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석 (한국청년단체협의회 정책위원장, maro2002@dreamwiz.com)


"길이란 무엇인가? 원래 길이 없던 곳을 밟고 지나감으로써 생기는 것이 아니던가. 가시덤불을 개척함이 아니던가. 길은 옛날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있다" - 루쉰

친일이데올로기로부터 반공이데올로기로 : 친일파를 지켜준 반공이데올로기

우리나라의 역사는 1948년 단정수립부터 지금까지 일제잔재를 청산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국가의 자율성, 관료의 자율성'이 극대화된 권위주의 시대의 낡은 유물 역시 청산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다.

일본에 부역하고 일본의 노예가 될 것을 노래하던 사람들은 해방 직후 반공이데올로기로 노래를 바꾸고 미군정에 빌붙어 정치와 경제권력을 독점했고 한국의 기득권층이 되었다. 그들의 후예들은 미국으로 유학을 다녀오고 '메인스트림(주류)'이 되어 지금까지 권력과 부를 누리고 있으며 그들의 철저한 '바나나리즘'은 수구냉전질서의 가치가 되었다.

기득권세력들은 자신들의 권력의 살을 더욱 찌우기 위해서 반공이데올리기를 사회담론으로 강제할 기제가 필요했고 국가보안법은 그런 기제로써의 역할을 지금까지 충실하게 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보안법은 분단과 냉전에 기생할 수밖에 없으며 수구세력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수구세력들은 이런 담론구조에 기대어 경제이권을 독점했고 이것은 '사회적 불평등'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민주주의>에서 아담 쉐보르스키가 지적한 것처럼 '사회적 불평등'은 '정치적 불평등'으로 이어져 지금까지 이어졌다.

단적으로 노동자의 기본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으며 비정규직의 확대를 통해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노동과정의 유연성'을 동시에 강화하는 현 조건에서 '사회협약'이라는 말은 사회적 불평등을 정치적 불평등으로 확대하기 위한 수단일 수밖에 없다.

팍스아메리카나와 일본군국주의의 든든한 아군, 국가보안법

어디 국가보안법이 한국의 수구냉전세력의 생존기제로써의 역할만 해왔던가. 국가보안법은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북아의 독점적 이권을 보장받으려는 미국과 일본의 패권주의를 엄호해온 최고의 충신이다.

지난 반세기가 넘는 시간동안 우리 민족은 세계군사강대국의 무력이 집중된 보이지 않는 열전(냉전)의 상황 속에서 긴장과 불안을 먹으며 연명해왔다. 그리고 지금도 세계의 모든 핵무기와 첨단 재래식 무기가 한반도와 그 주변에 집중되어 있으며, '핵억지'를 명분으로 온갖 핵무기와 첨단무기체계가 자리잡고 있다.

미국의 군사안보전략의 핵심인 '미사일방어(MD)체제를 중심으로 핵독점을 통한 세계 최강의 군사력확보 그리고 군사변환(경량, 신속, 첨단)에 따른 미군재배치'에 따라 한반도 주변은 이중삼중의 MD와 미군첨단기지로 둘러싸여 있고 일본 역시 덩달아 칼춤을 추고 있다.

급기야 미국이 한국과 일본, 그리고 그 주변 바다에 가져다 놓은 무기들도 모자란지, 한국과 일본은 수입과 자체개발을 통해 2008년까지 MD체계로 육.해.공을 꽁꽁 둘러싸겠다고 한다.

그리고 일본은 2005년 방위대강을 준비하면서 육해공군의 작전체계를 단일체계로 정비한다고 한다. 즉 미국의 C4I를 그대로 본뜬 것이고 한국도 이를 추종하고 있다. 그리고 무기증강과 작전시스템 변화에 따른 군사훈련을 강화하고 있으며 그 훈련들은 전술핵을 사용한 선제공격형 훈련으로 점철되고 있다.

이것은 결국 미국 부시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미군과 한국군, 일본의 자위군(지금은 자위대지만 평화헌법 9조가 바뀌면 자위군으로 될 것이다)은 동시에 움직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한미동맹, 한일동맹은 결국 미국의 하위부대로 한국과 일본이 편입되는 것을 의미한다.

본질이 이러하니 주한미군 감축도 당연한 것이며 동북아 전체의 군사작전을 관장하려니 미국의 1군사령부가 일본으로 오겠다는 것이다. 이미 한국의 동해에는 미국 이지스함이 와있고, 전방과 광주에 패트리어트(PAC3)가 배치되어 있다. 즉 평택.오산기지는 북과 중국의 미사일 공격에 끄떡없는 기지가 되는 것이며 북의 장사정포들도 무용지물이다.

미국이 말하는 '미국식 국제주의'는 '미국의 가치관과 미국의 이익'에 기초한다고 부시는 천명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유일의 초강대국, 사라지지 않는 제국을 꿈꾸는 네오콘들은 동북아에서의 독점적 패권을 위해 북을 테러지원국, 악의 축으로 낙인찍고 남북분단을 빌미로 무력증강과 내정간섭을 자행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은 이런 미국과 일본의 패권주의를 철저히 보장해주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 어디에 다른 나라 대통령의 건강과 안위를 위해 수만명이 모여 눈물로 통성기도를 하는 나라가 있을까. 세계 어디에 미국의 기독교근본주의자들, 이스라엘의 시오니즘처럼 신의 이름으로 타민족과 국가를 무력으로 섬멸하자고 기도하는 사람들이 한국 외에 또 있을까. 종교의 정신인 사랑과 나눔, 더불어 삶과 평화는 독점권력과 이를 위한 폭력으로 둔갑하고 이를 위해 부시는 하나님이 내려준 선물이라고 노래하는 종교인들이 있을까.

이들은 국가보안법 사수는 곧 한미동맹의 상징이며, 반북의 첨병이며, 한국의 정체성이라 소리 높이고 있다. 이들에게는 전쟁이 곧 우리 모두의 공멸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국가보안법은 신이 내려준 하늘군대인가 보다. 북이 악마이고 미국이 선이라는 이분법은 곧 국가보안법으로 상징화되고 있으며 한국은 물론 한반도와 동북아 전체를 긴장과 불안으로 몰아넣고 있는 미국과 일본의 패권주의는 국가보안법에 의해 은폐되고 있다.

2004년 국가보안법 폐지로, 2005년 한반도 평화를!

지난 반세기가 넘는 시간동안 한국의 민중과 우리 민족은 민주와 평화통일을 위해 수없이 많은 고초를 겪으면서도 길을 걸어왔다. 루쉰의 말처럼 "밀림을 만나면 밀림을 개척하고, 광야를 만나면 광야를 개척하고, 사막을 만나면 사막에 우물을 파"며 왔다.

"길이란 무엇인가? 원래 길이 없던 곳을 밟고 지나감으로써 생기는 것이 아니던가. 가시덤불을 개척함이 아니던가. 길은 옛날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있다"는 역사적 진리를 믿으며 묵묵히 가시덤불을 헤쳐나왔다.

"사회의 좋지 않고, 나쁜 현상들이 많기 때문에 모두 순응할 수는 없다. 순응하게 되면 합리적 생활과 배치하고 진화의 길에 역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근본적인 치료법은 오직 사회를 개조"하며 지금의 대의민주주의와 초보적인 협의(참여)민주주의를 만들어 왔다.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의 토대를 구축해왔다.

따라서 현재 국가보안법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히 법리적 해석의 차이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수구 대 민주', '냉전 대 평화통일', '억압 대 자유', '인권유린 대 인권'의 담론 각축이자 힘겨루기인 것이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곧 2005년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완화를 위한 시작이다.

노무현대통령의 LA발언 배경은 일촉즉발의 위기에 몰린 한반도 정세, 북미관계의 악화와 남북관계의 경색이다. 이처럼 심각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남북은 자기 문제를 스스로 풀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이것은 곧 미국의 한반도 개입의 근거를 제거하는 첫걸음이며 남과 북이 함께 국제사회에 평화적으로 등장하는 유일한 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구냉전세력의 담론과 헤게모니를 해체시켜야 한다. 그리고 현재 상징화된 국가보안법을 폐지함으로써 사장된 이성을 되살리고 말살당한 민족애를 복원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건강한 민주의식, 즉 시민권을 성숙시켜야 한다. 그럼으로써 기형적인 '정치적 불평등'을 바로잡고 이것을 '사회적 불평등'을 개선해 가야 할 것이다.

불과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2005년.
우리 온 민족과 한국의 모든 국민에게 평화와 민주의 새날을 향한 새로운 도약의 한해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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