치유할 수 있는 대안인가, 학생운동의 새로운 이념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지점이 아닌 한총련에 대한 입장, 북한인권운동을 대하는 태도 등 부분적인 사안에 집중되어 있다.

이는 뉴라이트가 반 한총련, 북한인권운동 등을 자유주의 학생운동 설파의 핵심적 기제로 삼고 있는 탓도 있겠지만, 진보적 학생운동이 자유주의와의 전면적인 이념 논쟁, 사상 토론에 적극적이지 않은 측면도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진보적 학생운동은 뉴라이트 세력을 대하는 방관자적 자세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이념 논쟁, 사상 대결의 주체로 서야 한다. 이는 신자유주의 확산과 공공성 파괴라는 재앙에 직면한 한국 사회에서 진보적 담론, 대안적 담론 형성의 산실로써 대학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제와 밀접히 결부되어 있다.

뉴라이트의 자유주의 공세가 몰고 오는 시나리오는 단순히 진보적 학생운동 세력의 입지를 축소시킨다는 의미를 넘어서 대학사회 전반의 보수화를 촉진시킨다는 점에서 암울하다. 자유주의적 담론의 확산에 따른 대학사회 보수화는 대학이 신자유주의적 정치사회 질서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편승하게 함으로써 한국사회 진보운동의 지속적인 성장을 발목잡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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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New Leader's 대학생 캠프 참가자 정치사회의식 조사보고서 (2005)
-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 한나라당 정치 특강 자료 (2006)
- 신지호, <담론을 선도하는 사상전이야말로 뉴라이트 운동의 선차적 과제> (2005)
- 자유주의대학생네트워크, 학생운동 대 토론회 자료집 (2006)
- 홍진표 자유주연대 집행위원장, <학생운동으로 자리 잡는 북한 인권> (2005)
- 안병직, <뉴라이트 재단을 설립하며> (2006)
- 류근일 자유주의연대 상임고문, <자유주의 청년학생운동의 태동을 기대하며> (2006)
- 최홍재, <80년대 이론을 강요하는 게으른 한총련의 몰락은 필연> (2006)
- 김한원.정진영, <자유주의 : 시장과 정치>
- 후지와라 야스노부, <자유주의의 재검토>
- 이나미, <한국 자유주의의 기원>
- 한국사회포럼 자료집 (2006)
- 시대정신 30호 <21세기 세계화 시대 학생운동의 진로>
- 류은숙 인권운동사랑방, <북한인권과 인권의 보편성> (2005)
- 인권운동연구소 3월 월례토론 자료 <북한 인권과 남한 인권운동의 역할>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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