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구 교수에 대한 마녀사냥이 끝이 없다. 경찰은 강정구 교수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사법처리할 방침을 내비쳤다.

서울경찰청 보안2과는 10월 4일 강정구 교수를 세 번째 소환하여 조사를 벌였는데, 논란이 되었던 ‘통일전쟁’ 발언 이외에도 9월 30일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했던 “한미동맹은 본질적 속성상 반(反)민족적ㆍ반(反)통일적ㆍ예속적인 것이며, 1946년 당시 조선사람들은 공산주의를 자본주의보다 훨씬 더 좋아했다”는 발언까지 문제삼았다.

“강 교수의 주장은 과거 통계 조사의 일부만을 인용해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라며 “이는 국가보안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국가보안법 개정 논란이 있지만 이 같은 행위는 구속 수사 등으로 엄벌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며 사법처리 방침을 내비쳤다.

다음날 허준영 경찰청장은 ‘구속수사 의지’를 밝히면서 강정구 교수 구속을 위한 여론공세를 강화하였다. 허 장관이 10월 5일 국회 정보위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강 교수의 처리 방침이 뭐냐”는 한나라당 정형근의 질의에 “구속 수사한다는 의견”이라고 답변한 것이다.

‘통일전쟁’ 발언이 사법처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 논의된 바 있다. 여기서는 지난 9월 30일 발언이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논리를 살펴보자.

‘객관 진실’에 국가보안법의 잣대를 들이대는가

‘과거 통계 조사의 일부만을 인용’했다는 것이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것인가 아니면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것인가?

강정구 교수 발언의 근거는 1946년 8월 미군정청 여론국에서 실시했던 여론조사였다. 강정구 교수는 이미 1995년 『통일시대의 북한학』이라는 본인의 저서에서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한 바 있다.

8,453명의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4%가 자본주의, 70%가 사회주의, 7%가 공산주의를 선택했다. 미군정청이 자신들에게 불리할 내용을 과장했을 리는 없다.

또한 이같은 결과는 1947년 7월 3일 조선신문기자회가 서울시민 2,495명을 대상으로 한 가두여론 조사에서도 재확인되기도 하였다. 조선인민공화국을 국호로 하자는 의견이 70%로 대한민국을 국호로 하자는 의견 24%보다 훨씬 많았으며, 정권형태 역시 인민위원회가 71%로 압도적이었다.

당시 ‘남조선’ 백성들이 어떤 이유가 되었건 간에 자본주의보다 사회주의ㆍ공산주의를 선호했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었다. 따라서 강정구 교수의 발언은 ‘여론 호도’가 아니라 ‘객관 진실’인 것이다.

명명백백한 ‘객관 진실’에 어찌 반통일악법인 국가보안법의 잣대를 들이댄단 말인가.

‘학문적 타당성 여부’와 ‘사법처리’는 다른 범주의 주제

더 가관인 것은 10월 5일자 중앙일보 사회면의 기사이다. 중앙일보는 “강 교수 역사 가정법 논리적 타당성 부족”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있다. 강정구 교수의 소위 ‘역사추상형 비교방법론’이 논리 전개 과정에서 허점이 많다는 것이다.

그 바로 위에는 “강정구 교수 사법처리 방침”이라는 제목으로 경찰 관계자 발언을 소개한 기사가 있다. 마치 ‘학문적 타당성 부족’과 ‘사법처리’를 같은 선상에서 놓고 있는 듯 보인다.

‘학문적 타당성 여부’와 ‘사법처리’는 엄연히 다른 범주의 주제이다. 만약 중앙일보가 두 주제를 객관적으로 보도하고 싶었다면 강정구 교수의 방법론을 비판한 학자들의 ‘강정구 교수에 대한 사법처리에 대한 견해’를 함께 실어야 했다. 그러나 그 기사에는 그에 대한 의견은 단 한 줄도 존재하지 않는다.

“사법처리 될 만한 불온한 글이 학문적 타당성도 부족하였던 말이야?”, 혹은 “학문적 타당성까지 부족하니 사법처리는 어쩔 수 없네!” 식의 여론을 조성하고자 하는 중앙일보의 얄팍한 술수가 엿보일 뿐이다.

분명한 것은, 설령 100% 양보하여 강정구 교수의 발언이 학문적 타당성이 부족하였다 하여도 그것이 국가보안법에 의한 사법처리 방침에 정당성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학문적 비판과 토론을 통해 심화되어야 할 학문활동이 공안당국의 사법처리로 인해 중단되거나 위축받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더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냉전과 분단 그리고 독재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평화통일시대에 접어든 현 시점에서도 사상과 학문활동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어찌 민주주의라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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