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때 중국에 이어 세계 제2위의 콩 생산국이었다가 이제는 수입국으로 전락한 남한을 제치고 콩의 종주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콩의 원산지가 중국이 아니라 만주 남부 지역을 포함한 한반도 일원이라는 학설이 정설로 인정받고 있는 추세를 타고 국가적으로 콩 재배를 장려하고 있는 북한이 종주국의 자리를 서서히 꿰차고 있는 듯이 보인다.

북한의 평양방송은 3일 '우리 나라는 콩의 원산지'라는 방송물을 통해 콩의 원산지가 한반도라는 사실을 소개했다. 방송에 따르면 세계에서 처음으로 콩을 재배한 우리 조상들은 오랜 시간을 두고 들콩으로 불리는 야생콩을 개량해 소출이 많은 오늘날의 콩으로 만들어 냈다.

전문가들은 평양에 있는 호남리 표대유적에서 출토된 약 5천년 전의 탄화콩이 바로 콩의 원산지가 한반도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라고 보고 있다.

시경(詩經)에는 '제나라 환공이 산융에서 비로소 콩을 중국으로 가지고 왔다'는 기록이 등장한다. 남쪽의 전문가들은 이를 근거로 한반도 일대에서 재배된 콩이 기원전 7세기 중국에 전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방송은 "일본에서는 2천년 전에 콩을 대두(大豆)라고 하면서 가져다 심었으며, 유럽의 여러 나라들에서도 18세기 우리 나라에서 콩을 가져다 심기 시작했으며 아메리카 지역에서는 19세기 초에 조선에서 콩을 가져다 재배하기 시작해 그 지역 나라에 퍼졌다"고 주장했다.

한반도는 콩 재배에 가장 적합한 기후조건을 가지고 있다. 콩을 대량 재배하고 있는 국가 대부분이 우리와 기후조건이 비슷하다는 사실은 한반도가 콩의 원산지라는 것과 밀접히 관련돼 있다고 방송은 설명했다.

북한은 식량난을 해소하고 부족한 고기를 대신할 단백질 보급원으로서 콩 재배를 적극 장려해 왔다. 2003년 10월 콩 농사를 장려하라는 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군이 예하 부대에 콩 농사를 독려하고 있는 사실은 북한이 국가적 차원에서 콩 재배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5월 올해 다수확 품종 콩 재배 면적을 작년에 비해 2배 이상 늘릴 계획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북한에서는 이렇게 재배한 콩으로 콩우유(두유)를 만들어 유치원이나 탁아소에 있는 어린이에게도 보내주고 있다. 콩우유를 가득 실은 배달 트럭이 평양 시내를 질주하는 모습은 북 당국의 적극적인 콩 재배 장려책이 만들어 낸 새로운 풍경이다.

(서울=연합뉴스) 조계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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