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국가정보원 앞에서 KAL858기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국정원이 해체를 원하지 않는다면 이제라도 사건기록을 공개하고 김현희를 공개해서 사건의 진실을 공개해야 한다."

21일 오전 11시 국가정보원 앞에서 'KAL858기 가족회'와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 대책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국정원에 대한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대책위 집행부위원장인 신성국 신부는 이같이 말하고 "국정원이 버티기로 나가다가는 지탄받고 해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지난 7일 고영구 국정원장이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대한항공 858기 사건에 대한 당시 대법원의 판결이 진실이라 믿고 있으며 이 사건은 과거사 조사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발언한데 대해 규탄의 자리로 마련됐다.

▶KAL858기 사건 가족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신성국 신부는 여는 말과 마무리 말을 통해 "과거사 중 가장 중대하고 핵심적인 사건인 KAL기 사건을 진상규명하지 않으면 무엇을 진상규명한다는 말이냐"며 "정보기관의 수장으로서 참여정부의 정신을 명확히 읽고 과거사 진상규명 문제에 대한 국정원의 입장을 분명히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국정원은 국민을 위한 국가기관이 아니라 국민을 살해하고 국민을 대상으로 테러를 자행한 살해 범죄기관임이 밝혀질 것"이라며 "국정원이 현명하다면 지금이라도 반성하면서 겸손하게 국민의 국가기관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신 신부는 "가족회와 대책위는 진상이 밝혀지지 않는 한 끝까지 투쟁할 것이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진상규명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칠 것"이라고 국정원의 결단을 거듭 촉구했다.

▶국정원 앞에서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는 차옥정 회장.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차옥정 가족회 회장은 성명서 낭독을 통해 "고영구 국정원장의 발언으로 볼 때 여전히 국정원은 이 사건에 대한 과거의 행태를 답습하며 우리 희생자 가족회와 대책위, 국민들을 우롱하고 있음이 다시금 드러났다"며 "진상규명은 국민의 기관으로서의 국정원의 의무이며 당위이다"고 지적했다.

성명서는 "국정원은 이제 입법과 무관하게 이 사건 자체조사를 하겠다고 밝히며, 이 사건과 무관한 시민단체에 참여를 제안했다"며 "가족회와 대책위는 국정원의 현 작태와 이중성을 놓고 볼 때, 그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성명서는 △고영구 국정원장의 이중성 규탄 △국정원의 진상규명에 대한 탄압과 방해 고발 △국정원의 대국민 공개 사죄 △'파괴공작'과 '배후'에 대한 민형사상 소송 취하 △노다 미네오씨 입국금지 취하와 사죄 △김현희 신상공개와 신변안전 대책 공개 등을 주장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대책위의 신성국 신부와 윤원일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사무총장, 박강성주 씨, 가족회의 차옥정 회장과 유인자 부회장 등 5명의 대표단은 국정원 민원실을 방문해 자신을 '안 비서관'이라고 밝힌 인사에게 성명서를 전달하고 고영구 원장과의 면담을 구두로 신청했다.

"더 이상 뭘 숨기려 하는가?"
<미니인터뷰> 대책위 신성국 신부

▶대책위 신성국 신부.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신부로서 부끄럽다"며 "내가 앞으로 이 나라 이 민족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KAL 진상 하나만 밝혀도 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조그마한 봉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깨달았다"는 신성국 신부.

사제의 신분으로 늘 대책위의 앞장에 서서 일하고 있는 그는 "감춘 것은 드러나게 마련이고 비밀은 알려지게 마련이다"는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KAL858기 사건은 "조작 의혹이 아니라 조작"이라고 확언했다.

다음은 대책위 집행부위원장인 신성국 신부와의 인터뷰이다.

□ 통일뉴스 :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 추진 현황은?

■ 신성국 : 독립적인 국가기구가 설립된다면 당연히 사건 진상조사도 착수될 것이고, 거기에 가장 큰 기대를 갖고 있다. 국회에서 입법하고 정부에서 추진하길 바란다.

□ 고영구 국정원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고영구 국정원장이 KAL기 사건은 재조사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해 해놓고 이후에 사석에서는 진상규명을 하겠다고 말했다고도 한다. 언론에 제스쳐를 쓴 건지 본심을 알기 어려워 확인을 더 해봐야 한다.

국정원이 이 사건에 대해 자신감이 없고 은폐시킨 것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래서 의혹은 더 커지고 있을 뿐이다.

□ 이후 진상규명을 위한 행동 방향은?

■ 그동안 안기부의 의문사 13대 사건에 대해 진상규명을 해 털고 가겠다는 국정원장의 발언대로 진상규명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대책위의 입장이다.

진상조사위원회가 구성돼 성과를 거둘 수 있는 합당한 조건을 갖춘다면 참여할 수 있다.
지금 국정원 내부규정과 진상조사위는 상충되는 것이다. 지금 국정원 내부규정으로는 민간 조사위원의 조사권한과 자료접근 권한이 없다. 따라서 국정원의 내부 규정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조사위원들이 조사 권한이 실질적으로 주어진다면 성과가 있겠지만 진실을 은폐하기 위한 언론 플레이식으로 간다면 진상조사위는 또 하나의 자기들 명분만 세우기 위한 것이므로 단호히 반대한다. 제도적 보완이 없으면 '립서비스' 차원이나 '물타기 작전'에 불과하다.

진상조사위에 참여 가부는 국정원의 진정성에 달려있다.

□ 국정원 측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진상조사위에 참여를 요청받은 바 있나?

■ 없다. 듣기로는 환경단체, 참여연대 등 큰 시민단체 쪽에 제안을 했다지만 우리한테 직접 온 것은 없다.

□ 예전에 비하면 이 사건이 공식적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 이슈로 확실히 자리잡았다. 가족회와 대책위가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현재까지 나름대로 조사한 것이 상당한 진전이 있었지만 제약조건이 너무나 많다.

이제 정부가 직접 나서서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해야 한다. 정부가 발벗고 나서서 대통령이 의지를 밝혔듯이 낱낱이 분명하게 해야 한다. 정부의 강한 과거사진상규명 의지를 기대한다. 정부가 확고한 의지를 갖기 바란다.

□ 과거사 진상규명과 국가보안법 문제가 모두 당면 현안으로 걸려있다.

■ 국가보안법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 KAL기 사건이 밝혀지면 국보법 논란도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김현희가 115명을 테러해 살해했는데 국보법이 있어도 김현희를 사면했다. 결국 국가보안법은 정권안보법에 불과하다.

□ 하고 싶은 말은?

■ 국정원은 김현희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없고 국정원을 떠나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탈북자도 담당 경찰들이 수시로 동향보고를 하고 관리하는데 북한의 테러리스트를 국정원이 전혀 관리하지 않는다면 그 것은 직무유기다. 김현희를 빨리 공개해서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막기 위해 국정원은 최선을 다해 노력하라.

억울한 KAL기 희생 가족들의 의혹과 아픔을 빨리 해소해 한을 풀도록 국민을 위한 봉사기관인 국정원이 협조해야 한다. 이제는 다 드러났다. 더 이상 뭘 숨기려 하는가?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