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9시 10분경 파병반대 10만 릴레이 단식농성 5일째를 맞는 광화문 열린시민
공원에서 KAL858기 가족회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단식농성에 동참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저희 KAL858기 가족들은 더 이상의 피눈물을 흘리는 가족들이 생겨나는 것을 막아보고자 여기 이렇게 파병철회 단식 릴레이 투쟁에 참가합니다."

27일 오전 9시 10분경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 진행중인 '이라크 파병 결사저지 각계대표.10만 릴레이 단식농성'에 87년 KAL858기 사건의 피해가족들이 동참해 눈길을 끌었다.

단식농성 5일째를 맞아 공원 여기 저기서 노숙 단식농성을 진행한 단체 대표들과 실무자들이 하루일정을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신동진 'KAL858기 가족회'(가족회) 사무국장의 사회로 간략하게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는 KAL858기 가족회 차옥정 회장.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차옥정 가족회 회장은 'KAL858기 가족회는 반인권적인 이라크 파병을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대한민국은 저희 가족들이 국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들을 지켜주지 않았"다며 "국민들의 변화와 개혁에 대한 열망으로 탄생한 참여정부가 이렇게 또다시 인권을 유린하는 결정을 강행하려는 것에 대해서, 저희 KAL858기 가족들은 더 이상의 피눈물을 흘리는 가족들이 생겨나는 것을 막아보고자 여기 이렇게 파병철회 단식 릴레이 투쟁에 참가"한다고 밝혔다.

김창현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은 "오늘 이라크 파병철회를 위한 10만 릴레이 단식투쟁에 이렇게 KAL858기 가족 여러분들이 동참하게 된 것은 그 오랜 인고의 세월속에 진상을 밝히지 못한채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들을 생각하며 투쟁해온 역사 속에서 이라크 파병철회 투쟁에 동참하는 근거를 마련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근본정신은 이 땅에 진정한 정의가 살아있는가, 인권이 살아있는가에 대한 문제"라며 이라크 파병철회와 KAL858기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 김창현 사무총장이 이라크 파병철회와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이날 기자회견과 1일 릴레이 단식농성에는 가족회 차옥정 회장을 비롯해 유인자 부회장과 이을화 이사가 참가했으며, 기자회견에는 박석운 전국민중연대 상임집행위원장, 김창현 민주노동당 사무총장, 최규엽.박인숙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최선희 평화여성회 사무처장, 비전향장기수 김해섭 선생 등이 함께 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단식농성에 들어간 차옥정 회장은 "전국 각지를 진상규명을 위해 돌아다녔지만 내가 정말 나라를 위해 직접 관계없는 일에 참여하기는 처음"이라며 "떨리고 눈에 아지랑이가 보여 안정제를 하나 먹었다"고 말해 파병철회 단식농성에 참석한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을 심경을 내비쳤다. 

차 회장은 "정치라는 말을 아무리 안 하려 해도 안 할 수가 없다"며 "독재자의 딸이 나와서 큰소리치고, 젊은이들을 왜 보내야 하는지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농성장에서 삭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전국민중연대 박석운 상임집행위원장이
차옥정 회장을 비롯한 가족회를 환영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유인자 부회장은 "나도 모르게 민주투사가 돼버렸다"며 "내가 너무 안이하게 살았고 너무 몰랐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하고 "우리나라가 왜 이래야 되느냐"고 이라크 파병결정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유 부회장은 "정 보내고 싶으면 공직자 자식부터 보내야지 힘없고 공부할 얘들을 보내면 되겠느냐"고 따지고 의문사 진상규명이나 파병문제에 대해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다. 버릴 것은 버리고 수용할 것은 수용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내 일이라 생각하면 다 이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각 단체 대표들과 함께 농성을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단식은 처음"이라는 이들은 단식농성을 위해 집에서 마련해온 음료수를 서로 권하며 은박지가 깔린 공원바닥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2003년 11월 1일 남산 옛 안기부터에서 열린 '의문사 진상규명과 민주화운동 명예회복 및 추모기념 옛 안기부터 보존 및 인권공원 추진을 위한 해원(解寃) 문화제'에 차옥정 회장이 참석해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 회원들과 손을 맞잡은 이래로 KAL858 가족회가 우리 사회의 아픔에 함께하는 마음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성명서

KAL858기 가족회는 반인권적인 이라크 파병을 반대합니다


지난 1987년 11월29일 KAL858기 탑승했던 저희 가족들이 실종된 후, 17년 동안, 저희 실종자 가족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고 있다는 것에 너무도 화가 나고, 창피 할 때가 많았습니다.  대한민국은 저희 가족들이 국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들을 지켜주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의 정부와 국회와 사법부 그리고 언론은 오히려 저희 가족들의   인권을 침해하면서 인간 대접조차 하지 않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또 이 대한민국이 국민이 누려야 할 불가침의 기본적인 인권을 유린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바로 미국이 저지른 추악한 전쟁인 이라크 전쟁에 대한민국의 군인을 파병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저희 KAL858기 실종자 가족들은 KAL858기 사건에는 거대한 국가공권력이 개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가는 그것을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자행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아직도 공개되지 않고 있는 KAL858기 사건 기록들도 바로 국익을 위해서, 공개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희 가족들은 알고 있습니다.  그네들이 얘기하는 국익은 나의 이익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나와 내 가족의 생명까지도 앗아갈 수 있는 무서운 자들의 이익임을 체험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익이라는 것은 무고한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취하는 반인권적인 이익임을 알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변화와 개혁에 대한 열망으로 탄생한 참여정부가 이렇게 또다시 인권을  유린하는 결정을 강행하려는 것에 대해서, 저희 KAL858기 가족들은 더 이상의 피눈물을 흘리는 가족들이 생겨나는 것을 막아보고자 여기 이렇게 파병철회 단식 릴레이 투쟁에 참가합니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와 파병을 찬성하는 17대 국회의원들, 그리고 언론이 지금이라도 용기 있게 파병철회의 대열에 함께 나설 것을, 다시 한번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간곡히 호소합니다. 

2004년 7월 27일
KAL858기 가족회 회장 차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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