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은(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간사)


미국의 일방적인 주한미군 감축통보로 시작된 한미간의 감축협상이 타결되었다. 2008년까지 주한미군 1만2천5백명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기로 한 이번 협상결과를 두고 대부분의 언론들은 양측 모두 만족스러운 원-원 결과라고 평가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이번 협상을 담당한 국방부는 한국 측의 안보우려에 대한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어 주한미군 감축 시한이 연장되었고 핵심 전력부대가 잔류하게 되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주한미군 감축협상, "과연 원-윈인가?"

지난 해 11월 미국 부시 대통령이 해외주둔미군재배치계획(GPR)을 발표할 당시만 하더라도 한미양측은 주한미군 감축이나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 가능성을 부인하였다. 그러나 미 행정부와 의회가 이미 오래 전부터 한반도에 필요이상으로 많은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다고 보고 있었고 부시 행정부 역시 출범초기부터 미군의 경량화, 신속화 원칙 하에 GPR을 계획해왔다는 점에서 주한미군의 감축 가능성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주한미군 감축카드가 한국사회에서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하는지 잘 알고 있는 미국은 주한미군감축 가능성을 두고 한국 정부를 압박하였다. 지난해 3월 정부는 한국군 이라크 파병으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 측의 적극적인 협상자세를 기대하고 동시에 미2사단의 차출 가능성을 차단하려고 했지만 이러한 정부의 바람과는 달리 주한미군의 이라크로의 이동배치라는 압력에 굴복하여 정부는 또 다시 이라크추가파병을 결정하였다.

김선일씨 피랍상황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추가파병 방침을 공개적으로 재확인하는 등 미국 눈치 보기에 급급했던 정부는 이제 주한미군 철수 시한을 연기시키기 위해 파병연장을 시도하고 있다. 용산기지이전과 LPP개정 등 한국 측의 엄청난 비용부담을 요구하고 있는 주한미군재배치 협상이 타결된 것 역시 미국의 주한미군 감축 주장과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계획대로 주한미군을 감축, 재배치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는 예정된 주한미군 감축을 연기시키기 위해 이라크 추가파병에 이어 파병연장을 시도하는 등 미국의 무리한 요구들을 대부분 수용하였다.

또한 안보불안이라는 국내정치적 강박으로 인해 중대한 협상에서 줄곧 미국에게 끌려 다닌 정부는 미국의 요구에 의한 주한미군 재배치를 위해 대체부지와 시설을 제공하는 등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었다. 이러한 협상결과를 과연 윈-윈이라고 할 수 있는가?
 
"한반도에 약보다 독일 될 가능성 커"

게다가 최근 일련의 협상에서 한반도평화에 입각한 정부의 장기적 비전과 전략도 찾아볼 수 없었다. 주한미군의 감축과 재배치 협상을 통해 주한미군의 전력증강과 동북아 지역군으로의 역할변경이 기정사실화 되었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기지이전과 역할변경 그리고 한반도내 전력증강 문제는 주한미군의 동북아 지역의 분쟁개입이라는 새로운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거점을 제공해주고 전력을 강화시켜준다는 점에서 한반도내 긴장을 고조시킬 뿐만 아니라 한국이 동북아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에 휩싸일 우려를 안고 있는 것들이다. 그야말로 한반도에 약이 되기보다는 독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기지이전 협상, 주한미군의 역할변경 및 재배치 등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문제제기조차 변변히 하지 못한 채 중대한 협상을 마무리지었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주한미군 감축시한을 촉박하게 제기하는 방식을 통해 한국정부로부터 미국의 재배치 전략을 큰 이견 없이 추인받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러한 치명적인 양보를 감추고 사소한 성과를 과대포장하여 홍보하는 등 협상결과를 사후적으로 정당화하는데 급급해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협상전반 재검토해야"
 
정부는 이제라도 최근 타결된 일련의 협상결과에 대해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재검토 작업에 착수해야 해야 할 것이다.

우선 국제사회의 움직임과는 상반된 이라크파병추가연장 조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회는 연장동의안을 마땅히 부결시켜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주한미군의 동북아 지역군으로의 역할변경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한미일 지역동맹에 대해서도 명확한 반대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또한 전시작전통제권을 최우선으로 환수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의혹투성이인 용산기지이전과 LPP 개정 협상을 전면 재검토하고 재협상해야 한다. 협상과정의 문제점과 왜곡된 협상결과들에 대한 의혹들이 규명되지 않은 채 국회비준 절차를 강행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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