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주 기자(tongil@tongilnews.com)


▶8일 오전 서울 염창동 한나라당사 앞에서 KAL858기 가족회와 대책위는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한나라당을 규탄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열린우리당이 지난달 13일 발표한 `진실규명과 화해를 위한 기본법안'이 국회통과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 시민대책위원회'(KAL858 대책위, 대표 김병상 신부)는 8일 오전 11시 한나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과거청산을 막아서고 국회를 파행으로 몰아가는 한나라당을 강력히 규탄했다.

'KAL858기 가족회' 차옥정 회장은 호소문을 통해 "한나라당은 반성과 사죄는커녕, 저희 가족들의 대화 노력마저 묵살하면서 저희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에 또다시 대못을 박고 있습니다"라면서 "온갖 국가권력에 희생돼 가족을 잃고 고생하며, 탄압받으며 살아와야 했던 수많은 피해자 가족들의 눈물을 닦아낼 수 있도록, 과거청산법 제정에 국민여러분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차옥정 회장이 호소문을 낭독하는 동안 10명의 기자회견 참가자들 뒷쪽에서는 전경들이 대열을 맞추기 시작했다.

▶KAL858기 사건 당시 정부 요직에 있던 전현 한나라당 의원들. 왼쪽부터 이회창,
최병렬, 정형근, 김기춘.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KAL858대책위 집행위원장 신성국 신부는 성명서 낭독을 통해 "한나라당은 과거 5공 독재세력이 우리 KAL858기 가족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우리들을 철저하게 무시해버림으로써, 스스로 5공 독재세력의 후계자들임을 증명한 것"이라며 한나라당을 비판했고 "국민의 피눈물을 외면하면서 국민의 혈세만을 축내는 정당은 차라리 없어져버리는 것이 국민을 위해서 바람직하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짧게 호소문과 성명서 낭독으로 기자회견을 마무리하고 참가단이 KAL858기 가족회와 KAL858  대책위의 입장을 전달하러 한나라 당사 내에 진입을 시도하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전경들이 강하게 막아섰다.

별다른 충돌은 없었지만 결국 KAL858기 가족회 차옥정 회장과 유인자 부회장, KAL858 대책위 신성국 집행위원장 등 대표단 3명만 입장을 전달하러 당사에 들어갈 수 있었고 한나라당 측은 "한나라당 출입기자만 들어올 수 있다"며 취재를 위해 대표단을 따라나선 기자들까지도 무력으로 막았다.

▶한나라당 민원 직원에게 항의하고 있는 신성국 신부.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KAL858기 가족회 신동진 사무국장에 따르면 "지난 8월 5일 이곳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한나라당 민원국에 대표면담을 신청했지만 일정을 잡아주겠다던 한나라당은 아직까지 회신조차 없었다"며 한나라당의 안일한 태도를 비판했고 "이러한 한나라당은 제 역할을 못하는 불임정당이며 영원히 가망이 없는 정당이다"라고 한나라당에 대한 분노를 역설했다.

또한 신동진 사무국장은 "한나라당에는 이제 아무런 기대도 없다"면서 쓸쓸한 표정을 지었고 "곧 진상조사에 들어가서 관련자들의 비리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고 밝혔다.

대표단이 면담을 하는 동안에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KAL858기 가족회 회원들은 "왜 열명밖에 안 되는 노인들이 기자회견을 하는데 전경들이 이렇게 나와 있느냐, 해쳐도 너희가 우리를 해치지 우리가 너희를 해치겠느냐"라면서 대치하고 있는 전경들에게 항의했다.

면담을 마치고 돌아온 차옥정 회장은 "명단에 있는 사람들과 면담을 잡아준다고 했다"고 밝혔지만 "말로는 그러지..."라고 말끝을 흐리면서 큰 기대를 하지는 않는다는 눈치를 보였다.

기자회견 호소문과 성명서

KAL858기 가족회 호소문

국민여러분, 한나라당은 KAL858기 조작사건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정당입니다. 사건 수사 당시 안기부 대공수사국장 정형근, 검찰총장 김기춘, 김현희 사면 공작을 한 당시 공보처 장관 최병렬, 사건 발생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김용갑, 그리고 노태우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조직한 월계수회의 2인자 강재섭 등이 아직도 한나라당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고, 엉터리 재판을 했던 당시 대법관 이회창을 대선 후보로 냈었고, 그 추종세력들이 아직도 당에 남아있으며, 또한 전두환, 노태우를 군주 모시듯이 섬겼던 세력들이 다선 국회의원이랍시고 목에 힘주고 있는 정당이 바로 한나라당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수구독재세력들을 길러낸 유신독재정권의 핵심 권력자 박근혜가 당 대표로 있는 정당이 바로 한나라당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KAL858기 사건을 무시해서는 한나라당은 차기 집권은 물론 정당의 존폐마저 안전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반성과 사죄는커녕, 저희 가족들의 대화 노력마저 묵살하면서 저희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에 또다시 대못을 박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17년간 살아도 사는 것 같지 못했던 저희들을 또다시 절망의 늪에 빠뜨리려 하는 한나라당을 심판해 주십시오. 다시는 정형근, 김기춘, 김용갑, 강재섭, 최병렬, 이회창, 박근혜 같은 인간들이, 그리고 전두환, 노태우 독재정권에 빌붙어 권력을 행사해온 이들이 다시는 국회의원이 못되도록, 그리고 한나라당이 그들을 비호하기 위해 과거청산법 제정을 가로막고 있음을 국민여러분 명심해 주십시오. 
저희 KAL858기 실종자 가족들은 물론, 일제시대, 한국전쟁, 독재시대를 거치면서 온갖 국가권력에 희생돼 가족을 잃고 고생하며, 탄압받으며 살아와야 했던 수많은 피해자 가족들의 눈물을 닦아낼 수 있도록, 과거청산법 제정에 국민여러분 힘을 모아주십시오. 

2004. 11. 8

KAL858기가족회 회장 차옥정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시민대책위원회 성명서

올바른 과거청산 방해하는 한나라당을 해체하라.

우리는 석 달 전 바로 이 자리에서 한나라당이 은폐조작된 과거사의 진상규명에 적극 동참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박근혜 대표와의 면담을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그 후 한나라당은 여전히 올바른 과거청산을 방해하고 있고, 하물며 면담 요청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신조차 주지 않은 채 묵살해 버렸다. 한나라당은 과거 5공 독재세력이 우리 KAL858기 가족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우리들을 철저하게 무시해 버림으로써, 스스로 5공 독재세력의 후계자들임을 증명한 것이다. 
우리는 한나라당내의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의원들에 대해서 기대를 갖기도 했다. 그러나 독재정권 당시 조작, 은폐된 사건의 진상규명 노력을 냉전적 이념의 잣대로, 기득권 수호의 관점으로 정쟁화하는 한나라당의 모습을 보면서, 역시 과거 독재세력들이 당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한나라당에는 합리도, 상식도 통하지 않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우리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 시민대책위는 이러한 수구적인, 반인권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는 한나라당에는 아무런 미래가 없다고 확신하며, 국민의 피눈물을 외면하면서 국민의 혈세만을 축내는 정당은 차라리 없어져버리는 것이 국민을 위해서 바람직하다고 믿는 바이다. 이에 우리는 한나라당의 해체를 요구한다. 

독재세력 비호하며 과거청산 방해하는 한나라당을 해체하라.
민주주의와 인권 발전 가로막고 정쟁만 일삼는 한나라당을 해체하라.

2004. 11. 8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 시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신성국

KAL858기 조작 사건의 책임자들을 비호하는
한나라당을 심판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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