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신> 가족들, '실종자' 부르며 115배
- KAL858가족회, 회견문 낭독후 국정원앞 농성 해산

▶참가자들이 KAL858사건 실종자들의 넋을 기리고,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의
미로 115배를 올리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이강호 기자]
오후 4시경, 참가자들이 실종자들의 넋을 기리고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의미로 KAL858가족회 차옥정 회장이 실종자 115명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참가자들은 115배를 올렸다. 실종자 이름이 호명되자 가족들로부터 "아이고", "꽃다운 나이에" 하는 소리와 함께 통곡이 쏟아졌다.

차 회장은 남편 박명규 KAL858 기장('실종' 당시)을 호명하면서 말을 잇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았고, 이에 유인자 가족회 부회장이 대신 실종자 이름을 호명하며 115배를 모두 마쳤다.

▶차옥정 회장이 실종자인 남편 박명규 기장의 이름을 호명하면서 오열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이강호 기자]
대한항공 나우식 부기장을 아버지로 둔 나 아무개(25세)씨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사고자료를 모아놨다. 돌아가실 때 눈빛을 보니 진상규명을 우리 세대에게 맡기고 싶은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었다"며 115배에 동참했다.

또 나 씨는 현재의 국정원에 대해 "덮어놓고 넘어가려는 태도나 우리들의 외침을 외면하는 것은 사고 조작을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진실이 있어야 용서도 가능한 법"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실종자 고동영(당시 정우개발 건축과장)씨를 아들로 둔 박분남(79세) 할머니가 경찰
관계자에게 길을 열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이강호 기자]
신성국 신부는 2003년 3월 국정원이 대책위로 보낸 답변서를 지적하며 "자신들이 불리하면 '김현희의 진술이다', '추정했음'이라고 기술하는데, 115명이 사라진 사건을 아직도 확인하지 못하고 있나"면서 "엉터리 답변서 밖에 못내는 것으로 봐서 이 사건은 100% 조작이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제 KAL858 사고의 진상규명은 마지막 종점에 도달하고 있다"며 "우리가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면 국정원은 국민들에 의해 해체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차옥정 회장이 'KAL기 사건은 전두환 정권 하의 안기부 조작, 전면적인 재조사를 실시하라'는 제하의 기자회견문을 낭독했으며, 참가자들은 4시 30분경 국정원 앞 농성을 마치고 해산했다.

<기자회견문 전문>

KAL858기 사건은 전두환 정권하의 안기부 조작. 전면적인 재조사를 실시하라!

“1988년 1월 15일 안기부가 발표한 KAL858기 사건 수사 발표는
거짓으로 가득찬 대국민사기극이었다.”

1. KAL858기 기체 잔해들을 모두 폐기한 것 자체가 조작 증거.
2004년 3월 국정원은 1990년 2.18 및 3. 5 태국 어부들에 의해 미얀마 영해 안다만 해역에서 KAL858기 잔해 60여점과 승객 의류가방 1점이 추가로 수거된 바 있음으로 답변하면서 마치 잔해와 유품이 다수 발견된 것처럼 주장하였지만 실제로 이 잔해와 유품들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의뢰한 후 모두 폐기하였음이 최근에 확인되었다(2005년 10월 국정원 잔해 폐기에 대한 답변서및 국정원 가족회에 답변서 32항, 36항, 39항).
이 잔해들이 KAL858기의 증거물이라면서 무슨 이유로 폐기하였는지, 중요한 물증들을 폐기하도록 방치한 이유는 무엇인지 밝혀라.

2. 안기부 수사 발표가 거짓임이 모두 입증.
2004년 3월 KAL858기 가족회의 질의에 대한 국정원의 답변서를 통하여 김현희 정체와 김승일 정체와 관련된 의혹 25개 항목에 대한 답변은 국정원 스스로 거짓임을 시인하였고, 폭파사실과 정부의 수사 14개 항목에 대하여도 객관적 근거와 사실적 물증도 없는 추정 내지 김현희 진술로 책임을 기술하고 있으니 안기부 수사가 얼마나 거짓과 조작으로 일관 하였는가 확인할 수 있다.
국정원 스스로 안기부 수사를 무너뜨린 상황에서 KAL858기 사건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사가 필요하다.

3. 국정원은 사건의 진실 은폐에 앞장.
국정원은 KAL858기 사건의 진실을 추적해온 일본인 저널리스트 노다 미네오씨를 2004년 6월 한국 입국을 금지시켰다.
노다 미네오씨는 KAL858기 사건을 기획·취재한 르뽀 「파괴공작」의 저자이다. 국정원은 18년간 KAL기 사건의 진상규명에 온힘을 다해서 노력해온 일본인의 한국 입국을 금지시킨 저의가 무엇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국정원은 도대체 무엇이 두렵고, 무엇을 숨기고 싶은가? 국정원은 그동안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수사’를 했다고 주장하면서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하는 양심인들의 활동을 방해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4. 김현희의 잠적과 국정원의 뒷거래.
국정원이 김현희를 비호하고 뒷거래를 하는 행위는 결국 김현희가 안기부 공작원임을 자인하는 것이다. 김신조, 황장엽 등 거물급 북측 인물들은 공개석상에서 자유롭게 활동을 허용하면서 유독 김현희에 대하여는 2003년 이후로 잠적시키고 비호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노태우 정권하에서 김현희의 사면 이유가 ‘역사의 증인’으로 삼고자 한다고 하였는바, 김현희에게 사생활 보호를 운운하면서 김현희를 철저하게 특별 관리하고 비호하는 국정원의 태도는 KAL858기 사건의 유일한 물증을 은폐하여 진실을 호도하는 행위이다. 국정원이 과연 떳떳하다면 김현희를 국민 앞에 공개하여 역사의 증인으로 낱낱이 자신의 진실을 밝히도록 협조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제 김현희 자신도 거짓과 어둠의 무덤에서 숨어살지 말고, 진실을 낱낱이 고백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고, 밝은 세상으로 나와 불안과 두려움에서 벗어나 떳떳한 시민으로서 살아가기를 바란다.

5. KAL858기 사고 현지 재조사를 촉구한다.
가족회는 잔해와 유체, 유품을 전혀 발견하지 못한 이 사고의 수색 및 조사를 인정할 수 없다. 당시 정부 합동조사단은 최선을 다하지 않았으며 단 열흘 만에 수색을 종결하고 조사를 마쳤다. 당시 정부의 사고조사보고서는 객관적 증거와 실체적인 진실이 단 하나도 없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정부는 사고 현지 재조사를 통하여 잔해와 유품에 대한 전면적인 수색활동에 나서야 한다.

국정원은 KAL858기 사건 조작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역사의 진실에 동참하고 국민 앞에 진정한 반성과 사죄를 해야 한다. 지난날 안기부가 저지른 숱한 조작 사건과 인권 남용 사건을 국민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국정원이 KAL858기 조작 사건을 끝까지 은폐하게 된다면 결국 국민들에 의하여 가혹한 심판을 당하게 될 것이며 나아가 국정원에 대한 불신만 증폭될 것이다. 국정원이 위선이 아닌 진실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KAL858기 조작사건에 대한 진실한 고백과 사죄가 선행되어야 함을 분명히 밝혀둔다.
국정원과 정부는 KAL858기 사건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사를 통하여 진상을 규명하고, 실종된 115명의 명예와 남아있는 가족들의 억울함을 해소하고 인권과 생명이 안전하게 보장받는 대한민국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2005. 11. 29
KAL858기 가족회



<2신> KAL858 가족들, 국정원 앞서 연좌농성중
- 삼보일배로 국정원 도착, 국정원장 면담 요구중


▶KAL858기 실종자 18주시 추모제를 마친 참가자들이 국가정보원 앞에서 3보 1배
를 하면서 행진을 벌이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이강호 기자]
KAL858기 실종자 18주기 추모제를 마친 참가자들은 서울시 강남구 내곡동 소재 국가정보원 앞에서 오후 3시 15분 현재 농성중이다.

오후 2시 30분경 국정원 입구에 도착한 대책위 관계자와 가족회 회원 50여 명은 신성국 신부와 차옥정 회장, 유인자 부회장 등 5명의 삼보일배단을 앞세우고 국정원 앞으로 200여 미터 전진해 나아갔다.

"김현희는 국민앞에 사죄하고 양심선언 하라"등의 피켓을 들고 뒤따르던 참가자들은 "김현희를 내놔라", "국정원장은 나와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으나 국정원 측은 입구에 바리케이트를 설치하고 경비 병력으로 행진을 막아나섰다.

▶참가자들은 국정원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경비 병력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사진 - 통일뉴스 이강호 기자]
▶참가자들이 연좌 농성을 벌이는 모습. [사진 - 통일뉴스 이강호 기자]
신성국 신부는 "28일 국정원장 면담을 신청했으나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이 없다"며 "국정원장은 가족들에게 무릎꿇고 사죄하고 모든 조작사실을 낱낱이 시인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이렇게 막는다고 진실이 가리워질 수 있을 것 같으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관계자는 대표자 면담을 주선해주겠다고 말했으나 농성자들은 "18년간 속았는데 국정원장을 직접 만나야 하겠다. 가족들 115명이 모두 대표다"라고 거부하면서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또 가족들은 "조작이 아니면 왜 나와서 시원하게 답변을 하지 못하느냐"며 국정원장과의 면담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3보 1배'에 참가했던 정길두(69세)는 동생 길복(사고 당시 30세)씨를 회상하며 "안기부에서 빨리 빨리 합의하지 않으면 보상도 못받는다고 협박을 하곤 했다"며 "통상 실종자라도 사망자는 유예기간이 있는데 2개월만에 일괄 사망신고를 한 이유는 무엇이냐"고 따지고 물었다.

<1신> "KAL858안기부조작사건, 김현희는 공작원"
- KAL858 18주기 추모제, "북한과 사고현지 재조사 시행돼야"

▶29일 오전 11시 명동성당 가톨릭회관 7층강당에서  'KAL858기 실종자 18주기 추모
제'가 열렸다.  [사진 - 통일뉴스 이강호 기자]
"저희들은 김현희의 모든 진술과 안기부의 수사발표가 모두 다 하나부터 백까지 거짓으로 드러났으므로 김현희는 안기부 공작원 출신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이 사건은 안기부에 의해서 조작된 사건이라는 것이 이미 다 드러났다는 것을 확실하게 밝힌다."

KAL858기 사건 18주기를 맞은 29일 'KAL858기 사건 시민대책위원회'(대책위) 집행위원장 신성국 신부는 "국정원 직원 2명이 김현희에게 배치되어 김현희를 관리하고 국정원에서 관리하는 3곳에 비밀 안가에서 김현희가 생활하고 있다는 것이 시사저널 기자를 통해서 밝혀졌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29일 오전 11시 명동성당 가톨릭회관 7층강당에서 열린 'KAL858기 실종자 18주기 추모제'에서 신성국 신부는 3년간 대책위 집행위원장을 맡으며 밝혀낸 사실들을 제시하며 김현희는 안전기획부(안기부) 공작원 출신이며, KAL858기 사건은 안기부에 의해 조작된 사건이라고 분명히 못박았다.

1987년 13대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둔 11월 29일 중동지역 근로자 등 115명을 태운 KAL858기가 서울로 향하던 중 '실종'된 이른바 'KAL858기 사건'에 숱한 의혹이 제기돼왔지만 이처럼 김현희의 신분이 안기부 공작원 출신이며, 이 사건이 안기부에 의해 조작된 사건이라고 대책위가 공식적으로 선언하기는 처음이다.

▶'KAL858기 사건 시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신성국 신부.
[사진 - 통일뉴스 이강호기자]
신성국 신부는 최근 입수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의 KAL858기 기체잔해와 유품들에 대한 감정결과 보고서를 인용 "국과수 감정결과 KAL기 잔해 혹은 유품에서 폭약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과 "안기부가 이 잔해 일체를 폐기시키는데 묵인 방조했다"는 점을 들며 "KAL기가 김현희가 설치한 폭약에 의한 공중폭파라는 발표가 완전히 거짓임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안기부는 국과수로부터 잔해와 유품들을 회수하지 않았고 국과수는 이를 5년동안 보관하다가 자체 폐기했다.

이 외에도 신 신부는 "김현희가 설치했다는 이 폭약들은 북한에서 일체 사용되지 않은 폭약으로 밝혀졌다"는 점과 "대책위가 39개 항목의 질문을 국정원에 보냈다. 3월에 국정원에서 답변서가 왔는데 답변서를 분석하고 확인한 결과 구체적이고 확실한 증거를 단 하나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을 논거로 제시했다.

▶사건이 발생하지 18년이 지났지만 추모행사를 지켜보던 유족들은 연신 눈물을 
흘렸다. [사진 - 통일뉴스 이강호기자]
특히 "국정원은 김신조나 황장엽 같은 사람은 공개활동을 자유롭게 허용하면서 김현희는 외부와 일체 접촉을 하지 못하도록 차단시키고 특별히 관리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묻고 "역사의 증인으로 삼겠다고 사면시켜놓고 김현희를 역사의 증인으로 활동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국정원의 태도는 우리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 신부는 "정부는 KAL858기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재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며 "우리들이 원하는 재조사는 북한 현지에 가서 김현희의 모든 인적사항과 김현희의 북한관련 사항은 사실관계를 다 확인해야 하고, 그리고 KAL기 사고가 발생한 현지에 가서 다시 현지조사를 해서 지금이라도 원천적으로 다시 조사가 시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건이 발생하지 18년이 지났지만 이날 추모행사에서도 남편과 자식을 잃은 가족들의 눈물은 마르지 않았다.

▶ 차옥정 회장이 추모사를 읽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이강호기자]
'KAL858기 가족회'(가족회) 차옥정 회장은 "비참한 최후를 맞은 영령들에겐 할말이 없다. 아직도 구천을 헤매며 울부짖으며 가족 곁을 떠나지 못했을 것이다"며 "저희 가족들은 추모 때마다 더 이상 진상규명을 외치지 않는 추모행사를 갈망했지만, 오늘도 가슴에 울분을 안고 거리로 나가 절규를 해야 되겠다"고 참담한 심정을 표현했다. [추모사 전문 보기]

차옥정 회장은 "사건 당시 검찰총장 김기춘, 수사국장 정형근, 대법관 이회창, 담당검사 이상형, 변호사 안동일은 깨끗이 끝난 사건이다 말만하지 말고 국민 앞에 나와 우리 대책위원회와 가족회와 토론회를 좀 하자"며 "우리 가족회의 입장에서는 김현희가 양심선언 하는 것이 사건이 끝나는 시점으로 본다. 다만 '나는 가짜다' 이 다섯자 말입니다"라고 호소했다.

이날 추모행사에서는 각계의 추도사가 이어졌다.

▶[사진 - 통일뉴스 이광호 기자]
오종렬 전국연합 상임의장은 "가슴이 거대한 동공이 되어버린 가족들의 한을 풀어주지 못하는 자괴감에 뵐 때마다 죄송하고 송구스러웠다"며 "자식이 사라진 노모가 살아 생전에 청천백일하에 진실을 드러내는 것이 사자의 의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진상규명에 앞장설 것임을 약속했다. 오 상임의장은 특히 "대한민국에서 어마어마하게 큰 일이 일어나는데 미국의 배후조정과 지도지침이 없이는 절대 일어날 수 없다"며 미국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강경대 열사의 아버지인 강민조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이사장은 "우리는 자식과 가족을 잃고 죽을 때까지 만나볼 수 없는 상처를 가슴에 안고 살아가고 있다"며 아픔을 같이 나누며 "현실은 암담하지만 절대 좌절하지 않는다. 끝까지 싸워야 한다"고 격려했다.

최광기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추모행사에서는 대책위 상임대표인 김병상 신부(몬시뇰)와 문성현 민주노동당 비대위 집행위원장이 발언했으며, 한대수 거창평화인권예술제 집행위원장이 115개의 종이인형을 세워놓고 살풀이 춤사위를 선보여 가족들의 눈시울을 붉게했다.

▶한대수 거창평화인권예술제 집행위원장의 살풀이가 진행
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이강호기자]
'돌아오라 KAL858이여'라는 자작곡을 발표한 가수 이병용씨는 "노래하는 사람으로서 참여해보고 싶어 18주기 추모제에 맞춰 노래를 만들었다"며 "가족들께서 고맙다고 말씀해줘서 저도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진 헌화순서에서 유족들은 행사 내내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으며, 당시 스튜어디스였던 딸 신정섭 씨의 어머니 이을화 씨는 무대 전면에 걸린 얼굴사진 중 딸의 사진 앞에서 통곡하며 일어설 줄 몰랐으며, 장남을 잃은 강옥수(68) 씨는 학사모를 쓴 안들 유대림(당시 26세, 삼성종합건설) 씨의 사진에 얼굴을 묻고 오열을 그치지 못했다.

강옥수 씨는 "동생들 대학시킨다고 돈벌러가서 올해가 18년째가 됐다"며 "한날 한시도 가슴에서 떠날 날이 없다"고 울먹이며, "어떻게 돼서 이렇게 현실을 안 가르쳐주나 분통이 터져서 병원에서 산다"고 진상규명에의 강렬한 소망을 전했다.

▶헌화를 하며 눈물을 감추지 못하는 가족들. [사진 - 통일뉴스 이광호 기자]

▶이을화씨가 딸의 사진 앞에서 헌화하며 오열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이광호 기자]
남편 손명준(당시 49세, 현대건설) 씨를 잃은 전정자(65) 씨는 "18년 됐어도 항시 엊그제 같다"며 "진상이 밝혀지지 않으니까 항시 이렇게 울음으로 세월을 보낸다"고 애타했다.

이날 추모행사에는 가족회 회원들과 권오헌 민가협양심수후원회 회장, 변연식 천주교인권위원회 위원장, 군의문사를 당한 허원근 일병의 부친 허영춘씨, 군진료 미비로 숨진 노충국 병장의 부친 노춘석씨 등 12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추모행사를 마친 뒤 국가정보원 앞에서 삼보일배를 하고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며, 국정원장과의 면담을 요청할 계획이다.

한편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이 사건을 우선 조사대상인 7대 사건으로 선정, 조사를 진행중이지만 김현희와의 면담조사가 제대로 진척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다 미네오 씨의 연대사

▶일본인 저널리스트 노다 미네오 씨는 입국이 금지돼 18주기 추모제에 참석하지 못
했으며, 감사패도 수상하지 못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28일 KAL858기 사건 18주기를 맞아 'KAL858기 가족회'는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해 준 인사와 기관인 통일뉴스, 시민의신문, 『파괴공작』의 저자인 일본인 저널리스트 노다 미네오(野田峯雄) 씨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그러나 정작 노다 미네오씨는 대책위의 공식 초청에도 불구하고 자리에 참석하지 못해 대책위 집행위원장인 신성국 신부가 대신 상을 받아야 했다.

신 신부에 따르면 국정원 측은 "노다 미네오 씨가 국익에 해가 되는 사람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입국금지를 시킨 것은 정당하고, 해제 의사가 없다고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노다 미네오씨는 자신의 심경이 담긴 글을 소설 『배후』의 작가 서현우 씨에게 보내왔다. (편집자 주)


▶28일 열린 간담회에서 KAL858기 가족회가 노다 미네오씨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노다씨를 대신해 대책위 집행위원장 신성국 신부가 감사패를 받았다.
[사진 - 통일뉴스 이강호 기자]
2005년11월29일 오늘, 이곳에 모인 모든 분들께 강력한 연대의 인사를 올립니다!!

2005년11월29일
노다 미네오 (저널리스트)
일본 도쿄도 다치카와 시 아카바쵸 1-13, 22-501
Tel&Fax 042-537-2884
e-mail:noda851@yahoo.co.jp

지금, 우리는 다시금 낙엽 흩날리는 계절을 맞이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저 18년 전의 사건을 떠올리면,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잔인함에 치를 떨게 됩니다. 그때의 권력자와 그 추종자들이 오늘날까지 벌이는 저 오만하고 교활한 작태는, 분노를 금할 수 없게 만듭니다. 우리는 이 역사의 혹한을 명확하게 돌파해야 하는 만큼, 이 추위를 그저 춥다고만 느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자칫 권력자와 그 추종자들이 저질러놓은, 그 너무나도 깊은 어둠에 깜짝 놀라 절망에 사로잡혀버릴 것만 같습니다.
분노로 온몸이 타들어갈 것만 같습니다.
엄청난 슬픔에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습니다.
놀란 마음이, 두 손이, 온몸이 부들부들 떨립니다.

그러나 지금 여기에 모이신 여러분! 우리는 결코 모래알처럼 흩어지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는 진상을 올바르게 파악하고자 하는 동지들이며, ‘여럿이 함께 하는 힘’이라는 것을 다같이 다시 확인하지 않으시렵니까?

사건의 진상을 올바르게 파악하려는 동지들과 여럿이 함께 하는 힘이, 국경을 넘고 바다를 건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지 않으시렵니까?

우리는 결코 고립된, 내일이 없는, 허약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더러운 과거에 눈을 감고, 더러운 과거를 깊은 어둠 속에 묻어두려는 사람들에게는 결코 내일이 없을 것입니다.

여러분! 저 깊은 어둠은 비록 황소걸음처럼 느릿하긴 하지만, 이제 조금씩 걷혀가려 하고 있습니다. 서서히 진실이 얼굴을 내밀려 하고 있습니다. 이제 조금만 더 나아가면 됩니다.

그것은 여러분 모두가 한마음으로, 우리는 결코 꺾이지 않는다, 절대로 진실규명을 포기하지 않는다, 는 뜨거운 의지와 행동에 따른 성과입니다. 결코 포기하지 않으며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던 전진의 성과입니다.

오만하고 교활한 권력자와 그 추종자들이 어떻게든 감추어두려 하는 진실을, 하루, 한 시간, 1분, 아니 단 1초라도 빨리 밝혀내도록 하십시다.
다시는 그러한 역사의 비극을 되풀이해선 안 됩니다.
다시 밝아오는 새날, 반드시 사건의 진실을 밝혀냅시다.

마지막으로, 저 노다 미네오에 대한 한국정부의 부당한 입국거부 조치와 관련하여, 그 간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단 1초라도 빨리 진상규명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저 개인적으로도 한국정부의 터무니없는 입국거부 조치가 해제되어 여러분 모두와 다시 만나 뵐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랄 따름입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2005년11월29일
노다 미네오 올림.

(번역 - 도서출판 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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