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KAL858기 사건 17주기 추모제가 대책위 주최로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열렸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17년전 우리의 가족들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죽었으면 어떻게 죽었는지, 왜 죽었는지 알고자 하는 게, 그게 그렇게 알아서는 안 되는 일인지..."

KAL858기 사건이 17주기를 맞았지만 여전히 가족들의 눈에는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그러나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요구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만 가고 있다.

29일 오전 11시 10분경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주최하고 '올바른 과거 청산을 위한 범국민위원회'(이하 범국민위)가 후원한 'KAL 858기 사건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17주기 추모행사'가 120여명의 가족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헌화와 분향을 하고 있는 피해자 가족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최광기씨의 사회로 진행된 17주기 추모행사에서 대책위 공동대표 김병상 신부는 여는 말을 통해 "오늘 이 순간까지는 아직도 이 사건이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역사는 언제가 이 사건을 명명백백히 밝혀서 의혹을 풀어주고 가족의 아픔을 좀더 덜어주리라 믿는다"고 말하고 "여기 오신 모든 분들이 한마음으로 외면당하고 소외당하고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이 사건이 밝혀질 수 있도록 음으로 양으로 관심과 협력을 보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KAL858 가족회' 차옥정 회장은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추모행사에 참석해 주신 여러분들게 진심으로 감사들 드린다"고 인사하고 "올해 추모행사는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며 "지난 17년 동안 저희 가족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사건 진상규명에 좋은 조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차옥정 가족회 회장은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5가지 걸림돌을 발표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차옥정 회장은 "그렇지만 아직도 저희 진상규명활동을 방해하고 있는 다섯 가지 걸림돌이 있다"며 △재조사가 필요 없다며 '과거사 진상규명법' 제정을 방해하고 있는 한나라당 △편파, 왜곡, 거짓보도를 일삼는 조선,중앙,동아일보 △사건관련 기록의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검찰 △김현희의 소재를 모른다는 국정원 △사건 은폐에 동조하고 있는 대한항공을 적시했다.

차 회장은 "내년 18주기 추모행사 때는 저희 가족들이 이런 한맺힌 호소를 다시는 하지 않아도 될 수 있게 해주시길 간절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책위 집행위원장 신성국 신부의 경과보고와 범국민위 오종렬 공동대표, 민주노동당 김혜경 대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협의회 이석태 회장 등의 추모사가 이어졌다.

▶오종렬 범국민위 공동대표.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오종렬 공동대표는 "만일 이 범죄가  없었다면 우리는 오늘 '6월항쟁'이라는 말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4월혁명에 이어서 '6월혁명'이 완결되었을 것"이라고 이 사건의 정치적 성격을 규정한 뒤 "대한민국이 제대로 된 민주공화국이 되려던 바로 그 순간에 KAL858기 사건이 터졌다"며 "어찌 이것이 가족만의 비분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혜경 대표는 "전 세계에 유래없는 희한한 사고인 KAL858기 사건의 진상을 밝히라고 가족들을 중심으로 온 구민이 요구한지 17년이나 되었다"며 "정부의 발표는 납득할 수 없는 의문투성이임이 지난 17년 동안 낱낱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북한을 테러국가로 만들고, 남북관계를 적대적 관계로 만든 결정적 사건을 남북화해의 시대에 맞게 진상규명해야 한다"며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과의 타협을 통한 개혁후퇴가 아니라 국민들의 뜻을 받들어 KAL858기 사건을 포함하여 올바른 과거사 진상규명을 위해 나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석태 회장도 "이제는 정부 관계자조차 진상규명의 필요성을 더 이상 모른 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면서도 "국정원이 스스로 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이지 않은데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하고 "이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은 우리나라 인권발전사에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7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눈물이 마르지 않은 가족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지난 7월 1일 입국심사 과정에서 입국금지자로 분류돼 추방된 바 있는 '파괴공작'의 저자인 일본인 저널리스트 노다 미네오씨는 이번 17주기 추모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확인한 결과 지금도 입국금지자로 분류돼 있어 이번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채 '연대의 인사'를 전해왔다.

노다씨는 "저 추악하고 기괴한 KAL858기 사건의 진상을 남김없이 해명하고자 끈기있게 노력해오신 모든 분들에게, 일본 도쿄에서 연대의 인사말씀 올린다"며 "저는 오늘 모이신 여러분들과 합류하고 싶은 마음, 실로 간절합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저의 입국을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노다씨는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정부는 무엇을 숨기고 있는가?"라고 묻고 "우리는, 우리가 가진 온갖 역량을 투입하여, 이 국가의 모략으로 저질러진 범죄의 진상이 드러나는 그 날까지, 조금도 연대의 발걸음을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민족춤패 '출'의 추모공연 모습.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추모제를 마치고 시청앞 광장을 행진하는 피해자 가족들과 참석자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이어 민족춤패 '출'의 추모공연이 무대위에 펼쳐지자 피해자 가족들은 눈시울을 붉혔으며, 참석자 모두가 분향과 헌화를 한 뒤 시청앞 광장을 행진함으로써 17주기 추모행사를 마쳤다.

참가자들은 오후 3시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리는 '감추어진 진실, 인권 그리고 교회'를 주제로한 '토론마당'에 참석할 예정이다.

서울시청앞 행사장을 지나던 오 모씨(45)는 "이 사건에 대해 의문점이 있다고 알고 있다"면서 "전두환 시절 간첩사건도 조작됐는데 충분히 조작 가능성이 있다"며 "그리 오래된 사건은 아니다"고 말했다.

▶어머니 박서영씨의 손을 잡고 위로해주고 있는 이호찬씨.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추모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울먹이는 어머니 박서영(49)씨의 손을 꼭 붙잡고 위로해주던 이호찬(23)씨는 7살 때 아버지 이용호씨가 현대건설 직원으로 사고를 당했지만 "아버님이 기억이 난다"며 "진상규명이 다가오는 것 같다"고 말했고 박씨는 "눈물이 다 흐르고 없을 것 같아도 또 눈물이 난다"며 슬픔을 이기지 못했다.

신성국 신부는 "위령탑이 아닌 광장에 나와 국민들에게 직접 진상규명을 호소하니까 새롭고 진상규명의 빛이 많이 보이는 것 같고 가족들이 용기와 희망을 갖는 것 같다"며 "지금까지 가족들이 위령탑 앞에서 추모식을 갖고 정부의 발표를 전면적으로 거부 못했는데, 이제 시청 광장에서 추모식을 갖는 것은 정부발표를 전면 부정하는 의미다"라고 평가했다.

▶'17년전 그들은 진실을 폭파했다' 패러디 사진. 전두환, 노태우, 정형근, 최병렬, 김용갑,
이회창, 김기춘, 강재섭이 군복을 입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신 신부는 "또 하나의 새로운 의미는 자유총연맹 등 보수단체들이 일체 이 행사에 간섭하지 않고 가족들에게도 관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의 의미가 새로운 차원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며 "17주기 추모제는 대단히 의미있고 새로운 행사이다"고 의의를 부여했다.

차옥정 가족회장 여는말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저희 추모행사에 참석해 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저희 KAL858기 실종자 가족들에게 올해 추모행사는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지난 17년 동안 저희 가족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사건 진상규명에 좋은 조짐들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일이 여기에 오기까지 저희 가족들을 도와주신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저희 진상규명활동을 방해하고 있는 다섯 가지 걸림돌들이 있습니다.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다섯 가지 걸림돌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건의 진상도 모르면서 재조사 필요없다고 하는, 그리고 과거사 진상 규명법의 제정을 방해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그 첫 번째 걸림돌입니다.

편파, 외고, 거짓 보도를 일삼는 조선, 중아, 동아일보가 그 두 번째 걸림돌입니다.

사건 관련 기록의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검찰이 그 세 번째 걸림돌입니다.

KAL845기 사건 진상규명을 위해 큰 기여를 한 일본 언론이 노다 미네오씨의 입국을 가로막고, 한편으론 김현희가 어딨는지 모르겠다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는 국정원이 그 네 번째 걸림돌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진상규명에 전혀 협조를 하지 않고, 사건 은폐에 동조하고 있는 대한항공이 그 다섯 번째 걸림돌입니다.

이 다섯 가지 걸림돌에 대해서, 저희 가족회와 대책위는 지난 1년간 줄기차게 변화를 요구했고, 협조를 호소했습니다. 그러나 요지부동이었습니다. 이 다섯 가지는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5적입니다.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묻습니다. 여기 모여있는 가족들이 그렇게도 알고 싶어하는 사건의 진실을 왜 그렇게 은폐하려고 하는지... 사랑하는 가족들의 최후 순간의 진실을 알고자 하는 바램이 그렇게도 들어줄 수 없는 부탁인지... 17년전 우리의 가족들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죽었으면 어떻게 죽었는지, 왜 죽었는지 알고자 하는데, 그게 그렇게 알아서는 안 되는 일인지...

내년 18주기 추모행사 때는 저희 가족들이 이런 한맺힌 호소를 다시는 하지 않아도 될 수 있게 해주시기를 간절히 호소합니다.

다시 한번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해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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