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문협 임종석 이사가 북 저작권 사무국이 서명한 위임장과 확인서 등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북측 '저작권사무국(부국장 장철순)'이 남측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 이사장 직무대행 송영길)'에 저작권 관리를 위임함에 따라 벽초 홍명희의 '림꺽정', 홍석중의 '황진이'등 북측 저작물들이 남측 내에 합법적으로 유통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은 지난 18일∼20일 금강산에서 북측 저작권 사무국과 북측저작권 관리를 의제로 실무협의를 벌인 결과 림꺽정, 황진이, 고려사 등 서적 3종과 북측 가요 '반갑습니다', '휘파람'등 2곡에 대한 저작재산권 관리를 위임하는 내용의 공식 위임장과 확인서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북측 저작권 사무국은 이외에 문학도서 225편과 고전문학선집 51편의 목록을 경문협에 전달하고 남측 출판사가 북측 도서를 출판할 의사가 있을 경우 경문협을 통해 해당 저작물의 저작자 서명을 받아 출판 할 수 있도록 판권 양도의사를 전달했다.

북측 저작권 사무국은 출판총국으로부터 저작권과 관련된 일을 이전 받은 기구로 음악가 동맹, 작가 동맹, 미술가 동맹에서 한 명 씩 파견돼 근무하고 있다.    

경문협 신동호 문화협력위원장은 북측에서 판권 양도 의사를 전달한 도서 외에 남측 출판업자들이 출판하길 희망한 작품이 있다면 "노력해 저작자의 수표를 받아주겠다"는 저작권 사무국의 의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북측 가요에도 저작권 관리는 똑같이 적용된다. 앞으로 '반갑습니다', '휘파람' 등 북한 노래를 핸드폰 컬러링이나 벨소리, 노래방에 등록하고 싶은 사업자가 이를 경문협에 신청하면 경문협은 해당 노래의 저작권자로부터 승인을 받아 음악저작권 전반을 관리하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이를 등록한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사업자로부터 저작료를 받은 뒤 이를 북측에 전달하게 된다.

경문협 신동호 문화협력위원장은 "음반업자를 선정해 '심장에 남는 사람' 등 좋은 북측 노래 10여 곡을 모은 정식 음반을 내기로 북측 저작권사무국과 구두로 협의했다"며 다음달 정도면 윤곽이 잡힐 것이라 밝혔다. 

북 저작물 출판 시간, 경비 절약. 분쟁해소 계기

▶북측의 저작권 사무국의 위임장과 작가동맹 벽초 홍명희 선생의 손자인 홍석중
작가의 확인서가 나란히 놓여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남북 간 최초로 저작권 계약이 체결됨에 따라 그간 북측 저작물을 둘러싼 분쟁도 수그러들 전망이며 경문협이 저작권 관리를 위임함으로서 북측 저작물을 출판하기 위해 중국 등 제 3국과 저작권을 체결하던 수고와 시간, 경비도 덜게 됐다.

경문협은 저작권과 관련한 남측 사업자들의 요청을 모두 팩스를 통해 북측에 전달할 계획이다. 북 저작권자의 승인도 팩스를 통해 받는다. 중국을 오가며 저작권을 체결하고 이를 다시 국내서 출판할 때까지 약 1∼2년이 걸렸던 때와 비교하면 시간과 경비가 대폭 줄어든 것이다.

신동호 문화협력위원장은 "일각에서는 출판교류가 더 어려워지는 게 아닌가 우려하고 있지만 오히려 마음은 있었지만 경비와 시간 때문에 하지 못했던 출판업자, 저작권 업자들이 북과 투명하게 교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문협 이사인 열린우리당 임종석 의원도 "이번 합의로 북측 저작물을 수입, 재출간, 발행, 상영하고자 하는 남측 내 사업자들은 사업방법의 투명성과 신뢰를 확보하게 되었고 남북 당국간 합법적인 저작물 유통의 경로를 수립하게 될 것"이라 의의를 밝혔다.

홍석중 "보상한다면 더 이상 문제삼지 않겠다"

경문협은 북측 저작권 관리를 의제로 지난해 2월, 4월 두 차례에 걸쳐 금강산에서 실무회담을 진행한 바 있으며 특히 이번 실무회담에는 '황진이'의 작가이며 벽초 홍명희 선생의 손자인 홍석중 씨가 참석해 저작권 문제를 협의했다.

홍석중 씨는 성명을 통해 조부의 소설인 '림꺽정'이 저작자 동의 없이 남측에서 출판된 데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신동호 문화협력위원장은 이번 실무협의에서 홍석중 씨가 "85년도에 림꺽정이 발간 돼 출판업자들이 수난을 받아온 것을 알지만 작품에 대한 재산권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 일이 마무리되면 언제든지 남측 출판업자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소개했다.

'림꺽정'은 사계절 출판사를 비롯해 국내 약 80개 출판사에서 출판됐으며 사계절 출판사는 지난 20년 동안 임꺽정을 판매한데 대한 인세를 지불하기로 한 바 있다. '임꺽정'을 드라마로 만들어 상영한 SBS도 '림꺽정'에 대한 저작권자의 승인이 내려짐에 따라 저작권료를 곧 지불할 것으로 보인다고 신동호 문화협력위원장은 밝혔다.

한편, 홍석중 씨는 자신의 작품인 '황진이'의 무단 국내출판에 대해서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진이'는 북한서적을 전문적으로 출판하는 '대훈서적'에 의해 출판됐으며 홍석중 씨는 '작가의 수표가 없는 작품에 한해선 발간 의사가 없다'는 의사를 여러 번 전해온 바 있다.

신동호 위원장은 홍석중 씨가 "대훈서적이 보상을 한다면 더 이상 이를 문제삼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중국과 저작권 계약도 체결하지 않은 채 황진이 전편을 무단으로 게재한 잡지 '통일문학'에 대해서는 강력히 문제제기를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남과 북이 저작권 이용에 대한 절차를 합의함에 따라 경문협은 '황진이', '림꺽정' 등 복잡하게 얽힌 저작권 문제를 빠른 시일 안에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여러 차례 회의를 열어 위임받은 5건에 대한 행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할 계획이다.

특히 경문협은 "(북측) 저작물 불법이용에 대한 조사와 배상"에 대한 위임도 받았으나, 임종석 의원은 "저작권과 관련한 소송 계획은 전혀 없다"고 강조하고 "남북간 교류협력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 기업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남북 간 합법적 통로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 밝혔다.

이번 실무협의에는 경문협 신동호 문화협력위원장, 정명수 경제협력위원장, 이성원 사무처장, 김종천 전략기획위원이 참석했으며 북측에선 저작권 사무국 장철순 부국장과 홍석중 씨, 민화협 이금철 부장외 민화협 관계자 2명이 함께 했다.

한편 북한은 2003년 '문학 및 미술 저작권 보호에 관한 국제협정', 일명 베른협약에 가입한 바 있다. 한국은 1996년에 가입했으며 2003년 현재 베른협약 가맹국은 150여 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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