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호(남북공동실천연대 민족경제연구모임 연구원)


최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석유가격은 전세계 경제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8월 11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 중질유(WTI) 가격은 장중 한때 배럴당 65달러를 돌파하였으며 16일 현재 배럴당 66.27달러를 기록 중이다. 이는 1년 전에 비해 46%가 오른 가격으로써 뉴욕 유가가 배럴당 65달러 선으로 올라선 것은 지난 1983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원유 선물거래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한국이 가장 많이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 가격이 되는 두바이유 역시 배럴당 57.97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의 경제인들은 현재의 원유가격을 1979년 오일쇼크에 근접하는 수준이라고 전망할 정도이다.

유가의 상승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5년 전인 2000년, 불과 20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석유는 중동산 두바이유의 경우 2004년 8월에 이미 배럴당 40달러를 돌파하였으며 최근 그 상승속도는 더욱 빨라져 1년이 지난 오늘날 60달러 선에 거래되고 있다. 석유가격이 오를 때마다 석유전문가들은 애써 유가인상의 파급효과를 축소하고 있지만 석유가격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고유가는 한국경제의 회복에 치명타가 되고 있다. 한국은 세계 제 4위의 석유수입국가로서 국가 에너지 소비자원의 56%를 석유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한 외화지출은 2002년 한해에만 무려 192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은 유가가 10% 오를 경우 국내총생산(GDP)은 0.13 0.14%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게다가 현재의 유가상승은 석유공급량의 축소보다는 수요량의 확대가 주요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어 고유가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일반적 대세로 굳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앞으로 한국의 경제가 다시 한번 도약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고유가에 대한 궁극적이고 현명한 대책이 반드시 수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대책은 어떠한가? 정부가 내놓은 고유가 대책은 한마디로 궁극적인 해결책이 아예 없는 상황이다. 기름값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교통세를 낮추고 차량 운행을 10부제로 하겠다는 안에서 그나마 정책적인 대책이라면 신축건물의 에너지절약 설계기준을 10% 이상 강화한다는 방안, 그리고 경차,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고연비 차량의 지원을 확대한다는 정도의 안을 들 수 있겠다. 그러나 이 모든 대책들은 한결같이 에너지 절약 일변도의 제안일 뿐 석유로 대표되는 에너지 수급 구조라는 보다 궁극적인 문제의 개선을 위한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 석유 소비의 핵심 문제는 석유의 낭비이기 보다는 전체 소비 석유의 97%를 해외업체에 의존하는 한국의 낮은 석유 자립도와 또한 전체 석유 수입량의 70% 이상을 중동지역이 차지할 정도로 편중된 한국의 석유 수입구조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예전부터 한국은 대외의존적인 석유 소비구조로 인해 국가의 경제운용이 해외 석유수급 상황에 좌우되어 왔었다. 1980년에는 2차 석유파동의 여파로 -5.7%의 마이너스 경제성장을 기록하였다는 것을 그 실례로 들 수 있겠다. 때문에 향후 고유가에 의한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선 지금까지의 캠페인 차원의 석유 절약운동과 함께 궁극적이고 중장기적인 대안이 반드시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그 대안 중 가장 매력적인 것으로 남북의 에너지공조를 들 수 있다.

첫 번째 사업은 바로 북한 앞바다의 서해유전을 공동개발하는 것이다.

2004년 5월, 조선일보는 '유공, 서해유전 개발검토'의 기사에서 한국석유공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지난 97년 북한이 50억에서 많게는 400억 배럴의 원유가 있다고 발표한 남포 서쪽 서한만 일대는 그간의 자료를 종합해 볼 때 매장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하였다.

재미 물리학자 박부섭 박사는 지난 3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북한 원유와 관련한 국제회의에 참석해 "마이크로랩톤 방식을 사용하여 매장량을 계산한 결과 서한만에는 5개 구역에 모두 5억8천만 톤(42억3천4백만 배럴)의 매장량이 있으며, 이중 초기생산 가능량은 1억6천만 톤(11억6천8백만 배럴)"이라고 말했으며, 한국석유공사 송진현 기술실장은 "매장가능성이 높다고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서한만 분지는 총매장량이 1백50억 배럴로 추정되는 중국 보하이 유전과 분지형성 과정이 비슷하고 퇴적지층이 유사하다"고 말했다. 또한 북한은 1985년 남포 앞바다에서 하루 450배럴의 시험생산을 한 바 있다.

이상의 사실을 미루어볼 때 북한의 서해지역에는 개발가능한 대규모 유전이 존재하고 있다고 결론내릴 수 있으며 지난 2000년에는 현대종합상사와 한국석유공사가 북한 서해안 유전개발에 대한 컨소시엄 구성을 외국기업에게서 제의받고 참여 여부를 검토한 바 있다.

두 번째 사업은 바로 시베리아 자원 개발의 남북공동 참여이다.

시베리아에는 러시아 전체 천연가스 매장량의 약 80%, 석유 매장량의 약 75%, 석탄 매장량의 약 90%가 매장되어 있으며 이중 시베리아의 천연가스 총매장량은 세계 전체 확인매장량의 40% 이상인 86조m3로 추정된다. 따라서 이 지역 자원을 개발하는 사업에는 비단 한국 뿐 아니라 일본, 중국 등 동북아 국가들의 관심이 매우 높다.

2004년 5월14일에는 '러시아 시베리아 에너지 개발 회의'에서 코빅타 가스전을 포함, 향후 건설될 시베리아의 모든 가스관과 송유관을 일본의 나홋카 노선으로 단일화하기로 결정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하면서 현재는 이 사업에서 일본이 앞서가고 있다.

하지만 남북이 시베리아 사업에 함께 참여한다면 상황은 충분히 역전될 수 있다. 시베리아-만주-북한-한국을 연결하는 가스관은 그 총 거리가 일본노선보다 짧으며 중국이 가스관을 함께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일본노선에 비해 바다를 가로지르지 않고 육상으로만 연결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고 인천, 부산 등의 항만에서 해외로의 수송 또한 가능하다. 따라서 한국정부는 시베리아 자원개발에 있어 반드시 북한과 공동으로 참여해야 한다. 남북은 이미 2001년 9월18일 제5차 남북장관급회담 공동보도문에서 남북과 러시아 사이의 가스관 연결사업을 검토해 나가기로 한다고 명기한 바 있다.

이러한 남북의 에너지 공조는 우리민족이 당면한 에너지난을 가장 슬기롭게 풀 수 있는 방법이 된다. 유전개발 등의 에너지 부문 사업은 그 특성상 단기간의 해결책을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10년 앞의 에너지 수급을 고려한다면 반드시 추진되어야 한다. 에너지는 산업전반을 일구어 나가는 기초, 다시 말해 "공업의 식량"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장기적 안목으로 에너지 문제에 대한 대안을 세우기 위해서 정부는 급격하게 발전하는 남북관계에 기초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즉 가까운 앞날에 다가올 조국통일을 내다보고 남북이 공존할 수 있는 대안을 세워야 한다. 바로 남북협력에 의한 에너지 문제 해결방안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남북은 인접한 지리적 여건으로 볼 때 에너지를 공동으로 개발하여야 그 관리, 운영이 가장 효율적으로 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북한 서해유전, 시베리아 가스관 등은 모두 남북협력에 의해 공동개발하지 않고는 실현될 수 없는 사업들이다. 서해유전은 북측의 자원정보와 남측의 탐사시설의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시베리아 가스관은 국제사회에서 남과 북의 공동활동을 필요로 하고 있다. 같은 민족으로 같은 한반도에 함께 존재한다는 점에서 어쩌면 남북협력에 의한 에너지 공동개발은 당연한 귀결이라 하겠다.

그리고 이러한 남북 에너지 공조는 우리민족의 에너지 자립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실질적 대안이다. 원료에서의 자급, 즉 에너지 자립도가 높아지면 에너지 수급을 위해 다른 나라의 눈치를 살필 일도 줄어들며 에너지자원 수입의 부담도 줄어들게 된다. 연간 500억 달러에 달하는 한국의 에너지자원 수입량은 이제 '어쩔 수 없는 수입'이 아니라 남북에너지공조를 통해 상당부분이 해결될 수 있는 과제인 것이다.

6.15 남북공동선언을 계기로 활성화되기 시작한 남북경제협력은 많은 우여곡절 끝에 발전을 거듭해와 2005년 7월9일부터 시작된 제10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는 북측이 '새로운 방식의 경제협력'을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수송의 설비 면에서도 남북은 2003년 6월, 경의선 철도, 도로와 동해선을 연결해놓고 있는 상황이며 2005년 8월 15일, 북한 화물선이 제주해협을 통과하는 등 각종 항만과 공항 부문의 협력도 가시화되고 있으므로 에너지 부문에서의 남북공동개발은 현 남북정세에서 충분히 현실적인 안이다.

오늘날의 남북경제협력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영구적인 것으로, 부분적인 것이 아니라 전면적인 것으로, 작은 규모가 아니라 큰 규모로 추진될 수 있는 토대를 갖추고 있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수많은 경험과 국민적 관심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고유가라는 난관에 봉착한 에너지 부문의 수급문제를 남북협력으로 해결할 방도는 무궁무진한 발전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공고한 민족공조의 입장을 내외에 확실히 천명하고 에너지 분야의 남북공조에 발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 바로 그 길에 한반도의 번영이 있고 우리 민족의 내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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