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순(한국진보운동연구소 상임연구원)


북측이 남측에 14일 ‘당국자 실무회담’을 전격 제의하고 그에 대해 남측이 호응함에 따라 5월 16-17일 개성에서 남북 당국간 실무회담이 열리게 되었다. 이번 회담으로 거의 10여개월 동안 단절되었던 남북 당국간 관계가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향후 새로운 한반도 자주통일정세를 예고하고 있다.

1. 남북 당국자회담 재개의 배경

① 북미 핵대결에서 미국 패배의 산물이다

그동안 남북 당국자회담이 중단되고,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에 빠지게 된 데는 겉으로 보기에는 2004년 7월에 있었던 참여정부의 ‘조문불허사건’과 ‘대규모 기획탈북사태’ 때문처럼 보인다. 하지만 내적으로는 4차 6자회담 무산과 미국의 대북 강경대결정책 때문이다.

재선에 성공한 부시 행정부는 ‘자유와 민주주의의 확산’을 국정의 제1지침으로 내세우면서, 북을 ‘폭정의 전초기지’로 규정하고, ‘이북체제 변형’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함으로서 ‘대화와 협상’ 대신 ‘대북 압박전략’을 선택하였다.

북은 미국의 체제변형전략에 맞서 타협과 양보가 아닌 강력한 정치군사적 공세로 정면 대응하였다. 지난 2월10일에 외무성성명의 형태로 “미국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6자회담에 무기한 불참하겠으며, 핵무기 수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가겠다”고 선언하였으며, 3월 31일에는 “향후 6자회담이 열리게 된다면, 당당한 핵무기 보유국가로서 핵군축회담으로 되어야 한다”고 천명하였다. 이어서 4월 초에는 영변의 실험용원자로의 가동을 중단하고 연료봉제거작업에 들어감으로써 핵무기를 늘려나가기 위한 실천적 조처를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북의 연속적인 군사적 공세에 미국은 아무런 대응수단을 갖고 있지 못했다. 소위 미국의 ‘의도적 무시정책’은 북의 전술적 공세를 무력화하기 위한 고도의 계산의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말 그대로 미국의 무기력증의 표현일 뿐이다.

이에 대해 보다 면밀한 분석이 요망된다. 왜냐하면 미국의 의도적 무시전략은 북의 전술적 공세를 무력화하기 위한 효과적 대응수단이기 때문에 북의 의도는 좌절될 것이며, 스스로 고립만을 자초할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지식인들 사이에는 미국의 힘과 능력에 대한 맹목적 믿음이 깔려 있다. 그 결과 미국의 모든 행동은 합리적이며 현실적이며, 과학적이기 때문에 상황은 항상 미국의 의도대로 될 것이며, 반대로 북은 아무런 힘도 없는데다가 맹목적이며, 무모하며, 비합리적이며, 비현실적인 정책을 선택하기 때문에 결국 좌절과 고립만 자초할 것이라는 미신에 사로잡혀 있다.

이북의 군사적 공세에 대한 미국의 대응 수단은 ▲북의 핵시설에 대한 군사적 선제공격 ▲유엔 안보리회부와 제재 ▲경제적 제재와 봉쇄 ▲해상봉쇄 등의 수단을 들 수 있다. 현재 미국의 처지로 볼 때 이상과 같은 대응수단 중에 즉각 사용할 수 있는 게 있는가? 그 답은 안타깝게도 ‘전혀 없다’이다.

먼저, 군사적 선제공격은 현재로서는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국내외 군사전략가들의 일치된 견해이며, 미국행정부 스스로도 이를 고백하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 백승주 북한실장은 국방정책연구(2005년 봄호)에 기고한 글에서 북핵폐기를 위해 군사적 수단을 이용하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 스스로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미국의 리처드 마이어스 미 합참의장은 미 의회에 보고한 기밀 문서에서 “미국은 계획했던 것만큼 빨리 새로운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할 것”이라고 실토하였다. 뉴욕타임스는 4월 29일자에서 “북한이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할 능력을 갖고 있으며, 이 미사일이 미국본토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로웰 재코비 미국방정보국 국장의 의회 증언이 사실이라면 이는 북핵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정세의 획기적인 변화를 의미하며, 이는 부시의 대북 선택방안을 크게 제약할 것”이라고 보도하였다.

다음으로, 유엔 안보리 회부를 통한 국제적 제재도 현재로선 불가능하다는 것이 일치된 견해이다. 러시아와 중국의 유엔 안보리 회부자체를 반대하고 있으며, 또한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유엔 안보리에 회부해 보았자 실효성 없는 성명채택정도에 그쳐 전혀 효과가 없다. 특히 유엔 안보리 제재란 군사적 공격을 나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이용하는 것인데 군사적 공격능력이 없는 미국의 처지로는 유엔 안보리 회부자체가 그리 탐탁한 수단으로 될 수 없다.

그래도 효과적인 제재수단은 경제제재인데, 미국은 스스로 대북 경제제재능력이 없고 중국과 한국의 도움을 통해서만 성공가능한 수단이다. 그런데 한국과 중국이 대북 경제제재 절대반대를 외치고 있는 마당에 그림의 떡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시도해 볼 수 있는 수단은 PSI훈련을 빙자한 해상봉쇄인데 그것은 국제법적 근거가 없어 시위용에 불과한 형편이다.

이처럼 한.중 양국정부가 참여하지 않는 한 미국자체의 대북 제재수단은 전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일부 지식인들은 미국이 대북 강경대응 수단을 갖고 있음에도 북의 의도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일부로 의도적 무시전략으로 맞서고 있다거나 한국정부의 입장을 고려하여 가급적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강경대응을 자제하고 있을 뿐이라고 미국을 칭찬하니 그들의 사대주의적 사고가 안타까울 뿐이다.

미국은 3월 중순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직접 한중일 삼국을 순방하여 대북 제재 동참을 촉구하였지만 일본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로부터는 전혀 호응을 받지 못했다. 중국방문시에는 대북 송유관을 차단해 줄 것을 요청하였지만 한마디로 거절을 당 수모를 겼었다. 4월 중순 안보리 회부문제가 미국 정부당국자들의 입을 통해 공식 거론되자 한국 정부여당은 당정회의를 거쳐 유엔 안보리 회부와 경제제재 반대를 공식천명함으로서 미국 정부당국자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돌연 ‘북핵실험 준비설’이 대서특필되었다. 4월 22일 월스트리트 저널지가 미 정부당국자의 말을 빌어 “북한이 핵실험 준비를 하고 있는 구체적 징후가 포착되었으며, 이를 관련국에 통보하였다”는 내용이 보도되면서 급속히 확산되기 시작한 ‘북핵실험 준비설’은 나중에 길주 부근의 위성사진이 그 구체적 증거로 제시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북핵실험 준비설’은 사실이 아님이 판명되었다. 핵실험 예상지역으로 거론된 길주는 수년전부터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터널공사가 진행되어 한미정보당국이 지속적으로 정밀 관찰해 온 지역으로서 최근에 그 어떠한 특이 현상이나 이상징후가 포착된 게 전혀 없다고 정부당국자가 공식발표하였으며, 미 정부당국으로부터 공식통고 받은 바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

‘북핵실험 준비설’의 단순한 정보판단의 실수이거나 해프닝이 아니라 미 행정부의 고도의 책략의 산물이다. 이에 대해 언론들은 “대개 익명의 미 행정부관리들을 출처로 미일 언론에 쏟아지고 있는 이런 ‘설’들은 북한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키고 미국의 강경대응을 합리화하려는 의도가 강하게 보인다”고 폭로하고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평화방송과 인터뷰에서 “한중러를 강력하게 압박해 자기편으로 끌여들이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라고 규정하였다.

핵실험 준비설을 앞세운 부시 행정부의 외교적 반격은 북핵실험 위기의식을 확산시키는데 일정정도 기여하였다. 북핵실험 준비설을 앞세운 미국의 압박공세로 노무현 정부는 심각한 동요양상을 표출하였다. 하지만 한중러 세 나라를 대북 제제노선에 동참시켜 내는 데는 실패하였다. 오히려 북미직접대화에 대한 압력으로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 왔다. 이는 중국의 양시유 한반도 문제 담당 국장이 뉴욕타임스와 회견에서 “미국의 비협조적 자세 때문에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지연되고 있으며, 북에 대한 제재를 반대한다”고 밝히면서 미국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데서 잘 드러나고 있다. 특히 중국정부의 관리들은 북미직접대화를 공개적으로 주문해 나서는 등 미국에 대한 외교적 압력이 가중되었다.

미국은 자신들의 외교적 공세가 실패로 돌아가고 북미직접대화에 대한 국제적 압력이 거세어 지자, 마지못해 북미 접촉에 나서기 시작하였다. 아사이 신문은 5월 14일 미국정부당국자를 비롯한 복수의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무부 간부가 이번 주 한성렬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와 전화회담을 갖고 6자회담 재개문제를 협의했다”고 보도하였다. 아사이 신문은 “북한과의 대화를 거부해온 미국이 북한 유엔대표부와 전화접촉을 가진 것은 미국 스스로가 고립되는 것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며, 이는 한중러 삼국의 의사가 반영된 것이다”고 분석하면서, “조지 부시 행정부는 중국에 대북 압력강화를 촉구했지만 중국은 거꾸로 미국에 더 유연한 자세를 요구하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지난 9일 ‘2-3개국의 강한 압력’이 북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며 미국과 일본의 강경책을 은연중 비판하는 등 오히려 미국이 고립될 우려가 있다는 판단을 했다”고 지적하였다.

이북을 외교적으로 고립시켜 대북 제재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미국의 외교적 반격은 실패로 돌아가고 오히려 역포위 고립되는 지경에 빠져들었다. 이는 2004년 제3차 6자회담 상황과 비슷하다. 당시 미국은 5:1로 역포위 고립되자, 어쩔 수 없이 자신들의 ‘선핵포기’ 노선을 포기하고 북의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 동결과 보상의 동시행동의 원칙’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 국제사회는 대북 제재가 아닌 미국의 적극적인 양보를 주문하고 있고, 미국의 대화회피 자세를 격렬히 비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작년처럼 미국에게 어쩔 수 없는 후퇴와 양보를 강제하고 있는 국면이다. 이는 남북관계를 제약했던 미국의 압박이 결정적으로 약화되고 한반도 자주와 통일에 유리한 국면이 열리고 있음을 말해준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당국대화 움직임은 바로 이러한 국면에 발맞추어 남북관계를 질적으로 도약시키기 위한 주동적인 노력의 산물이다.

② 민족공조 강화발전의 필연적 귀결이다

북미 핵대결에서 미국의 패배가 남북당국 관계발전의 유리한 객관적 조건을 제공해 주고 있다면, 민족공조를 강화 발전시키기 위한 적극적 투쟁은 남북당국간 관계 발전의 주체적 동력으로 되고 있다. 미국과 친미수구세력들의 압박공세에 굴복한 남측 정부당국 때문에 남북 당국간 관계가 단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민족공조를 강화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민중들의 투쟁은 멈추지 않았다.

남북당국 관계가 단절되고, 한반도 핵문제가 위기상황으로 발전해 나가자, 민족공조 강화에 대한 대중적 여론은 날로 높아져 갔다. 이것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가 웅변적으로 말해 주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핵무기 보유를 자위용으로서 우리민족의 미래에 바람직하다는 여론이 그 반대여론보다 훨씬 높으며, 한반도 평화의 위협국은 북이 아니라 미국과 일본이라는 여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또한 한미공조를 반대하고 민족공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급격히 높아져 가고 있다. 이는 한미공조를 강조해온 남측정부당국에게 남북관계 복원에 대한 강력한 압력으로 되었다. 특히 대북 비료지원문제가 상반기 남북관계의 가장 큰 현안으로 대두되었다. 대중여론은 당국간 대화를 비료지원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남측 정부당국 태도를 비난하였다.

민족공조를 강화하기 위한 대중적 투쟁은 3월 초 금강산에서 역사적인 남북해외 대표들이 거족적으로 모여 회합을 갖고 ‘6.15공동선언 실현을 위한 남북해외 민족공동행사 준비위원회’를 결성함으로서 결정적 국면을 열어 놓았다.

‘6.15공동위’는 조직의 명칭에서도 보여주듯 일상적 통일운동과 민족공동의 통일행사들을 공동으로 벌여 나가기 위한 상설적 협의체이다. 6.15공동위가 결성됨으로서 우리민족은 비로소 남과 북 해외가 공개적이고 합법적으로 민족공동의 통일운동과 통일행사들을 공동으로 벌여 나갈 수 있는 조직적 수단을 갖게 되었다.

‘6.15공동위’는 6.15공동선언을 지지하는 전 민족적 역량의 총결집체이다. ‘6.15공동위’가 결성됨으로서 미국의 압력과 방해를 뚫고 6.15공동선언을 이행해 나갈 수 있는 강력한 대중적 토대를 갖출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6.15공동위’ 결성은 당국관계가 단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민족의 민족공조투쟁은 멈추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욱더 확대발전되고 있음을 내외에 과시한 일대 승리이며, 미국과 반통일세력에게 결정적 타격으로 되고 있다. 이는 또한 한미공조와 민족공조사이에서 왔다갔다하는 정부당국에게 결정적 압력으로 되고 있다.

‘6.15공동위’가 결성됨으로서 각계각층의 민중들은 ‘6.15공동위’의 틀속에서 다양한 통일행사와 통일투쟁을 남과 북이 함께 벌여나감으로서 민족공조를 강화발전시키고 민족적 대단결을 이룩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의 압력과 당국간 대화의 단절에도 불구하고 민중들의 적극적인 활동과 투쟁에 의해 대중적 민족공조는 더욱 활성화되고 발전해 나갔으며, 그 양적 발전과 함께 질적인 내용 또한 더 풍부해지고 높아져 갔다. 이러한 민족공조역량의 확대발전으로 이제 미국의 그 어떠한 압력과 간섭도 뚫고 나가면서 6.15공동선언을 지속적으로 관철 이행해 나갈 수 있는 전민족적 주체역량을 튼튼하게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민족공조의 대중적 확대발전은 필연적으로 남북 당국대화의 정상화요구로 발전하고 있다. 남북당국간 관계가 단절되게 된 본질적인 요인은 미국과 국내 반통일세력들의 공세를 분쇄할 수 있는 민족공조역량의 취약성에 있었다. 민족공조역량이 양질적으로 강화발전됨으로서 이러한 취약성이 극복되고 그 어떠한 조건에서도 남북관계를 튼튼히 발전시켜낼 수 있다는 전민족적 자신감이 마련되었다. 이러한 민족공조역량에 대한 믿음이야말로 당국간 대화를 복원시킨 직접적이고 결정적 요인이다.

2. 남북관계의 향후 전망

남북 당국자회담이 재개됨으로써 남북 당국간 관계가 정상화의 길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차관급 당국자 실무회담이 즉흥적 결정의 산물이 아니라 우리민족과 미국의 전면적 대결과정에서 획득한 정치적 성과라는 점에서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향후 남북당국자 관계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원칙적 방도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이점은 남북 당국자들의 의지에서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북측은 개성실무회담 제의 전화통지문에서 “6.15공동선언 5돌을 앞두고, 우리민족끼리 이념을 구현하여 북남관계를 하루빨리 정상화하려는 염원에서” 남북실무회담을 제의한다고 명확히 밝히고 있다. 남측 정동영 통일부장관도 "우리 민족 문제를 우리 손으로 해결하지 못한 100년 전의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남북간 평화를 위해 남북관계를 정상화.제도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향후 남북 당국자 관계가 순탄하게 발전해 나갈 것으로 보기에는 이르다.

무엇보다도 북미 핵대결 정세가 지극히 유동적이다. 미국은 국제적 압력에 굴복해 북미직접접촉을 받아들여, 뉴욕 북미전화접촉을 하였다고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궁여지책의 술책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해들리 국가안보보좌관은 여전히 위협적 대북 강경발언을 내뱉으면서, 안보리 회부운운하며 대북 압박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같은 미국의 태도로 볼 때 미국은 지금까지와 같은 대북 정책을 전혀 수정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북 정책이 전환되지 않는다면 6자회담 개최전망도 여전히 불투명하며, 설사 6자회담이 우여곡절 끝에 열린다 하더라도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기 어렵다. 따라서 북미간의 전면적 대결국면은 당분간 해소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남북 당국간 회담을 자신들의 대북 정책을 관철하는 공간으로 활용하려 할 것이다. 이미 남북 차관급 실무회담이 열리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미국은 마침 방한한 크리스토퍼 힐을 앞에서 한미 대북 정책공조의 미명아래 남북 당국간 회담을 자신들의 대북 핵정책을 관철하는 공간으로 만들려는 공작을 벌이고 있다. 남북당국간 회담장이 우리민족끼리의 정신으로 남북 관계를 정상화의 궤도에서 벗어나 북미 핵공방의 대리전장으로 변질되어 버린다면, 남북당국관계의 정상화는 지극히 난망할 것이다.

따라서 남북당국 관계정상화의 시금석은 북미 핵공방의 대리전장으로 변질시키지 않고 우리민족의 문제를 우리민족끼리 풀어나가는 민족공조의 장으로 만들 수 있는 역량과 능력을 남북당국이 갖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남북당국 관계의 정상화를 가로막는 요소는 미국의 외압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직까지 반통일적인 국가보안법을 폐지시키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적나라하게 들어나듯이 민족공조발전에 대한 국내의 저항도 결코 만만치 않다. 특히 우려할 만한 것은 미국은 최근 심혈을 기울여 친미보수세력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 의해 육성된 친미보수세력들은 음으로 양으로 미국의 지원아래 노골적으로 6.15공동선언을 부정하면서 반북 대결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리고 친미보수세력의 결집체인 한나라당이 이들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다. 그 결과 한나라당 등 친미보수세력에 의한 남북관계 발전 방해공작이 더욱 극심해 질것이며, 이러한 요소들이 남북당국자 관계의 정상화를 가로막는 암초로 작용할 것이다.

남북당국자 관계의 정상화는 이러한 내외적 장애요인들을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데 남측 참여정부는 안이한 인식과 태도를 갖고 남북관계를 다루고 있으며, 특히 한미공조와 남북협력 사이에서 동요하고 갈등하고 있다. 이러한 동요성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모처럼 형성된 좋은 기회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여기서 우리들은 정부에게 동요하지 말 것을 주문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된다. 남측 참여정부가 한미공조보다, 민족공조를 앞세울 수 있는 여건과 조건을 만들어 내는 것은 역시 민중들의 몫이다. 즉 정부의 동요성을 대중적 힘으로 잠재울 수 있는 강력한 민족공조 역량을 시급히 확보해야 한다. ‘6.15공동위’ 결성으로 조직적 태세를 갖춘 민간통일운동진영은 민족자주와 민족대단결의 기치를 높이 들고 강력한 대중적 투쟁을 벌이는 한편 민족적 단결과 단합은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향후 투쟁은 민족공조와 한미공조의 대결전이다. 이 대결전은 민족공조의 승리로 끝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정세의 주도권을 틀어쥐고 있으며, 조직적 태세로 갖추었다. 우리민족의 힘을 굳게 믿고 민족공조의 기치를 더욱 높이 들고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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