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 이강호 기자 (tongil@tongilnews.com)


▶KAL858가족회와 대책위는 17일 오전 11시 경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현희
씨 등의 양심고백과 북한 현지조사를 통한 김현희의 실체 확인을 촉구했다.
[사진 - 통일뉴스 이강호 기자]
"김현희가 진짜 북한의 테러범이라면 북한 현지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숱한 조작 의혹을 낳고 있는 ‘KAL858 폭파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김현희에 대해 북한 현지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17일 제기됐다.

이날 오전 11시 'KAL858기 가족회'(회장 차옥정)와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 시민대책위'(시민대책위, 상임대표 김병상)는 경주시청 기자실에서 회견을 갖고 "김현희가 안기부의 공작원이라고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김현희의 '양심고백'과, 정부 당국이 북한 현지 조사를 실시해 ‘북한 공작원’이라는 김현희의 실체를 밝힐 것을 촉구했다.

또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유가족 4명과 함께 경주시 건천읍에 거주하고 있는 김현희의 시숙(남편의 형)을 만나 김현희의 양심고백을 도와달라는 가족회와 대책위의 입장을 전달했다. 현재 경주시 건천읍에는 김현희의 시어머니와 시숙이 살고 있다.

1987년 사건 당시 안기부는 사고 현장에서 별다른 물증을 잡지 못한 채, 북한의 공작원이라는 김현희의 진술에 전적으로 의존, 'KAL858 폭파사고는 북한 공작원인 김현희와 김승일에 의한 테러'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었다. 김승일은 사고 당시 사망했으므로 현재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이자 관련자인 김현희가 사건의 모든 열쇠를 쥐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김현희는 1997년 안기부 직원과 결혼한 이후 김대중 정권이 들어설 무렵 대외활동을 접고 갑자기 종적을 감췄다.

"KAL858 사고는 안기부에 의한 조작"

▶KAL858 대책위 신성국 신부는 KAL기 폭파 당시 북한측의 보도자료를 소개했다.
[사진 - 통일뉴스 이강호 기자]
이날 기자회견을 주재한 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 신성국 신부는 "KAL858 사고는 안기부에 의한 조작이라고 확신하고 있다"며 "김현희의 가족사항과 출신 학교, 훈련을 받았다는 특수한 장소를 직접 확인하고, 김현희가 진짜 북한 사람인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희가 종적을 감춘 이상 북한 현지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국정원은 우리를 국가보안법,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해라. 모든 것을 법정에서 밝히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김현희가 말한 내용이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며 "김현희의 진술에 의존한 안기부의 수사발표를 믿지 못하는 것은 이같은 이유에서다"고 말했다.

김현희 진술과 안기부의 수사가 거짓으로 드러났다는 주장과 관련해, 그는 "기체 잔해 60여점에서 폭발물 흔적이 전혀 없음이 드러났다"는 1992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KAL 858시 동체잔해에 대한 감정의뢰'라는 문서를 비롯해, "김현희가 다녔던 학교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7년 동안 대남 특수훈련을 받았다는데 폭약 이름조차도 몰랐다"는 등 그간 알려진 숱한 의혹을 설명했다.

특히, 이날 신 신부는 당시 사고를 다룬 북한 '조선중앙통신사 대변인 성명'(1987. 12. 6), '외교부 대변인 성명'(1987. 12. 16), '조선중앙통신사 성명'(1988. 1. 16), '외교부 대변인 성명'(1988. 1. 26)을 공개했다.

1987년 12월 6일자 대변인 성명에는 "남조선려객기의 실종사건은 우리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다"고 기술돼 있으며, 1987년 12월 6일 성명에는 "남조선 괴뢰들이 일본려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남조선으로 끌어올 그 어떤 조건이나 명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그들을 강제적으로 압송하여온 것은 반공모략행위에 써먹을 새로운 밑천을 만들어내기 위한 데 목적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기부의 수사발표 이후인 1988년 1월 16일 성명에는 "우리 북반부에는 남조선 괴뢰들이 조작 발표한 그런 이름을 가진 사람들도 없고 그런 경력을 가진 인물들도 없다"고 적혀있다.

이 성명은 "그(마유미)가 다녔다는 인민학교나 중학교, 대학에는 그런 학적을 가진 녀학생이 없으며 그가 '특수훈련'을 받았다는 그런 이름을 가진 대학이나 양성소도 없다", "녀자의 아버지 이름과 년령, 경력과 직업까지 내대고 있지만 앙골라 주재 우리 대표부에는 그런 이름과 년령을 가진 외교관이란 없으며 그와 비슷한 경력을 가진 사람조차 없다"고 했다.

"위선의 가면 벗고 진실을 고백하길"

▶신성국 신부는 여러 자료를 들어
"김현희는 안기부 공작원"이라고
주장했다. [사진 - 이강호 기자]
가족회와 대책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김현희는 안기부 수사발표가 거짓으로 발표된 이상 이제는 위선의 가면을 모두 벗고 국민 앞에 진실을 고백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대한항공 858기 사건의 진상규명은 6.15 정신의 화해협력 시대에 맞게 남북이 함께 풀어야 할 중대한 과제"라며 "분단의 아픔을 치유하고 정리하기 위해 남북 양국은 상호 협력하에 KAL 858기 진상 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이들은 당국 차원의 조사가 미흡하다면 "민간 조사단을 구성하고, 북한 당국의 협조를 얻어 북한 현지를 방문해 진실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신 신부는 당시 사고 조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나라당 정형근, 김기춘, 김용갑 의원과 '화동' 관련 기사 등 사고 기사를 썼던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도 민간 조사단에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질의 응답에서 지난 2월 '국정원발전위' 국정원측 간사인 김만복 기조실장이 '김현희의 소재를 모른다'고 밝힌 것과 관련, 신 신부는 "김만복씨는 완전히 거짓말을 했다"면서 "김현희는 국정원이 관리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최근에 한 주간지 기자가 김현희에 대해 취재를 시도한 바 있으나 국정원 측의 남녀 경호원에 의해 제지를 당한 사례가 있다고 주장한 뒤, "국정원이 김현희의 소재를 모르면 누가 아나. 테러범 관리 하나 못하는 국정원이 무슨 필요가 있단 말인가"라고 질타했다.

한편, 기자회견을 마친 뒤, 경북일보 김성웅 기자는 1997년 김현희가 결혼할 당시 그의 사진을 찍었으나 "(안기부에 의해) 필름을 모두 뺏겼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김현희 시숙, 김현희와 연락 끊긴지 "2-3년 됐다"

▶이날 기자회견에 이은 김현희 시댁방문은 신성국 신부 외에 울산지역 가족들이
참여했다. [사진 - 통일뉴스 이강호 기자]
이어 신 신부와 가족들은 경주시 건천읍에 거주하고 있는 김현희의 시숙 정 모씨를 찾았다. 그는 사진 촬영을 거부하는 등 언론 노출을 극히 꺼리면서 김현희와 그의 동생간에 연락이 끊긴지 "2-3년 됐다"고 말했다.

이에 신 신부는 "국정원이 김현희의 소재도 파악 못하고 관여도 안한다는데, 여기서도 소재 파악을 못하면 국정원이 소재를 파악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가족들은 "김현희가 양심고백을 해서 용서와 화해해서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떳떳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정 씨는 "동생도 안 오고 있고, 아무도 안오고 있다. 우리도 어떠한 경우라도 빨리 마무리 되는 것을 원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만약 연락이 닿는다면 가족들의 의사를 전달하겠다"고 전했다.

가족 발언 모음

◎ 이수옥(55세, 울산거주)

지금 말을 하려는데 가슴이 답답해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할지 모르겠다. 37세 사고를 당했을 때는 뭔지도 몰랐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롱당했다는 느낌이 든다. 당시에는 안기부 직원인지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안기부 직원이 달라 붙어 '제발 조용히 지내라', '자식 취직도 시켜주겠다'고 달랬다.

세월이 가도 밝혀진 것이 하나도 없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의뢰 결과에도 화약 반응이 하나도 안 나왔다고 한다. 남편이 어떻게 죽었는지 정말 알고 싶다. 김현희가 양심선언하길 정말로 바란다. 김현희도 나와 같은 나이인 37세에 안기부 직원하고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지 않느냐. 양심선언해서 우리의 한을 풀어주길 간절히 바란다. 안기부 직원도 115명 희생자도 마음 편하게 살수 있도록.

◎ 진춘희(54세, 울산거주)

이런 자리에 나오면 가슴 떨리는 것은 똑같다. 아시다시피 국민학교 3학년 짜리한테 이 사고를 이야기해도 이해를 못한다. 115명을 죽인 북한 테러범을 사형 내린 다음에 사면을 결혼을 시킨 것이 말이 되느냐. 우리는 과부를 만들어 놓고 자기는 결혼해서 자식 놓고 살 수 있느냐. 비통해서 잠도 안온다.

◎ 양윤자(55세, 울산거주)

김현희가 산증인이다. 아무도 믿을 수 없다. 김현희가 나서서 양심선언하길 하루 빨리 바란다.

◎ 하동화(48세, 울산거주)

그 당시 29세였다. 아들도 너무나 어렸고 남편의 사랑을 모르고 살았다. 진짜 약먹고 죽을려고 했다. 신랑이 너무나 억울하게 가서 어금니를 깨물고 지금까지 살았다. 과연 그 사람이 죽었을까 살았을까 증거조차 없으니 믿을 수가 없다.

우리는 남매간에 같이 사고를 당했다. 텔레비젼에서 큰 사고가 날 때면 사람들은 놀라곤 한다. 그러나 그 사람들은 뼈 하나라도 찾지 않느냐. 우리는 뼈 하나 못찾고 흔적조차 없다. 어디 창살에 남편을 뒀는가 죽었는지 정말 궁금하다. 제발 진상규명 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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