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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곳에 빛이 있다고 했는가.
누가 거기에 아름다운 색깔들이 서로 뽐내고 있다 했나.
10월 3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참관단버스를 타고 시내로 진입하면서 차창에 비치는 여러 모습의 북한 풍물을 마음에 스크린하였다. 그런데 개선문 광장에 내리면서 나는 외통수 골목길에서 폭탄을 맞은 듯 일 순간 모든 기능이 정지되었다. 내면에 유혈이 낭자하면서도 누구에게 구원의 손길도 뻗을 수 없었다. 60년 기나긴 분단의 강물을 건너 통일의 불빛을 찾아 간 나에게 평양은 충격! 쇼크! 그 자체였다. 평양을 처음 본 나에게는 너무나도 먼 이방인의 도시였다. '혁명의 유적과 기념비'를 제외한 보통의 인민들에겐 빛과 색이 없는 참으로 '별난 세상'이었다. 사물의 서로 다름을 분별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나도 모르게 극도로 서구화된 서울의 일상적인 모습과 평양의 일상을 쏜살같은 빠름으로 비교하고 있었다. 나와 같이 동행한 보통의 우리 남측 사람들도 그랬으리라!
아, 그런데 묘한 흥분이 조금씩 내 상처난 영혼을 흔들어 보듬어 주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담백한 우리의 빛, 우리 민족의 색깔'이 선연하게 내 정수리에 찰랑거림은 어쩔 수 없는 나의 신앙고백이 아닐 수 없다. "신이여, 여기에도 빛이 있고 색깔이 있나이다! 우리 민족의 빛이요 색깔입니다. 나의 무지를 용서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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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수도 평양에도 분명히 '빛'이 있었고 '색깔'이 있었다. 다만 그 빛과 색이 서울과 달랐을 뿐이다. '우리 민족의 빛'이 확연히 비추이고 '우리 겨레의 색깔'이 점점 선연해짐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전력생산이 어려워 빛이 없는 어둠의 평양이었고 페인트나 염색물감이 부족해서 아파트(살림집)는 시멘트 초벌 반죽 잿빛 그대로 원색이었고, 일반 보통시민들이 걸친 옷은 일반 아파트 채색과 다름이 없었지만, 그곳엔 분명히 뭔가 다른 '빛'이 있었고 '색깔'이 있었다. 우리가 서로 이해를 나누고 교류를 넓혀 북한에도 어느 정도 물질의 풍요가 이뤄지면 정말 훌륭한 역사의 도시, 우리 민족문화와 환경의 도시로 세계적인 명문도시로 가꾸기에 손색이 없다는 확신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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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깊은 개천절을 맞이하여 오늘 이렇게 모두 한 마음이 되어 엄숙하고 경건하게 개천절 천제봉행의식에 임하니 온 겨레와 역사앞에 자랑스럽고 기쁘기 한이 없습니다. 우리는 '배달민족의 원 시조인 단군께서 고조선을 세운 날인 개천절을 남과 북, 북과 남이 공동으로 기념하고 반 만년의 유구한 민족사와 찬란한 문화를 빛내고 민족의 단합을 도모하는데 커다란 기여를 한다'는 지난 2002년 9월24일 개천절 민족공동행사 합의에 따른 실천을 담보하고 보다 힘있게 사업을 함께 하기 위하여 지난 2002년,2003년에 이어 오늘 세 번째 공동행사를 열게 되어 참으로 감개가 무량합니다."
1948년 남북협상차 평양을 방문하던 백범 김구선생을 수행했던 83세 백발이 성성한 준비위원회 상임대회장 김 우전 선생의 눈가엔 어느새 회한의 눈물이 고였다. 나는 백범 김구 선생을 수행했던 김우전 선생을 대변인 자격으로 수행하고 있다 생각하니 이 얼마나 감격스런 일인가. 단순한 관광이 아닌 조국의 평화와 통일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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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민족지도자들이 성립시킨 남북공동성명, 1972년 7.4공동성명, 1991년 남북기본 합의서의 도도히 흐르는 통일여망에 전 민족사적으로 부응한, 전 세계를 놀라게 하고 온 겨레에게 감동의 물결을 일으켰던 6.15 남북공동선언을 높이 받들고, 올해는 일제 식민압제로부터 해방된 광복 60주년을 기념하여 북녘의 동포들이 서울을 방문하여 8.15광복절기념 경축행사를 남녘의 동포들의 뜨거운 환영의 물결속에 성대히 치러 우리 민족의 긍지를 크게 떨쳤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자주 만나고 교류협력을 하여 평화와 민족자주를 밑거름으로 해서 통일조국을 튼튼하게 세워야겠습니다. 바로 우리 배달민족의 원 시조인 단군의 고조선 건국이념을 보다 성과있게 발전시켜 통일조국을 앞당겨 건설하는데 한 마음으로 민족단합에 기여합시다! 감사합니다!“
김우전 회장은 이렇게 감격어린 음성으로 기념사의 말을 맺었다.
우리 남과 북, 북과 남, 해외 동포 온 겨레의 절절한 소망을 담은 메시지가 다시 한번 온 강산에 메아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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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 서로 더 가깝게 마음의 문을 열고 자주 만나고 교류협력하여 우리 당대에 통일의 문을 활짝 열어 젖히고 평화가 넘치는 민족 자주의 통일된 세상을 앞당겨 꽃피우자! 라며 뜨거운 마음속 결의를 다지고 순안공항에서 마지막 떠남의 채비를 하고 있는데 출발직전에 북측 민화협 부원으로 미모와 유머가 빼어난 고은혜씨가 황급히 나타났다.
“유선생님, 내가 서울 가면 통크게 접대하시라요! 데데하게 하시면 곤란합네다! 호호호...” 그녀의 얼굴빛은 금새 홍당무로 변했다.
순안공항을 뒤로하고 아시아나 비행기 창문에 비친 서해안 해안선을 따라 펼쳐지는 청명한 하늘아래 북한 산하는 정말 환상의 빛으로 반짝거리며 소실점으로 변하여 아스라이 사라져 갔다. 다음을 기약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