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니 뭐니 해도 우리 대동강반의 풍치가 제일일세.` 매일 아침 평양시 대동강가를 산책한다는 반백발의 한 노인은 `수십년 간 대동강의 해맞이 터에서 몸과 마음을 단련하며 살아왔지만 아무리 걷고 걸어도 싫지 않은 대동강 기슭이라우`라는 말을 남긴 채 바삐 산책에 나섰다.

노동신문 최근호(3.13)는 이른 아침 다소 싸늘한 감은 있지만 봄 기운이 물씬 피어오르는 대동강을 찾아 새 봄의 정취를 만끽하는 평양 시민들의 표정을 생생하게 전했다.

새벽이면 아무도 없는 대동강에 어김없이 나와 낚싯대 드리우기 좋은 자리를 찾느라 여념이 없는 강태공이 있는가 하면 딸을 앞세우고 아침달리기를 하는 어머니, 산책로에서 뜀박질하기 좋아하는 손녀와 함께 아침산보를 나온 노인, 하얀 태권도복을 입고 체력을 단련하는 `꼬마 무사`들도 찾아볼 수 있다.

이 신문은 `버들개지들이 푸릿해지기 시작했고 물 우에서는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여윈 얼음장들이 흐느적거린다. 딱따구리들이 나무통 두드리는 소리도 좋고 연귤빛 햇살이 수면을 핥는 광경도 좋다`고 봄 기운을 묘사하며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로 대동강반에 낭만이 넘친다`고 소개했다.

산책을 하지 않으면 하루 일과가 뒤죽박죽 된다는 한 청년은 `유보도(산책로)를 천천히 거닐며 생각에 잠기노라면 직장에서는 떠오르지 않아 애를 먹던 문제의 해결방도가 문득 떠오를 때도 많다`면서 대동강변 산보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옥류관 요리사로 일하고 있다는 한 시민은 `매일 대동강반에서 아침 운동을 할 때면 조국산천의 정기가 몸과 마음에 한껏 스며들어 새 힘이 부쩍 부쩍 솟는다`며 아침달리기를 시민들에게 권장하기도 했다.

시민들이 붐비는 때가 지나면 맑고 시원한 공기를 들이키며 외국어 회화 공부에 여념이 없는 대학생들도 눈에 띈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저녁때도 인파가 몰리기는 마찬가지이다.

매일 저녁이면 변함없이 산책로를 찾아 옥류교까지 걷는다는 한 시민은 `신선하고 맑은 공기, 유보도를 따라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 사람들의 밝은 모습...온 몸이 거뜬해지고 정신이 맑아진다`고 저녁산보 예찬론을 펼쳤다. (연합뉴스 심규석기자 2001/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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