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난방이던 그간의 열린우리당내 국가보안법 개폐논의가 12일 천정배 원내대표의 발표를 통해 ‘폐지후 보완’ 원칙을 재확인하고, ‘보완’방안으로 ‘3+1안’이 제시되는 등 새로운 단계에 돌입했다. ‘3+1안’이라 함은 형법보완 방안 3개와 1개의 ‘보완입법안’(대체입법안)을 말한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보안법 폐지 이유로 “반인권, 반민주성”을 들었고, 보완의 이유로는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를 안보공백에 대한 국민적 우려 불식”을 들었다.
11월 13일 전후 국회 처리 예정

1948년 12월 1일에 탄생하여 올해로 56살을 먹은 보안법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열린우리당은 17일 정책의총에서 4개의 안중 하나를 당론으로 결정하고, 20일까지 민주노동당 및 민주당과 정책협의를 한 뒤 20일 국회에 제출하여, 11월 13일 전후 처리할 예정이다.

천 대표의 기자회견 직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보안법 폐지시 상생정치는 끝”이라 반발했고, 한나라당은 ‘3+1안’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의견 없이 그 의도를 문제삼아 “국감물타기용”으로 평가절하하고 나아가 대규모 장외집회를 개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폐지는 의미, 주된 문제는 북한의 지위문제

형식적으로는 열린우리당이, 4개의 안중 보완입법안을 제외한 어느 것을 택하든 ‘보안법은 끝났다’고 볼 수 있다.

단순한 수사적 의미가 아니라 △반인권, 반민주성을 대표하던 고무찬양(7조), 불고지죄(10조)를 보완없이 단순 삭제하고,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는 근거 조항인 “정부참칭”부분(2조)을 없앴으며, △형사법간 모순 중복을 피하기 위해 남북교류협력법으로 규율 가능한 회합통신(8조)과 출입국관리법으로 규율 가능한 잠입탈출(6조)도 삭제하여 나름대로 의미있는 진전이 이루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여전히 우려스럽다는 것이 시민사회의 대체적인 평가다. 3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결집한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국보연대, 상임공동대표 한상렬)는 “국가보안법의 폐지와 독소조항의 이전 없는 형법보완”을 대안으로 제시해왔다. 국보연대의 입장에서는 4개의 안중 어느 것을 보든 “미흡하고 성에 차지 않는 게 사실”이다.

가장 큰 문제는 ‘북한의 지위문제’이다. 1안(형법중 내란죄보완)은 북한을 내란목적단체로 볼 우려가 있으며, 2안(형법중 외환죄 보완)은 적국이나 준적국으로, 3안은 둘 다, 4안은 국헌문란단체로 볼 여지가 있다. 민주노동당은 이 점을 들어 ‘개혁공조’를 파기할 수 있다는 의향을 비치고 있기도 하다.

국보연대, 11월 중순 이후 정세 고민

국보연대의 고민도 없지 않다. 우선 정치권의 동향이다. 다음달 13일 전후에 처리되지 않을 경우, 3당간 정책공조가 계속 유지되리란 보장이 없는 까닭이다. 11월 중순이후 비정규직 문제로 옮아가면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이 부딪칠 수밖에 없어 공조유지가 힘들어진다.

국보연대는 또한 그간 한나라당내 수구와 보수가 한몸으로 뭉치는 것을 막기 위해 가급적 한나라당을 직접 공격하는 것을 피해왔으나, 당장 장외집회로 맞서겠다고 나오는 판에 더 이상 이런 입장을 고수하기도 힘들어진 상황이다.

따라서 현실적인 관점에서 우선 4개의 안중 하나에 힘을 실어주되, 여러 통로를 통해 최대한 “독소조항의 이전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4개의 안중 그나마 나은 건 2안

그렇다면 4개의 안(전문은 아래 박스기사 참조)중 어느 것이 ‘그나마 나은 안’인가. 형법학자들이나 변호사들은 2안(형법중 외환죄 보완)이 그 중 낫다는 데 대체로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다.

우선 4안(보완입법안)은 기존 국가보안법의 1조에서 4조를 용어들만 바꾸어 그대로 존치시켜 “빈사상태에 처한 보안법을 되살리는 안”으로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게 시민사회의 입장이다.

남은 것은 3개의 형법보완안인 데, 1안은 형법의 내란죄 부분을 손보는 것이고, 2안은 외환죄 부분을, 3안은 둘 다 손을 보는 것이다. 3안은 1안과 2안을 합친 것이므로 1안과 2안을 비교 평가하면 3안은 따로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결국 4개의 안중 어느 안이 나은가 하는 질문은 1안과 2안중 어느 게 더 나은가 하는 문제로 좁혀진다.

1안(내란죄 개정안)은 기존 보안법 2조와 7조 유지 효과

평가의 기준은 두 가지다. 하나는 ‘국가보안법을 왜 없애려 하는가’하는 문제와 관련되고, 다른 하나는 보안법 폐지시 형법으로 충분하다던 ‘폐지후의 대안’과 관련된다. 보안법 폐지이유를 단순화하면 2조와 7조에 결부된다. 2조가 반통일성을 대표한다면 7조는 반인권성과 반민주성을 대표한다.

이에 따라 국가보안법 철폐노력도 양 갈래로 진행되어 왔으나, △‘확고한 마녀’의 존재가 인권침해와 독재정권의 전횡을 쉽게 정당화한다는 점에서 북한을 반국가단체에서 풀어내는 게 단순히 통일문제만이 아니라 인권 신장의 측면에서도 필수적이라는 인권운동 진영의 인식과 △통일운동 단체를 정치적으로 규제하고 통일방안 논의를 규제하는 게 결국 7조이므로 7조를 없애는 게 단순히 인권문제만은 아니라는 통일운동의 인식이 일치에 이르렀다.

결국 보안법을 없애는 것은 2조와 7조를 없애는 것이고, 두 조항의 독성이 함께 제거되지 않는 한 보안법 폐지는 큰 의미가 없는 것이다.

1안은 기존 형법의 내란죄 부분에 87조의 2를 신설하여 내란목적단체조직죄를 삽입했으며, 90조를 개정해 내란목적단체를 조직할 목적으로 예비음모 선전선동하는 자를 처벌할 수 있게 했다.

이 경우 87조의 2에 삽입된 “국토참절”은 최재천 의원이 풀이한 대로 “국토를 잘라 먹는다”의미로 명백히 북한을 겨누고 있어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가 형법상 내란목적단체로 바뀔 뿐이고, 90조를 통해서는 사실상 보안법 7조가 살아남는 효과를 가지게 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안은 보안법 폐지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두번째 기준으로는 1953년 제정된 전시형법과 보안법의 관계를 들 수 있다. 당시 김병로 대법원장은 형법이 보안법 조항을 흡수하고 있으므로 형법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실제로 형사법학자들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김병로 대법원장이 형법이 보안법을 흡수하여 제정되었다고 했을 때는 그 형법이 보안법의 독소조항도 가져갔다는 의미도 들어있다. 또한 전쟁중에 만들어진 법이라는 점도 고려대상이다.

따라서 전시도 아닌 평시에 그리고 형법 제정 50년이 지난 지금 형법 보완을 논의하면서 적어도 기존 형법보다 후퇴하는 안을 만드는 것은 곤란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럽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기존 내란죄는 “폭동행위”를 처벌하는 데 비해 1안은 구체적인 행위없이 단체의 조직만으로 처벌할 수 있어 기존형법보다 훨씬 후퇴했을 뿐만 아니라 여타 내란죄 조항들과 모순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안(외환죄 개정안) 역시 북한을 준적국 등으로 겨누고 있어

위에 제시된 두 가지 기준에서 보면 2안은 1안보다 진전된 안으로 평가된다. 다만, 형법의 외환의 죄 장에서 102조(준적국) 2항을 개정하여 삽입한 “국토 참절”은 여전히 북한을 겨누고 있다는 문제가 남아 있다.

일부 사람들은 이 조항이 예전 ‘사노맹’ 류의 내란조직을 “적국이나 준적국”으로 보는 불합리한 점이 있다고 하나 과도한 생각으로 보인다. 쿠데타나 내란행위를 일으킨 조직은 12.12 쿠데타 주역들에 대한 처리 경험에 비추어 내란죄로 다스릴 수 있는 까닭이다. 결국 이 조항은 북한을 겨누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2안에 따를 경우, 문제는 다른 곳에서 온다. 외환죄를 개정하는 경우,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는 게 아니라 국가적 실체를 인정하여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우선 영토조항을 규정한 헌법3조를 위배한 것이라는 위헌 시비가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 헌법 자체가 서로 모순되는 3조(영토조항)와 4조(평화통일조항)를 나란히 규정함으로써 어떻게 하든 위헌논란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므로 당장은 입법기술적 해결,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다른 하나는 북한의 국가적 실체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수구보수세력의 불만이 있을 수 있다. 이 부분은 정치적으로 타협이 가능한 문제라기보다 어쨌든 인정하느냐 마느냐는 문제, 정치적 결단의 문제일 것이다.

2안은 검토의 여지는 있으나 수정 필요

결론적으로 열린우리당이 제시한 4개의 안중 그나마 진전된 안, 국보연대 박래군 정책팀장의 표현대로 “검토의 여지가 있는 안”은 외환죄 개정을 통한 보완안(2안)으로 볼 수 있다. 2안은 특히 1안에 비하여 단순히 단체조직만으로가 아니라 군대를 모집하거나 시설을 제공하는 등 구체적인 행위가 있을 때, 북한을 적국이나 준적국으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행위형법의 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여전히 북한을 정치적으로 겨누고 있는 부분을 삽입한 것은 문제점이다. 이에 대해 민변 송호창 변호사는 외환의 죄의 ‘적국’이란 표현을 모두 ‘대한민국이외의 국가 또는 단체’로 바꾸어 해결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이렇게 바꾼다해도 헌법과 형법상의 모순 충돌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어 차제에 50년 묵은 형법 전체를 손보아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11월 13일 전후 국회처리를 공언한 열린우리당의 말을 믿는다면, 이제 시민사회와 정치권 모두에게 보안법의 운명을 좌우할 ‘30일간의 투쟁’이 시작된 셈이다.

열린우리당 국가보안법 보완입법 4개 안

1. 제1안 : 형법보완 개정안(내란죄부분 개정)

(1) 제87조의2 신설

제87조의2(내란목적단체조직)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결사 또는 집단으로서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단체를 구성하거나 이에 가입한 자는 전조의 구별에 의하여 처단한다. 단 형을 감경할 수 있다.

(2) 제89조 수정

제89조(미수범) 전3조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3) 제90조 수정

제90조(예비, 음모, 선동, 선전) ① 제87조 내지 제88조의 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유기금고에 처한다. 단 그 목적한 죄의 실행에 이르기 전에 자수한 때에는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한다. ② 제87조 내지 제88조의 죄를 범할 것을 선동 또는 선전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

(4) 제98조 수정

제98조(간첩) ① 외국 또는 외국인의 단체를 위하여 간첩하거나 외국의 간첩을 방조하여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② 군사상의 기밀을 외국 또는 외국인의 단체에 누설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


2. 제2안 : 형법보완 개정안(외환죄부분 개정)

(1) 제98조 개정

제98조(간첩) ① 외국 또는 외국인의 단체를 위하여 간첩하거나 외국의 간첩을 방조하여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② 군사상의 기밀을 외국 또는 외국인의 단체에 누설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

(2) 제102조 개정

102조(준적국등) ① 제93조 내지 제97조 및 제99조 내지 전조의 죄에 있어서는 대한민국에 적대하는 외국인의 단체는 적국으로 간주한다.
② 대한민국의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결사 또는 집단으로서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단체는 제93조 내지 제97조 및 제99조 내지 전조의 죄에 있어서는 적국으로, 제98조의 죄에 있어서는 외국으로 간주한다.


3. 제3안 : 형법보완 개정안(내란 외환죄부분 동시 개정)

(1) 제87조의2 신설

제87조의2(내란목적단체조직)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결사 또는 집단으로서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단체를 구성하거나 이에 가입한 자는 전조의 구별에 의하여 처단한다. 단 형을 감경할 수 있다.

(2) 제89조 수정

제89조(미수범) 전3조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3) 제90조 개정

제90조(예비, 음모, 선동, 선전) ① 제87조 내지 제88조의 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유기금고에 처한다. 단 그 목적한 죄의 실행에 이르기 전에 자수한 때에는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한다. ② 제87조 내지 제88조의 죄를 범할 것을 선동 또는 선전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

(4) 제98조 개정

제98조(간첩) ① 외국 또는 외국인의 단체를 위하여 간첩하거나 외국의 간첩을 방조하여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② 군사상의 기밀을 외국 또는 외국인의 단체에 누설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

(5) 제102조 개정

102조(준적국등) ① 제93조 내지 제97조 및 제99조 내지 전조의 죄에 있어서는 대한민국에 적대하는 외국인의 단체는 적국으로 간주한다. ② 대한민국의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결사 또는 집단으로서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단체는 제93조 내지 제97조 및 제99조 내지 전조의 죄에 있어서는 적국으로, 제98조의 죄에 있어서는 외국으로 간주한다.


4. 제4안 : 보완(대체) 입법안 (국가안전보장특별법)

제1조(목적) 이 법은 대한민국의 헌법질서를 침해하는 행위를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보장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적용원칙) 이 법을 적용함에 있어서는 전조의 목적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며, 이를 확대해석하거나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된다.

제3조(정의) 이 법에서 ?국헌문란목적단체?라 함은 국헌을 문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으로서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단체를 말한다.

제4조(국헌문란목적단체의 구성등) ① 국헌문란목적단체를 구성하거나 이에 가입한 자는 다음의 구별에 따라 처벌한다.
1. 수괴의 임무에 종사한 자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
2. 간부 기타 지도적 임무에 종사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3. 그 이외의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② 타인에게 국헌문란목적단체에 가입할 것을 권유한 자는 1년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③ 제1항 및 제2항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④ 제1항 제1호 및 제2호의 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자는 1년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⑤ 제1항 제3호의 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자는 5년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제5조(목적수행등) ① 국헌문란목적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가 그 목적수행을 위한 행위를 한때에는 다음의 구별에 따라 처벌한다.
1. 형법 제92조 내지 제99조에 규정된 행위를 한때에는 그 각조에 정한 형에 처한다.
2. 교통 통신, 국가 또는 공공단체가 사용하는 건조물 기타 중요시설을 파괴하거나 사람을 약취 유인하거나 함선 항공기 자동차 무기를 이동 취거 손괴한 때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3. 국가기밀에 속하는 서류 또는 물품을 손괴 은닉 위조 변조한 때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② 국헌문란목적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를 지원할 목적으로 자진하여 제1항 각호에 규정된 행위를 한 자는 각 호의 예에 의하여 처벌한다.
③ 제1항 내지 제2항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④ 제1항 내지 제2항의 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단, 그 목적한 죄의 실행에 이르기 전에 자수한 때에는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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