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정부 내에서 핵.미사일 뿐만 아니라 재래식 무기 감축도 북한에 요구해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으나 북한은 현재로서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지난 26일 노동신문 논평에서 `미 국무장관 포웰(파월)이 앞으로 북한의 미사일 문제뿐 아니라 재래식 군사력 축감문제(감축문제)도 토의돼야 한다느니 뭐니 하는 소리를 줴쳤다(마구했다)`면서 이것은 `파렴치하고 황당하기 짝이 없는 강도적 궤변`이라고 일축했다.

북한은 미사일이나 재래식 무기나 `미국이 문제의 진원지`라고 미국과는 정반대의 시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세계적으로 미사일 개발 및 생산을 가장 활발히 하고 각종 미사일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 여러지역과 나라들에 미사일을 배치하고 그것으로 다른 나라들을 `위협 공갈`하며 `무력 간섭`을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미사일 위협을 받고 있는 나라들은 당연히 자위적 조치를 모색하지 않을 수 없고 특히 북한의 경우 자위적 국방력을 튼튼히 다지는 것은 `더욱 절실한 문제`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미국이 우리로 하여금 미사일을 개발하지 않을 수 없게 했다`는 주장이다.

재래식 무기 감축에 대해서도 북한은 `무장 해제를 노린 음흉한 기도`라는 각도에서 보고 있어 현재로서는 북.미 협상의제로 말을 꺼내는 것조차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노동신문은 미국이 이제는 재래식 무기 감축까지 요구함으로써 북한을 완전히 무장해제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며 무장 해제가 되면 북한을 `손쉽게 압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극도의 경계감을 갖고 대하고 있다.

미측의 재래식 무기 감축 요구를 `궤변`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남한에 배치된 미국의 대규모 무력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이 북측에 대해서만 감축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노동신문은 `남조선 강점 미군은 최신형 전쟁수단들로 장비돼 있으며 항상 전투 경계태세에 있다. 그런가 하면 숱한 핵무기들이 우리(북)를 겨냥하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이 우리의 재래식 군사력 축감에 대하여 떠드는 것은 언어도단이며 엄중한 도발이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미국이 이런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재래식 무기 감축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우리(북)와의 대화를 더 복잡한 상황으로 끌고가 극단한 대결을 추구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대화로써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무력을 사용해 북한을 굴복시키려는 `음흉한 기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또 미국이 주한미군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재래식 무기 감축 문제를 들고 나왔다고 지적했다.

남측에서 미군을 철수시키라는 안팎의 여론이 고조되자 `더욱 더 불안 초조해 하고 있는 현 미 행정부는 우리의 군사력 축감에 대해 떠들어 대면서 그것을 남조선에 미국 무력을 계속 못박아 두기 위한 구실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신문은 재래식 무기 감축론에 대해 `미군의 남조선 강점과 무력증강을 합리화하기 위한 궤변으로서 군사적 우세를 확보하고 그에 기초하여 우리를 불의에 타격하기 위한 `뒤집어 놓은 북침론`이다`고 결론지었다.

또 `재래식 군사력 축감에 대한 떠벌임은 그 어떤 논리성도 타당성도 없는 망발`이라고 거듭 심한 거부감을 보였다.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위해서는 북측의 군사력 감축이 필요하다는 미측의 시각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연합뉴스 정일용기자 2001/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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