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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미술이야기2-11>대중 없는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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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4.08.05  17: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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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섭(화가/ynano@hanmail.net)


대중 없는 예술

미술은 원래 가상의 세계이다. 미술은 대상을 있는 그대로 모사하진 않는다. 미술작품 속에는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질서와 희망과 들어있다. 작품의 질서는 곧 작가의 세계이다.

작품 속에는 대상과 소재와 주제와 색과 구도, 형상, 왜곡, 축소, 과장, 기법, 붓질, 분위기 따위의 숱한 조형기법이 동원된다. 이 복잡한 조형언어를 작가 나름의 관점과 질서로 새롭게 배치하고 화면을 구현한다.

소재를 선택하고 주제를 표현하는 것은 작가의 사상을 반영하고, 색과 조형요소를 사용하는 것은 작가의 정서를 반영한다. 작품을 보면 작가의 생각과 정서를 알 수 있고, 작가를 보면 그의 작품세계를 가늠할 수 있다. 그래서 작가와 작품을 따로 떼어서 볼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작가와 작품을 분리해서 바라보는데 익숙하다. 이런 전통은 서양에서 더욱 심하게 나타났다.

"작품은 좋은데 작가는 영 괴팍하군."
"작품은 별로지만 인간성 하나는 끝내주는 사람이라구...;"
"저 인간, 엉터리처럼 보여도 작품은 잘 팔린다던데..."

이렇게 작가와 작품을 분리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예술의 높은 가치는 인정하지만 신분이 낮은 작가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이다. 권력과 재부가 있는 귀족이나 양반들은 족보 없는 작가를 자신들과 같은 위치로 인정하기 싫어했을 것이다.

예술은 원래 지배자들의 소유였다. 하지만 세상이 발전해 예술은 지배자의 소유로부터 벗어났다. 대신 새로운 관계, 즉 작품을 사서 작가를 먹여 살리는 형태를 바뀐 것이다. 사실 이것은 서로의 필요성에 의한 것이다. 귀족이나 양반은 자신의 정신적 품위와 격을 지키거나 과시하기 위해 예술이 필요했던 것이고, 작가는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작품을 팔아야 했다.

이러한 현상은 지금도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 돈 있는 사람은 비싼 가격으로 고급예술을 향유하고, 예술가는 이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스스로 대중으로부터 고립시킨다. 예술은 으레 고급스럽고 비싸며, 소수의 사람들이 향유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있다.

예술가는 높은 사람이나 돈 많은 사람들에게 줄을 대고, 인맥을 형성한다. 반대로 권력자나 돈 있는 자는 예술가를 언론과 지위와 돈으로 끌어올려 자신과 격을 맞춘다.

작품의 내용은 알지도 못하면서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사는 얼치기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에게 예술이란 그저 자신의 품위를 드러내 주는 장식물에 불과하다. 미술작품에 장식적인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주류를 이루면 ‘이발소그림’과 다르지 않고, 작가는 ‘뺑끼쟁이’로 전락한다. 예술은 존재하지만 알맹이가 빠진 껍데기에 불과하다.

나는 이런 분위기에서 그림을 그리기 싫었다. 나는 돈 많은 자들의 똥구멍을 핥거나 비위를 맞추기 싫었다. 나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풍경화와 꽃그림을 멀리했다. 학창시절 이후 정물도 거의 그리지 않았다.

내 그림은 무섭고 칙칙하며 온통 사회 비판적인 내용이었다. 장식성이 전혀 없었다. 내 부모도, 친구도 나의 작품을 좋아하지 않았다. 나는 굶었고, 외로웠으며 무명화가였다.

나는 예술이 대중들에 의해 향유되고 창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과 손잡고 전시회를 가고, 가슴에 와 닿는 작품을 저렴하게 구입해서 감상하고, 술자리의 화제로 예술을 말하는 일상이 펼쳐지길 바란다.

미술작품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상처받은 영혼을 어루만져 주어야 한다. 이것이 예술의 본래 역할이다. 대중이 없이는 예술도 존재할 수 없다.

거센 파도 위에 은은한 달빛이 흐르다

▶염분혁명사적지의 달밤/정룡수/유화/2002
북한은 지금도 혁명중이라고 한다. 그 혁명은 사회주의 혁명일 것이다. 하지만 내용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모든 혁명은 이상적이고, 그 과정은 인간다운 삶으로부터 출발한다. 인간다운 삶의 바탕에는 먹고 사는 문제의 해결과 자존을 지키고 정체성을 찾는 것이다.

북한 미술에서 풍경화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내나라 제일로 좋아’라는 애국주의의 한 방편으로서 조국강산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일이다.

또 하나는 혁명사적지를 표현함으로써 혁명사상을 고취시키는 역할의 풍경화이다. 혁명사상을 고취시키는 역할을 하는 풍경화는 주로 김일성 생가인 만경대 풍경, 항일무장투쟁의 격전지나 근거지, 백두산 밀영 따위가 있다. 북한 사정에 어두운 사람들이 보면 그저 아름다운 풍경화로 보일 수 있다.

정치색이 들어가 있다고 해서 꼭 도끼눈을 뜨고 볼 필요는 없다. 북한 미술뿐만 아니라 우리는 일상에서도 정치색이 짙은 미술작품이나 예술을 숱하게 대하고 있다. 단지 한편으로 기울어져 있을 뿐이다.

유럽의 중세 명작은 편파적 종교내용이고, 근대 명작 가운데는 거의 정치적 입장이 숨겨져 있다. 가깝게는 할리우드 영화의 애국주의, 전쟁영화 따위는 대부분 정치적이다. 명작이냐 쓰레기냐 하는 평가기준도 역시 정치적인 판단일 뿐이다.

북한 미술은 다른 나라 사람들을 위해 창작되지 않는다. 이것은 외국이나 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북한의 미술은 북한 인민들의 정서를 담고 북한 인민들의 위해 창작된다. 그래서 북한미술은 또 다른 북한 인민의 정서이고 마음이다.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염분혁명사적지의 달밤>이다. 이 작품은 화가 정룡수가 유화로 그렸다. 창작 연도는 주체91년 즉, 2002년이다.

염분혁명사적지의 바다에 거센 파도가 치고 있다. 그것도 달밤이다. 파도는 역동적이며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염분혁명사적지라는 제목이 없다면 그야말로 낭만적이고 시원한 밤바다 풍경처럼 보일 것이다.

자세히 보면 거친 파도에 비해 밤하늘은 의외로 차분하다. 비록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달빛도 은은하고 따뜻하다. 실제 풍경이 그러했든, 작가가 의도적으로 만들었든 간에, 서로 어울리지 않는 두 요소를 결합시킨 작가의 능력은 탁월하다. 참고로 이 작품은 <김일성 탄생 90돐 기념 화첩>의 표지에 실려 있을 정도로 북한에서는 명작에 속한다.

이 작품을 보는 북한 인민들의 감상을 추측해 보는 것은 어떨까?

'멋있고 역동적으로 시선을 잡는 그림이 있다. “거 참, 멋있구나”라고 생각하며 자세히 보니 염분혁명사적지를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북한 인민은 다시 한번 혁명에 대해 생각한다.'

'혁명사적지에 거센 파도가 치고 있다. 이것은 현실이 위기이고 난관이라는 노동당의 또 다른 표현이다. 하지만 밝은 달빛이 있다.'

'거세게 몰아치는 파도는 가슴을 요동치게 한다. 하지만 은은하게 비치는 달빛 때문인지 차분한 느낌을 받는다.'

'달빛도 좋고, 풍경도 멋있다. 몰아치는 파도를 보니 속이 다 시원하다. 답답한 마음이 확 풀리는 기분이다.'

이 추측은 다 맞을 수도, 다 틀릴 수도 있다. 솔직히 북한사회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기에 자신이 없다. 이 작품을 감상하는 당신은 어떤가?

나는 이렇게 본다.
‘사람의 가슴을 요동치게 할 정도면 충분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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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보기(2)
신 청(*⌒.^) () 2004-08-07 01:04:00

살다 보면 이대로는 안된다.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고 요구될때가 있습니다.
괴롭거나 일이 풀리지 않을때
거세게 몰아치는 파도를 보면서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듭니다.
낡은 판을 확 뒤집어 놓을것 같은 힘이 느껴지네요.
이 그림을 보고 있다가 훌쩍 떠날수도 있겠군요.
그림이라 차가운 바닷물을 만져도 느껴 볼수도 없지만
힘찬 파도가 불필요한 것들을 다 삼키고 어떤 희망을 가져 오지나 않을까.
그런 기대까지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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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문가 () 2006-02-02 06:43:00
참말이지 보면 볼수록 아름다운 그림이라는데는 동의하지만 평가들을 들어보면 이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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