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사람들은 요즘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마치 발끝으로 걷고 있는 것 같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29일 서울발로 보도했다.

이 신문은 지난 6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로 극적인 이산가족상봉이 이뤄진 뒤 남한은 행복감에 젖어 있으나 50년만의 이산가족 재회때 노출됐던 첨예한 이념적.경제적 차이는 적어도 공개적으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은 LA타임스의 기사 요약.

남한의 그 누구도 시작에 불과한 화해와 미래의 상봉기회를 위태롭게 하길 원치 않고 있다. 텔레비전을 통해 감격적인 상봉장면을 지켜본 수백만의 남한인들은 북한에 살고 있는 가족들과 다시 만나길 고대하고 있다.

남한 정부는 보수주의자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지난주 시작된 연례 모의전쟁과 야전훈련 규모를 축소했다. 한 남한 군소식통에 따르면 컴퓨터 모의훈련에선 북한의 침략을 상정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일로 예정된 북한 간첩(비전향 장기수) 63명의 송환 조건으로 북한에 억류돼 있는 수백명의 남한 전쟁포로를 남한으로 되돌려 보내야 한다는 즉각적 요구도 없다.

450명으로 추정되는 납북 남한인-상당수가 어부-들의 송환을 촉구하는 단체들은 국내 언론보다는 외국 미디어로부터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아버지가 지난 87년 북한이 나포한 것으로 알려진 어선에 타고 있었다는 최우영씨는 `한국 정부는 이런 모든 문제가 `뜨거운 감자`와 같기 때문에 매우 천천히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최씨는 또 `사람들은 통일을 위태롭게 하길 원치 않기 때문에 내가 조용히 있어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남북 공동사업은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비무장지대를 관통하는 고속도로 건설 초안이 마련되고 있으며 남북철도 복원작업도 구체화되고 있다, 현대그룹은 북한에 대규모 공단을 조성하려 하고 있으며 남북 합동오케스트라가 분단 50년만에 처음으로 공연했다.

남한의 언론사 사장단은 8.15 이산가족 상봉 직전 평양을 방문, 김위원장을 만났으며 북한에 대한 비난을 중지하기로 합의했다.

남한에는 이산가족상봉이 하루동안 재회로 끝났던 85년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일반적이다.

북한은 남한이 매년 군사연습을 계속하는 데 당황했고 그 후 이산가족상봉은 중단됐다. 그 당시 남북한의 이념적 차이에 대한 보도가 많이 있었다.

1950년 월남한 이기택 연세대 교수는 남한 정부가 북한의 핵무기, 미사일개발, 비무장지대(DMZ)의 대규모 군사력 배치라는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교수는 `아무도 더이상 무엇이 옳고 그른지 모른다`면서 언론도 `소리를 죽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재단의 한국대표인 스콧 스나이더는 남한의 `자기검열` 수준이 미국보다 훨씬 더 심하다며 `과거 습관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정부가 무슨 사진을 실으라고 명령하던 10년전과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스나이더는 한 신문사의 탈세 혐의를 예로 들면서 `모든 사람이 누가 책임자인지 알고 있으며 국민들은 어떤 국가권력수단이 유용한지를 인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 이산가족들이 상봉시 늘어놓은 이념적 상투어는 생방송으로 많이 보도됐으나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남한 이산가족들의 불편한 심기는 대개 보도되지 않았다.

대한적십자사와 남한 정부는 북한 방문객들에게 미래의 상봉을 위험하게 할 수 있는 논쟁이나 행동을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북한의 누이를 방문한 김상엽씨는 `남한에서는 열심히 일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 우리는 북한과 비교해 그런 종류의 자유를 갖고 있다. 우리는 통일해야 하지만 이념적 차이가 존재한다. 통일은 정말 힘들지 모른다`고 말했다.

김씨는 김대통령이 제의한 남북서신왕래에 대해 `모든 것은 김정일에 달려 있다. 그건 김대통령과 관계가 없다`고 덧붙였다. (연합2000/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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