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858 진상규명대책위가 1일, 대한항공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KAL858실종사건과
관련한 13가지 의혹에 답변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김규종기자]
대한항공이 1987년 KAL858기 실종사건 당시 11월 29일 바그다드-아부다비 행 비행기에 탑승했던 26명의 승객 중 15명의 명단만 공개하고 나머지 11명의 명단을 누락시켰음이 KAL858기사건진상규명시민대책위원회(대책위, 회장 차옥정)에 의해 밝혀졌다.

대책위는 1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서소문동에 위치한 대한항공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누락된 11명이 묘하게도 비행기가 폭파되기 전 아부다비 공항에서 내린 11명의 한국외교관리 수와 일치한다고 밝히고 “이는 KAL858기 실종사건이 미리 계획된 것이었음을 보여준다”고 의혹을 제시했다.

1988년 2월 16일 유엔안보리 회의당시 북한대표는 아부다비에서 11명의 한국외교관리가 내렸다고 주장한 바 있으며 이에 대해 한국 대표는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었다. 대책위가 제시한 유엔안보리 속기록 자료(1988.2.16)에 따르면 당시 한국대표는 북한대표의 이 같은 주장을 뒤집을 결정적 증거인 승객명단표조차 제출하지 못했으며 결국 유엔안보리는 북한의 범행을 주장하는 남한의 주장이 객관적이지 못하다며 남측이 제안한 대북 제재안을 부결시켰다.

대책위는 남측대표가 왜 탑승객과 관련한 명백한 물증을 제시하지 못했는지에 의문을 표하고 최근 입수한 바그다드-아부다비 탑승객 명단을 공개하고 표기가 된 15명의 명단은 이미 공개된 명단과 동일하나 “나머지 11명의 명단은 한번도 공개, 언급된 적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만약 이 11명의 명단이 KAL858기가 아부다비에서 방콕으로 향하다 실종되기 직전 아부다비 공항에서 내린 외교관리 11명의 명단과 일치한다면 KAL858기가 조작된 사건이었다는 대책위의 주장에 신빙성을 더하게 된다.

로이드 보험회사 한 달 만에 조사 철수, 진상은?

▶17년 만에 대한항공사를 다시 찾은 실종자 가족들. [사진-통일뉴스 김규종기자]
대책위는 이 외에도 대한항공 측이 사건 초기 신속하게 하치야 신이치와 마유미(김현희)를 추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실을 일본 측에 하루가 지나도록 알려주지 않은 이유에 대한 대한항공 측의 답변을 요구했다.

대책위가 공개한 아부다비 현지 일본서기관 야하라의 메모에 따르면 대한항공 측은 추적사실을 일본 측에 알려주지도 않았을 뿐더러 야하라 서기관이 사건당일 오후 4시에 대한항공에 일본인 승객 탑승 여부를 문의했을 때 “일본인 승객은 없다”라고 답한 바 있다.

대책위는 이어 ▲1988년 2월에 퇴역 예정이었던 노후 기종인 KAL858기를 수리 받고 오자마자 국내선이 아닌 해외노선에 취항시킨 이유 ▲KAL858기 바그다드 출발시간에 대해 사건초기 11월 29일 오전 5시 42분이었다고 밝혔다가 이후 오전 5시 27분으로 앞당겨 발표한 이유 ▲사건발생 다음날 대한항공 이근수 사고대책본부장이 “이번 사고가 외부 불순단체에 의해 교묘하게 기체가 파괴되도록 장치된 폭발물에 의해 일어날 것이라 생각된다”고 밝혔는데 근거가 무엇인지에 대해 물었다.

또한 ▲KAL858기 구명보트와 90년 3월에 발견된 비행기 조각들에서도 폭파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대한항공이 KAL858기가 폭파됐다고 믿는 근거는 무엇인지 ▲미얀마의 어부가 12월 중순에 KAL858기의 추락지점을 신고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수색을 하지 않은 이유 ▲공개된 15명의 명단 중 국적이 밝혀지지 않은 8명 승객의 국적은 어디인지 ▲사고를 보도한 호외와 1988년 11월 30일자 신문의 탑승자 명단에 왜 차이가 나는지 ▲당시 KAL 858기에 탑승했다가 내린 박길영 사무국장과 박은미 스튜어디스가 김현희가 폭탄을 넣어뒀다는 비닐쇼핑백을 갖고 있지 않았고 숄더백만 갖고 탑승했다고 법정과 기자회견에서도 증언했음에도 불구하고 김현희가 폭탄을 선반 위에 올려뒀다고 대한항공이 믿는 근거는 무엇인지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특히 대책위는 재보험회사인 로이드 보험회사가 비행기 사고 같은 대형사고에 대한 조사를 한 달 만에 마무리하고 철수한 이유에 대해 강한 의혹을 제시했다.

13가지의 의문사항을 담은 대한항공 측에 보내는 공개질의서를 낭독한 대책위 집행위원장 신성국 신부는 “대한항공 측이 15일까지 답변을 주지 않을 경우 우린 인천국제공항에서 모든 외국인과 항공을 상대로 대한항공의 잔악한 범죄를 고발하는 등 즉각적인 행동에 들어가겠다”고 경고했다.

▶대책위 차옥정 회장.
[사진-통일뉴스 김규종기자]
대책위 차옥정 회장은 성명서를 통해 대한항공 측이 최근 경향신문이 KAL858 사건과 관련해 기획한 연재물에 대해 항의하며 연재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히고 이는 “대한항공이 아직도 독재정권 시절의 악행에 대해서 반성하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고 지적했다.

대한항공은 경향신문에 “잊혀져 가는 사건을 왜 끄집어내어 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상처를 주는가”라며 연재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대한항공이 어떻게 가족들의 입장을 운운할 수 있냐”며 코웃음을 쳤다.

실종자 가족 박용금(67) 씨는 KAL858기 사건 당시 대한항공 직원 2명이 나와 자신을 죄인 다루듯 하면서 “어디든 연락하지 말라. 기장과 가족들에게도 연락하지 말라”고 다그쳤다며 “지금 생각하면 이는 위로가 아니라 무슨 말이 새나갈까 엿본 것 같다”고 분통한 심정을 토로했다.

“여기가 사람 죽이는 영업장인가”

기자회견을 마친 대책위 20여명은 대한항공 측에 질의서를 접수시키기 위해 대한항공 본사 진입을 시도했으나 대한항공사 관계자와 정보과 형사들이 “영업장 진입은 허용할 수 없다”며 출입을 저지하자 “여기가 사람 죽이는 영업장인가”라며 분노를 토하고 5분간 실랑이를 벌였다.

신성국 신부는 “17년 동안 한번도 대한항공 측으로부터 사과를 받지 못한 가족들에게 이 정도도 못해주는가”라고 개탄하며 “대한항공이 이런 식으로 협조를 하지 않으면 이에 따른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길을 비켜주길 촉구했다.

▶공개질의서를 대한항공측에 전달하려는 대책위와 이를 막아선 대한항공 관계자(왼쪽)
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규종기자]
결국 대책위는 대한항공 홍보부 김홍일 차장의 안내에 따라 본사건물에 들어가 질의서를 접수시키고 15일까지 답변해 줄 것을 재차 요청했다. 대한항공에서 근무하던 가족들이 실종된 뒤 17년 만에 다시 찾은 대한항공 본사에서 문전박대 당한 대책위 가족들은 본사 건물을 나오는 순간까지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정부와 가족들이 근무한 대한항공에서마저도 외면당한 대책위 가족들은 국정원이라도 제대로 된 진상조사에 나선다면 바랄 것이 없다는 간절한 바람을 안고 대한항공을 나섰다.

신성국 신부는 국정원에서 KAL858기 사건을 조사한다고 하나 “자료에 어느 정도 접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면서도 “자료라도 접근할 수 있다면 소득이 있지 않겠는가”라며 일말의 희망을 걸었다.

바그다드-아부다비 탑승객 명단
▶[자료제공-KAL858 대책위] "이들은 대체 어디로"

강조된 부분이 바그다드-아부다비 탑승객 명단에서 누락된 11명이다. 대책위는 이들이
아부다비 공항에서 내렸다는 11명의 한국외교관들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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