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희 (한국민권연구소 연구위원)


전 세계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인 인권은 어떤 경우에도 정치적 공격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인류역사는 인권을 가장한 정치적 폭력을 수없이 자행해 왔다.

이번에 미 상,하원을 모두 통과하고 부시 대통령의 서명만을 남겨놓은 '2004북한인권법안(North Korean Human Rights Act of 2004)'은 인권을 가장한 정치적 폭력의 실체를 남김없이 보여준다.

더욱이 20세기에 이어 21세기에도 전세계 전쟁과 분쟁을 총지휘하고 있는 미국이 그동안 전쟁의 전 단계로 채택하곤 했던, '탈레반 반민주법', '이란 민주주의법', '이라크 해방법' 등과 맥을 같이하고 있어서 가뜩이나 냉각된 한반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정 나라가 남의 나라 인권문제에 감놔라, 배놔라 하는 북한인권법은 명백한 내정간섭이다. 심지어 소위 '인권'을 위한다는 법안이 '전쟁의 전주곡'이라니 이보다 기막힌 일이 또 있겠는가.

북한인권법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이른바 '탈북자' 문제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고찰이 필요한 때다.

이른바 '탈북자' 문제의 실태와 해법을 밝힘으로써 북한인권법으로 일그러진 '인권'의 가치를 바로잡아야 한다. 나아가 압박과 고립, 전쟁과 체제붕괴를 획책하고 있는 미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북한인권법안'이 규정한 이른바 '탈북자'의 지위와 그 본질

"박해 또는 학대받은 북측 주민들을 특별인도적우려 상위 2그룹으로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의 위탁없이도 그들이 미국 난민 고려를 의뢰할 수 있게 한다." (Title 3. 북난민보호 sec. 303. 난민지위)

미국은 북한인권법에서 이른바 '탈북자'를 '난민'으로 규정하고 있다. 난민이란 보통 인종, 종교 또는 정치적, 사상적 차이로 인한 박해를 피해 외국이나 다른 지방으로 탈출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유엔난민고등판관실(UNHCR)은 국제법상 난민지위를 결정하는 곳으로서 미국이 그동안 수차례 이른바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판정할 것을 주장했지만 중국, 러시아 등 여러 나라의 반대로 인해 이뤄지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 북한인권법에서 미국은 이른바 '탈북자'들을 제멋대로 난민으로 규정하고 있다.

과연 미국이 주장하는 것처럼 그들은 '난민'인가.

1990년대 초반까지는 북쪽대신 남쪽을 택한 사람들, 즉 정치적 망명을 한 사람들을 '귀순자'라고 불렀다. 80년대까지 초중고교에 다닌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귀순자'를 초청한 반공교육을 받았을 만큼 냉전시대 체제대결과 선전의 상징이었다.

시대가 달라지면서 이를 대신해 '탈북자'라는 표현이 쓰이고 있다. '귀순자'보다는 보다 객관적인 표현으로 들리기는 하지만 탈출이라는 말 자체가 나쁜 상황이나 장소를 벗어났다는 뜻을 담고 있는 까닭에 북의 체제에 대한 가치판단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내에 들어온 탈북자들의 출신지역과 직업 등을 살펴보면 경제적 문제 혹은 지역적 특성이 동기였음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90년대 이전에는 국내에 입국한 북 주민의 숫자도 많지 않았을 뿐 아니라 군인이 다수를 차지했다. 최근 5년 사이 급속도로 증가해서 현재 5000명을 넘어서는 입국자들은 대부분이 함경북도, 자강도, 량강도 출신이며 그 중에서도 함경북도 출신이 60%를 넘는다. 그 직업도 노동자와 무직자가 80%이상이다.

통일연구원의 연구자료에 따르더라도 '중국 등지에서 생활하다 식량을 구한다든지 일정한 수입을 단기간에 올려서 다시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인 이들 중에는 조선족 자치지구에 친인척을 만나러 가기 위해 불법 월경하는 경우도 많다. 친인척을 방문하거나 식량을 구하러 갔다가 이른바 '탈북자'가 되는 경우이다. 국내에 들어온 이른바 '탈북자'들도 대부분 '처음부터 남측행을 계획하고 나온 것은 아니'라고 증언한다.

그렇다면 90년대까지 열 명 안팎에서 최대 백을 넘지 않던 입국자가 2001년과 2002년에 이르러서는 583명, 1139명, 올해는 7월말까지 1200명에 이르는 등 갑자기 늘어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또한 일반적인 국제 관행대로 자국으로 추방하면 그만인 불법월경 혹은 불법체류에 대해 정치적인 딱지를 붙여 난민 지위를 주려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이에 대한 해답은 이른바 '탈북자'들이 국내에 들어오는 과정을 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기획탈북은 탈북자 지원단체들이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을 모아 중국공관이나 학교 등에 진입시키고 사전에 이 장면을 찍게한 뒤 국제적인 문제로 부각시키는 것을 말한다. 기획탈북은 2001년 장길수군 가족이 베이징 주재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에 잠입한 것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지난 7월 22일, 중국에서 기획탈북을 돕는 일을 하다 체포됐다가 16개월만에 석방된 비디오 저널리스트 오영필씨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그는 두리하나선교회 천기원 대표의 소개로 일본 도쿄방송 보도국 사회부 구보유이치 부부장과 계약서까지 작성했다. 탈북자들이 외국공관에 잠입하는 장면을 찍으면 대가를 주겠다는 조건이었다.

탈북자지원단체들에서 외국공관에 진입하는 장면을 촬영한 것은 증거를 남기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이 테이프들은 일본을 비롯한 각 국의 언론사와 탈북지원단체들에 팔리고 있는 것이다. 오영필씨는 기자회견에서 '기획탈북이 탈북자들의 인권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이에 개입한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오영필씨와 같이 중국 현지에서 탈북자를 양산하는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선교단체를 비롯한 남의 탈북지원단체, 중국인 고용 브로커들, 여기에 미국 정보요원이 있다. 그 숫자만 해도 수 천명에 이른다고 하니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이중 중국인 고용 브로커들이나 오영필씨와 같은 사람들의 경우에는 '탈북자'를 돕는다면서 사실은 돈벌이를 하고 있는 경우다.

그렇다면 많은 돈을 들여가면서 탈북자를 양상하고 있는 것은 누구인가. 탈북자 인권문제는 애초 미국에서 처음 제기된 문제이다.

"2005~2008년 동안 민간, 비영리 기관들의 북 인권, 민주주의, 법의 규정 및 시장경제를 촉진하는 프로그램을 지원하도록 매년 2백만 달러를 허가한다." (Title 1. 북 주민들의 인권향상 sec. 102. 인권과 민주주의 프로그램 지원)

북한인권법을 입안한 사람들은 워싱턴의 보수적인 연구소인 허드슨 연구소의 마이클 호로위츠를 위시한 '북한자유연합'이다. 북한자유연합은 민주주의를 위한 전국재단(the 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y)와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는데, 민주주의를 위한 전국재단은 '70년대 후반 이후 CIA에 따라다녔던 부정적인 이미지없이 민간단체의 틀을 빌어 공공연하게 활동하겠다는 구상으로 만들어졌다.

전국재단은 이러한 목적을 위해 선택한 정치단체나 시민단체, 반정부단체에 자금, 기술적 지원, 훈련 프로그램 등을 제공해왔는데 이남에서는 북한인권시민연합, 북한민주화 네트워크 등이 전국재단의 재정 지원을 받아왔다.

북한인권법이 명시한 민간, 비영리 기관들은 바로 위와 같은 단체들이며, 탈북자를 양산하는 사업이 바로 그 '프로그램'인 것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경제적 동기나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월경 혹은 이탈한 북의 주민들을 탈북자로 둔갑시킨 후 외국공관이나 학교 등에 뛰어 들게 한다. 그런 다음 이남에 입국시킨다. 이를 전 세계적으로 홍보한다."

중국현지에 있는 대부분의 불법체류자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데 비해 기획탈북에 동원된 소수의 탈북자들이 집중 조명을 받음으로써 대부분 '정치적 이유로 탈출하여 남쪽으로 오고 싶어 할 것'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결국 미국이 북한인권법에서 북 이탈주민이나 불법체류자들을 '난민'으로 규정하려는 데는 북 체제에 대한 악선전과 체제붕괴를 노리고 있다고 밖에 달리 볼 수 없다.

이제 곧 북한인권법이 시행되어 정부차원에서 매년 500만 달러(인권과 민주주의 프로그램 200만 달러, 대북 라디오 방송에 200만 달러 등) 이상의 재정까지 쏟아붇게 되면 사태가 어떻게 악화될지 불을 보듯 뻔하다.

기획탈북이 늘어나면서 중국은 매우 곤란한 처지에 빠져 있다. 기획탈북이 있기 전까지는 북 이탈주민, 불법체류자들이 있음을 알면서도 체포하거나 추방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중국이 이러한 태도를 취했던 것은 대부분의 불법체류자들이 조선족 자치주에 거주하고 있으며, 1959년 중국의 대기근 등을 계기로 다수의 조선족과 한족이 북으로 월경하거나 이후에는 중국으로 월경하는 등의 일이 종종 발생해 왔기 때문이다. 이는 경제적인 동기, 지역적 특성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국제적 성격으로 확산되면서 중국은 이들을 색출해서 돌려보내거나 수용소에 보내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오히려 기획탈북때문에 대부분의 중국체류 북 주민들의 여건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문제 해결은커녕 사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인권을 가장한 반인권의 극치', 이른바 '탈북자'의 실태

그렇다면 위와 같은 경로로 입국하게 되는 이른바 '탈북자'들의 '기획탈북'과 이남 정착과정은 어떤가 살펴보자.

우선, 기획탈북 자체가 이들의 인간성을 파괴하는 반인권적인 과정이다.

지금 남쪽으로 들어오는 탈북자들은 대부분 탈북브로커와 연결된 기획탈북자들이다. 왜냐하면 기획탈북이 아닌 탈북자 국내입국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획탈북을 연출하는 단체와 브로커들의 목적은 두 가지다. 돈을 벌기 위한 것이거나 북 체제를 악선전하는데 이용하는 것이다. 북 이탈주민들이 경제적 곤경에 처한 약점을 이용하여 남쪽에 들어가면 잘 살게 될 거라고 회유하고, 가서 대접을 잘 받으려면 북에 대한 이야기를 잘 해야 한다고 협박한다.

이 과정에서 돈이 오고가는데 최근에는 남쪽에 와서 받은 정착지원금의 일부를 떼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 사람이 남쪽에 와서 받는 정착지원금은 3750만원인데 작게는 700~800만원에서 1000~1500만원까지 돈이 오고간다. 정착지원금의 1/3을 떼 준 탈북자들은 생활에 커다란 타격을 받아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또 과정에서 이들은 북의 인권유린상황을 조작하거나 침소봉대하여 북 체제와 제도를 비난하는데 앞장서도록 강요받고 있다. 그래야 정착금도 많이 나오고 사회적 대우를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7월 탈북자 유태준씨가 '경애하는 김정일 장군님의 품으로 돌아가게 해 달라'고 1인 시위를 하며, 자신은 '국정원에 의해 조종되고 있다'고 말해 국가보안법위반으로 입건된 것은 탈북자들의 입국과정이 어떠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다음으로 이른바 '탈북자'들의 국내정착 현황을 살펴보자.

지난 9월 세계일보가 국내거주 탈북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40%의 응답자가 현재의 생활에 불만이 있으며, 69%는 가능하면 미국, 캐나다, 호주 등 다른 나라로 가고 싶다고 답했다. 또 '합법적으로 북한으로 들어갈 기회가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질문에 33%가 '그럴 수 있다'고 대답했다.

앞서 언급했듯 '한국에 올 때 댓가를 지불했다'고 응답한 탈북자가 72%에 달했다.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취직(29%), ▲교육(21%), ▲생계(19%), ▲외로움(17%) 순으로 답했고, 입국 후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답한 탈북자는 54%, 부당한 대우의 종류로는 ▲폭언(29%), ▲폭행(22%), ▲임금체불(16%) 등이 많았다.

통일부 하나원의 조사에 따르더라도 탈북자의 40.8%가 무직 상태이고, 78%가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득을 얻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많이 알려진 일이지만 부산시 사상구 주례동 부산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 강영석(가명·26)씨의 예를 보자. 2001년 입국한 그는 스스로 구치소 행을 선택했다. 경찰에 따르면 생활고를 비관하던 강씨는 지난달 길을 가던 여대생을 폭행한 혐의로 구속됐다고 한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교도소에 3년 정도 징역을 살게 해달라. 만약 내보내면 다른 범행을 저질러서라도 교도소에 가겠다"고 말했다. 체포 현장에 있던 경찰관은 "파출소가 범행 현장 바로 인근에 있었고 백차(경찰차)가 출동했는데도 도망갈 생각은 하지 않고 현장에서 꼼짝하지 않고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강씨와 같이 한국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살인, 강간, 상해, 폭력, 절도, 사기 등의 범법행위를 한 탈북자 수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2000년 39건을 비롯해 ▲2001년 54건 ▲2002년 89건 ▲2003년 90건을 기록했으며, 2004년 상반기에만 지난해 전체보다 많은 93명이 살인, 폭력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

중국에서 몽골을 거쳐 단신 입국한 강영석씨는 경북 영주에 정부가 임대주택을 제공해 거처는 마련됐지만 젊은 그에게는 사회와 격리시킨 '귀양지'와 같았다. 살길이 막막한 것은 더 큰 문제였다. 외로움도 더해 갔다. 변변한 기술도 없는 그에게 탈북자라는 꼬리표는 한국사회가 새겨준 '주홍글씨'와 같았다.

막노동판을 전전했지만 한국도 경제난을 겪는 상황이어서 일이 있을 때보다 없을 때가 더 많았다. 한국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던 그는 첫 번째 구속수감돼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생활하다 2004년 2월 3.1절 특사로 가석방되었으나 다시 지난 6월 구속수감된 것이다.

강씨처럼 장기간의 실업상태는 생계난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누적된 사회 불만과 부적응은 범죄의 '씨앗'이 되고 있는 것이다.

입국과정에서 벌어지는 비인간적, 반인권적 행태에 이어 남쪽에 정착과정 또한 기본적인 생존과 생명권에 대한 체계적인 대책도 세워주지 않은 채 또다른 '기획탈북'을 준비하고 있는 실정이니 대체 '기획탈북'의 어떤 부분이 '인권'을 위한 것인지 도무지 설명이 안 된다.

기획탈북은 나쁘지만 국내입국은 권장해야 되지 않는가 하는 논리도 그렇다. 앞서 살펴봤듯 이른바 '탈북자'를 양산하는 전 과정이 중국 또한 제 3국에 체류하는 북 주민들의 의지와는 거리가 멀다. 오죽하면 2/3가 넘는 사람들이 제 3국 또는 북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있겠는가.

또 하나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남쪽에 들어온 '탈북자'들이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조직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20일 탈북자 관련 단체들이 황장엽을 내세워 '탈북인단체연합회'를 결성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반북대결적 조직과의 연계 속에서 남북대결과 북 붕괴촉진을 위한 활동에 앞장서지 않으면 안 되도록 구조화하고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에 빗대어 보더라도 황장엽과 같이 정치적 이유로 스스로 탈북한 소수를 제외하고는 정착조차 어려워하고 있는 이들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치공작의 대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는 지난 90년대 이전 '귀순자'들과는 성격이 다른 문제로 대다수의 '탈북자'와 제 3국에 체류하고 있는 북 주민들까지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을 심어주게 되며, 결국 하나의 민족이자 통일의 대상인 북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확산하게 될 것이 뻔하다. 과정에서 이른바 '탈북자' 자신의 인간성이 심각하게 파괴될 것은 물론이다.

지난 7월 27, 28일 468명의 대규모 기획입국이 있은 직후 북은 이를 강력히 규탄하면서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 중앙위원회는 '남조선에 끌려간 동포형제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우리는 당신들이 절대로 조국과 민족 앞에 죄를 지었다고는 보지 않는다. 우리는 구태여 당신들에게 어떠한 죄도 물으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는 당신들을 끝까지 믿고 언제나 따뜻한 동포애로 대할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제 나라, 제 고향에서 못살겠다고 떠난 사람들도 대부분 자신의 뿌리, 친척과 친구, 자기 나라의 문화와 전통에 대한 애착과 자긍심을 잊지 않고 그리워하기 마련이다. 언젠가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는다.

북의 메시지는 제 3국으로 떠나기를 혹은 북으로의 귀환을 희망하고 있는 이른바 '탈북자'들에게 고향으로 돌아갈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귀환'을 위한 제도적 보장, '대북경제봉쇄' 철회없이 인권을 이야기할 수 있는가

위에서 살펴본 바대로 '기획탈북'을 위한 '탈북자'의 양산은 그들을 '남북대결과 북 체제 붕괴를 위한 도구'로 전락시키고 있으며, 그렇게 이용된 이후에는 최소한의 생존대책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는 것이 이들의 현실이다.

무엇보다 먼저 지적해야 할 것은 '기획탈북'이라는 것은 생존을 볼모로 사람을 사고 파는 일, 즉 인신매매나 납치와도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비인간적이며, 반인권적인 일은 없다. 그런 다음 북의 인권문제에 대해 주장해도 늦지 않는다.

그런데 따져보자.

북의 인권문제라는 것이 무엇인가. 결국 북과 체제가 다르다는 이유로 해서 발생되는 문제 아닌가. 중국이나 제 3국에 체류하고 있는 북 주민들의 문제는 '기획탈북'이 있기 전까지는 '인권' 문제라기 보다 경제 문제였다.

오히려 '기획탈북' 과정과 남쪽에 정착하려는 북 주민들이 겪는 인간성 파괴과정을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

우선, 고려해야 하는 것은 이들이 의사에 따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다.

위의 설문에서도 보여지듯 33%에 달하는 사람들이 북으로 귀환하고 싶어한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지들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은 인지상정과 돌아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객관적 제약을 충분히 고려한다면 수치는 더 늘어날 것이다.

지금도 남북이 풀어야 할 오랜 숙원 중 가장 안타깝고도 절박한 문제가 바로 이산가족 문제다. 하물며 남쪽으로 유인되어 온 이른바 '탈북자'들을 돌려보내는 것이야말로 21세기판 이산가족의 양산을 막는 길이며 당장 취할 수 있는 가장 인권적인 조치일 것이다.

다음으로, 이북 주민이 중국으로 이탈하는 '경제적 동기'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실제 중국 현지에는 북 내부의 노력과 외부의 지원으로 북쪽 경제사정이 좋아지자 탈북자들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지난 50년 계속된 북에 대한 경제봉쇄는 인간에게 가장 존엄한 생명권을 박탈한 반인권적인 행동이었습니다. 이 경제봉쇄의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북쪽 사람들의 인권을 한발자국도 개선할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램지 클라크 전 미국 법무장관의 말이다.

신의주 경제특구나 개성공단 건설사업처럼 남과 해외로 뻗어나가려는 북을 경제활동조차도 가로막고 있는 미국의 대북 경제봉쇄가 철회되지 않는 한 악순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북의 경제활동을 원천봉쇄함으로써 북 주민들의 인권을 박탈하고, 또다시 '기획탈북'으로 인권을 유린하고 이를 국제사회에 왜곡선전하면서 또 한번 인권을 유린하고 있는 미국은 북의 '인권'에 대해 말한 자격이 없다.

미국이 만일 진정으로 북의 인권을 위한다면 '기획탈북'을 중단하고 '대북경제봉쇄'를 조속히 철회해야 한다.

문제해결에 나서야 할 때

북한인권법안이 미 의회를 통과한 가운데 뉴욕에 50명까지 수용 가능한 탈북자 피난처 건립이 추진중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6일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이날 대북인권지원단체인 '탈북난민보호 뉴욕협의회'(회장 손영구목사)가 탈북자 피난처 건립을 추진중이며 이미 제 3국에 체류중인 탈북자 6명으로부터 미국 망명을 요청하는 전화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

또 지난 15일 '탈북자' 20명이 중국 베이징의 주중 한국대사관 영사부에 진입, 한국행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는 미 의회의 북한인권법안 통과 이후 지난달 29일 탈북자 44명의 주중 캐나다 대사관 진입에 이어 두 번째의 대규모 외교공관 진입 사례로 기록됐다.

우려했던 대로 미국의 지원 속에 향후 단체들의 '기획 탈북' 등이 가속화될 조짐이다. 기획탈북이 계속된다면 북에 대한 인권유린은 물론 6자회담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 해결 또한 더욱 미궁에 빠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북한인권법과 기획탈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이유는 인권유린의 피해자인 북이 남과 하나의 민족이기 때문이며, 이로 인해 파생되고 있는 한반도 긴장과 대결을 해소하고 통일과 번영의 시대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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