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철(경희총민주동문회 부회장)


지난 22일 민화협 상임의장으로 새로이 선출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통일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역할을 말한 것을 보며, 공감을 느끼면서 몇 가지 생각하는 바가 있어 정리해 보았다.
 
'반쪽짜리' 강대국의 선택은?

일본은 태평양전쟁에서 무조건 항복을 선언한 후 현재까지 미국에 의해 군사적 통제를 받고 있다. 한 나라의 힘은 경제력과 군사력에 의해 평가된다고 볼 때, 일본의 경우 반쪽짜리 강대국이라고 볼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 일본이 정치적으로 항상 독립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미국의 눈치를 살피며 매번 미국의 뜻에 따라 외교적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일본은 절치부심 미국으로부터의 군사적 독립을 추구하여 왔으나, 전쟁이 끝난지 60년이 되는 올해까지 아직 군사적 독립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군사적 독립이란 타국과의 전쟁에서 쓰이는 모든 군수장비 즉, 무기체계의 독자적 생산이 가능하고, 자체 생산된 핵을 보유할 때에 비로소 강대국의 이름에 걸맞는 군사적 독립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만 군사작전권의 독립적 수행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며, 미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정치외교적으로 독립적 행보를 하게 될 것이다.
 
일본이 미국의 통제에서 군사적으로 벗어나는 길은 두 가지 방식을 상정해 볼 수 있다.
그 하나가 미국의 힘이 약해지면서, 혹은 미군이 동북아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행사할 명분을 잃으면서 일본에서 미군을 철수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미국의 허락하에 독립된 군사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최근 일본의 행보는 둘 중 어느 방식을 추구하고 있을까?
현재 일본은 두 번째 방식으로 나가고 있는 것이 눈에 띠게 드러나 보인다. 그리고 그런 명분을 쌓기에 여념이 없다.

일본은 미군의 침략전쟁을 열심히 도움으로써 미국의 눈에 들기위해 노력을 열심히 하고 있다. 또 하나의 노력이 북한 때리기다. 북한을 위협적이고 위험한 국가로 열심히 선전해대면서 자신들의 무장을 합리화 할 명분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일본의 입장에서는 동북아시아가 긴장되고 전운이 감돌수록 자신들의 재무장을 위해서 더 좋은 환경이 되어가는 것으로 생각 할 수 있다.
동북아시아에 긴장이 조성되고 많은 사람들이 북한의 위협을 공포에 떨면서 느끼게 될 때 그들은 미국에게 재무장과 핵보유를 허락해 달라고 애를 쓸 요령이다.

일본의 군사적 독립일이 동북아미군 철수의 날

그렇다고 미국도 만만히 들어주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이 군사적으로 독립을 하는 날이 곧 자신들이 동북아시아에서 떠나게 되는 날이 되는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역사이래 다른 나라의 침공을 받아본 적이 없는 나라다. 즉, 한번도 패배를 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다. 임진왜란도 그들의 입장에서는 패해서 철수한 것이 아니고 자신들의 사정상 철수한 것으로 생각하고 그렇게 기술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온 일본으로서 자신들에게 처음으로 패배를 안겨주었을 뿐아니라 그 패배가 무조건 항복이라는 매우 수치스러운 상황이었고 보면 그 상대에 대한 감정이 쉽게 좋아질 리 없다.

그에 더해 그 패배의 여파로 수십년간을 그 나라에 군사적으로 종속되어 왔다면 상대나라에 대해 감정이 어떻겠는가? 일본인들 그중에 강경보수파들의 미국에 대한 감정은 결코 좋을 수가 없다.

일본의 강경보수들은 남한의 꼴통보수와 그런 면에서 다르다. 남한의 꼴통보수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일본, 미국등 외국에 붙어 민족의 자존심 같은 것은 나몰라라 하는 종족들이지만, 일본의 강경보수들의 속내에는 민족감정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본이 재무장을 하고 군사적 독립을 하게 되었을 때, 미국에 대한 태도가 지금과 같겠는가 하는 것이다.

일본재무장, 미국의 한도 넘지 못할 것

미국이라고 이런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지금이야 미일동맹이 견고하니, 영원한 우방이니 떠들어대지만 국제사회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것이 미국이다. 힘이 넘어간 후에는 얼마든지 자신들의 등뒤에 칼을 꽂을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은 체질적으로 사회주의권과는 거리가 있다. 일본은 군주국가이다. 물론 입헌군주국으로서 왕의 실질적 권한은 거의 없지만, 일본의 일반적 정서는 유럽이나 아시아 그리고 아프리카의 어느 왕조보다 왕의 존재에 대한 자부심과 그 상징성은 매우 높다.

그 것은 수백년의 역사를 내려오면서 일본인들의 혼을 세뇌시키고 일본의 국민성을 형성해온 주군에 대한 충성과 관련되어 있으며, 메이지이후 그것은 천황이라는 한 존재에 모아져 현재 일본인들의 단결의 요소가 되고 있다.

그러기에 일본은 일본국가의 이름으로 무엇을 할 때 쉽게 국민들의 동의를 얻어낼 수 있고, 국가의 적을 만들 때 국민들을 쉽게 선동할 수가 있다. 이러한 일본의 정서는 사회주의적 요소와는 매우 맞지 않는 면이 있다.

일본은 대륙진출을 위한 야망을 지속적으로 가지고 있었으며, 대륙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나 그 가운데 있는 한반도의 경우에 그 야망은 항상 경계의 대상일 수 밖에 없었다.
동아시아의 맹주가 되려고 하는 중국과 일본은 앞으로도 동반자로서 보다는 경쟁자로서의 관계로 지내는 측면이 더 많을 것이다.

위의 사실들은 미국이 일본을 자신의 편에 서서 중국을 견제하는 동맹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믿을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그러한 근거에서 미국이 동북아시아에서의 자신들 역할의 일부를 일본에 넘기면서 재무장을 허락할 것이라는 추측을 하는 면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근거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속성을 들여다 보면 그들은 그 어떤 나라도 완전히 믿지 못한다. 그들 자신들이 그러한 행동을 해왔고, 그런 국제적 환경을 만들어 왔다.
즉, 일본이 아무리 미국의 눈에 잘 들기 위해서 수많은 곳에 자위대를 파견하고, 북한의 위협을 떠들어대면서 동북아를 긴장국면으로 몰고 간다고 해도 미국은 어느 정도의 무장을 넘어서는 재무장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볼 수 있다.

대륙진출 위해 북한과 수교해야

현재 일본이 경제강국이고 선진국이라고는 하지만, 규모에 비해 교역량의 미국시장 의존도가 매우 높은 반면, 상대적으로 유럽시장 의존도는 낮은 편이다. 즉 경제에서도 미국의존도가 높다면 그만큼 미국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자신의 경제영역을 고루 가지게 될수록 어느 특정한 나라의 눈치를 그만큼 덜 살필 수 있다는 것은 기본적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이나 우리나라는 유라시아의 동쪽 끝에 자리잡고 있어 미대륙과 동아시아 그리고 오세아니아를 제외하고 다른 지역을 가려면 대륙을 가로질러 가던가 대륙아래쪽을 돌아가게 된다. 그 다른 지역중 시장이 비교적 큰 곳이 유럽이다.

그 유럽과의 교역을 위해서는 대륙을 가로지르는 육로로 가는 것이 지리적으로 가까울 뿐더러 철도를 이용하게 되어 배를 이용하는 것보다 비용이 덜 먹히게 된다. 시베리아 철도가 아주 적격이다.

그 끝이 어디인가? 러시아의 연해주지방이다.
연해주 지방에는 마땅한 항구가 없다. 지리적 조건이 큰 항구를 조성할 곳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블라디보스톡이 유일하다. 그런데 블라디보스톡은 군항이다. 러시아의 태평양을 면한 유일한 군항인 것이다.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교역이 아무리 좋아도 유일한 군항을 포기하고 무역항으로 바꿀 수는 없다.

그러면 일본이 시베리아철도를 이용하여 물건을 나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한반도를 이용하는 수 밖에 없다.
 
유럽과의 교역량을 늘리고 무한한 시베리아의 개발에 투자를 하는 것은 일본의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위에서 말한대로 시장의 다변화는 무역 의존도가 큰 일본의 입장에서 경제를 더욱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나아가서 정치적으로 더 확실한 자신의 위치를 세우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일본의 입장에서 북한과의 수교와 교역의 길을 열어야하는 이유는 다른 여러 가지 이유도 있겠지만, 위의 이유도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미국 벗어나 주변국 신임얻어야

일본이 미국의 속박에서 벗어나 군사적 독립을 이루려는 이유는 누구나 알 수 있듯이, 동아시아의 맹주의 자리를 차지해 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라는 나라의 견제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설령 미국에게 갖은 아첨을 다 떨고, 북한을 마구 험담하면서 동북아시아의 긴장을 조성해서 군사적인 힘을 가지고 강대국이 되었다고 하자. 동아시아의 나라들이 누구에게 더 점수를 주겠는가?

일본은 거기다가 지난 시절 아시아 각국을 괴롭힌 반성할 역사가 있다. 그 것도 아직 깨끗이 청산이 안된 상태이다. 다른 각국들이 그러한 일본을 그대로 인정하고 강대국으로 또 선진국으로 대접하려 할 것인가?

예전 그들이 동아시아를 지배하고 침략했을 때하고는 상황이 매우 다르다. 물론 그들이 돈도 힘도 있을 지는 몰라도 다른 나라들도 호락호락 그 힘과 돈에 굴복할 만큼 어려운 처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동아시아는 유럽을 제외한 세계의 다른 그 어느 지역보다 민도와 경제적 수준이 궤도에 오른 곳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일본이 맹주 노릇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들의 신임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 맹주노릇을 하려고 든다면 정치적, 경제적으로 각국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며, 국가의 위신과 국제적 위상에 손상을 입을 것이다.

우물을 팔때 수맥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아무리 깊이 파들어 가도 물이 안나온다. 엉뚱한 곳을 아무리 열심히 긁을 경우 가려움은 없어지지 않는다. 일본은 현재 엉뚱한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위에서 말한 두 가지 방식중 일본이 택해야 하는 방식은 두 번째 방식이 아닌 첫 번째 방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에게 잘 보이려 애를 쓰기 보다는 미국이 현재 동북아 정세를 흔들고 긴장을 조성하는 것을 비판하고 그러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미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동아시아에서 버티기 힘들도록 하는 데에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과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될때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손을 뗄 수 밖에 없고, 일본은 진정으로 자신의 정치적, 군사적 위상을 바로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에 구걸해서 뭔가를 얻겠다고 온갖 추태를 부리면 오히려 얻지도 못하면서 망신만 당하는 꼴이 될 수 있음을 일본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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