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 철(경희총민주동문회 부회장)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부시의 재선이라는 결과로 끝난지 2주일이 지났다. 이번 미 대선은 예전의 그 어느 때보다 부동층이 적었고, 선거자금이 막대하게 투여되었으며, 가장 혼탁한 선거중의 하나로 기록될 정도로 그 선거전은 극렬했으며 치열했다. 예전에는 미국의 대선이 이렇게까지 치열했던 적은 없었다.

예전과 다른 양상을 보인 미 대선

미국의 역대 정권은 공화당과 민주당 정권에 관계없이 그 제국주의적인 성격을 드러내면서 수시로 국제질서를 무시하면서 타 국가, 타 민족을 핍박하고 괴롭혀왔다. 그리고 두 정당 모두 공통의 지향은 자국의 이익과 패권유지였다. 그 기본 명제는 앞으로도 당분간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두 당은 지지층에서 약간의 차별성을 가지게 된다. 공화당은 좀더 보수적이면서 좀더 미국적인 면을 중요시 여기는 정서의 사람들이 지지한다고 하고, 민주당은 좀더 자유적이며 개방적인 사람들이 지지한다고 여기고들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는 자신들의 성향에 관계없이 상황에 따라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지지가 변하는 부동층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이해관계와 상황에 따라 민주당이 혹은 공화당이 정권을 잡아왔다.

미국의 대다수 국민들은 주로 국내경제에 관심을 가지고 경제가 좀 좋으면 현직 대통령이 되고, 경제가 좀 나쁘면 현직 대통령이나 그가 속한 당 소속 후보가 낙선을 하는 정도로 대략적인 예측이 가능한 것이 미국의 선거풍토였다.

그러나 이번 미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를 보면 미국의 국내 경제사정이 매우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부시는 재선에 성공하였고, 민주당을 지지하는 층도 지속적으로 만만치 않은 높은 비율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선거 후유증도 그 어느 때보다도 크게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기존의 선거는 국제적인 정세라든가 외국과의 관계는 미국의 대선에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는 외국과의 관계, 즉 이라크라든가 북한과의 관계문제가 큰 관심사가 되었다. 즉, 부시 정권과 민주당의 외교적 관점이 큰 흥미거리가 되었다고 볼 수 있고 이런 현상도 예전과는 다른 양상중의 하나였다.

국제정세와 미국 양당간의 구조적 문제

이렇듯 미국의 대선이 예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 원인은 무엇일까?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이 글에서는 국제정세와 미국 양당간의 구조적 문제 속에서 찾아보았다.

1980년대 말까지 지탱되었던 동서냉전의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세계는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일방적 독주만이 허용되는 불운의 시대를 맞게 된다. 그러나 그런 일방적인 독주라는 것은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다. 이러한 일방적 독주, 그것도 무력에 의해 다른 나라들을 억압하고 자기 마음대로의 질서를 내세워서 강요하는 현재와 같은 상황은 그 만큼의 반발도 크게 되어있다.

크고 작은 나라들이 미국의 깡패와도 같은 일방적 행패에 불만을 품고 있으며,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기회를 노리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결성은 그러한 움직임의 한 방향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의 고도성장 또한 미국주도의 일방적 세계질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커다란 변수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일본 또한 미국의존도의 정치와 경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도 옐친이 정권을 놓고 푸틴이 들어서면서 미국과는 거리를 두고 러시아 민족주의를 부활시키며 강국으로 재도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큰 나라들의 움직임 뿐 아니라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의 중소국가들도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자주적이고 평화로운 국제활동을 하려는 노력들을 하면서 미국을 끊임없이 견제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의 수많은 나라로부터 수없는 견제를 받고 있는 미국이 앞으로도 현재와 같은 일방적 독주를 계속해 나갈 수가 있을까?

그러한 상황을 지속시키려는 노력자체가 오히려 어리석은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러한 일방적 독주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수없이 무리수를 두어야 할 것이고 그러한 무리수가 쌓이게 되면, 결국은 불안정한 질서는 어떤 방식에 의해서건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러한 질서로 유지하던 힘은 갑자기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수많은 제국주의들이 갑작스러운 질서의 변화에 의해 몰락의 길을 걸었던 역사가 있다.

미국이 향후 국제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존재하면서 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하기 원한다면 그들은 지금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그렇다면 향후 세계질서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인류는 20세기 초 1,2차 세계대전이라는 인류역사상 가장 컸던 전쟁을 두 차례씩이나 치렀다. 그 후에도 이념의 대결인 동서냉전을 50년 가까이 지속시키면서, 가공할 만한 무기들을 양산시켰다. 그리고는 무력에 의한 전쟁의 무의미성과 위험성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나 인류에게는 자원확보라는 절대절명의 명제는 계속남아 있다. 국가 간의 보이지 않는 전쟁은 지속될 것이다. 그리고 그 전쟁은 기술과 자본에 의한 보이지 않는 전쟁이 될 것이다.

물론 각국은 어느 정도의 군사력을 유지하는 데에 관심을 기울이기는 해도 그것은 전쟁을 위한 것이 아니고 그야말로 방어를 위한 것이 될 것이다. 자원을 위해 그리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다른 국가에서 재화와 자원을 얻어오는 방법이 전쟁이외에도 얼마든지 있으며, 훨씬 비난도 적게 받게 된다.

게다가 전쟁이란 아무리 승리를 한다고 하더라도 자신들도 엄청난 투자와 피해가 동반되는 것을 이제는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굳이 전쟁이나 무력과 같은 투자를 해서 다른 나라의 재화를 획득하려고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앞으로의 각 국가들의 생각일 것이다.

유럽연합이 생기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이 유로화로의 화폐통합이었다. 그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제의 공동체가 제대로 된다면 진정한 공동체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유럽연합의 경제공동체가 제대로 작동만 된다면 국제사회에서의 경제적 지위는 대단할 것이다.

중국은 중화민족을 내세우며 전 세계의 화교들의 경제력과 급성장하는 자국의 경제력을 결합시켜 세계경제에 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려고 하고 있다.

한반도와 러시아동부 그리고 일본을 잇는 동북아시아 경제권은 소위 다크호스로 불려질 수 있는 경제적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풍부한 자원과 자본력, 고도의 기술, 수준 높은 인력, 상대적인 저임금, 그리고 편리한 교통은 고도의 성장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게 해준다.

남미도 경제적으로든 정치적으로든 미국의 입김을 벗어나면서 블록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그곳도 재도약을 위한 자원과 인력의 잠재성은 충분히 갖추고 있는 곳이다. 이러한 경제의 블록화와 규모의 경제는 앞으로 오는 세계의 경제전쟁의 규모를 예고하고 있다.

세계의 흐름에 너무 구태의연한 부시 정부

그러나 아직 부시 정부는 그러한 세계의 흐름에 관심이 별로 없는 듯하다. 아니 관심이 없지야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세계의 흐름에 대처하는 방식이 너무 구태의연하다. 아직도 자신들의 힘에 의존해서 세계 각국의 그러한 움직임을 최대한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마음에 안 들게 움직이는 국가는 위협을 해서 혹은 전쟁을 통해서 혼을 내주면서, 모든 국가들이 자신들의 세계지배에 복종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데도 별 상관하지 않고 있다. 세계 경제의 재편을 바라보고 있는 미국의 일부 자본과 기술은 답답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현재의 힘과 자본과 기술을 이용하여 앞으로의 세계 경제전쟁에 대비한다면 미국은 현재와 같이 유일한 초강대국으로서의 지위를 지속하지는 못하겠지만, 커다란 경제의 한 주체로서 충분히 큰소리 칠 수 있는 강대국으로서의 지위는 유지하게 될 것이다.

물론 미국의 개개 자본과 재벌들의 경우 각자의 자본과 기술을 바탕으로 이러한 세계의 새로운 경제질서에 대비를 하고 있겠지만, 앞으로의 경제는 블록화된 규모의 경제다. 국가적 차원에서 계획되고 지원되지 않는다면 훨씬 불리하다.

게다가 앞에서 언급했듯이 부시 정권의 방식대로 그대로 나가다간 미국은 국가자체의 힘이 쇠락하고 국제적 영향력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미국 국가경제 자체가 매우 곤란한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최근 금융자본의 대표적 주자중의 한 사람인 소로스가 대놓고 부시의 정책을 비난하면서 공공연히 공화당을 반대하고 있다던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공공연히 부시를 반대하는 입장을 천명한 사실, 그리고 할리우드의 여러 부시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들은 그들의 심정을 일면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공화당을 지지하는 세력(주로 방위산업과 석유재벌이 중심이 된다)의 경우 그러한 미국의 정책을 바꾼다는 것은 생각해 볼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한 정책은 자신들 존재의 근거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들은 군사적인 싸움을 일으키고 거기에서 항상 이득을 보아왔던 존재들이다. 그들은 그러한 방식으로 생성되었고 그렇게 성장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 길만이 그들이 살길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세계의 흐름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새로운 세계의 질서와 체제에 방향을 맞추어 미국의 정책을 이끌어 나간다면 자신들의 경제적 기반이 매우 취약해 지고, 미국 내에서의 영향력도 점점 줄어들면서 마침내는 미국을 그리고 세계를 움직이는 강력한 한 축으로 자리했던 자신들은 역사의 뒤켠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그 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러기에 그들은 그러한 미래의 세계질서를 대비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을 쓸 수가 없는 것이다.

유럽등지에서는 현재 미국 상품의 불매운동이 한창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규모는 매우 커서 굴지의 미국회사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라크에서는 예상치 못한 저항세력의 반격에 의해 석유독점에 의한 투자회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남미에서도 자신들의 입맛과는 다른 개혁정권이 들어서면서, 자신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한 작업을 착실히 진행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은 그들 좌파정권을 예전처럼 쉽게 갈아 치워버리지 못하고 있다. 북핵문제 역시 미국의 세계지배 질서에 도전하는 매우 큰 골칫거리 임에도 어떻게 묘수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아직 수많은 나라들이 미국의 힘과 권위에 복종을 하면서 미국의 눈치만 살피고 있지만, 여기저기서 미국의 권위가 도전받고, 그에 미국이 대응하는 것이 예전같이 신속하고 무자비하고 확실하게 혼을 내주는 방식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벌써 미국의 영향력 감소가 곳곳에서 나타나는 징후라고 볼 수 있다.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세력의 차이

미국은 변화해야 한다. 미국 자신을 위해서 무력과 전쟁에 의한 세계지배는 포기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의 공화당 정권과 그의 보이지 않는 지배세력(일명 네오콘이라고 불리우는)은 변할 수가 없다. 이제까지의 정책과 속성을 본다면 민주당도 공화당과 그리 큰 차이를 가지고 있지 않다. 민주당도 제국주의적 속성 속에서 공화당과 비슷한 무력과 전쟁, 그리고 억압위주의 국제정책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민주당의 지지세력은 다양하며, 그 속에는 나름대로 리버럴하고 개혁적인 세력이 많이 포진되어 있다. 그리고 미국의 자본 중에서도 새로운 세계 경제질서가 더 유리한 금융, 기술, 미디어산업의 자본들은 민주당을 더 지지하게 되었다. 즉, 그들은 민주당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적어도 민주당은 공화당과 같은 경직성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 그들의 믿음이었다.

이렇듯 앞으로 미국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는가에 따라 미국내 세력의 이해가 현저하게 달라지고 미국의 국가적 방향이 결정지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그들을 치열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이제까지의 미국의 대선과는 다르게 이번 대선의 양상이 혼탁과 치열함의 극한 대결로 갔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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