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이후 김 국방위원장이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한국을 비롯한 외부세계에 인식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한국의 한 회사가 그를 양말장수로 둔갑시켜 광고에 등장시키고 있다고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이 25일 보도했다.

한때 혐오스러운 북한 지도자였던 김정일이 이젠 한국 일부 기업의 인기있는 광고모델로 등장하고 있다.

사상 첫 남북 정상간의 회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뒤 그에 대한 남한내 인식이 확연히 달라졌음을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정상회담 이전 한국사람들은 그를 호시탐탐 남침을 노리는 비밀스럽고 호전적인 독재자로 알고 있었다.

김대중 대통령과 마주한 자리에서 자연스레 농담을 주고받는 그의 모습을 보고 상당수의 한국인들이 그가 재기와 자신감이 넘치고 카리스마가 있는 지도자라고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따라서 광고업자들은 그의 인기를 상품화할 수 있다는 점을 놓치지 않았다.

양말전문업체 삭스탑은 남북 정상을 닮은 두 모델을 밝은 줄무늬 양말을 신은 모습으로 신문광고에 등장시켰다. "양말을 먼저 통일합시다!"란 광고문구와 함께.

김정일 모습의 모델은 테치폰이라 불리는 인터넷폰 서비스 업체인 코리아미디어텔레콤의 신문광고에도 보인다.

이 모델은 인민복 차림에 김정일 특유의 알이 큰 금테안경을 쓴 채 입을 벌리며 깜짝 놀란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광고문구는 "터치폰으로 통일합시다!"

이 모델은 최근 김정일과 외모가 비슷한 사람을 선발한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53세의 환경운동가 배은식씨이다.

배씨는 김정일 헤어스타일을 흉내내기 위해 파마를 했다면서 그로 인해 유명세를 타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배씨는 "TV에서 김정일을 처음 보았을 때 마치 쌍둥이 동생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렸을 때 친구들이 자신을 "빨갱이 김정일"이라 부르며 놀렸는데 이를 무척 싫어했다고 고백했다.

코리아미디어텔레콤 안건모 과장은 독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배씨를 모델로 기용했다고 설명했다.

안 과장은 "시선을 끄는 데 있어 김정일 국방위원장만큼 적격인 인물이 누가 있겠는가"라면서 배씨를 TV광고에도 출연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유형의 광고는 김 대통령의 햇볕정책으로 북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생겨났음을 나타낸다.

햇볕정책은 대북화해를 주내용으로 하는 것으로 통일을 꿈꿔 온 많은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다.

삭스탑 광고를 만든 제일기획 이광주 관계자는 "최근에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남북화해 이전까지만 해도 김정일을 광고에 등장시킨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면서 "지금 그는 슈퍼스타"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일의 카리스마적이고 강한 개성이 드러났기 때문에 양말광고 모델로 이용하는 문제에 대해 그다지 우려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국정부는 그동안 북한을 찬양하는 사람에 대해서 국가보안법을 엄격히 적용, 처벌해왔다.

때문에 이 관계자는 김정일 이미지를 광고에 넣는 것이 법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통일부에 문의한 바 있다고 언급했다.

통일부는 김 정일의 실물사진을 사용하는 것은 문제소지가 있지만 이 경우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회사와 광고업체들은 이 광고가 아직까지 실제 매출을 증가시킨 것으로 파악되진 않는다면서 그러나 브랜드 인지도를 놓이는데는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안과장은 자금사정이 넉넉치 못한 5년짜리 신생업체가 대형모델을 쓸 수 없는 마당에 이번 광고를 게재,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전했다.

광고가 나간 이후 터치폰에 대해 문의전화를 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는 설명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전자메일 서비스제공업체인 ABC넷도 컴퓨터 앞에서 전자메일을 보내는 김정일 만화광고를 내보내 재미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배은영 기획팀장은 "언젠가 김정일 위원장이 우리 회사 메일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외신이 본 한국 2000/08/25)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