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아침 끝내 이라크 추가파병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스스로 인정했듯 명분도 없고 실익도 없는 파병을 소위 '한미동맹'이라는 명목으로 범 국민적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한 것이다.

 

더구나 파병은 무슨 비밀작전이라도 되듯이 일체의 출발 일시와 장소, 규모와 이동경로 등을 보안에 부친 채 진행됐으며, 언론에도 보도협조를 요청해 언론보도를 근원적으로 제약했다.

보도협조를 요청받은 바 없는 <통일뉴스>에 이미 널리 알려진 3일자 출발 사실이 보도되자 곧바로 국방부측의 보도협조 요청이 들어왔다.

물론 김선일씨 피살사건에서 보았듯이 우리 파병부대가 테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응당한 보호조치로 이해될 수 있고 실제로 기사를 수정해가면서까지 보도협조 요청에 '협조'했다.

그러나 2일밤 자이툰부대 훈련장 앞에서의 철야투쟁과 3일 새벽 성남 서울공항에서의 저지투쟁을 현장에서 계속 속보형식으로 보도한 <통일뉴스>를 본 독자라면 이런 정부의 '작전'도 별 효과가 없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다른데 있다.

'갈테면 나를 밟고 가라'며 땅바닥에 드러누운 국민들을 피해 도둑고양이처럼 국민도 모르게 빠져나가야 할 정도의 상황에서 이루어진 파병이 과연 정당성을 가질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직시해야 한다.

답은 간단하다. 미국이 원하는 파병이지만 이라크 민중은 원하지 않는 파병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라크 무장집단의 테러가 예상되고 이를 피하기 위해 '도둑고양이 작전'이 필요했던 것이다.

겉으로는 이라크의 평화재건을 외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라크 민중에 의해 배척당하고 있는 미국의 하수인 역할을 하러 가는 것이 자명해진 셈이다.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 삼복 무더위 속에 11일간 진행된 노상 단식농성과 2일밤 자이툰부대 훈련장 앞에서 철야로 진행된 파병저지 결의대회는 온몸을 던져 파병을 저지하려는 숭고한 투쟁이었지만 결국 추가파병 선발대의 출국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원내에 진출한 진보정당의 대표가 단식농성으로 병원에 실려갈 때까지 정부는 어떤 조치도 취한 바 없으며, 수많은 재야원로들이 목숨을 건 노상 단식농성에 지쳐가도 정부는 나몰라라 했다.

전쟁피해를 몸으로 겪은 70대 노인들이 땡볕에 전국을 도보순례하며 파병반대를 외치고 무릎꿇고 눈물로 호소했지만 메아리조차 돌아오지 않았다.

국민들은 김선일씨 피살사건 당시 잠시 광화문을 촛불의 물결로 뒤덮었을 뿐 정작 파병이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멈춰 세우지는 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또 한번 부당한 침략전쟁에 참전국이 된 역사의 불명예를 남기게 됐다.

아직 8월로 예상되는 자이툰부대 본대의 파병이 남아있고, 12월에는 올해로 파병기간이 끝나는 서희.제마부대와 자이툰부대의 시한 연장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문제가 남아 있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목숨을 건 단식투쟁에도 불구하고 이번 자이툰부대 선발대의 파병을 막아내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깊이 성찰해야 한다.

정부를 탓하고 있기에는 너무나 엄청난 사태가 벌어지고 있고, 단결된 국민들의 힘만이 이 수레바퀴를 멈춰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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