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펜타곤(미국 국방부)의 꿈을 실현시키는 데 독지가와 같은 존재였다. 한반도의 평화는 미 국방부의 계획을 망쳐 놓았다.` 지난 6월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세계에서 가장 긴장감이 높은 한반도에서 냉전구조가 빠르게 녹아 내리고 있는데도 `펜타곤`으로 상징되는 미국 내 일부 냉전주의자들이 북한의 위협을 아직도 중대시하는 데 대해 진보적 시각의 비판론이다.

미국의 군사 평론가 빌 메슬러 씨는 월간지 `더 프로그레시브` 9월호에 기고한 `미 국방부는 한반도 평화를 싫어하는가`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지금까지 `북한`이라는 존재는 `펜타곤의 꿈을 실현시키는 데 독지가와 같은 존재였다`면서 갑작스레 다가온 한반도 평화 분위기 때문에 이 꿈이 무산될 위기를 맞고 있는 펜타곤이 `독지가 북한`의 존재를 계속 연장시키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30일 이 기고문이 `미국의 냉전주의자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글`이라면서 요약 소개했다.

다음은 RFA가 보도한 요약문이다.

『미국인들은 그 중요성을 잘 모를 수도 있지만 6월 남북 정상회담은 아시아 냉전구조의 해체를 알리는 전주곡으로 세계인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반세기 동안 남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긴장이 높은 지역이었다. 비무장지대에 있는 대인지뢰, 부비트랩, 그리고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눈 남북한의 국경지역은 작년 클린턴 대통령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이라고 말한 근거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이 사흘간의 평양방문을 마치고 돌아와서 더 이상 남북한 간의 전쟁은 없다고 선언한 것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손을 잡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한 것은 한반도 냉전구조가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인들의 북한에 대한 인식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고 일본의 모리 요시로 수상 역시 아시아에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왜 미국의 정책담당자들은 이를 환영하고 있지 않을까. 아직 전쟁위협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이름을 밝히기를 꺼리는 한 미 국무부 관리는 군사능력의 관점에서 볼 때 북한은 여전히 100만 대군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냉전유산에 사로잡힌 미 국무부는 동아시아에서의 평화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문제는 한반도 평화가 미 국방부의 계획을 망쳐놓았다는 것이다.

지난 몇년간 북한은 미 국방부의 꿈을 실현시키는 데 독지가와 같은 존재였다. 작고 가난하며 기술적으로도 뒤떨어진 북한이 앞으로 15년간 600억달러가 들어가는 국가미사일방어체제를 정당화하는 데 이용되어 온 것이다.

북한이 없어진다는 것은 주한.주일미군이 점진적으로 철수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은 중국이 미래의 적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미 국방부의 인식과 마찬가지로 군사관계자들에게 악몽과도 같은 시나리오다.

남한 내 미군기지와 3만7천명의 미군은 아시아 본토에 배치된 유일한 미국의 군사력이다. 전략적으로 이것은 중국의 문턱에 군인과 무기를 배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최근 몇년간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남한 내 압력이 높아지고 있고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러한 압력은 극적인 수준에 달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오래 전부터 남북한에 해빙이 야기할 문제들을 걱정해 왔다. 이러한 걱정은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방문이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만들어 내면서 미국내에서 큰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남한으로 돌아오자마자 아시아 주둔 미군의 미래를 묻는 거친 질문을 들어야 했다. 몇 주 후에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에도 거의 모든 질문이 주한미군의 주둔 여부에 관한 것이었다.

미국은 최근 이상한 정책 변화를 보였다. 남북 정상회담 직후 미 국무부는 남한의 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현재의 180㎞에서 300㎞로 늘이는 데 합의했다고 확인했다. 지난 20여년간 미국은 남한이 사거리 180㎞ 이상의 미사일 개발을 금지시켜 왔다.

사거리가 300㎞로 늘어나면서 평양이 남한 미사일의 사거리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미국의 미사일 사거리 공개가 왜 하필 지금이어야 하는가. 남한 국민들은 이러한 미사일 사거리가 한반도 평화구축 과정에 장애가 되지 않기를 원하고 있고 따라서 새로운 미사일 개발을 연기키로 했다.

그러나 미국의 정책은 변화했고 그것을 한반도 냉전구조가 막 해체되려는 지금 확인한 것이다. `살만한 세상을 위한 위원회`의 존 이삭 회장은 지금 그처럼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연장 합의 결정을 공개한 것은 미친 짓이라고 말했다.』 (연합2000/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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