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석 (재미 통일학연구소 소장)


1. 민족통일협의기구 결성에서 6.15 민족통일대축전으로

보는 이들을 잔뜩 긴장시키는 날카로운 정치대결이 벌어지고 있다. 핵문제를 놓고 벌어지는 정치대결이다. 그 정치대결은 평양과 워싱턴이 맞서는 구도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 정치대결에는 언제나 그러하듯이 군사적 긴장이 뒤따른다. 북(조선)이 사회주의국가로 남아있고 미국이 제국주의국가로 남아있는 한, 그 정치대결은 불가피한 숙명적 대결이라고 말할 수 있다.

북(조선)의 시각에서 볼 때, 그 정치대결에서 이기는 길은 남측과 화해ㆍ협력ㆍ공조하여 함께 미국에 맞서는 것이다. 미국에 맞서기 위하여 남측과 북측이 화해ㆍ협력ㆍ공조하는 것을 민족민주운동권에서는 흔히 민족통일전선 형성이라고 부른다. 언론에 보도되는 대로, 북측의 ‘통일전선부’가 남측의 정부대표단이나 민간대표단을 상대하는 것은, 북측도 민족민주운동권과 마찬가지로 남측과 화해ㆍ협력ㆍ공조하는 것을 통일전선적 관점에서 보고 있음을 말해준다.

북측이 남측과 화해ㆍ협력ㆍ공조할 때 중시하는 것은 남측 정부의 생각과 태도다. 물론 북측은 남측의 정당 및 사회단체들과 공조하는 것도 중시하지만, 정세변화에 따라서는 남측 정부와 공조하는 것을 더 중시하기도 한다. 그 까닭은 북측이 남측의 정당 및 사회단체와 공조하려면 남측 정부가 그 공조를 인정하고 보장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북측은 민족통일전선을 형성하는 데서 남측 정부의 생각과 태도를 결정적인 변수로 보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6.15 공동선언이 나오기 전에는 남측 정부가 남측 사회단체들이 북측 사회단체들과 공조하는 것을 ‘범죄’로 규정하고 처벌하였기 때문에, 남측에서 민족민주운동에 참여한 사회단체들은 남측 정부가 국가보안법에 의하여 이른바 ‘밀입북’이라고 규정한 방북투쟁으로 대응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남북 정부가 화해ㆍ협력ㆍ공조를 약속한 6.15 공동선언 이후, 정세가 크게 달라져서 남측과 북측의 화해ㆍ협력ㆍ공조는 남북 두 정부의 인정과 지원을 받으면서 실질적인 진전을 보게 되었다.

지난 3월 5일 남, 북, 해외의 각당각파 각계각층을 망라하는 사회단체 대표들이 금강산에 모여 역사상 처음으로 민족통일협의기구를 내옴으로써 조국통일운동사에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였다. ‘6.15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남북해외 민족공동행사 준비위원회’라는 긴 이름을 가진 민족통일협의기구가 마침내 세워진 것이다. 민족통일협의기구를 내온 것은, 한(조선)민족의 각당각파 각계각층 사회정치역량이 6.15 공동선언의 깃발 아래서 민족공동행사를 추진하면서 민족적 차원의 단결력을 계속 강화하고 있음을 현실로 입증한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하나 빠져있었다. 그것은 정작 민족통일협의기구를 주도해야 할 남북의 정부당국이 들어가지 않은 것이다. 민족통일협의기구가 맨 마지막에 완성된 형태는 남북의 정부당국이 주도하고 각당각파 각계각층 사회정치역량이 동참하는 것인데, 올해는 정부당국은 빠져있고 민간차원의 사회정치역량만이 단합하여 미완의 민족통일협의기구를 세운 것이다. 그러한 미완성의 단합은 현 시기 조국통일운동의 발전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다. 앞으로 남북의 정부당국이 민족통일협의기구를 정부차원으로 확장하게 될 때, 민족통일협의기구는 완성될 것이며 조국통일운동은 그야말로 비약적으로 강화ㆍ발전될 것이다.

여기서 지적하는 것은, 북측 정부당국이 민족통일협의기구를 정부차원으로 확장하는 정치과업을 매우 중시한다는 점, 그리고 올해 결성된 미완의 민족통일협의기구를 정부당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성격의 기구로 격상ㆍ발전시키려고 애쓴다는 점이다. 이것은 미완의 민족통일협의기구를 완성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북측이 6.15 공동선언 다섯 돌을 맞아 평양에서 6.15 민족통일대축전을 사상 최대 규모로 성대하게 열고, 그 자리에 남측 정부대표단을 초청한 것은 위와 같은 배경에서 그 정치적 의의를 읽어야 하는 문제인 것이다. 지난 5월 16일부터 19일까지 개성에서 열렸던 남북 차관급(부상급) 회담에 참가한 양측 정부대표들은, 남측 정부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하여 역사상 처음으로 정부당국의 공동행사를 열고 정부당국이 나서서 6.15 공동선언을 실천하기로 결정하였다. 남북의 정부당국이 6.15 공동선언을 실천하기 위한 공동행사를 열고 그 선언을 실천하는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우리나라 통일운동사에서 6.15 공동선언 발표 이후 또 하나의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하는 대사변이다.

2. 미국 국방부의 한(조선)반도 전쟁위협

북(조선)과 미국이 벌이는 날카로운 정치대결을 미국의 시각에서 볼 때 한 가지 뚜렷이 드러나 보이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부시 정부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남북 정부당국이 화해ㆍ협력ㆍ공조하는 것을 막으려 한다는 것이다. 부시 정부가 그렇게 하는 까닭은, 만일 남북 정부당국이 화해ㆍ협력ㆍ공조로 나아가는 것을 막지 못할 경우 미완의 민족통일협의기구가 완성되고 더 나아가 한(조선)민족의 통일정부가 세워지는 결정적 진전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부시 정부는 지난 5월 16일부터 19일까지 개성에서 열린 남북 차관급(부상급) 회담에서 남북 정부당국이 6.15 공동선언을 실천하는 정치적 합의를 내온 것을 더 이상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게 되었다. 남, 북, 해외의 각당각파 각계각층 사회정치역량이 민족통일협의기구를 결성한지 불과 두 달이 지난 때에 이번에는 남북 정부당국이 6.15 공동선언을 실천하는 공동행동을 취하자고 합의한 것은 부시 정부를 크게 자극하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부시 정부는 한(조선)민족이 화해ㆍ협력ㆍ공조로 나아가는 길을 가로막으려는 긴급행동에 나섰는데, 그것은 두 갈래의 행동으로 나타났다. 부시 정부의 긴급행동이 두 갈래로 나타난 까닭은, 부시 정부 내부의 정치적 흐름이 두 갈래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이다. 두 갈래의 흐름이란 국방부의 군사적 행동과 국무부의 정치적 행동이다.

우선, 미국 국방부는 다음과 같은 군사적 행동을 취함으로써 한(조선)민족이 화해ㆍ협력ㆍ공조로 나아가는 길을 가로막으려고 하였다. 군사적 행동이란 북(조선)에 대한 전쟁위험을 한층 고조시키면서 한(조선)반도 정세를 극도의 긴장상태로 밀어 넣는 것을 말한다.

지난 3월 5일 금강산에서 민족통일협의기구가 세워진 것과 때를 같이하여 부시 정부는 북(조선)이 지하핵폭발실험을 곧 실시할 것처럼 소문을 퍼뜨리면서 그 실험을 실시하기만 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식의 협박을 가하다가, 5월 6일에는 미국 언론을 통하여 북(조선)의 전략거점을 불시의 공중폭격으로 파괴하는 기습공격준비를 완료하였다고 협박하였고, 그로부터 20일 뒤에는 미국이 이른바 ‘최강의 비밀병기’라고 자랑하는 에프(F)-117 전투폭격기 15대를 남(한국)에 긴급 배치한다는 정보를 언론에 흘려주었다.

그런데 미국 국방부의 군사적 행동들 가운데서 특히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한(조선)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키려는 새로운 전쟁계획을 작성하는 일련의 움직임이다. 이것은 노무현 정부를 짓누르는 강압조치임을 말할 것도 없고, 한(조선)민족 전체를 전쟁위기로 끌고 가려는 위험천만한 움직임이다.

원래 미국의 전쟁계획은 1급 비밀이므로 외부에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알기 힘들고, 그래서 일반 대중은 그 전쟁계획의 위험성에 대해서 예민하지 못하지만, 지난 몇 해 동안 부시 정부가 한(조선)반도를 겨냥한 새로운 전쟁계획을 작성해온 과정을 살펴보면 아연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요즈음 내외언론을 통해서 흘러나온 정보를 종합하면, 미국 국방부가 작성하고 있는 한(조선)반도 전쟁계획은 실로 위험수위에 다가서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다. 글의 길이가 제약되어 있어서 자세히 설명할 수 없지만, 미국 국방부가 작성하고 있는 새로운 한(조선)반도 전쟁계획은 대략 네 단계로 전개되는 전쟁 시나리오라고 추정된다. 그 전쟁 시나리오는 네 단계의 군사작전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첫째 단계는 태평양군사령부가 불시에 기습적으로, 그리고 끊임없이 한(조선)반도에서 전쟁연습을 벌여 북(조선)의 군사적 대응을 유도하고 그에 따라 북(조선)의 군사력을 소모시키는 저강도 소모전이다. 둘째 단계는 북(조선)에 침투하여 내란으로 위장된 특수전을 도발하고 그것을 남북의 군사적 충돌로 끌어가는 이른바 ‘우발사태’를 일으키는 특수전이다. 셋째 단계는 전혀 예상치 못한 시각에 불의의 공습정밀타격을 가하여 북(조선)의 전략거점들을 파괴하는 정밀타격작전이다. 넷째 단계는 대규모로 편성된 항공모함 전투단이 대량공습으로 북(조선)의 전쟁수행력을 마비시킨 가운데 신속기동군이 평양으로 진격하는 점령작전이다.

태평양사령부가 작성하고 주한미국군사령부와 합동으로 전개하는 첫째 단계의 저강도 소모전은 ‘개념계획 5030’으로 구체화되었다. 태평양군사령부가 작성하고 예하 특수작전사령부의 전투단위가 연습하는 둘째 단계의 내란도발작전은 ‘개념계획 5029’로 구체화되었다. 셋째 단계의 정밀타격작전은 태평양군사령부가 작성하고 예하 공군사령부의 전투단위가 연습하는 ‘개념계획 5026’으로, 그리고 전략군사령부가 작성하고 ‘전지구적 타격기동부대’가 연습하는 ‘개념계획 8022’로 각각 구체화되었다. 그리고 태평양군사령부와 주한미국군사령부가 작성하고 한미연합군이 연습하는 넷째 단계의 평양점령작전은 ‘작전계획 5027’로 구체화되었다.

언론보도를 통해서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부시 정부는 ‘개념계획 5029’를 ‘작전계획 5029’로 격상시켜서 전쟁 시나리오를 완성하는 작업을 지난 한 해 동안 추진하여왔다. 이 작업은 청와대 국가안보회의 상임위원회가 더 이상 추진하지 말고 ‘유보’해달라고 요구하는 바람에 잠시 주춤하였으나, 결국 지난 6월 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남(한국) 국방장관은 ‘작전계획’으로 격상하지는 않겠으나 보완ㆍ강화하겠다는 미국 국방장관의 강압에 눌려 굴종하고 말았다.

‘개념계획 5029’를 보완ㆍ강화하겠다는 것은 부시 정부가 특수군을 북(조선)에 침투시켜 내란을 도발하는 전쟁계획을 행동으로 옮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이러한 내란도발작전이 아프가니스탄 침략전쟁과 이라크 침략전쟁에서 실전평가를 마쳤음은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잘 알려진 바다.

태평양군사령부의 ‘개념계획 5026’과 전략군사령부의 ‘개념계획 8022’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결정만 떨어지면 곧바로 군사작전을 개시할 만큼 완성도를 높였으며 그 전쟁계획을 군사작전으로 펼치기 위한 실전연습에 집중하였다는 것은 웬만한 군사전문가들은 다 알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넷째 단계의 평양점령작전도 역시 지난 1990년대 말부터 수정ㆍ보완되었을 뿐 아니라, 한미연합군이 그 전쟁계획을 군사작전으로 펼치기 위한 실전연습에 집중하였다는 것은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서 알려진 바 있다.

3. 미국 국무부가 꺼내든 비상대책

미국 국방부가 위와 같이 한(조선)반도를 겨냥한 전쟁계획을 작성하고 전쟁연습을 실시하는 데는 자연히 한(조선)민족 전체의 저항을 불러일으키는 반작용이 뒤따르게 된다. 자기 목숨을 노리는 전쟁위험 앞에서 가만히 앉아 있을 한(조선)민족 성원은 하나도 없으며, 남녀노소를 가릴 것 없이 전쟁반대의 함성을 높이며 반전평화투쟁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국 국방부의 전쟁위협은 한(조선)민족을 자극하여 반전평화투쟁과 반미자주화운동에 나서게 하는 객관적 조건으로 될 수 있다.

그런데 미국 국방부가 벌이는 한(조선)반도 전쟁위협보다 훨씬 더 직접적으로, 더 강하게 남북 정부당국이 화해ㆍ협력ㆍ공조하는 것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미국 국무부가 취하는 정치적 방해공작이다. 미국 국무부는 다음과 같은 행동을 취함으로써 한(조선)민족이 화해ㆍ협력ㆍ공조로 나아가는 길을 가로막으려고 하였다.

국무부는 지난 5월 14일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크리스토퍼 힐을 서울에 급파하여 남북 차관급(부상급) 회담을 가로막으려고 하였으나 이미 때가 너무 늦은 바람에 실패하였다. 다급해진 국무부는 결국 비상대책을 꺼내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의 비상대책은 노무현 대통령을 백악관으로 불러 한미정상회담을 여는 것이다.

남북 정부당국이 평양에서 6.15 공동선언 발표 다섯 돌을 맞아 정부당국의 공동행사를 열고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로 결정하였던 5월 19일로부터 불과 닷새밖에 지나지 않은 5월 24일 백악관은 서둘러 한미정상회담 일정을 세상에 내놓았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정상회담이란 나라와 나라 사이에 걸려있는 중대한 정치적 현안을 풀어내기 위한 가장 높은 수준의 정치협상이지만, 이번에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은 전적으로 미국의 다급한 요구에 따라, 미국의 정치적 의지를 노무현 정부에게 내려먹이려고 마련된 비상대책이다.

한미정상회담을 급하게 열게 된 미국의 다급한 요구라는 것은, 위에서 논한 대로 남북 정부당국의 공동행동을 저지하려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 부시는 백악관에 들어선 노무현 대통령에게 남북 정부당국의 공동행동을 반대하는 강한 저지의사를 표명함으로써 노무현 대통령을 굴종시킬 것이다.

6월 10일 백악관에서 예정된 부시-노무현 정상회담은 지난 2001년 3월 8일 백악관에서 열렸던 부시-김대중 정상회담의 굴욕적 경험을 되살린다. 그 때 김대중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다시 만나는 제2차 남북 최고위급 회담을 5월쯤 서울에서 개최하려고 계획하고, 2월에는 북측과 비공개접촉에 들어갔었다. 그러한 정황을 간파한 미국은 김대중 대통령을 급히 백악관에 불러 김대중 대통령의 계획을 강압적으로 중단시켰다.

4년 전 김대중 대통령을 굴종시켜 남북 정부당국의 화해ㆍ협력ㆍ공조를 저지하였던 한미정상회담이 이번에는 노무현 대통령을 굴종시켜 남북 정부당국의 화해ㆍ협력ㆍ공조를 또 다시 저지하고 있는 것이다. 명백하게도, 한미정상회담 개최는 6.15 공동선언 발표 다섯 돌을 맞아 화해ㆍ협력ㆍ공조의 길에 들어서게 된 노무현 정부를 그 길에서 강압적으로 끌어내기 위한 부시 정부의 책략이다.

4. 북(조선)의 고심 어린 선택

북(조선)은 미국 국방부가 밀고 나오는 전쟁위협에 대해서 군사적으로 강하게 맞서 대응할 수 있고, 미국이 전쟁위협을 노골적으로 가할수록 한(조선)민족 전체의 저항을 자극하게 된다.

그렇지만 미국 국무부가 밀고 나오는 방해공작에 맞서 싸우는 북(조선)의 대응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북(조선)은 노무현 대통령이 백악관에 가는 것을 막을 수 없으며, 그가 백악관에 불려가서 부시의 강압조치에 굴종하는 것도 막을 수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북(조선)이 부시 정부의 방해공작을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부시 정부가 느닷없이 한미정상회담 일정을 내놓았던 지난 5월 24일부터 1주일 동안 북(조선)은 부시 정부의 방해공작에 맞서기 위한 비상대책을 찾느라고 고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나의 판단으로는, 북(조선)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방안을 놓고 비상대책을 검토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1) 남측 정부대표단과 정당 및 사회단체 대표단의 평양방문을 모두 거부하고 6.15 민족통일대축전을 전면적으로 중단하는 방안

2) 남측 정부대표단의 평양방문을 거부하고 정당 및 사회단체 대표단만 참가하는 방식으로 6.15 민족통일대축전의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

3) 남측 정부대표단의 구성인원을 줄이고, 정당 및 사회단체 대표단의 구성인원은 원래대로 하여 6.15 민족통일대축전의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

4) 남측 정부대표단과 정당 및 사회단체 대표단의 구성인원을 모두 줄여 6.15 민족통일대축전의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

제1방안을 택할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이 너무 클 것이므로 일단 배제되었을 것이다. 제2방안과 제3방안은 노무현 정부의 지위를 정당 및 사회단체의 지위보다 격하시키는 것으로 보여 노무현 정부가 대표단을 평양에 보내지 않는 부작용이 예상되므로 역시 택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결국 북측이 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제4방안으로 좁혀졌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북측은 6.15 민족통일대축전 규모를 축소하는 그야말로 고심 어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6.15 민족통일대축전을 불과 두 주간 앞둔 시점인 6월 1일에 자기의 고심 어린 선택을 발표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측은 자기의 고심 어린 선택을 발표하는 문건에서 부시 정부가 한미정상회담을 통하여 방해공작을 벌이는 가운데 노무현 정부가 그것에 굴종하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고, 부시 정부의 한(조선)반도 전쟁위협에 관한 사항만 지적하였다. 그렇게 한 까닭은, 북측이 한미정상회담 개최라는 부시 정부의 방해공작에 대해서 매우 신중하게 맞서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5. 부시 정부가 가로막아 놓은 장애물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부시 정부가 방해할수록 한(조선)민족이 더욱 단합하여 6.15 민족통일대축전을 성대하게 개최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견해는 매우 복잡하게 뒤엉킨 조ㆍ미 관계와 한ㆍ미 관계, 그리고 남북 정부당국 사이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놓고 판단한 것으로 보기 힘들다.

어려운 고차방정식을 풀려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일반적인 수학공식이 아니라 특수한 수학공식이 요구되는 것처럼, 복잡하게 꼬인 정세를 풀려면 일반적으로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정치적 판단만 가지고서는 안 되며, 뒤엉킨 대결구도의 핵심부에 파고 들어가는 정치적 판단이 요구된다.

만일 부시 정부가 한미정상회담 개최라는 특수한 방해공작을 벌이지 않고, 이전처럼 전쟁위협이라는 방해공작만 벌이고 있다면 한(조선)민족이 6.15 민족통일대축전을 성대하게 개최하는 방식으로 맞서는 것이 정당하다.

그러나 얼마 전에 개성에서 북측과의 화해ㆍ협력ㆍ공조를 약속한 노무현 정부가 부시 정부의 강압에 굴종하게 된 조건에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6.15 민족통일대축전을 성대하게 개최하면, 부시 정부의 방해공작과 그에 굴종하는 노무현 정부의 예속성이 그 축전열기 속에 파묻히고 은폐될 것이다. 오른손으로는 6.15 공동선언의 깃발을 들고 북측 정부당국자와 만나 악수하면서, 왼손으로는 남북 정부당국의 화해ㆍ협력ㆍ공조를 저지하는 부시에게 불려가 굴종하는 극단적인 모순을 은폐하거나 받아들일 수는 없는 것이다. 북측이 남북 차관급(부상급) 회담에서 합의한 대로 남측 정부대표단을 축소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그러한 극단적인 모순을 인정하는 것이며, 6.15 공동선언 실천을 저지하려는 부시 정부의 방해공작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이다.

여기서 두 가지 문제가 나선다. 하나는 남북의 정부대표단이 6.15 민족통일대축전에서 어떠한 정치적 합의에 도달하는가 하는 문제이며, 다른 하나는 평양에 모여든 남, 북, 해외의 각당각파 각계각층 사회정치역량이 어떠한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 낼 것인가 하는 문제다. 쉽지 않은 이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서, 앞으로 6.15 공동선언 실천운동의 발전방향과 추진속도가 정해질 것으로 생각된다.

6.15 공동선언의 깃발을 들고 화해ㆍ협력ㆍ공조의 길에 나선 한(조선)민족은 6.15 민족통일대축전에서 자기의 단결력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며, 부시 정부가 가로막아 놓은 장애물을 힘과 슬기로 돌파해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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