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창준 (한국민권연구소 상임연구위원)


8월 24일 경찰이 강정구 교수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협의로 사법처리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전쟁을 두고 '북한의 지도부가 시도한 통일전쟁'이라고 주장했다는 것이 사법 처리의 근거이다.

이에 앞서 자유개척청년단 등 23개 극우단체 회원들이 "강교수의 글은 북한을 찬양, 고무해 국가 변란을 선전·선동하고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내란을 선동한 것"이라고 서울지검과 서울경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한 바 있다.

사법 처리를 결정한 경찰이나, 고발장을 제출한 극우단체 회원들이나 그들이 문제 삼는 것은 앞에서도 언급한 '북한의 지도부가 시도한 통일전쟁'이라는 대목일 터이다. 어쩌면 강정구 교수가 마치 그같은 '북한의 시도'가 성공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점도 사법 처리의 근거로 내세우지 않을까 싶다.

강정구 교수는 '문제의 기고글'에서 미국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한국전쟁은 금방 끝났을 것이며, 그랬다면 인명피해는 최소화되었을 것이라는 요지의 글을 작성한 바 있다.

강정구 교수의 글, 무엇이 문제인가?

하나 하나 짚어보자.
'북한의 지도부가 시도한 통일전쟁'이라는 역사 해석이 과연 '북한의 찬양, 고무'한 것인가?

북한의 지도부는 엄연히 존재하는 실체이기 때문에 이 부분이 문제가 될 수는 없다. 문제는 '시도'와 '통일전쟁'이라는 대목일 터이다. 그런데 '북한의 시도'는 곧 '남침'을 의미한다. 대한민국 정부도, 냉전수구세력도 한국전쟁을 '북한의 남침'으로 규정하고 있는 바, 이것을 문제삼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통일전쟁'이라는 표현이다. 그렇다. 그들이 문제삼는 것은 '통일'에 있다. 강 교수의 기고문이 나오자 강 교수의 자택 앞에서 항의시위까지 전개했던 재향군인회 회원들 역시 "통일전쟁이란 용어는 정통성을 가진 대한민국이 북한의 공산독재정권을 공격할 때나 쓸 수 있는 말이다"라고 표현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논리는 참으로 웃긴다. 그럼 당시 북한이 계획했던 것은 '통일'이 아니고 무엇이었단 말인가. 북한이 시도했던 것은 '분단전쟁'이었단 말인가. 소위 '적화통일'은 '통일'이 아니란 말인가.

통일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하나로 합치는 것이다. 그것이 자본주의를 지향했건, 사회주의를 지향했건 통일을 시도한 것이었다. 남한에서 시도하면 통일이고 북한에서 시도하면 통일이 아니라는 논리는 그 어떤 설득력도, 명분도 갖지 못한다. 하물며 '북한의 시도'를 '통일전쟁'이라고 평가한 것을 갖고 북한을 찬양했느니, 고무했느니 하는 것은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또 하나, 강정구 교수는 과연 '북한의 시도'가 성공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는가?

미국이 개입하면서 인명피해가 급격하게 늘었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객관적 사실이다. 따라서 미국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인명피해가 크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은 초등학생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강정구 교수는 지극히 객관적인 서술을 했을 뿐이다.

'강정구 교수 사법처리'의 숨은 의도는?

강정구 교수를 사법처리하겠다는 것은 필자가 보기엔 다른 의도를 갖고 있다. 소위 '물타기 전술'이다. 최근 맥아더를 중심으로 하여 '신성시'되어 왔던 미군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맥아더가 과연 민족의 영웅인가 아니면 전쟁광.학살광인가 하는 문제가 여론화되고 있었다. 맥아더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로 집중되어 있는 여론을 '강정구 교수 사법처리'로 몰아가려는 아주 비열한 의도를 갖고 강정구 교수에 대한 마녀사냥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또한 강정구 교수에 대한 사법처리는 강정구 교수의 표현대로 '자발적 노예주의의 발로'이며 극단적 반공주의자들의 최후의 '발악'일 뿐이다. 자신들이 지금까지 상전으로 모셔왔던 미국을 대신하여 한국사회에 고조되는 반미 여론을 잠재우려는 것이며, 과거 분단독재 시절의 전유물이었던 '반공반북 이데올로기'를 부활시키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고, 잔재주로 역사의 진보를 거스를 수는 없다. 역사의 진실 특히 냉전과 분단의 '신화' 속에서 왜곡된 주한미군의 실체는 한국 민중 앞에 속속들이 드러날 수 밖에 없다.

강정구 교수의 기고문과 관련하여 보여주는 냉전수구세력들의 행각은 역사의 진보 앞에 선 '반역자'들의 최후의 발악일 뿐이다. 우리는 맥아더와 주한미군의 실체를 벗겨내고 역사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공격적 여론전, 적극적 행동전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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