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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의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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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1.04.18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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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의 경제

경제가 어렵다고들 한다. 사실 나는 경제 분야에 대해서는 먹통에 가깝다. 구조조정이니, 합병이니, 혹은 공적자금이니 하는 생소한 용어에 늘 주눅이 든다. 심지어는 관심을 가지고 유심히 봐야할 신자유주의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내 주변 사람들도 나와 비슷해서 경제나 돈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없다. 가끔 술친구로 만나는 증권회사 친구와도 돈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다. 어찌 보면 팔자가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긴, 나 같은 무명화가가 벌면 얼마나 벌 것이며, 주머니가 비어봤자 20년 정도에 가까운 전문성으로 굶어죽기야 하겠나. 이것이 경제나 돈 문제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유일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경제문제에 대해 나름의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나는 가끔 주변 사람들과 언론 매체를 통해 경제문제를 접하면서 사람들이 엄살을 떨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여전히 우리는 많이 먹어 살찌는 것을 걱정하고 주말이나 연휴의 도로는 차가 막혀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혹시 누군가의 우스개 말처럼 돈이 없어 정원사 월급도 못 주고, 수영장 물도 못 갈아주는 꼴이 아닐까.

잘 사는 사람들 이야기라고? 천만의 말씀이다. 내 주위에는 그런 상류층도 없고 중산층도 없다. 대부분 조그만 아파트나 전세방에 사는 일반 시민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물론 정말 어려운 서민들의 이야기를 모르진 않는다. 노동자만 희생당하는 구조조정, 외국자본만 배불리는 정책에 대해 분노한다. 하지만 미국, 일본, 유럽의 많은 나라들도 경제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우리나라 경제만 좋아진다는 것은 그야말로 환상에 가깝다. 공식적인 말을 아낄 뿐이지만, 어떤 경제 전문가들은 앞으로 우리 경제가 지금보다 별로 좋아질 기미가 없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는 이런 식으로 짜증을 내면서 계속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내가 잘 모르는 경제문제를 꺼낸 것은 다름이 아니라 삶의 질에 대한 문제 때문이다. 적게 벌고 적게 먹는 삶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자가용으로 출근하는 대신 지하철에서 독서를 하고, 끈적거리는 단란주점이나 갈비집을 배회하는 대신 연극을 보거나 전시장을 찾는 삶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우리는 그동안 자신의 삶에 투자하는데 인색했다. 다른 말로 자신을 업그레이드시키는데 관심이 없었다는 얘기다. 젊었을 때 배운 약간의 지식과 경험으로 평생을 울궈먹는다. 택시 운전사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교통 홈페이지를 만들어 사람들과 공유하거나, 공장 노동자가 연극과 노래, 그림 그리기에 관심을 보이면 거의 뉴스감이 되는 실정이다. 물론 통일운동단체나 시민운동단체에 단돈 1만원도 보태지 않는다.

시쳇말로 부모가 그림을 배우면 자녀들 미술교육비나 감성교육에 들어가는 돈을 절약할 수 있고, 인터넷과 홈페이지를 잘 운영하면 게임중독에 빠지는 아이들을 막을 수 있다. 열심히 일해서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쓰지 않고 어떤 재부를 얻는 일도 돈을 버는 일과 똑같다.

나는 무작정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치인이거나 돈 많은 사람들이다. 좋은 사람들은 돈을 쓰는 방법에 대해 말한다. 작은 돈을 가지고 많은 정신적 재부를 얻을 수 있는 재테크 방법은 무엇일까?

열심히 노동하고 그 만큼의 대가를 받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또한 그렇지 못한 구조를 바꿔 나가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물질적인 가치 못지 않게 정신가치를 추구하는 일도 팍팍한 시대에 삶의 질을 높이고 보다 좋은 사회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노동과 행복

▶용해공/최계근/조선화/160*315/1968

이번 그림은 북한의 원로화가 최계근이 그린 <용해공>이란 작품이다. 창작된 연도는 1968년이고, 형식은 조선화이다. 크기가 3m가 넘는 대작인데, 당시 북한미술계에서는 대작이 유행했다.

작품을 간단히 살펴보면 용광로에 쇳물을 녹이고 제련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힘있게 그렸다. 작업을 하는 노동자의 얼굴에는 웃음과 희망이 가득하게 표현하였다. 창작 배경에는 중공업을 중심으로 경공업을 발전시키자는 북한의 경제 정책과 `천리마 운동`이 반영되어 있다. 마치 전투에서 고지를 점령하듯 계획된 성과를 이루자는 구호가 선명하다. 이 작품은 조선화의 간결하고 선명한 필치가 잘 살아있고, 용해 과정에서 나오는 연기와 벌건 쇳물이 튀는 느낌이 잘 표현되었다. 특히 노동자들의 밝고 힘찬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 <용해공>이라는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한사회를 알아야 하는데, 알다시피 북한은 사회주의 나라이고 노동자들은 각자 자신이 맡은 일을 충실히 해야 한다. 강제로 일을 시킬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생산성이 떨어진다. 결국 북한 노동자들의 자발성을 끊임없이 높여야 한다는 문제가 나온다.

일에 대한 자부심과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생각을 하도록 하려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내가 하는 일이 곧 나와 가족과 국가의 발전이라는 자각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랬을 때만이 강냉이 보리죽을 먹고도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작가는 바로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작업을 하는 노동자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일터에서 노동자들이 희망을 잃으면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의 노동은 모두가 잘 사는데 원동력이 된다. 과연 사람이 잘 살고 행복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돈이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것은 초등학교 때 배웠다. 사실 그 전에 동화에서 무수히 들었다. 어렵게 말하자면 돈은 필요조건이긴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내가 하는 일이 사람과 사회에 이롭게 작용하고, 그 일에 정당한 대가를 받으며, 즐길 때 가장 행복하다고 느낀다. 아니, 그런 사회를 꿈꾸는 것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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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보기(5)
애독자 () 2001-04-20 12:00:00
왜들 북한을 말하자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다들 시기별로 강조점이 다르다고 합니다.
미술도 그러겠죠?
소개하시는 그림들이 어떤 맥락을 가지고 있나요?
그냥 보는 건가요?
관심있게 보다보니 느낀점 외에 궁금한 점도 생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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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권 () 2001-04-25 12:00:00
심규섭님의 미술이야기를 빼놓지 않고 보구있구요...
항상 좋은글에 감사히 생각하는데...
..
이번에 "일하는 현장" 작품을 소개해주신걸 보며
80년대 한창 남한의 민중 미술이 기억나기도 하네요..
90년대 중반 북한이 가뭄과 자연재해로 어려움을 겪은 시대를
"고난의 행군 시대로 불렀다고 들었는데.
그시대를 표현한 미술작품을 보고싶네요.
...
너무 무리한 부탁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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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섭 () 2001-05-02 12:00:00
제도 가급적 북한 최근 작품을 올리기 위해 여러 자료를 뒤적이고 있습니다만, 90년대 중반 이후의 작품은 보기가 어렵군요.
아무튼 노력해서 자료가 구해지는대로 글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졸고에 관심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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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권 () 2001-05-04 12:00:00
그러셨군요...
뭐 꼭 그시기 그림해설이 아니어도 님의 이야기는
매번 읽고.또 보구 있습니다...
어쨌든... 답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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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그림 () 2007-08-10 14:39:25
쇳물을 녹여 중공업을 육성하던 북한의 시대적 배경이 잘 담겨진 그림입니다.
이 시대를 천리마 시대라고 명명하고 있는데....노동에 대한 숭고한 가치를 종자로 삼고 있습니다. 뜨거운 쇳물이 녹는 현장에서 웃고있는 사람의 표현은 가치 추상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노동의 가치를 웃음으로 표현하므로써 열심히 일할때만 웃음이 보장됨을 우의적으로 표현한 그림이라고 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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