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군사훈련으로 한반도에 초긴장상태가 조성되고 있다.”
“미국과 전쟁할 태세 돼있다.”

최근 조선중앙통신의 보도와 오성철 태국 주재 이북 대사의 발언이다. 지난 2월 10일 이북의 외무성 성명 직후 한성렬 유엔 대사의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의 대북 침공뿐이다’라는 발언 이후 이북은 미국의 북침 가능성을 계속해서 염두에 두고 있었다.

최근 한미합동 군사훈련에 맞추어 이북은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러시아 소리방송 3월 16일 보도에 의하면 이북은 한미 훈련에 대응하여 민방위훈련을 진행하고 있으며, 군부대 전투태세에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이같은 러시아 소리방송의 보도는 그 이후 이북의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되기도 하였다.

한편 이남 언론에서는 3월 위기설, 6월 위기설이 나돌고 있기도 하다. 1994년 3월 위기설과 6월 위기설을 되풀이하고 있는 듯 하다. 나중에 확인되었지만 3월과 6월 위기설이 나돌았던 1994년 당시 미국은 실제 북침을 계획하고 있었다. 당시 위기설은 ‘설’로 그친 것이 아니라 ‘현실’이었던 것이다.

최근 한반도 전쟁 위기는 과연 ‘설’인가 아니면 이북의 표현대로 초긴장상태인가?

전쟁 준비 완료한 미국

전쟁 준비는 크게 3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전쟁 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1단계라고 한다면 그같은 계획을 실행하기 위한 군사력을 확충하는 것이 2단계이다. 그리고 그를 위한 실전 훈련이 3단계에 위치한다.

우리에게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미국의 대북 전쟁계획은 작전계획 ‘5027’이다. 69만명의 미군이 증원되는 ‘5027’만으로도 미국의 전쟁계획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2003년부터 주한미군 재배치를 본격화하면서 ‘5027’ 이외에도 작계 ‘5026’, 작계 ‘5030’을 추가로 마련하였다.

‘5027’이 대규모 전면전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5026’은 이북의 주요 군사시설과 군수뇌부를 ‘쪽집게식 타격’하는 즉 정밀타격전쟁계획이다. 이북의 대응능력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의 표현이다. ‘5030’은 이북의 군수물자를 소진시키는 계획이다. 한반도 주변에서 대규모 훈련을 실시하여 이북의 군사적 움직임을 유발시켜 이북의 비상식량, 에너지 등 이북의 군수물자들을 소진시키겠다는 것이다.

물론 ‘5026’과 ‘5030’은 ‘5027’을 보다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사전계획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즉 ‘5030’을 통해 이북의 군수물자를 소진시키고, ‘5026’을 통해 이북의 수뇌부를 파괴하고, 궁극적으로는 ‘5027’을 통해 이북 정권을 완전히 붕괴시킨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대북 전쟁계획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치밀하게 완료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2단계와 3단계의 준비는 어떻게 되어 있는가?

작년 7월부터 9월까지 미국은 F-117 스텔스 전폭기 10여대를 한반도에 배치하여 작전계획 숙지훈련을 벌였다. 미군의 보유한 스텔스 전폭기 55대 중 20%에 해당하는 10여대가 한반도에 배치되어 훈련을 실시한 것이다. 스텔스 전폭기 훈련으로는 가장 큰 규모였으며, 기간 역시 가장 길었다. 상대방의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특성을 가진 스텔스 전폭기는 적의 전략지역을 정밀타격, 조기타격 하는데 월등한 능력을 갖고 있으며, 핵무기 탑재도 가능하다. 실제 미국은 이라크 전쟁에서 스텔스 전폭기를 동원하여 후세인궁, 대공포, 레이더 시설 등을 전쟁 초기에 정밀폭격 한 바 있다.

한편 미 공군은 작년 8월 알래스카에 배치돼 있던 F-15E ‘스트라이크 이글’ 전폭기 1대 대대(20여대)를 한반도에 이례적으로 임시 배치, 수개월 동안 한반도 지형 적응 훈련을 벌이기도 하였다.

작년 11월 하순에는 태평양 상공에서 미국이 최근 개발한 정밀폭탄 투하 훈련이 실시되었다. 인공위성으로 유도되는 JDAM(합동직격탄) 투하 훈련이 그것인데, 이 직격탄은 폭탄 꼬리 부분에 스마트 기능을 더해주는 소형 컴퓨터 내장 장치를 결합한 것으로 지구위치시스템(GPS)을 통해 목표물을 정확하게 찾아가도록 돼 있다. 이 훈련에는 미 본토 텍사스에서 출격하는 B-1 장거리 폭격기와 괌에서 이륙하는 B-52 폭격기까지 동원되었으며, E-8C로 불리는 최신레이더 시스템, 공중조기경보기 등 첨단 시스템이 총동원되었다.

‘5026’ 정밀타격전쟁계획을 완성하기 위해 군사력을 강화하고 훈련을 실시했던 것이다. 이 모든 일들이 작년 하반기에 일어났다.

그리고 2005년 3월, 대규모의 한미 합동 군사훈련이 실시되었다.

수용, 대기, 전방이동 및 통합을 의미하는 ‘RSOI 훈련’은 유사시 미 증원군이 한반도에 도착했을 때의 경우를 상정하여 실시하는 훈련으로써, 전쟁준비를 완료하기 직전단계의 절차를 익히기 위한 것이다. 독수리훈련은 전투부대들이 펼치는 실전연습이다. 지금까지 한미양국은 포항 독석리에서 정례적인 독수리훈련의 일환으로 공격적인 상륙작전을 실시해왔다. 포항의 독석리는 이북의 지형과 가장 유사하다고 하여 선택된 곳이다.

이번 합동 군사훈련에서 보여지는 또 하나의 특징은 60여대의 최신예 전투기를 실은 미국의 핵항공모함인 ‘키티호크’호가 참여했다는 것이며, 스트라이크 부대 역시 이 훈련에 참가하였다는 사실이다.

스트라이크 부대는 부시 행정부에서 만들어진 21세기형 전투부대이다. 신속기동력을 갖춘 최정예 부대이며 창설 이후 처음으로 훈련을 한 곳 역시 한반도였다.

이같은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RSOI 훈련’과 ‘독수리훈련’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야말로 작전계획 ‘5027’을 실행하기 위한 목적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로써 미국은 전쟁 준비를 위한 3단계를 완료하게 된 것이다. 미국으로서 남은 것은 전쟁을 결정하는 것뿐이다.

전쟁 결정 과정을 밟고 있는 미국

최근 부시 행정부의 대북 행보에서 전쟁과 관련하여 위험스러운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첫째는 라이스의 방한에서 확인되었다.

미 국무장관 라이스가 방한하여 처음으로 간 곳은 청와대도 아니요, 외교통상부도 아니요, 미 대사관도 아닌 주한미군 지하벙커였다. 지하벙커는 주한미군 지위통제소로서 전쟁 발발시 전쟁 지휘소로 이용되는 것이다. 라이스가 지하벙커를 찾아갈 당시 그곳에서는 한미 연합 훈련에 따른 ‘워 게임(War Game)'이 실시되고 있었다. 라이스는 ’워 게임‘의 진행 과정을 확인하고 그 결과를 보고받기 위해서 지하벙커로 직행한 것이다.

라이스를 수행했던 미국 관리는 “북한이 6자회담에 계속해서 불참하고 있는 데 대해 미국정부의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하 벙커 방문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라이스의 벙커 방문은 단순히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내심이 바닥난 이후 미국의 다음 수순을 점검하기 위한 것’이었다. 여기서 ‘다음 수순’은 당연히 군사적 행동이다.

이북에 대한 라이스의 ‘주권국가 인정 발언’과 ‘안전보장 문서 가능 발언’ 등은 자신들의 전쟁 준비를 숨기기 위한 ‘연막’이었을 뿐이다. 라이스의 ‘주권국가 발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반기문 외통부 장관은 잘못 생각해도 한참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 행보에서 위험스러운 두 번째 모습은 미국 고위 관리들이 노골적으로 ‘다른 선택’을 운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내심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며, ‘언제까지 6자회담에만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라이스 국무장관도, 힐 주한미대사도 이같은 발언을 노골적으로 반복하고 있다. 미국의 언론 NYT 역시 3월 22일 “미국의 강경파들이 북한에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으며, 올 여름 가기 전에 다른 선택을 고려할 듯하다”며 이같은 분위기를 전달하였다.

여기서 다른 선택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유엔안보리에 회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의 직접적인 군사행동이다. 그러나 유엔안보리에 회부하는 것 역시 군사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한 절차에 불과하기 때문에, 다른 선택은 군사행동으로 수렴된다. 따라서 미국이 말하는 ‘다른 선택’이란 군사행동, 즉 대북 공격이 되는 것이다.

미국의 또 하나 행보는 국무장관 라이스에 이어 미 국방부가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라이스가 한국에 와서 전쟁 의사를 표명하고 있던 3월 19일 미 국방부는 국방전략보고서(NDS)를 공개하였는데, 여기서 미 국방부는 이북을 “미국의 안보환경에 전통적?비정규적?재난적 도전을 제기하는 대표적인 위협국가”로 규정하였다. 이 보고서는 4년 주기로 발표하는 국방검토보고서(QDR)의 초안격이다. 라이스의 ‘폭정의 전초기지’에 이은 대북 강경발언이었으며, 앞으로 4년 동안 부시 행정부의 대북 군사정책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같은 미국의 일련의 행보는 전쟁 결정 단계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혹을 갖게 한다.

미국의 전쟁 위협에 대한 이북의 강경대응

미국이 이같은 군사 행동 의지를 보이면 일반적으로 상대국은 고개를 숙여왔다. 이라크 역시 미국이 노골적인 전쟁 위협을 가하자 후세인궁에 대한 사찰을 허용했다. 그러나 이북은 그렇게 대응하지 않았다.

우선 이북의 노동신문은 3월 25일자에서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두고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의 길이 더 멀어지고 6자회담의 전도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미국의 북침전쟁 계획을 부단히 보충하는 것은 미국에 의한 북침전쟁 도발이 시간문제가 되고 있음을 시사해준다”고 강조하였다.

이북은 이 정도의 수사적 차원의 대응에 그치지 않았다. 이북은 3월 21일 조선중앙방송 논평을 통해 “우리 군대와 인민은 적들의 날로 우심해지는 전쟁 도발책동에 대처해 이미 그 어떤 불의의 침공도 일격에 짓부셔 버릴 수 있게 만단의 전투동원 태세를 갖췄으며, 핵무기고를 더 늘리는 중대한 조치도 취했다"고 발표하였으며, 3월 25일에는 태국 주재 이북 대사가 “우리는 미국과 평화를 논의할 태세도 돼 있고 전쟁을 벌일 태세도 돼 있다”는 발언을 하였다. 미국의 전쟁 위협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이북의 이같은 강경 대응으로서 미국의 구도는 다시 한번 파탄나게 되었다. 전쟁 의사를 공공연하게 표명함으로써 이북의 굴복을 이끌어내고, 한국과 중국 정부로 하여금 자신의 정책을 지지하게 하려 하였으나 어느 것 하나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향후 전쟁 위기 전망

라이스의 ‘협박 외교’는 비록 실패로 돌아갔지만 미국의 대북전쟁 음모는 더욱 치밀하게 전개될 것이다. 미국의 기본적인 전쟁 구도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요소를 전제로 한다.

하나는 압도적인 군사적 우세, 둘째는 적국에 대한 국제적 고립, 그리고 마지막으로 반체제세력의 형성이다.

우선, 미국은 압도적인 군사적 우세를 보장하기 위하여 핵무기 및 정밀타격무기 그리고 이북의 지하 시설을 공격할 수 있는 벙커버스터를 개발하고 한반도에 배치하면서 대북 전쟁준비를 다그칠 것이다. 그리고 이북에 대한 ‘인권 공세’를 강화하여 이북에 대한 국제적 고립을 심화시키려 할 것이다.

최근 개최된 유엔인권위원회를 통해 ‘북한 인권 결의안’을 채택하려 할 것이다. 4월 미 의회에서 열리는 ‘북한인권포럼’에 탈북 국군포로를 증언으로 내세우려는 것 또한 이같은 맥락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의회 공식 청문회의 사전준비 성격으로 이뤄질 이 포럼은 최근 ‘주적발언’ 논란을 일으켰던 헨리 하이드 하원 국제관계위원장과 수잔 솔티 디펜스 포럼 그리고 대북 강경노선의 미국 의원들이 초청된다.

탈북국군포로의 포럼 증언을 추진중인 한 관계자가 “국군포로 미송환은 한국정부뿐 아니라 미국과 유엔도 책임이 있는 만큼 하원 포럼, 청문회를 통해 아직도 북한 땅에 남아있는 포로들이 자유를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하였듯이 4월 ‘북한인권포럼’ 이후 탈북자 관련한 미국의 공작이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이같은 치열한 공작은 이북에 대한 반체제세력을 규합하는 방향으로 보다 노골화될 것이다.

5월에는 NPT 평가회의가 열리는 데 미국은 이 공간 역시 활용하려 할 것이다. 특히 미국은 NPT 평가회의에서 이북 핵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상정하려는 계획을 노골화할 수 있다. 그런 과정을 통해 NYT에서 전망했듯이 올 여름이 가기 전에 다른 선택을 하기 위한 준비를 다그쳐 갈 것이다.

이북은 이미 여러 차례 “유엔안보리 상정을 선전포고로 간주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3월 위기에 이어 6월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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