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858기 사건을 추적해온 일본인 저널리스트 노다 미네오씨가 국정원과거사위에
탄원서를 보내왔다. 사진은 2003년 11월 29일 서울 양재동 위령탑 앞에서 거행된 16주기
추모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 통일뉴스]
"만약 국가정보원을 거대한 바위라고 한다면, 저는 잘디 잔 모래알 같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저를 입국거부시키지 않으면 안 될 이유가 무엇일까요?"

17일 일본인 저널리스트 노다 미네오(野田峯雄)씨가 국가정보원(국정원)의 '과거사건 진실 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위원장 오충일)에 탄원서를 보내왔다.

▶창해에서 번역 출간된 『나는
검증한다 김현희의 파괴공작』표지.
노다 미네오씨는 1987년 발생한 KAL858기 사건을 기획취재한 르뽀 『파괴공작』의 저자이며, 2004년 도서출판 창해에서 이 책이 한국어로 번역 출간되면서 작년 6월 한국 입국이 금지됐다.

그는 "어찌 되었든 간에 작년 6월30일에 저를 입국거부한 직접적인 동기가 됐다고 생각되는, 저의 저서 『파괴공작』(한국어판) 간행의 건은 다시금 강조하자면, 서울의 법원에 의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려져 있다"며 "이제 입국거부 이유가 완전히 소멸되어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국가정보원은 지금 즉시 저에 대한 입국거부를 해제해야만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할 나위도 없이 '사건의 진상규명'"이라며 "저는 제 나름대로 한 저널리스트로서 KAL858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나갈 생각"이라고 밝히고 진상규명을 위해서도 "우선 국가정보원으로 하여금 저의 귀국에 대한 입국거부를 해제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 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작년 11월 2일 민관합동으로 구성.발족했으며, 지난 2월 3일 KAL858기 사건 등 7가지 의혹사건을 우선조사 대상으로 발표한 바 있다.

노다씨는 17일 역시 KAL858기 사건을 다룬 소설 『배후』의 저자인 서현우 씨에게 일본어로 된 이 탄원서를 보내왔으며, 서현우 작가는 "탄원서를 통일뉴스를 통해 공개하고 국정원 측에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탄원서의 한글 번역은 『파괴공작』과 『배후』를 출간해 국정원 직원들에 의해 고소당한 바 있는 도서출판 창해에서 맡았다.

노다 미네오씨의 탄원서(전문)

과거사, 그 중에서도 KAL858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하고 계신 조사위원회의 각 위원 귀하.

2005년10월17일
노다 미네오(저널리스트)
일본국 도쿄도 다치가와시 와카바마치 1-13, 22-501
Tel&Fax 042-537-2884
e-mail:noda851@yahoo.co.jp

안녕하십니까?

과거의 여러 사건들에 얽혀 있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계신 용기 있는 모든 분들께 저널리스트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특히 1987년에 발생한 KAL858사건의 진상은 아직도 어둠 속에 갇혀 있고, 사건에 휩쓸린 분들의 가족에 생각이 미치면 깊은 슬픔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또한 왜곡된 역사가 계속되어가고, 사건 그 자체가 망각돼가는 세태를 바라보면서 강한 분노를 금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 많은 분들이 그 어둠을 걷어내려고 과감하게 노력하고 계십니다. 새로운 미래를 열어젖히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확실하게 앞으로 나아가려 노력하고 계십니다.

저는 저널리스트로서,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다시금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저 노다 미네오는 일본국 도쿄도에 살며, 저널리즘의 세계에서, 물론 사건에 대해서는 항상 엄정하게 저널리스트의 최대원칙인 공정?중립을 모토로 삼아 취재 및 집필활동을 계속해 왔습니다.

그리고 1987년의 KAL858 사건과 조우하게 되었습니다만, 그 이후로 오늘까지 동 사건의 진상 규명을 목표로 취재를 했고, 이제까지 동 사건에 관한 많은 관계기사를 일본의 월간지나 주간지 등에 발표했으며, 나아가선 몇 권의 책을 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들 저작물들은 모두 저널리스트의 최대원칙인 공정?중립을 밑바탕에 깔고 취재 결과를 충실하게 독자에게 전하는 넌픽션(non-fiction)입니다.

때로는 취재 결과가 당시의 권력자의 뜻과 맞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취재 결과가 충분하게 객관적이며, 신뢰하기에 충분하다고 확신한 경우, 저는 결코 주눅 들지 않고 발표에 나섰습니다. KAL858 사건에 관한 리포트 또한 이와 한 치도 다름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문서를 보내게 된 까닭은 다음의 이유 때문입니다.

저는 현재 귀국으로의 입국을 ‘아무런 설명도 없이’ 거부당하고 있습니다.
그 경위는 이하에 서술하는 바와 같습니다.

1. 한국으로의 입국을 거부당했을 때의 상황

①저는 작년 6월30일, 귀국을 방문하려고 13시55분 나리타 발 KE704에 탑승하여 16시20분 경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②도착하고 약 10분 후, 입국심사 카운터에 섰습니다. 컴퓨터의 단말기를 바라보던 입국 심사관의 안색이 조금 변하더니, 곧 가까운 특별실로 저를 데리고 갔습니다.
이후 그곳에 30여분 머물러 있다가, ‘입국거부’를 통고받았습니다.

③저는 반복해서 “왜 입국을 거부하는가, 한국으로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온 적이 있지만, 이 같은 일은 처음이다”라고, 금번의 돌연한 입국거부의 이유를 질문했습니다.

④그들의 대답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컴퓨터의 리스트에 당신의 이름이 실려 있다. 그러므로 입국시켜 줄 수 없다.”
“당신은 빅 프러블럼(Big Problem)이다.”
“입국거부 되는 이유는 당신 자신이 더욱 잘 알고 있다.”
“설명할 필요는 없다.”

⑤그로부터 얼마 지나 심사관들은 “16시40분발 나리타행 KE705가 있으므로, 그걸 타고 돌아가라”고 말하기에, 제가 항의하며 그걸 거부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멋대로 KE705의 탑승수속을 행하고 KE705의 출발 시까지 건장한 심사관 한 명을 저에 대한 감시역으로 붙여놓았습니다. 그러는 동안 건장한 심사관은 제 여권을 돌려주려 하지 않았으며, 출발할 때가 되어서야 겨우 돌려주었습니다.

2. 주일한국대사관에 대한 항의 및 반응

①귀국 후, 저는 주일한국대사관을 상대로 ‘입국거부의 이유를 분명하게 설명해 달라’고 신청하며, ‘즉시 그 조치를 해제토록 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했습니다.
또 나종일 한국대사에게도 문서로써 마찬가지 내용을 요청했습니다.

②상당한 시일이 지나고 한국대사관으로부터 회답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본국(한국)으로부터 전화에 의한 회답이 있었다. 당신을 입국거부한 것은 정부가 ‘당신은 좋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이 이상 구체적인 사항은 아무 것도 말할 수 없다.”

3. 현황

①저는 지금도 여전히 귀국으로의 입국이 거부된 채로 있습니다.

②저는 귀국의 출입국관리 법령집의 제11조를 살펴보았습니다. 거기에는 입국거부에 해당하는 모든 항목이 열거되어 있습니다만, 저는 그 중 어느 항목에도 해당되지 않습니다.
저는 귀국에서나 일본에서나 법을 준수하는 사람이며, 어떠한 범죄에도 가담한 적이 없습니다.

③그럼에도 불구하고 입국거부에 의해, 한국의 친구나 지인을 만날 수가 없고, 또 업무에도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④저는 한국 및 일본의 지인들에게 협력을 의뢰하여, 여기저기에 귀국 정부의 저에 대한 입국거부 이유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차츰 판명된 바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저는 작년 봄 서울의 창해출판사에서 저의 저서 『파괴공작-대한항공기 “폭파” 사건의 진상-』(한국어판)을 간행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가정보원의 관계자가 서울의 법원에 ‘출판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습니다. 이 제소가 이치에 닿지 않는다는 것은, 7월1일 서울의 법원이 ‘출판금지 가처분신청’을 명확하게 기각한 것만 보아도 분명합니다.
그러나 국가정보원은 이러한 제소의 흐름을 이용하여, 저를 귀국에 들여보내주지 않도록 획책했다고 추정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건 또 얼마나 편협한 생각이란 말입니까! “명예로운 국가”의 정부기관이 취할 방법은 결코 아니라고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국가정보원은 도대체 저의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일까요?

저는 저널리스트의 한 사람에 불과할 따름이며, 배후에 아무런 권위도 갖고 있지 못합니다. 만약 국가정보원을 거대한 바위라고 한다면, 저는 잘디 잔 모래알 같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저를 입국거부 시키지 않으면 안 될 이유가 무엇일까요?

가령 국가정보원이 KAL858 사건의 진상규명에 미력하나마 온힘을 다하고자 하는 저의 발언 등을 배제하고자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면, 정정당당하게 그 배제 ‘근거’를 명확히 해야 할 것입니다.

국가정보원의 저에 대한 이유 불명의 입국거부는 또 한 가지 다른 문제를 야기시킵니다.
즉 현재 귀국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인 민주화의 보다 나은 진전 혹은 과거 의혹사건 등의 청산작업에 완전히 역행하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의 손상이며, 이 나쁜 선택은 곧, 외국인에 대해 국권을 남용하는 강압적인 조치입니다. 그것은 KAL858사건의 진상규명의 흐름을 압살하려는 왜곡된 발상 위에 서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저는 그 같은 나쁜 선택은 저널리스트의 한 사람인 저에 대한 이해할 수 없는 입국거부 문제를 넘어서, 끝내는 귀국의 존엄을 크게 해치고 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와 함께 귀국의 국민에 대한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저해하는 쪽으로 발전할 위험성을 크게 우려합니다.

어찌 되었든 간에 작년 6월30일에 저를 입국거부한 직접적인 동기가 됐다고 생각되는, 저의 저서 『파괴공작』(한국어판) 간행의 건은 다시금 강조하자면, 서울의 법원에 의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려져 있습니다. 즉 이제 입국거부 이유가 완전히 소멸되어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국가정보원은 지금 즉시 저에 대한 입국거부를 해제해야만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할 나위도 없이 ‘사건의 진상규명’입니다.
거기에는 국경 따윈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정보원은 법률을 남용하여 국경을 빌미삼고 있으며, ‘사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움직임 가운데 하나를, 그 하나는 대단히 조그마한 존재임에도, 대단히 골몰해가며 저지하고 있지만, 역사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으로서, 그런 행동은 결국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것이 반드시 판명될 것입니다.

과거사, 그 중에서도 KAL858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하시는 조사위원회의 각 위원님들!

저는 제 신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국가 차원에서 보면 대단히 사소한 것임을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제 나름대로 한 저널리스트로서 KAL858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나갈 생각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국가정보원으로 하여금 저의 귀국에 대한 입국거부를 해제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부디 여러분들께서 ‘입국거부 해제’가 성사되도록 노력해 주십사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 아무쪼록 잘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노다 미네오 올림.

<번역 - 도서출판 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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