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 이강호 기자 (tongil@tongilnews.com)

 

▶20일 대구 고모령 고개에서 한미연합군이 RSOI 훈련을 전개했다.
[사진-통일뉴스 김규종기자]
▶2004년 국방백서에서 주적개념을 삭제했음에도 이번 한미연합훈련의 주적은 여전히
북한군이었다. [사진-통일뉴스 김규종기자]

19일부터 '2005 한미연합전시증원'(RSOI)연습이 열리는 가운데 유사시 미국이 세계 곳곳에 신속하게 병력을 이동, 작전을 수행할 수 있게 만든 '스트라이커' 부대의 작전 시범이 열렸다.

20일 대구광역시에 위치한 2군 사령부 인근, 고모령 고개에서 전개된 이번 훈련은 후방에 침투한 북한군이 고모령 고개 좌우에 매복 공격 상황을 가정, 스트라이커 부대를 비롯한 한미연합군이 이를 격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스트라이커 부대와 함께 작전을 전개한 한국군 50사단 정훈공보참모는 훈련의 내용에 대해 "스트라이커 부대가 상륙해 전방으로 신속히 전개되는 과정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연막 사이로 스트라이커 부대가 등장했다. [사진-통일뉴스 김규종기자]
▶미군 스트라이커 부대원들이 야산에 매복한 '북한군'을 공격하는 모습.
[사진-통일뉴스 김규종기자]

이날 작전시범에는 리언 라포트 한미연합사령관을 비롯 2군, 3군 사령관 등 주한미군과 육군의 주요 지휘관 및 관계자 100여명 참석했으며, 스트라이커 부대의 작전 모습을 대형 전광판을 통해 지켜봤다.

주일미군 관계자도 또한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지역에 있는 미군 소속 카투사 병사는 주일미군 관계자도 참석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시범에 앞서 작전 설명을 한 한국군 관계자는 "주한미군이 전쟁 승패의 가장 큰 관건"이라면서도 한미 증원전력 중 가장 큰 위협은 북한군의 특수여단이라고 설명해 이번 훈련에 가장 큰 주안점은 후방에 침투한 북한군 게릴라의 격퇴와 전방 진격으로 볼 수 있을 듯 하다.

 

▶한미연합사 주요 지휘관들. 왼쪽에서 두번째가 리언 라포트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
연합사 사령관. [사진-통일뉴스 김규종기자]

이번 훈련에 참가한 스트라이커 부대는 미국 워싱턴주에 위치한 포트 루이스 기지에서 C-17 수송기에 실려 17일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진을 실은 버스에 유일하게 미군이 한 명 탑승했다. 이 병사의 오른쪽 어깨에 미 2사단을 상징하는 방패, 별, '인디언 헤드' 휘장이 눈에 띄었다.

한미연합사 김영기 공보관에 따르면 이번 훈련에 참가한 스트라이커 부대들은 미국에 있는 미 2사단 3여단 소속이며, 미 2사단은 한국군과는 완전히 다른 편제라고 설명했다.

50사단 정훈공보참모는 한국군의 폭발물 처리반 투입, 한국군 헬기의 공중 정찰이 먼저 이루어진 후 미 스트라이커 부대가 투입된다고 말해, 미 스트라이커 부대의 주요임무가 공격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미 스트라이커 부대가 적을 진압하면, '뒷처리'에 한국측 소방.의료.복구 등 민관군 합동 차량이 투입됐다.

주적개념 삭제후 첫 연합훈련, 북한군은 여전히 '주적'

 

▶RSOI 훈련중 경계태세를 취하고 있는 미군들. [사진-통일뉴스 김규종기자]

오후 1시 40분경 고개 저편에서 흙먼지가 일더니 스트라이커 장갑차와 다연장 로켓포를 실은 트럭 등 10여대의 차량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훈련에 참가한 스트라이커 장갑차는 총 4대이고 병력은 55명이다. 스트라이커 장갑차는 장갑차 특유의 둔탁한 진동도 없고, 소음도 매우 작았다. 대형 트럭이 움직이는 정도로 보면 될 것 같았다.

갑자기 고개 좌우 능선에 북한군으로 위장해 매복해 있던 병력들이 일제히 사격을 개시했다. 차량 선두에서는 폭음과 함께 폭발물이 터지고 곳곳에서 연막탄의 뿌연 연기가 이리저리 날렸다. 화약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안드로스 마크-5 로봇.
[사진-통일뉴스 김규종기자]

적에게 불의의 공격을 받자 전 차량 대열이 멈춰서고 차량에서 내린 미군들이 사격 자세를 취하며 공포탄을 발사한다. 대열의 모든 차량들이 멈춰섰지만, 한 대의 스트라이커 장갑차가 돌진한 뒤, 능선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신속하게 10여명의 미군 병사들이 장갑차에서 나와 능선 쪽으로 돌격했다.

공중에서는 여러 대의 UH-1H 헬기가 등장했는데, 이 중 한 대에서 50사단 기동타격대 대원들이 공중강습으로 매복 지역으로 착지했다. 이윽고 좌우 양 방향에서 아팟치 헬기가 고모령 고개를 지나갔다.

모든 상황이 종료된 후, 작전을 참관했던 라포트 사령관 및 주요 지휘관들이 훈련 지역으로 내려와 한국군과 미국으로부터 북한군 전투 장비와 미군의 폭발물 처리 장비(EOD, Explosive Ordnance Disposal)를 소개 받았다.

이날 소개된 미군의 폭발물 처리 장비는 '안드로스 마크 -5', '미니 안드로스', '손엑스'였다. 원격 조종 장치를 갖춘 '안드로스 마크-5'의 경우는 장비에 장착된 카메라를 이용, 폭발물을 감지한 뒤 폭발물을 제거할 수 있는 장비로 알려졌다. 라포트 사령관이 직접 장비를 운용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한국군의 한 장교는 '안드로스 마크-5'가 15여억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날 훈련에 참가한 미군들은 시종 즐거운 표정이었다. 의정부에서 왔다는 미군 병사는 '안드로스 마크 -5'를 조작해 옆 테이블에 있는 북한군 장비 '뜨로찔'(TNT)를 들어 보이거나, 자신이 먹던 코카콜라캔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북한군'으로 분장한 한국군과 기념촬영하는 미군들. [사진-통일뉴스 김규종기자]
▶주적개념 삭제후에도 이런 '눈요기'가 꼭 필요한지. [사진-통일뉴스 김규종기자]

특히 이날 훈련에는 영화에서나 볼 법한 북한군 복장의 한국군 병사들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실제 작전에는 참가하지 않은 '전시용' 병사들이었다. 2004 국방백서에서 '주적' 개념이 삭제된 뒤 맞는 한미연합 첫 훈련에 과연 이러한 '눈요기'가 필요한 지 의문이 들었다. 북한군 역할을 맡은 병사에게 북한군 역할을 맡은 소감을 묻자 한 병사는 "정말 북한군 같습니다"고 답했다.

또한 미군은 북한군으로 위장한 한국군 병사와 기념 촬영을 하기도 했다. 북한군이 당신들의 친구인가라는 농담조의 질문에 미군은 부정의 의사표시를 했다. 단지 북한군으로 위장한 한국군이라는 것이다.

▶경계태세중인 미군 스트라이커 부대원.
[사진-통일뉴스 김규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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