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지난 6월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한이 통일되더라도 한반도에 미군이 계속 주둔해야 한다는 데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과 합의를 보았다고 밝혔다.

김대통령은 또 남북한 및 미국.중국이 참여하는 4자회담을 통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일이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독일 일간지 디 벨트와의 회견에서 김 위원장과 통일 이후에도 정치적 역학관계와 세력균형을 위해 미군이 한반도에 계속 주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고 말했다.

이 신문 26일자에 실린 회견에서 김 대통령은 소련이 붕괴된 이후에도 서유럽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이 계속 주둔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볼때 동북아시아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은 유럽에 나토군이 주둔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대화를 통해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남북한 모두 파멸할 것이라는 데 즉시 동의했으며 오랜 기간이 걸리더라도 평화적 통일을 이룩해야 한다는 데도 완전한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고 밝혔다. 또한 남북정상은 남북한 상호 체제를 인정한다는 데도 합의했다고 전했다.

김 대통령은 통일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하고 남북 관계에 대한 목표는 긴장을 완화해 장기적인 평화를 달성하고 남북한 상호 교류를 심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대한 인물 평가를 묻는 질문에 대해 김 위원장이 매우 이론적일 뿐 아니라 느낌에 따라 행동하는 감성적 인물이기도 하다고 말하고 그가 개방적이고 유교적 도덕을 지니고 있으며 단순히 그를 독재자나 공산주의자로만 볼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통일을 위한 다음 단계의 조치를 묻는 질문에 대해 김 대통령은 이달 말에 남북한간에 군사위원회가 구성되고 여기서 직통전화 개설사업을 추진하고 양측 국방장관간 회담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북한이 전쟁의도를 완전히 버렸는지에 대해서 확실하게 대답할 수 없다고 말하고 다만 남북한간의 군사위원회가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추진할 것이며 나아가 남북한 및 미국, 중국이 참여하는 4자회담을 통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일이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통령은 남북한 관계는 특정 정부의 입장에 좌우되는 것은 아니며 국민과 다음 정부에 의해 계속 추진되고 발전될 것이라고 말하고 자신의 임기 중에 모든 것을 이루어 내겠다는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독일의 통일 경험은 한반도 통일에도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고 전제하고 서독이 장기간에 걸쳐 동독을 재정적으로 지원해준 것과 여러 분야에서 동서독이 활발하게 교류했다는 사실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서독이 동독을 급속하게 흡수 통일한 것은 배울 점이 못된다고 지적했다. 김 대통령은 남한은 서독과 같은 경제력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북한을 흡수 통일하려는 생각이 전혀 없다고 강조하고 그렇게 하려고 하다가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 벨트는 회견 기사 후기에서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권위주의적 정권의 박해를 견뎌낸 끝에 권력을 잡은 김 대통령은 야당 지도자 시절인 지난 71년 이미 남북한 통일 방안을 수립했으며 98년 이후 추진돼온 김 대통령의 햇볕정책이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킴으로써 남북 관계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연합 2000/08/26)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