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KAL858기가족회'가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시 사건
과 관련된 책임자의 해명을 요구했다. 대책위 신성국 신부가 김현희와 박철언 당시 안
기부 특보가 나란히 서 있는 기념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이강호 기자]
KAL858기 ‘실종사건’ 발표 19주년에 즈음해 11일 오전 ‘KAL858기가족회’(회장 차옥정)는 1988년 2월 당시 박철언 안기부 특보관이 KAL858기 ‘폭파범’ 김현희와 촬영한 기념사진을 제시하며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과 함께 박철언 전 의원이 사건 조작의 책임자”라고 주장했다.

가족회가 제시한 사진은 1988년 2월 5일 안기부 특보실에서 촬영된 사진으로, 김현희와 박철언 당시 안기부 제2특보관, 강재섭 안기부 연구실장 등이 나란히 서 있다. 사진은 박철언 현 한반도통일문화재단 이사장이 지난 해 출간한 ‘바른 역사를 위한 증언’에 이미 공개돼 있다.

“조사 중인 테러범이 정권의 실세와 기념촬영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가족회가 문제삼은 것은 촬영의 시기. 1988년 1월 15일 안기부(안정기획부, 현 국가정보원 전신)는 ‘김현희가 북한의 지령에 의해 KAL858기 폭탄 테러를 자행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인 1988년 2월 5일 안기부 특보실에서 북한의 ‘특수공작원’이 자연스러운 포즈로 이후 ‘6공의 황태자’로 불린 당시 정권의 실세와 기념촬영을 가졌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 가족회의 주장이다.

당시 김현희는 안기부의 보호 아래 추가 조사를 받는 상태였고, 검찰에 의해 기소된 시점은 그로부터 1년이 지난 1989년 2월이었다. 김현희는 살인죄, 국가보안법 등을 적용받아 검찰에 의해 불구속, 기소된 뒤 1989년 4월 25일 서울형사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사형이 구형되며, 1990년 3월 27일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판결됐다.

▶'KAL858기가족회' 차옥정 회장이 사건과 관련해 '해명이 필요한 사람들'의 명단을 발
표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이강호 기자]
이날 서울 서대문구 연희2동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자택 앞에서 가족회는 기자회견을 갖고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등 당시 정권 최고 책임자와 안기부, 검찰, 법원 등 사건 관련 당사자 등 ‘대한항공858기 실종사건 진상규명을 위해 해명해야 할 사람들 명단’을 발표했다.

‘KAL858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 신성국 신부는 ‘해명해야 할 사람들’ 중 박철언 당시 안기부 특보와 관련해 ‘문제’의 사진을 공개하면서 “폭탄 테러를 저지른 극악한 범죄자가 그것도 조사 중인 상황에서 어떻게 안기부 특보실에 서 있을 수 있으며, 정권의 실세와 기념촬영까지 할 수 있단 말인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신 신부는 “노태우, 전두환과 더불어 박철언 씨도 KAL858기 사건 조작의 책임자가 된다”며 20여년 간의 한국 현대정치사의 ‘비사’를 다뤘다는 ‘바른 역사를 위한 증언’에 “당시 어마어마한 사건이었던 김현희 사건만 기록이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박철언 이사장 측, “납득할 수 없는 이유는 없다”

이에 대해 한반도통일문화재단 황태순 공보특보는 전화통화에서 “박 이사장이 당시 남측 수석대표로 33차 남북 비밀접촉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당연히 김현희를 만나 정황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시해 북한대표와 접촉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납득할 수 없는 이유는 없다”고 전했다.
‘바른 역사를 위한 증언’에 따르면, 박철언 이사장은 1985년부터 1991년까지 42차례에 걸쳐 남북 비밀회담 수석대표로 임하고 밀사 자격으로 21차례 방북한 바 있다.

황 특보는 ‘바른 역사를 위한 증언’을 인용하며 “1988년 1월 29일 차기 대통령에 대한 안기부의 현황 보고가 있었다”면서 “워낙 엄청난 사건이다 보니 노태우 당선자가 마유미에 대해 궁금해 했다. 대공 업무를 맡았던 박 이사장의 입장에서 김현희를 만나서 얼굴이라도 봐야 했지 않았겠나”고 덧붙였다. 박 이사장은 현재 미국에 출장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회,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해명해야 할 사람들’ 명단 발표

▶가족회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전 씨와의 면담을 요구하며 경찰과 몸싸움을 벌
이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이강호 기자]
이날 가족회는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해명해야 할 사람들’ 중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사고 수색팀이 현지 조사를 하기도 전에 사건을 북한 테러로 발표한 이유와 안기부가 대한항공 가족들을 감시 미행하면서 사건 진상규명 요구를 강압적으로 방해한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는 “13대 대선 기간은 현지 수색이 진행 중이었고 아무런 사고 조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근거로 북한의 테로 폭파라고 주장했는지 해명할 것”을 요구했다.

또 “노태우 정권은 대한항공 858기 가족회에서 김현희에 대한 특별 사면을 거부하였지만 이 요구를 묵살하고 일방적으로 특별사면을 단행한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 밖에 안기부, 검찰, 법원 등 사건 관련 책임자를 호명하며 “진실을 더 이상 은폐하지 말고 양심 고백과 함께 국민 앞에 겸허하게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사고 관련 해명해야 할 책임자 명담

최병렬(김현희의 사면을 발표했던 당시 공보처 장관)
안무혁(사건 당시 안기부장)
이상연(사건 당시 안기부 국내담당 차장)
정형근(사건 당시 안기부 수사 담당)
박철언(사건 당시 안기부장 특별보좌관)

이상형(당시 김현희 담당 검사)
김기춘(김현희를 기소할 당시 검찰총장)
배석(김현희의 사형을 확정했던 대법관)
이회창(김현희의 사형을 확정햇던 대법관)
김상원(김현희의 사형을 확정했던 대법관)
김주환(김현희의 사형을 확정했던 대법관)

최광수(유엔 안보리 회의에 참여했던 당시 외무부 장관)
박수길(김현희의 신병인도를 담당했던 당시 외무부 차관보)

조갑제(당시 월간조선 기자로 김현희를 단독 인터뷰)

검찰(김현희를 기소하고 관련 자료 공개를 거부)
조선일보(안기부 수사결과의 정당성을 강력히 옹호한 언론)
대한항공(사건에 대한 명확한 해명을 하지 못함)
국가정보원(사건에 대한 명확한 해명을 하지 못하고 계속 말을 바꿈)

김현희(사건과 관련된 모든 논란의 핵심 당사자, 현재 국정원의 비호아래 잠적중)

자료제공 - KAL858기가족회

가족회, 전 씨 자택 앞에서 면담 요구 농성도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가족회 차옥정 회장과 유인자 부회장 등 가족회 회원과 영화 ‘프락치’의 감독 황철민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 등 10명은 전두환 대통령의 면담을 요구하며 전 씨의 자택 앞에서 농성을 벌였다.

▶가족회 회원들이 전 씨 집앞에서 "전두환은 살인마다"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이강호 기자]
가족회 회원들은 “전두환은 살인마다”, “살인마를 처벌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으며, 기자회견문을 전 씨에게 직접 전달하겠다며 경찰 병력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경찰 측은 “(전 씨 집에) 서한을 받을 사람이 없다. 우편 접수해라”고 대응해 농성이 2시간여 지속됐다. 이로 인해 농성자들은 전 씨 집 앞에서 자장면을 배달시켜 점심을 해결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에 경찰 측은 가족회 대표자가 전 씨 운전기사에게 기자회견문을 전달하게 해 주겠다고 제의했으나, 여타 가족회원들에게 경찰 저지선에서 20미터 이상 물러날 것, 기자동행 금지 등 다소 엉뚱한 요구를 해와 가족회를 이를 거부하고 오후 1시 15분경 자진 해산했다.

▶농성자들이 전 씨 집 앞에서 자장면으로 점심을 해결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사진 - 통일뉴스 이강호 기자]
기자회견에 앞서 전 씨 자택으로 주유소 차량이 유류를 배달하고 있는 장면이 목격됐다. 장시간 주유가 계속된 것으로 미뤄 볼 때, 전 재산이 29만원이라고 주장하고, 기르던 개도 경매에 부치던 전 씨의 '집안 형편'이 최근 들어 나아진 것으로 보였다.

한편, 가족회 차옥정 회장은 검찰에 대한 사건의 기록 공개와 관련해 지난 해 12월 21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진정사건처분통지서'를 보냈다고 전했다.

이 문서는 KAL858기 사건 관련 정보공개 판결과 관련 검찰이 재차 항소한 데 대해 "공개를 제한할 수밖에 없는 부문만 비공개하겠다는 의견을 2004.12. 재판부에 서면으로 제출한 사실이 있으나, 항소심 판결이 위와 같은 부분을 간과한 채 판결을 선고하여 2005.11.23. 대법원에 상고하였고,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선고되면 위 판결의 취지 및 관계법령에 따라 본 사건 기록의 공개를 실시할 예정임을 알려드린다"고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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